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47
외전 9. 바나헤임 재건(1)
‘안개 정원’으로 돌아온 재현의 얼굴에는 굉장한 귀찮음과 함께, 선연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니드호그가 긴눙가가프 언저리 니플헤임에 버리고 간 덕분에, 홀로 길을 찾아 돌아오게 되어서 적잖이 고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력 감지》를 이용해 어찌어찌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귀찮은 일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재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자신이 긴눙가가프에서 돌아왔을 때, 이미 이미르의 분신을 처치했다는 것을 마력과 신격 감지로 짐작할 수 있던 그였을 터다.
니드호그는 무려 드래곤. 그 정도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런데 마중을 안 나와?
‘이 독도마뱀 자식이…….’
재현의 시선이 농작물을 야금야금 먹고 있던 니드호그를 향한다.
다행히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역시 눈치 없는 놈답다.
재현은 그라데이션 분노를 한 차례 더 겨우 참아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내키는 때가 오면 언제든 휘두를 수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기에.
재현이 속내를 감추며 기다리고 이들에게 말했다.
“갔다 왔다.”
안개 정원으로 돌아온 그가 처음 나설 때처럼 덤덤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왔다.
어떻게 보면 오딘만큼이나 껄끄러운 상대와 싸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목소리의 덤덤함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채 자신의 전력을 드러내지 않고도 이미르를 처치했다.
비록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다른 이들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재현아!”
“민재현!”
차를 마시던 김유정과 서이나가 다급하게 달려나가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실컷 걱정한 그녀들이었다.
다행히 재현의 몸은 멀쩡했다.
내심 다치거나 상처 입은 곳이 있을지 걱정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모두 다행스러운 표정이었다.
돌아올 거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미르와의 결전.
아무리 그래도 깊은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설상가상으로 마중을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지 않았던가.
이유는 간단했다.
재현과 이미르.
긴눙가가프의 두 초월적 존재의 싸움에 엄청난 신격이 터져 나와 주변 마수들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마수들 역시 이러한 신격이나 마력을 먹게 되면 더 강해지고 포악해지기 때문.
이를 막으면서 버티는 것은 무리고, 재현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이둔이 일렀기에 우선은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니드호그는 재현의 연애담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그를 신경 쓰지 않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그 다운 일이었다.
재현이 여전히 니드호그를 보던 시선을 잠시 김유정과 서이나, 그리고 이둔과 안호연에게 차분히 던지며 이었다.
“다들 나 엄청 믿는다고 말하더니 너희 꽤 걱정했나 보네?”
“그걸 말이라고 해?”
“……나빴어.”
김유정과 서이나가 그렇게 말했으며, 안호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둔은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 팝콘이라도 있었다면 함께 뜯고 있지 않을까 의심될 정도였다.
“크하핫! 파편은 가지고 돌아왔나? 대적자여 나는 그대가 반드시 일을 처리해내리라 생각했……!”
“니드호그.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너랑은 이야기해야 할 게 있다. 잠시 시간을 내주지 않겠나?”
“……? 하핫! 뭔진 모르겠지만, 무려 대적자가 내게 독대를 요청하다니 이건 뭐 니드호그! 위대한 독룡의 가치를 알아본 게 틀림없다 할 수 있겠군.”
니드호그가 신이 나서 말했지만, 이둔이 나머지 세 사람에게 작게 속삭였다.
“조심해. 저건 전형적으로 누군가를 때리기 직전의 전조야. 조용히 뒤뜰로 불러내고 두들겨 패는 거지.”
“저희도 많이 당했습니다. 대련이라고는 했지만 그건…… 대련이라기에는 지옥이었어요.”
안호연이 동조하며 고개를 침을 꼴깍 삼켰다.
과거를 회상하자,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기억들.
그것은 도저히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너희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냐?
-안호연. 어깨가 빠졌잖아. 그따위로 싸우다가 검이라도 놓치면 어쩌려고 그래? 가볍게 목검으로 패줄 테니 몸에 새겨라.
-세상이 아무리 평화로워졌어도 마수가 들끓고 있잖아? 그런데 실력이 왜 그대로지? 열심히 훈련을 안 했다는 증거 아냐? 이러다 큰일 나겠는데? 다시 기강을 잡아야…….
‘아아아악…!’
안호연이 내적 비명을 질렀다. 물론 기뻐서는 아니었다.
‘……재현이는 너무 거칠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
다른 것도 다른 것이지만, 재현은 고통을 주는 방식 자체가 위험했다.
아프지 않게.
즉, 상처를 입지 않게끔 때리는 것도 모자라 행여 부상을 입어도 어떻게든 새크리파이스로 치료한 뒤 다시 대련을 이어나간다.
그것이 악마가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이미 나인의 멤버들은 그런 전투에 익숙했지만, 아마 니드호그는 아닐 것이다.
‘명복을 빌어드리겠습니다…… 니드호그.’
안호연이 호구가 된 독룡의 명복을 빌었다.
하나, 어쩔 수 있나?
지금은 니드호그를 제물로 바쳐 재현의 분노가 조금 잦아들길 바랄 뿐이다.
어차피 과거 신화에서는 제물을 바쳐 신의 분노를 잠재우곤 하지 않았나.
니드호그를 제물로 바치는 정도라면 이들 역시 딱히 아쉽지 않았다.
참고로 말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하나도 이곳에 없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
재현과 함께하면서 동료들의 뇌리에는 자연스레 이러한 생각이 스며들었다.
여러모로 타락한 것이었지만, 정작 나인의 멤버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몰랐다. 이미 스며들어 버렸기에…….
“그럼 니드호그 이쪽으로…….”
재현은 니드호그를 잠시 불러 농기구가 가득한 창고로 가서 뒤로 숨겼던 주먹을 세차게 들어올렸다.
쿵! 콰아아아앙…!
채 사일런스로도 다 숨겨지지 않는 폭음이 연달아 들려온다.
아마 시작된 것 같았다.
“……이건 사일런스로도 다 가려지지 않는걸?”
“……창고가 부서질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이둔의 말에 서이나가 걱정된다는 듯 물었지만, 청춘의 여신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답할 뿐이다.
“니드호그 할 일이 하나 추가되는 것뿐이지. 뭐. 안 그래도 창고가 낡았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대적자 덕분에 빤딱한 새 창고가 생기겠는걸?”
호록.이둔은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안호연이 침을 꼴깍 삼켰다.
‘역시 재현이한테도 그렇고, 다른 신들에게도 그렇고 개기면 안 돼… 진짜 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
바야흐로, 폭풍전야였다.
덧붙여 둔중한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던 녀석.
안호연의 눈치가 조금이나마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 * *
“크르릉……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그렇게 두드려 패는 게 어디 있는가…… 대적자. 그대에겐 자애로운 마음씨조차 없는 것이냐?”
“조금 더 창고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나?”
재현의 말에 니드호그가 합죽이가 되었다.
이둔이 후후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이미르의 파편을 처치했다면 드디어 손에 넣은 거야? 태초의 빙결 파편.”
“네. 물론입니다.”
재현은 말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인벤토리에 수납했던 결정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파이어처럼 푸른 빛을 내뿜는 결정. 역시나 무시무시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신격 역시 미세하게 섞여 있었는데, 그 외에도 새로운 힘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려 수르트의 불꽃마저 쉽게 잠재울 수 있다고 불리는 물건이니만큼, 당연하다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확실히… 태초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우리가 알던 그 물건이 맞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파편 중 하나지.”
이둔이 봄처럼 활짝 웃었다.
재현은 다행이라는 듯 대꾸했다.
“그럼 슬슬 시작해야겠네요. 프레이야에게 이걸 전해주고, 이제 바나헤임을 다시 세워야 할 테니.”
“좋아. 다들 가자. 우리도 새롭게 꾸며지는 바나헤임을 보고 싶거든.”
“가시죠.”
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동료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건을 위한 움직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 *
바나헤임으로 향하는 길은 딱히 복잡하지 않았다.
이제는 서로 층계 간섭, 또 세계 간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세계가 되었기에 이처럼 격을 지닌 존재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동이 가능해졌다.
여러모로 재현으로서는 편리한 일이었다.
참고로 바나헤임으로는 나인의 동료 전원이 함께하기로 했다.
때문에 지금 평소에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이재상이라든가, 다른 멤버들도 함께 재건을 돕기로 한 상황이다.
일손이야, 어쨌거나 많은 것이 훨씬 좋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중을 나온 프레이야에게 인사를 건넸다.
“재현. 나 때문에 미안하게 됐다. 그렇게 어려운 임무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이거 큰 은혜를 입었군.”
“아닙니다. 저도 오랜만에 즐거웠어요.”
프레이야는 꽤 마음에 짐을 가진 채였다.
그리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하진 않았기에 재현에게 부탁한 것인데, 아무래도 일이 다소 꼬이게 되었다.
무려 수르트와 만나 힘을 겨뤄야 했고, 이미르의 파편과 싸웠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재현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말한 것이지만.
‘간만에 몸을 제대로 푼 것 같았지. 나쁘지 않았어.’
최근에 몸이 뻐근하던 찰나였기에, 그는 딱히 귀찮은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보다는 되레 살아 있음을 느꼈다.
레이더는 전장에서 살아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이들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이게 파편입니다.”
“이게… 태초의 빙결 파편…….”
“이걸 사용하면 수르트의 불길을 꺼뜨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죠. 지체할 이유는 없으니까.”
재현은 파편에 신격을 가볍게 주입했다.
그러자, 우웅. 하는 작게 공전하는 내부의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이내 작은 구체 형상을 띠며 내부에서 공전하기 시작했다.
곧 그것은 주변에 가득 찬 뜨거운 불길에 작용하기 시작한다.
닿는 것과 동시에 잦아들기 시작하는 불꽃.
스스스스…….
제아무리 대단한 수르트의 불꽃이라 한들, 힘을 잃은 그였다.
태초의 거인인 이미르와 비견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어!”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발키리들이 환호했다.
재현의 동료들 역시 같은 반응이다.
“역시 재현이는 달라…….”
이재상의 말에 안호연이 동의했다.
“척 보기에도 말도 안 되는 마력과 격을 가진 물건인데… 저걸 저렇게 쉽게 구동시키다니…… 웬만하면 대련은 피하는 게 역시 좋겠네요.”
“그걸 말이라고 해?! 민재현이랑 싸우다가 진짜 죽을 뻔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
“……실력이 올라가는 거니까. 그게…… 나는 괜찮아.”
김유정의 말에 서이나가 그렇게 답하며 재현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루이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 저도! 훈련시켜 주세요! 저는 솔직히 아파도 괜찮은데…….”
재현은 한숨을 내쉬며 일단은 못 들은 척했다.
우선은 불꽃을 모두 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한동안 재현과 프레이야, 동료들과 발키리는 바나헤임의 불꽃을 끄기 위해 계속 돌아다녔다.
마침내 모든 불꽃이 소멸할 즈음, 재현이 후.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자, 이제 땅덩어리를 엉망으로 만든 거인 놈의 불꽃은 어떻게든 됐고…… 이제 나머지는 이 땅을 일구고, 건축과 농경에 적합한 토지로 바꾸는 정도인가.”
그때였다.
“어~이! 대적자! 내가 왔다네! 하하하하!!”
뒤편에서 익숙한 땅딸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현은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이들을 보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먼발치에서 무수한 드워프 무리가 바나헤임에 도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