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78
77화 제1회 작명 대회(2)
재현은 김유정과 서이나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고의로 테마 던전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쏙 빼고 전했다.
말했다가 또 어디서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답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이나에게도 그날 모의 던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했다.
이 부분은 재현으로서도 말이 조금 지나쳤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타인과 친하지 않은 서이나인데, 재현이 갑작스레 벽을 쳤으니. 아마 서이나로서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허나.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모두 말해 줄 수는 없는 문제였다.
자신이 회귀자이며 미래를 알고 있다. 내가 연관되면 네가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되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회귀자라는 정보는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
온전한 자신의 파벌인 김유정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뭐 어쨌든. 그렇게 해서 테마 던전에 휘말리게 된 거야. 연락이 안 된 것도 그거 때문이고.”
“……하여간. 넌 옛날부터 운이 지지리도 없구나? 무슨 놀이공원에서 그런 일이 다 벌어지냐? 혹시 뭐 신한테 죄지은 거 있으면 빨리 참회해라. 그러다 던전에서 끔살당할라.”
‘신에게 미움? 아닌데. 신한테 오히려 가호받고 있는데.’
재현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려던 것을 겨우 참아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최대한 피곤한 기색을 내비칠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눈치가 빠른 김유정에게 자신이 멀쩡하다는 걸 들켰다간, 앞으로 몇 날 며칠 괴롭힘을 당하게 될 테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안색이 파리해진 재현을 본 서이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아? 어디 많이 아픈 거야?”
“아, 아니. 괜찮아. 걱정하지 마.”
재현은 따뜻한 그녀의 말에 괜스레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옆에 팔짱을 끼고 있던 김유정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매스컴에서 완전 난리를 피울 텐데. 그거 어떻게 막을 생각이야?”
“뭘?”
“아니. 그렇잖아. 생도 주제에 테마 던전을 클리어했다느니, 뭐니. 딱 봐도 난리를 피워댈 거 아냐.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널 찾아다닐걸?”
“그것도 다 수를 써 뒀으니 신경 안 써도 돼.”
“뭐?”
“대타가 있거든. 날 대신해서 기자들 앞에 설 대타.”
재현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했다.
재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의도가 명백한, 아주 사악한 웃음이었다.
* * *
“아니, 그 오빠 때문에 이게 무슨 헛짓거리야?!”
서아현은 분개하며 자신의 부어버린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던전이 클리어된 직후. 그녀는 관계자들에게 치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이제야 막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테마 던전 내부는 어땠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얻은 아이템은 무엇인지.
기자들은 온갖 것들을 물어대며 귀찮게 굴었다.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을 함께 책임져야 할 재현이 그녀에게 일을 떠맡기고 사라졌다는 것.
그는 《종속》의 효과를 발동해 자신에게 기자들을 상대할 것을 지시한 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당연하게도 서아현으로서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진짜!”
갈 거면 말이라도 하고 가든지. 대뜸 종속을 이용해 속박하고 갈 줄이야.
아무리 평소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라 할지언정, 이건 정도가 심했다.
아래에 쫙 깔린 기자들만 봐도 그렇다.
지금도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면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로 가득하다.
엄마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기겁을 하는 중이고.
미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민재현. 민재현. 민재현!
종속도 풀어 준다고 말만 해 놓고 싹 무시한 채 사라진 인간!
“……하지만 요건 몰랐겠지.”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와중에도, 한 가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재현이 자신에게 사용한 스킬 《종속》의 허점을.
* * *
[제1회 포션 상점 작명 대회!!]우승 상금: 최고급 포션 교환권×3
내부가 잘 정돈된 신축 건물의 2층.
원탁 테이블에 죽 둘러 앉은 생도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운데 민재현과 이재상을 필두로. 양옆에 안호연, 김유정, 서이나가 앉아 있다.
이들은 모두 재현에게 연락을 받고 이곳에 도착해, 막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전해 들은 참이었다.
“……‘제1회’는 빼도 되지 않아? 어차피 뒤에 이름 바꿀 것도 아니잖아.”
먼저 딴죽을 건 쪽은 의외로 안호연이었다.
그는 방 안에 커다랗게 붙은 플랜카드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특별히 노르니르 시스템의 퀘스트 창처럼 독특하게 만들어 보았건만.
재현은 시큰둥한 표정의 일행을 향해 다시 힘주어 말했다.
“……하여, 이번 포션 상점 작명 대회 1위에겐 특별히 우리 상점의 대표이신 재상이 형이 만든 최고급 특제 포션을 세 개나 나눠준다.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재현의 말에 이곳에 둘러앉은 이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으나, 이재상의 포션이 부상으로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태도가 급변했다.
자세를 고쳐 앉고, 재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곳에 모인 이들.
즉 안호연과 김유정, 서이나 모두 이재상의 포션 효과를 톡톡히 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마신 것은 중급, 아니 중하급에 불과한 프로토 타입.
그것마저도 한 병에 몇 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고가인데, 최고급 포션 한 병이면 가격이 대체 어떻게 돼먹은 걸까? 거기다 효과는 또 얼마나 대단한 거지?
눈이 돌아가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인 셈이다.
그리고 재현은 이때를 노렸다.
“나도 재상이 형과 같은 창업주로서 한마디 하는데. 좋은 이름을 지어 준다면, 내가 가진 중급 포션 몇 개도 추가로 내줄 수 있어. 그러니까 전부 잘 생각해서 신중하게 의견을 내도록.”
“야. 근데 왜 네가 생색을 내는 거야? 창업주라는 말은 대체 뭔 소리고?”
“말 그대로지. 내가 여기 지분을 50퍼센트나 갖고 있거든.”
“네가 그 돈이 어디서 나서? 게다가 연화 길드의 지원이라니?”
김유정은 아예 불신하는 얼굴로 물어왔지만 재현은 가볍게 대답했다.
“원래 사업하는 사람들은 비밀이 많은 거니까 신경 꺼.”
재현은 뒤에 연화 길드는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짧게 덧붙였다.
“음…….”
김유정은 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재현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제 우상인 연화 길드의 수장. 유성은이 어째서 재현에게 이토록 많은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찜찜한데…….”
재현은 김유정의 말을 무시한 뒤, 원탁에 앉은 이들을 둘러보며 재차 이었다.
“이번에 우리가 모인 취지를 다시 한번 설명할 테니 잘 들어.
일단 여기 재상이 형을 대표로 연화 길드, 그리고 나까지. 총 셋이 주축이 되어 새로 포션 상점을 하나 차리게 됐다.
여기 적절한 상호명이 뭔지 서로 의견을 내는 거야. 알겠냐? 알았으면 미리 생각해 온 의견을 내놔.”
“음…….”
“참고로 불만 있는 놈은 앞으로 여기 이용 금지에, 재상이 형 포션도 지급 안 해 줄 테니 잘 알아 둬. 그쵸. 형?”
“재재재재, 재현이 말이라면 다다다, 당연히 들어 줘야지!”
이재상은 재현의 검은 속내도 모르고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양심에 좀 찔리긴 했으나,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차피 사업이라는 게 더러운 것을 묻히지 않고서야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하아…….”
“허…….”
“휴우…….”
곳곳에서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재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저들은 최고급 포션을 위해서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족속이다.
레이더에게 생명을 담보하는 아이템은 언제나 높은 값어치를 지니기 마련이니까.
‘그나저나 선생님이 그런 제안을 받아주실 줄은 정말 몰랐네.’
재현은 침묵이 이어지는 내부를 잠시 둘러보며 생각했다.
사건은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재상이라는 아이를 연화로 영입해 포션 사업을 시작하자?] [네. 맞아요. 그 형 포션 효과만큼은 확실해요. 샘플 보내 드린 건 보셨죠?] [확실히 효과는 압도적이더라. 다른 상점에서 구하는 거랑은 달라.] [절대 실패 안 해요. 뭐, 연화 이름 걸고 사업하는 건데. 망할 리 있어요?] [내 이름을 팔아먹겠다 이거야?]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죠. 선생님은 국민들의 영웅이시잖아요. 이 기회에 스승님 덕 좀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서요.] [에휴. 말이나 못 하면. 너 내 제자 아니었으면 국물도 없어.] [네! 감사합니다.]이렇게 된 것이었다.
재현은 유성은에게 이재상을 대표로 앞세워 포션 사업의 시작을 권유했다.
지금은 레이더가 태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
제대로 된 연금술사 자체가 워낙 드물어 포션의 질도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상이라는 천재를 등에 업고 사업을 시작한다?
망하는 게 도리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심지어. 이재상은 미래에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포션 사업의 50퍼센트를 혼자 다 먹어치우는 장본인. 여기서 잡아 두면 앞으로 떼돈을 벌 수 있다.’
이재상은 가만히 둬도 자신의 가치를 꾸준히 증명해 낼 인재다.
여기서 이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용하는 게 옳았다.
…뭐, 그렇다고 이재상에게 나쁜 조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으로부터의 완전한 경제적 독립.
질 좋은 연금술 장비의 지원과 개인의 이름을 딴 사업체까지.
그로서도 거절할 게 하등 없는 기회인 것이다.
덕분에 재현은 연화 길드로부터 지급 받았던 지분 2퍼센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다시 이재상의 포션 사업에 투자해 50퍼센트의 지분을 넘겨받았다.
연화 길드가 가져간 것은 약 49퍼센트.
이재상은 지분이 단 1퍼센트뿐인 바지사장이 되고 말았다.
덕분에 수익이 발생할 때마다 재현은 돈방석에 앉게 될 테고.
하지만 이재상은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재현의 제안에 동의했다.
자신을 믿어 준 상대인 재현의 말이기도 했고. 블랙 마켓에서는 물건이 잘 팔리지도 않는 데다, 떼어가는 30퍼센트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성은도 역시 흔쾌히 재현의 제안을 수락하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이야기가 진척돼 벌써 건물 임대까지 마쳤을 줄이야…….’
역시 유성은 다운 추진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재상의 샘플 포션을 받아 마셔본 직후. 이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연화 길드의 파이를 넓힐 기회. 그녀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사실 혼자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초반 홍보가 진입장벽이지.’
아마 재현이 홀로 포션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아마 적잖이 고생했을 것이다.
망하거나, 망하지 않아도 자리를 잡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지.
아무리 이재상을 등에 업었다고는 해도 적은 자본과 부족한 경험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발생시키기란 어렵다.
프로모션.
적절한 홍보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 없다.
때문에 그는 연화 길드의 손을 빌린 뒤, 지분만 집어삼키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는 성공이었다.
성공이었을 터인데…….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남았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이것이 바로 지금 이들이 모인 이유.
즉, 포션 상점의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음, 포션 상점의 이름이라…… 이거 생각보다 되게 어렵네.”
김유정이 중얼거리자 서이나 역시 곧바로 동의했다.
“……그러게. 포션 상점이라는 거 자체가 지금은 거의 없는 거니까.”
“폭삭 망해 버리는 거 아니야?”
김유정의 부정적인 말에도 이재상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안호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레이더에게 제일 중요한 게 생존인데. 포션 사업이 망할 리가 없어. 애초에 이재상 선배님 포션을 먹어 봤으니까 알 거 아냐. 이건 혁명이야.”
저렇게까지 칭찬을 해 줄 줄은 몰랐지만, 이재상의 포션이니 그럴만했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그건 그렇고, 이제 상호명을 좀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그럼 나부터 말할게. 나는…….”
안호연이 의견을 꺼내려던 바로 그때.
벌컥!
한 여자아이가 씩씩거리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일순,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이곳에 있는 전원, 하나같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딱 한 사람.
재현만을 제외하고.
재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앞의 화난 얼굴의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서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