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51
159화.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들은 벽에 난 구멍을 막고, 남은 식량을 쓸어모은 뒤, 창고를 폐쇄했다.
임시방편이었지만, 당장은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모든 사람이 2층 회의실에 모였다.
총 20명. 몇 명의 군인과 일반인들. 다행히 어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경훈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다.
“식량도 없고, 농장도 파괴되었습니다. 이젠 어쩔 겁니까!”
“설마,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가요?”
“미쳤어요?”
“젠장, 다 죽을 거예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쳤다.
“자자, 진정하세요. 이런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아요.”
바넷사가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사람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경훈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저 사람이 와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저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해요!”
한 여성이 경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경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포탈을 타고 온 것뿐이었다.
설마 포탈이 가동되면 괴물이 알아차리고 공격해오는 걸까?
경훈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그러지 말아요. 저분 잘못이 아닐 거예요. 그리고, 우리도 저분을 따라서 가야할지도 몰라요.”
바넷사의 말에 모든 사람이 경훈을 바라보았다.
경훈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한국에서 저 말고 살아남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경훈은 바넷사에게 하려던 대답을 지금에서야 할 수 있었다.
경훈의 말에 사람들은 낙심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해.”
“설마, 이대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거야?”
“아니면……”
사람들은 모두 도미닉을 쳐다보았다.
도미닉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그 물건은 언제 완성되는 거요? 솔직히 여기 남은 사람들은 반쯤은 당신과 그 물건 때문이잖습니까!”
중년인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미닉이 슬쩍 바넷사를 바라보았다.
바넷사가 어두운 얼굴로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도미닉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남은 식량으로는 며칠도 못 버틸 거잖아. 저 농사꾼 길버트도 죽었으니, 농장을 다시 꾸릴 수도 없고. 모두 죽는 거야?”
우울한 소리에 바넷가가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시간이 없습니다. 다행히 새로 오신 분이 전투 각성자이십니다. 그분과 몇 명이 주변 정찰을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젊은 여성이 경훈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냥 저분만 확인하고 오면 안 될까요?”
하지만, 바넷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같이 가야 합니다.”
“아……”
경훈을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훈 혼자 보냈다가 그가 사라져버리면 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가더라도 혼자 도망칠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럼, 나갔다 올 사람은 네 명 정도로….”
바넷사가 말을 하며 사람들을 쳐다보자, 모두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군인분들하고 한 분 지원해주세요.”
일행 중에 있던 세 군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들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남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서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도미닉이 손을 들었다.
“제가 각성자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그의 말에 바넷사가 고개를 저었다.
“도미닉은 안돼요.”
그녀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가죠. 어차피 총 들고 움직이는 거면 별 차이가 없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몇몇 남자가 나서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연인과 아내가 남자들을 말렸다.
회의실은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헤어지고, 회의실에는 몇 사람만 남게 되었다.
외부로 나가기로 한 사람들과 그들을 배웅하기로 한 도미닉이었다.
그들은 무기고로 가서 제대로 된 무장을 챙겼다. 소총과 유탄 발사기. 그리고 방탄복과 위장까지. 바넷사도 군인들처럼 제대로 무장을 갖췄다.
바넷사는 경훈에게도 무기를 권했지만, 경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무기를 챙긴 뒤 위쪽으로 향했고, 경훈은 도미닉과 함께 뒤를 따라갔다.
조용히 걷던 그가 도미닉에게 질문을 했다.
“좀 전에 회의실에서 말했던 물건이 뭡니까? 전에 말한 그 생존 연구로 만든 물건입니까?”
경훈의 말에 도미닉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만약의 사태를 위해 준비한 시설입니다. 좀 전에 말한 대로 아직 완성한 것이 아니라서 당장은 쓸 수가 없습니다.”
도미닉은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경훈은 더 묻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면 그만이었다. 밖에 나가게 되면 들을 시간이 많았다.
일행은 맨 위층 복도에 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단단한 시멘트로 막혀 있는 긴 복도가 쭉 이어져 있었다.
경훈이 뒤를 가리켰다.
“저 지붕으로 나가는 것 아니었습니까?”
경훈의 물음에 모두 피식 웃었다. 굳은 얼굴들이 겨우 풀렸다.
“천장을 통해 날아가는 것은 미사일 뿐입니다. 냉전이 끝난 뒤, 미사일 발사구는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격납고가 열리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이곳이 미사일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다니는 출입구입니다.”
제일 앞에서 걸어가던 바넷사가 커다란 쇠문을 가리켰다.
문은 정말 두꺼운 쇠로 이루어져 있었다. 문에는 굵은 원형 손잡이가 중앙에 달려있었다.
문은 혼자서는 열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우선 2시간이죠?”
도미닉의 말에 바넷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은 제가 이곳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늦더라도, 교대로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도착하면 문을 두드리세요.”
도미닉의 말에 일행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제가 열겠습니다.”
도미닉이 손잡이를 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긴장된 얼굴로 무기를 꽉 쥐었다. 1년 만에 보는 세상이었다.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알지 못했다.
문을 돌리는 순간, 경훈이 뒤를 돌아보았다.
“꺄아아악!”
비명이 들려왔다.
“설마 또?”
사람들이 놀라 다시 복도를 내달렸다.
“어떻게? 또 올 리가 없는데?”
달리면서도 바넷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인들은 달리면서 경훈을 힐끔 쳐다보았고, 도미닉은 정신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긴 통로를 벗어나 원형 복도에 들어선 그들이 본 것은 층마다 날뛰는 거대한 지렁이들이었다.
막아놓은 창고 문이 부서져 있었다. 바넷사의 말과 다르게 괴물들이 다시 밀고 들어온 것이다.
지렁이 괴물들은 복도 난간을 넘어 아래로 떨어졌고, 각 층에 걸린 괴물들은 층마다 돌아다니며 사냥을 벌였다.
타타타탕!
총소리가 울려퍼졌고,
“살려줘!”
“아악!”
우적우적.
비명과 살이 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훈이 눈썹을 찡그렸다. 좀 더 확인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그가 난간을 뛰어넘으려고 할 때였다.
“멈춰요! 늦었어요!”
바넷사가 경훈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도미닉을 바라보았다.
“앞장서요!”
그녀의 말에 도미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보호해 주세요! 사람들을 최대한 구해야 해요.”
경훈의 실력을 몰라서 한 부탁이었지만, 경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그녀의 말에 일행은 원형 통로를 달려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지하 실험실로 모여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바넷사는 달려가면서 크게 소리쳤다. 위험한 짓이었지만, 괴물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쿠에에엑.
괴물들이 일행을 향해 몸을 돌렸다.
방 안에 있던 괴물들도 다시 복도로 나왔고, 아래층의 괴물들도 계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훈이 앞으로 나섰다.
쿠에엑!
경훈은 배낭에서 대검을 꺼내 들었다. 한 번에 썰어내기에는 삼정검보다 대검이 편했다.
그는 복도 밖으로 기어 나온 괴물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콰직!
대검이 괴물의 몸을 갈랐다.
경훈이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감각이 이상했다.
뒤쪽에서 다른 괴물이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타타탕!
보기보다 등급이 높은 괴물들인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총을 쏘았지만, 방어막에 튕겨 나갈 뿐이었다.
빠르게 일행 뒤로 돌아온 경훈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조금 느리게.
검이 괴물의 몸에 닿았고, 반투명한 막이 괴물의 몸에 펼쳐졌다.
검은 반투명한 막을 뚫고 괴물의 몸에 박혔다.
‘다르지 않은데?’
방어막을 뚫는 감각이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파지지직.
하지만, 검이 괴물의 몸에 박힌 순간,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졌다.
괴물의 몸을 감쌌던 막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경훈이 눈을 크게 뜬 순간,
타타탕!
총알들이 괴물의 몸을 헤집었다.
“뭐해요! 서둘러요!”
총을 쏜 도미닉이 경훈을 향해 소리쳤다.
멍해 있던 경훈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다시 일행과 함께 괴물을 처리하며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한 층씩 내려가며, 일행은 사람들을 구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문양이 그려진 맨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경훈까지 10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나마 경훈의 활약으로 반이나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괴물들은 꾸역꾸역 계속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총으로 쏘고 경훈이 뒤에서 막고 있었지만, 난간을 넘어 떨어지는 놈들 때문에 다 막기는 무리였다.
일행은 맨 아래층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광장 한쪽에 있는 철문을 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경훈이 마지막으로 괴물을 쓰러뜨리고, 문을 닫았다. 다행히 괴물들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짧은 계단 뒤에는 조금 긴 통로가 있었고, 그 뒤에는 작지 않은 지하실이 있었다.
“설마, 여기가 생존 연구를 한다는 곳?”
경훈의 말에 도미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훈은 황당한 얼굴로 내부를 둘러보았다.
지하실 안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설마, 이 지하에 우주선이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내가 생각하는 그것 맞습니까?”
지하실에는 쇠로 만든 관처럼 보이는 것들이 기계와 연결된 채로 바닥에 놓여있었다.
얼굴이 있을 만한 장소에 유리로 안이 보이게 되어 있었고, 열려있는 관에는 사람이 누울 수 있게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열심히 기계를 가동하던 도미닉이 경훈의 물음에 대답했다.
“맞습니다. 마나석으로 가동되는 냉동 인간 보존 기계입니다.”
“설마, 미국은 이런 기술까지 개발했던 겁니까?”
경훈의 물음에 도미닉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들으셨다시피 미완성입니다. 작은 실험은 해보았지만, 완성된 이 기계로는 해동 실험은 아직 해보지 못한 상황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원하던 정보는 거의 얻은 것 같았다. 계속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경훈은 검을 잡고 복도로 걸어갔다.
괴물들이 문을 찾은 모양이었다. 괴물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이제는 제대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쿠에에엑.
통로 끝에서 괴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경훈이 한걸음에 달려가 괴물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궁.
뒤쪽에서 철문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훈이 고개를 돌렸다.
통로 끝에 있는 두꺼운 철문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1m 이상으로 두꺼운 철문이었다.
철문을 내린 것은 바넷사였다. 그녀가 철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고 있었다.
놀란 경훈이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조금 늦고 말았다.
쿵!
철문이 닫쳤다.
바넷사가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남은 자리가 부족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바닥에 놓인 관은 8개. 남은 사람은 10명. 바넷사는 자신과 경훈을 제외한 것이었다.
경훈은 황당한 표정으로 바넷사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이곳에서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이건 마치 시나리오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쿠에에엑.
괴물들이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문득 경훈은 의문이 들었다.
도미닉 혼자서 저 연구를 다 한 건가? 연구원이 우연히 각성자가 된 건가? 왜 모두 그를 믿는 거지?
의문의 끝에 경훈은 한가지 질문을 꺼내놓았다.
“도대체 도미닉의 특성은 뭡니까?”
“정신 연결이에요. 자신의 사념을 다른 사람과 연동하는 거죠. 그 덕분에 저 실험이 가능했어요. 그의 특성은 냉동된 상태에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정신을 유지시켜 줘요.”
지렁이 괴물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바넷사는 편안한 얼굴로 괴물들을 바라보았고, 경훈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바넷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특성은 잠든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꿈을 꾸게 만들어요.”
괴물들이 두 사람을 덮쳤다.
쿠아아악!
세상이 어두워졌다.
***
경훈은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만에 눈을 떴다.
높은 천장, 바닥에는 커다란 문양.
“정신이 듭니까?”
눈을 뜬 경훈 앞에는 흰 연구원 가운을 입은 남자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얼마 보았던 광경과 똑같았다.
경훈도 내밀었다. 굳게 움켜쥔 주먹을.
퍼억.
도미닉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