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19)
아란발론 왕국의 국보 (4)
쐐애애액! 파바바박!
정신을 차린 순간, 이미 볼트 세례가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를 찢을 듯한 소리와.
뼈사가 이끄는 방패군단에 강하게 박히는 소리까지.
놈들의 눈이 붉게 빛났고, 하나둘 접근하며 정밀사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남은 것은 대처뿐.
“모두 일단 제 뒤로 오세요!”
스릇!
나 역시 무기를 방패로 변형시키며, 뼈사 군단에 합류했다.
“뼈사 군단은 일렬횡대로! 내 양옆에 배치해!”
삐걱!
쿠구구궁!
알겠다는 듯, 바닥에 방패를 강하게 때려 박는 녀석들.
“그리고!”
나는 뒤를 향해 외쳤다.
“지금이라도, 튈 사람은 튀세요!”
“어어? 뭐라고?”
“튀어도 된다고?”
“훈?”
“그게 무슨 소립니까?”
팀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내 표정은 변함없었다.
“예, 전 괜찮으니까! 가고 싶은 사람은 가요!”
이 세계에서, 헌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든 뒤통수 맞을 걸 각오하는 게 낫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억울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난 애초에 어렵다고 하는 던전들을 누군가와 ‘함께’ 해결해 본 적이 없었다.
노인의 시험을 통과할 때도, 매개체 던전을 깰 때도, 테마1을 해결할 때도.
언제나 혼자였다.
그렇기에 솔직히.
혼자가 편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위험들이 이제는 좀 익숙한 느낌이거든.
“흠, 나중에 빠져서 혼란을 초래할 바에는 지금 배신하란 건가? 과연 팀장다운데?”
블라디미르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털었다.
“하지만, 난 도망치지 않겠어. 최대한 버틸 거다. 팀을 버리면서 비겁하게 랭커가 되고 싶진 않거든.”
그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우우웅!
허공에 생긴 원형의 진이 다가오는 볼트의 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내기 시작했다.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
과연, 똑똑했다.
“저도 안 가요. 훈과 떨어지는 건 테마1 때로 족해요.”
워터 실드로 뼈사를 보강하는 올레나.
“후후, 다들 다치면 바로 말해주세요! 치료해 드릴 테니!”
손에서 빛을 뿜는 묘이 하나.
놀랍게도.
그 누구도 움직이는 자가 없었다.
나, 심판창, 올레나, 카푸, 묘이 하나.
중년, 블라디미르.
이렇게 총 일곱의 헌터는, 나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길 원했다.
싸우길 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슈웅!
그 순간.
멀리서 눈먼 볼트 하나가 방패를 비껴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흔들었지만, 뺨에 살짝 스쳐 베였다.
주륵!
피가 흘렀다.
‘역시, 만만치 않아.’
볼트 하나하나의 힘이 상상을 초월했다.
조금만 정신을 놓았다가는 목이나 심장에 바로 구멍이 뚫릴 게 분명했다.
“괜찮으세요?!”
곧바로 묘이 하나의 손길이 닿았지만.
나는 괜찮다는 제스처로 손을 들었다.
이깟 상처는 상처도 아니다.
“우선! 제가 막고 있는 동안, 전부 문양 밖으로 나가세요!”
“문양 밖으로?”
“어차피 문양 밖에 있는 헌터는 공격하지 않잖아요?”
나는 날 지켜낼 뼈사 군단을 제외한 뼈다귀들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오오, 그러네! 혼자 버틸 동안 우리가 나가서 저놈들을 처리하면 되는 메커니즘인가?”
“근데, 혼자 버틸 수 있으시겠어요?”
팀원들이 물어왔다.
나는 외쳤다.
“지금도 혼자 버티는 거 안 보여요?!”
콰앙! 콰아앙!
일단 내 방패는 신살(神殺)급이다.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
다만, 볼트 하나하나의 충격이 커다란 바위가 부딪히는 것만 같아서.
내부 장기가 뒤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크윽!”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나 이래 봬도, 고통 내성 S급이라고.
이 정도야.
노인이 펼치는 극한의 마사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다들 달려요!”
“알겠다!”
심판창이 곧바로 뛰쳐나갔다.
그 양옆에 태양창과 뼈일이가 붙었고.
나머지 헌터들도 각자 자리를 잡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끼긱!
왕국 병사가 눈을 번뜩인 것은 그때였다.
스르릉! 스릉!
헌터들이 근접하자, 그들이 석궁을 내려놓고 허리춤의 칼을 뽑아 들기 시작했다.
그 목표는 심판창.
내지르는 창을 검면으로 막고, 곧바로 허리를 틀어 밀어낸다.
그와 동시에 그 힘을 반동 삼아 하복부를 노렸다.
상상 이상의 속도!
“흐읍?”
기겁한 심판창이 뒤로 물러섰다.
“조심해!”
뒤에서 블라디미르가 외쳤다.
“가까이 붙으면 문양과 상관없이 공격하는 것 같다!”
“제기랄, 쉽지 않겠는데.”
“그래도 여기에 석궁을 쏘진 않아! 차라리 밖에 있는 게 낫겠어!”
아무리 아란발론 왕국 병사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지만.
적어도 문양 안에서 볼트의 타격이 되는 것보단 낫다.
그게 팀원들의 판단이었다.
심판창이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협공하면 돼. 다들 자리 잡아라.”
“예!”
팀장과 거리가 있으니, 이곳 전투 통제는 부팀장의 역할.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심판창의 명을 따랐다.
“한 놈만 타겟팅 하는 거다.”
“라져!”
후웅!
가장 선두에 있던 병사 한 명이 심판창에게 달려들었다.
눈을 가늘게 뜬 심판창이 그 궤도를 정확히 읽었다.
창으로 칼을 흘린 후, 심장을 찔렀다.
까앙!
거칠게 울리는 쇳소리.
창이 진동했다.
손아귀를 찢을 것 같은 통증이 그의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계속 퍼부어라!”
그 옆으로.
번쩍!
태양창의 창격이 쏟아졌고.
엘드린의 화살과 올레나의 마법이 덮어졌다.
단단한 병사의 몸에 틈이 생겼다.
엘드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엘드린’이 스킬, 상급 연사(Lv.3)를 사용합니다.]파가가각!
정확히 틈새 사이로 꽂히는 화살의 연격.
끼이이익!
녀석의 몸에 과부하가 걸린 듯, 몸이 굼떠지기 시작했고.
푸욱!
심판창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 틈에 창을 꽂아 넣었다.
거칠게 발버둥 치던 녀석이.
이내 힘을 잃고 고꾸라졌다.
죽은 것이다.
“한 마리, 처리했다!”
“우오오오! 나이스!”
“이거 잡을 수 있는 거였구나?”
팀원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환호도 잠시뿐.
“어이들, 시끄러.”
블라디미르가 찬물을 끼얹었다.
“주변이나 보고 좋아하라고. 겨우 한 마리 잡아 놓고 좋아할 때냐? 환호 지를 여유가 있으면 저 녀석들이나 한 마리 더 잡아라!”
맞는 말이다.
한 마리 잡고 좋아하기엔, 병사들이 너무 많았다.
꿀꺽!
그렇기에 팀원들은 환호를 멈추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래도 분명 분위기의 흐름은 달라졌다.
답도 없는 녀석이 죽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용기는 윤활유가 되어,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었고.
더욱 유기적인 사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술사의 말이 맞다! 방심하지 말고 집중해라! 계속 한 마리씩 유인해서 잡는다! 다들 움직여!”
심판창, 장웨이도.
“여, 타겟팅 안 된 놈은 계속 뒤로 이동시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공간술사, 블라디미르 로디긴도.
“다들 멋있어요! 이거 팀워크가 좀 맞는데요?”
지팡이를 휘두르는 올레나도.
다들 빈틈없이 움직여 줬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한 마리, 한 마리 병사들을 처리해 갔다.
문제는.
“하악, 하악!”
쏟아지는 볼트를 감당하고 있는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냐는 것.
아무리 팀원들이 병사들을 처리하고 있다 해도.
녀석들의 주 타깃은 나다.
그뿐이랴?
지금도 저 멀리서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고 있다.
정확히는 팀원들이 처리하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숫자가 더 많다는 소리.
‘이대로 가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써야 하나?’
문득, 상점에서 구매했던 아이템이 떠올랐다.
[아이템 :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위기의 순간 사용하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위기의 순간. 고대 마법이 당신을 돕는다.]딱 두 장 보유하고 있는 주문서.
위기의 순간에 쓰라던데.
솔직히 지금이 위기의 순간 아냐?
‘아니.’
아껴 놓자.
아직 버틸 만하다.
무기 덕에 기력도 충분하고, 뼈사의 방패도 예상외로 튼튼하다.
슈슈슈슝!
볼트는 계속해서 날아와 박혔다.
푸푸푹!
이번에도 뼈사의 수하 중 하나가 화살받이가 되어 쓰러졌다.
온몸에 볼트가 꽂힌 채, 모래로 산화하는 뼈다귀.
녀석의 수하들이 다 죽을 때가 되면?
[스킬,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4’가 등장합니다.]삐걱!
뼈사를 재소환한다.
신기하게도 재소환하게 되면 녀석의 기력도 풀 충전!
수하 열 마리가 다시 등장한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킹] [기력 : 1,020/1,220]이번에 얻은 신살(神殺)급 무기의 효과.
말도 안 되는 기력 펌핑 덕에.
앞으로 뼈사는 100번도 넘게 더 불러낼 수 있다.
[아이템 :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1/7)] [등급 : 신살(神殺)급] [종류 : 무기] [설명 :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던 일곱 정수의 파편. 모든 속성의 정수를 모으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현재, 화(火)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효과1 :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합니다.] [효과2 :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효과3 :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합니다.] [효과4 : 기력 1,000 증가.]이게 아니었다면.
절대 버티지 못했겠지?
그렇게 열심히 볼트를 튕겨내고 있을 찰나였다.
“주인님.”
한창 사냥에 참여하고 있던 엘드린이 다가왔다.
“왜, 무슨 일이야!”
콰앙!
다가오는 볼트 하나를 받아내며 외쳤다.
엘드린이 갑자기 무슨 일이지?
“제가 감히 추측 하나 올려도 될까요?”
“추측?”
“으음, 이 던전 말이에요. 무언가 익숙해요.”
“익숙하다고?”
“확실한 건 아닌데. 낯설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엘드린이 중얼거렸다.
“물론, 부정적으로요.”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이곳에 용이 있는 것 같아요.”
“음?”
“용이요. 저희 세계를 제패했던 거대마룡(巨大魔龍)과 같은 종족 말이에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테마2를 하고 있는데 용이라니.
“그거 아세요? 용은 자기만의 공간에 희귀한 보물들을 모아놓는 걸 좋아한다는 거.”
“보물이라면……?”
반짝반짝!
지금도 사방에 반짝거리는 것들 천지다.
“게다가 과거 거대마룡이 드워프 의장이나 하이엘프를 자처했던 것처럼, 언제든 폴리모프라는 기술을 사용해 몸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종족이죠.”
“그럼, 사실 아란발론 왕국의 거대성이 용의 둥지(Dragon’s Lair)라도 된다는 거야?”
“예, 또 하나 있어요.”
“또?”
콰앙!
나는 다시 한번 들이박는 볼트를 견뎌냈다.
“저 왕국 병사들이요. 용아병(龍 牙兵) 같아요. 감각이 그래요. 저건 인류의 뼈가 아니라, 용의 이빨이에요. 저랑 드미르가 수십 년간 상대했어야 했던…… 그 용의 이빨. 지독하게 겪어봐서 알아요.”
“하, 진짜야?”
나는 황당했다.
어쩐지 말도 안 되게 강하더라니.
설마 용의 둥지였고.
그 둥지 속 보물을 지키는 용아병들이 저 병사들이었던 거냐?
“주인님, 굳이 인간이 산다는 왕궁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클 이유가 있을까요? 게다가 그냥 왕궁이라고만 했지, 그게 인간이나 유사 종족의 것이라고 설명한 문구는 없었잖아요.”
“어어, 진짜.”
나는 눈을 깜빡였다.
“맞네, 진짜 그러네.”
다른 걸 떠나서.
왕궁이 이따위로 크면, 제대로 된 왕궁의 역할을 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고대 왕국이라 해도 말이다.
“근데…… 그럼 어째야 하는 거지?”
던전의 주인이 용이든, 왕이든.
일단 저 빌어먹을 병사들을 걷어내야 하는데.
“저기!”
그때였다.
그동안 중얼거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카푸가 문양 밖에서 소리쳤다.
“훈! 보여줄 게 있다!”
카푸?
쟤는 또 뭔데?
목청이 얼마나 큰지.
사냥하던 다른 멤버들의 시선도 그에게 향했다.
“사실, 아까 제임스가 도망칠 때, 그에게 영상추적 장치를 달았다! 길잡이학 제5 법칙! 누군가 도망치면, 그를 이용해 정찰하라!”
그가 팔을 떨치며 외쳤다.
“나는 거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격적인 장면?
우우웅!
동시에 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