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5화
흥망성쇠 (2)
“크크크. 감히 존엄하신 황제 폐하께 등을 돌리고, 역모를 꿈꿔 놓고서 살아남을 수 있을 듯싶었더냐?”
“제, 제길!”
위고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황제파 병사들이 여유롭게 웃었다.
“끌끌, 다 죽었는데 혼자 미꾸라지처럼 살아남아서는, 어딜 그렇게 내빼려 하느냐? 여기서 도망간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게 말이야. 그냥 편히 뒈지거라. 네놈도, 네놈의 가족도. 어차피 곧 네 주변 역적들처럼 모가지가 따일 텐데. 그러게 왜 그런 정신머리 없는 놈한테 선동당해서는. 쯧.”
살벌하게 웃으면서 포위망을 좁혀오는 황제파 병사들.
그리고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려는 혁명군, 위고.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세요.] [1. 황제파] [2. 혁명군] [그 집단을 도와 전쟁을 마무리하세요.]그런 내 시야에는 상태창이 반복해서 번쩍였다.
빨리 고르라는 거겠지.
“후, 이거.”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뭔가 그때랑 비슷한데.
문득, 예전.
드미르와 엘드린의 세계였던 「숲과 바위」가 떠올랐다.
그때도 엘프랑 드워프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하나를 선택해야 했지.
그땐, 드워프를 선택했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그때는 고르지 않으면 ‘사망’한다는 페널티가 떴었는데.
지금은 뜨지 않는다는 점?
“그나저나 넌 뭐냐?”
황제파 병사 중 하나가 나를 바라본 건 그때였다.
“흐음. 처음 보는 복장에, 신기한 외형인데. 어디 소속이냐? 제국 소속이면 신분을 밝혀라!”
“어, 저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어찌해야 하지?
“음, 저는 그냥.”
그리고 그 순간.
섀도우 셰퍼드의 은신술과 함께 발을 내디뎠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스슷!
동시에, 양팔로 위고의 허리를 감아챘다.
“흐업? 무, 무슨?”
“시끄럽고, 힘 빼세요.”
황제파 병사들의 동공이 채 확장되기도 전에.
스스슷!
나는 주변에 가득한 그림자를 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내 선택은.’
유보.
역시, 내 뼈다귀의 소속을 확실히 알기 전까지.
나는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 * *
타다닷!
어느덧 내 옆에 소환된 태양이가 위고를 들쳐메고, 내 옆을 달리고 있었다.
“주군.”
녀석이 달리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또 어떤 세상입니까? 놀랍게도 이곳의 하늘은 태양이 두 개입니다.”
세상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것.
녀석이 나를 따르는 이유 중 하나다.
“나도 몰라.”
내가 중얼거렸다.
“나도 처음 보는 세상이거든.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봐야겠지.”
나는 황제파를 피해 도주했다.
그들을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많은 대화도 섞지 않았고.
갈등을 빚기도 전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확히는 나라는 사람 자체를 귀신이나 유령 따위로 보이게끔 노력했다.
일부러 몸에 그림자를 한가득 일렁이면서.
그리고 그 결과.
[당신의 선택이 애매합니다.] [확실한 의사표시를 부탁드립니다.]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세요.]아직 시스템은 내 선택 유보를 인정해 주고 있었다.
솔직히 될까? 싶긴 했는데, 먹힌 것 같아 다행이었다.
“후우, 훅!”
나는 심호흡하며, 계속 내달렸다.
“으아아아!”
옆에 위고가 많이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자, 잠깐 멈춰주시오! 뼈다귀가 뭐 이리 빠르오? 어지러워 토할 것 같구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스탠스를 똑바로 해야 했다.
나는 위고를 구한 게 아니라, 인질로 잡은 거다.
혁명군을 도운 게 아니라,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잠깐 이용하는 것뿐이다.
“시끄러워요.”
“으아아어어!”
“댁이 말한 혁명군의 총수가 이쪽에 있는 건 확실하겠죠?”
“그, 그렇지 않소! 나 같은 하급 병사가 사령관의 위치를 어찌 알겠소?”
“에이, 거짓말.”
나는 픽 웃었다.
분명 초반에 구해줘서 고맙다며, 이것저것 불 때는 언제고.
“희귀한 능력을 갖춘 타지 사람은 무조건 반길 거라면서요?”
위고는 내가 묻는 말에 모든 걸 대답해 줬다.
사령관이 이곳과 굉장히 멀리 떨어진 제국 수도 쪽에 있다는 것부터, 그 제국 수도의 위치까지.
그 이후.
내가 돌변하자, 그는 세 가지 표정이 뒤섞인 기괴한 얼굴을 했다.
황당하다는 얼굴.
믿을 수 없다는 얼굴.
그리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
‘이해해 줘요.’
만약, 댁이 말한 사령관이 내가 찾는 인물이라면, 진짜 힘이 되어줄 테니.
그때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혁명의 불꽃이 더욱 거세게 불타오를 겁니다.
당신을 괴롭혔던 황제파는 덜덜 떨며 숨죽여야 할 거고요.
그러니, 일단 좀 기다려 봐요.
“그나저나 멀긴 좀 머네요? 후.”
“당연하오! 제국의 크기가 얼마나 큰데, 직접 뛰어갈 미친 생각을……! 으아아아! 이보시오! 제, 제발 속도 좀! 난 평민이라 마차 한번 타본 적 없단 말이요우웨에엑!”
태양이는 능숙하게 위고의 토를 흩뿌렸다.
그렇게 우리는 능선을 따라 꽤 많이 달렸다.
[혁명군입니까? 황제파입니까?]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세요.] [빠른 선택 부탁드립니다.]‘아, 좀 시끄러 봐.’
그 와중에도.
시스템은 계속해서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지금까지 대략 20번은 넘게 떴으려나?
하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계속 무시했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번처럼 페널티를 걸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선택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진행 시간 – 12:00:10]벌써 하루의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테마5의 5단계는 이미 통과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흠.’
그나저나.
분명 5시간만 지나면 합격이었는데, 진행 시간이 계속 늘어나면 어찌 되는 거지?
아직까지 별다른 메시지 없는 거로 보아, 계속 늘어날 것 같긴 한데.
‘어쨌든.’
12시간이 지났다는 건.
나에겐 굉장히 크나큰 희소식이었다.
[스킬, ‘만술의 가르침’(S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노인을 부를 수 있는 쿨이 돌았다는 말이니까.
‘어르신, 오셨습니까?’
“오냐.”
노인이 흡족히 웃었다.
“확실히 소환 주기가 짧아지니까 좋긴 좋구나. 허허. 그나저나 또 새로운 곳이더냐?”
‘그렇습니다.’
“끌끌, 재미있겠군. 여기엔 또 어떤 절대자가 살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구나.”
흥얼거리며 내 옆에 붙어 날아오는 노인.
왠지.
어르신.
나를 가르쳐 ‘한’을 푸는 것보다.
세상 구경하는 게 더 재밌으신 느낌인데.
“음? 그나저나 저 능선 아래는 뭐냐?”
‘예?’
그리고 그 순간.
“와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저 멀리 아래에서.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긴가?”
나는 뜀박질을 멈추고, 서서 상황을 주시했다.
몇 걸음 더 걸었을까.
능선 아래 내리깔린 평야 위에는 드넓은 성벽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병사가 줄지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호화스러운 복장을 한 제국의 정예 병사들과.
각종 잡스러운 무기를 들고 있는 평민 혁명군들.
전투력은 분명 황제파가 더 우세했지만.
그 수만큼은 혁명군이 훨씬 더 우세했다.
그리고 그 혁명군들 사이에.
“끌끌, 네 녀석도 저놈을 보고 있었구나.”
아무리 멀리서 봐도 돋보이는 단 한 명의 혁명군 병사.
“그래, 군계일학(群鷄一鶴)이로다. 아무리 닭이 많아도, 그 사이에 오롯이 서 있는 한 마리 학에 눈길이 가는 법이지.”
쿠웅!
그는 오른손에 짊어진 방패를 땅에 내려놓고, 고함을 내지르며 혁명군에게 명령을 내리는 존재.
“…….”
나는 굳이 위고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알았다.
저기 저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는 사내가 이 혁명군의 총사령관이라는 걸.
‘게다가 방패면.’
설마.
너 뼈사냐?
“흐으응?”
노인의 호기심 어린 콧소리도 들려왔다.
* *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때로는 백견이 불여일문이다.
궁금한 나는 곧바로 혁명군 쪽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 사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정확히는.
뼈사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능선에 위고를 내려둔 나는 그림자를 타고 스며들어 갔다.
섀도우 셰퍼드의 ‘무음’(無音)은 확실히 위대해서.
혁명군의 경계 정도는 손쉽게 뚫을 수 있었다.
스슷!
그렇게 사령관에게 근접했을 때.
“저놈. 뼈사 맞다.”
노인이 말했다.
“더 볼 필요도 없겠구나. 골격도 똑같고, 무엇보다 잠재력이 대단해. 다른 뼈다귀들 못지않은 놈이다.”
‘확실한 거예요?’
“당연하지, 이놈아! 과거, 새빠지게 재목을 찾아다녔던 내 안목을 무시하는 게냐?”
‘그럴 리가요.’
“게다가 뼈다귀들은 내 확실히 알고 있느니라. 내 직접 보면서 훈련 시켰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느냐? 이제 네 뼈다귀들은 눈 감고 그리라 해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니라.”
‘그것도 그렇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예상은 했다.
누가 봐도 나 대단한 사람이요! 하는 자가 방패를 들고 있는데, 어찌 뼈사가 아닐까.
‘근데.’
왜 싸한 느낌이 드는 거지?
일단, 저 사령관이라는 사내.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나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을 법한 느낌?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말이냐.”
‘제 뼈다귀들은 항상 한 세계의 절대자이거나, 그에 근접한 자들이었어요. 태양이도 그렇고, 엘드린, 드미르도 그랬죠. 근데 저 사령관이라는 자는…….’
“그건 또 그렇구나. 잠재력은 우수하나, 확실히 아직은 덜 익은 애송이야. 네놈처럼 말이야.”
‘그거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래요.’
혁명군.
그리고 황제파.
‘전쟁의 전체적인 구도를 봤을 때, 강해 보이는 사람이 없어요. 물론 가끔가다 상대하기 좀 빡실 거 같은 거물들의 기운도 느껴지긴 하는데……. 뭐랄까.’
“네놈이 겪어왔던 매개체 던전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말이더냐?”
‘예, 맞아요.’
왜일까?
심지어, 지금 던전은 그때보다 더 높은 A급의 난이도잖아?
이래도 되는 건가?
‘게다가.’
나는 어느덧 눈앞에 존재하는 우람한 체격의 사내를 바라봤다.
‘눈빛이 순박해요. 분명 대단한 사람이고, 혁명을 주도할 정도의 인물이긴 하지만…….’
“아직 내 말을 못 믿겠단 말이냐?”
‘아뇨, 그건 아닌데.’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세요.] [1. 황제파] [2. 혁명군] [그 집단을 도와 전쟁을 마무리하세요.]그래, 네놈.
이 시스템 메시지가 제일 싸했다.
본래 같았으면, ‘사망’이니 뭐니 하면서 무조건 선택을 종용했을 텐데.
지금은 보채기만 할 뿐.
그런 페널티를 주진 않는다.
나는 그 저의가 궁금했다.
‘그거 봐요.’
나는 창 자루를 꾹 쥐었다.
‘협박만 하지, 실제로 주진 않잖아요.’
“흐음.”
‘원래 같았으면 바로 혁명군을 택했을 거예요. 누가 봐도 뼈사고, 애초에 아이템 자체가 ‘평화를 외치는 장교’에다가 던전 이름까지 ‘흥망성쇠’이니.’
“그 모든 게 속임수라는 게냐? 일부러 혁명군을 고르게 하려는?”
노인이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그게 무슨 똥개 같은 소리냐 했겠지만…… 요즘 네놈 타율이 꽤나 좋다 보니.”
‘그래서 확인하려 합니다.’
“확인?”
‘예, 확인이요.’
어르신도.
태양이도.
드미르, 엘드린도.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망자(亡者)였다는 것.
그리고 사실, 나에게는 망자 전문 스킬이 있었다.
그게 뭐냐고?
저벅.
내가 은신술을 통해, 혁명군 사령관에게 붙는 순간.
[‘기억 재현’(S급)을 발동합니다.]‘역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 스킬이 저 사령관을 망자로 인식하는 거겠지.
정확히는 뼈사로.
“클클, 잘 짚었구나. 그래. 확인할 건 하고 넘어가야지.”
노인이 흡족하게 웃었다.
이윽고.
[‘저주받은’ 망자, ‘디펜스 마스터, 카덴’의 기억을 재현합니다.] [잠시 후 이동합니다.]디펜스 마스터?
카덴?
생각보다 더 멋들어진 호칭에 동공이 확장될 찰나.
엄청난 밝기의 빛이 온몸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