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4화
흥망성쇠 (1)
[‘고대 마법’(SSS급)이 상태창의 정보를 ‘시전자’에게 전달합니다.]‘후아!’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진행 시간 – 00:05:01]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무(無)의 공간에, 쭈욱 떠 있는 저 상태창들이 왜 이리 위안이 될까?
나와 간신히 정신을 연결했다던 ‘고대 마법’은.
나타나는 즉시, 지금껏 떴던 모든 상태창들을 내 정신 속에 가시화(可視化)했다.
‘그나저나.’
벌써 5분이나 지났다고?
아닌가?
아직 5분밖에 안 지났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체감상 답답했던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던 건 맞지만.
5분 동안 탈락하지 않았다는 것도 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띠링!] [‘고대 마법’(SSS급)이 ‘시전자’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눈을 번쩍 뜹니다.] [위대하신 존재가 그새 하나에서 셋으로 늘었다는 것에 경악합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서둘러 경배합니다.]‘아아.’
화(火)의 정수 말고.
수(水)랑 목(木)도 보신 모양이군요.
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그냥 열심히 던전을 깼을 뿐인데,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이더라고요?
[…….]고대 마법의 부복에도.
정수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화(火)의 정수는 예전에 좀 반응했었던 것 같은데.
‘하긴.’
그때도 그냥 아가리 닥치고, 할 일 하라 했었지?
정수들이 ‘고대 마법’이라는 존재에게 그다지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경배하던 ‘고대 마법’(SSS급)이 조심스레 일어섭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고대 서약’에 따라 현재의 위기를 파악합니다.]떠오르는 메시지에 적힌 문체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원래는 대충했을 것도.
무언가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빽이 좋긴 좋구나.’
학연(學緣)도 지연(地緣)도 혈연(血緣)도 흡연(吸煙)도 아닌.
이게 바로 정수의 연! 정연(精緣)이다!
‘무언가?’
[‘고대 마법’(SSS급)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전자’가 들고 있는 아이템, ‘평화를 외치는 장교’(S급)의 정보를 띄웁니다.]아?
그거?
[아이템 : 평화를 외치는 장교] [등급 : S] [종류 : 매개체] [설명 : 숨겨진 유적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뿌리입니다.] [효과1 : 던전, ‘흥망성쇠’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효과2 : 헌터, ‘주동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효과3 : 해당 아이템은 헌터 등급 A 이상부터 활성화 가능합니다.]그래, 이거.
뿔피리 모형의 매개체 아이템이었지.
엘드린과 드미르의 ‘한’을 풀어주고 나서, 발전한 직업 연관성이 있는 아이템.
근데 이게 왜?
[‘고대 마법’(SSS급)이 던전의 구성을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합니다.] [시간 없으니, 바로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해당하는 마법을 찾습니다.]엥?
그게 무슨 말이야.
던전의 구성을 조작한다고?
‘설마.’
이 녀석.
이 던전 안에서, 저 매개체 던전에 입장시킬 생각인 건가?
[‘고대 마법’(SSS급)이 ‘빙고!’를 외치며 웃습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스페이스 링크’(SSS급)를 사용합니다.]으어어?
진짜로?
스페이스 링크는 또 뭔데?
[‘고대 마법’(SSS급)이 무운을 빈다고 합니다.]그 순간.
두쿵!
시커멓던 세상이 하얀빛으로 뒤집혔다.
* * *
“푸하!”
먼저 숨을 내뱉었다.
“오오오?”
냄새가 났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맨 공기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걸까?
“후아! 후아!”
미각도 돌아왔다.
혀에 맴도는 쌉싸름한 맛이 온전히 느껴졌고, 무엇보다.
‘보인다.’
바닥에 있는 흙,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옆에 구석구석 나 있는 수풀들이 하나하나 빛에 반사되어 보일 뿐만 아니라, 촉감도 느껴졌다.
흙은 보들보들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온도는 서늘했고, 바닥은 딱딱했다.
아아.
인간의 오감이란 이런 거구나.
마땅히 가지고 있었을 땐 몰랐는데, 잃어보니까 그 소중함을 알 것 같았다.
고작 5분이란 시간뿐이었음에도.
그 여파는 대단했다.
“후.”
나는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되찾은 감각은 이 정도 느꼈으면 됐고, 이제 상황을 파악할 차례였다.
[진행 시간 – 00:07:40]우선.
시야 한쪽에 떠 있는 진행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 말인즉슨.’
그냥 여기 있으면 자연스럽게 테마5의 5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소리!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고대 마법’(SSS급), 이 녀석.
대단하잖아?
그냥 스킬 하나로 최고난도 던전을 이렇게 날로 먹을 수 있게 해준다고?
그냥 여기서 태평하게 던전을 깨고 있기만 하면, 테마5의 5단계 시간 보상을 꽁으로 받을 수 있는 거다.
‘이건 너무 사기인데.’
근데 뭐 어쩌겠는가.
SSS급이 그만큼 대단한 건가 보지 뭐.
나는 그저 주어진 것을 적절히 활용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나는 갑자기 매개체 던전에 들어 온 상태다.
그리고 지금껏 매개체 던전은 전부 내 스켈레톤들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누구냐.’
뼈일이?
뼈사?
뼈오?
뼈칠이?
뼈팔?
후보는 총 다섯이다.
뼈이는 태양이가 되었고.
뼈삼이는 엘드린.
뼈육이는 드미르가 되었으니까.
‘뭐, 그게 누구든.’
일단은 깨야겠지.
이 진행 시간이 5시간을 가리키기 전에 깨야 할지, 아니면 그냥 딱 맞춰서 깨야 하는 건지.
그건 아무것도 모른다.
일단, 확실한 건.
매개체 던전이니만큼, 그 난이도가 엄청날 거란 사실.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일단 숲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게, 8부 능선쯤 되는 산속인 것 같은데…….
스릉!
우선 무기를 검으로 바꾸었다.
싸울 땐 창이 편하긴 한데, 기동해야 할 때는 검이 훨씬 편하다.
‘가볼까?’
나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땐, 직접 움직이며 찾는 게 빠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끙끙거리는 신음과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으, 크흐윽! 빌어먹을 놈들.”
저기로군.
내가 눈을 빛냈다.
새로운 던전에 처음 만나는 새로운 생명체라.
딱 봐도 단서의 느낌이 나지 않는가!
스슷!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몸에서는 절로 그림자가 일렁였다.
‘무음(無音)’(S급)의 자연스러운 발현.
“끄흑, 과연 천년 제국이란 말인가. 하아, 결국은 황제파가 이기고, 우리는 다 죽고 말겠지……. 아이도, 여자도 남김없이 모두 다. 삼대(三代)가 멸할 거야. 차라리 그게 나으려나? 이딴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사는 것보다는?”
배에 화살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병사의 한탄.
나는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억? 누, 누구시오? 수상한 복장 이온데, 설마 황제파의 사람?”
“으음.”
일단 이국적으로 생긴 사람이긴 한데.
서로 소통은 된다.
하긴, 드워프나 엘프랑도 소통이 되는 마당에, 이 정도야.
“일단, 치료부터 좀 하시죠.”
나는 검을 휘둘러, 뼈칠이를 불러냈다.
콰드드득!
땅으로부터 솟아난 백골이 형상을 갖추었다.
“허, 허억! 뼈, 뼈다귀를 불러냈어? 사람이 어찌?! 당신은 누구요! 누군데 이런 신비한 술법을!”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입니까?”
우우웅!
[‘뼈다귀7’이 스킬, 중급 힐링(Lv.4)을 사용합니다.]뼈칠이에게서 나온 시커먼 기운이 병사의 배에 스며들었다.
신묘한 기운이 박힌 화살을 밀어내고, 새살을 돋게 했다.
또한 통증도 가라앉혔다.
“으, 으으? 도, 도대체 이게 어찌 된……?”
병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래도 이 세상은 뼈다귀가 힐링해 주는 게 어색한 세상인가 보다.
사실, 그건 우리 세상도 그렇긴 하다.
“자, 다시 물을게요. 전 그냥 지나가는 타국의 사람이긴 한데. 여긴 어디고, 당신은 누구죠?”
“정말 타국의 사람이오……?”
“예.”
정확히는 타계(他界)의 사람이지만.
“지나가다 다치신 걸 발견해서 회복까지 해드렸는데, 설마 모른 체하시진 않겠죠?”
“아, 나는 위고라고 하는 평민 병사요.”
“평민?”
아까 황제파 어쩌고 하는 거 보니.
계급사회가 있는 곳인가?
“그렇소, 평민이오. 그럼 제가 설마 왕족이나 귀족, 아니면 성직자라도 되는 줄 알았소?”
위고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러고는 날 바라봤다.
“당신.”
“네?”
“분명 타국 사람이라 했소?”
“그런데요.”
“흠. 제국 아래 타국이란 게 있다는 게 신기하지만, 당신의 술법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오. 세상은 넓으니까.”
“…….”
“후우, 치료도 해주셨으니, 대충 설명해 드리겠소.”
큼큼.
위고가 목을 다듬었다.
“나는 천 년 역사를 유지해온 한 제국의 평민이었소.”
아까는 평민이라더니.
이제는 평민이‘었’다고?
나는 시선을 그의 입에 두고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혁명군이 되었지. 후우,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오.”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제국은 썩고 썩었소. 평민들이 경기 불황으로, 또는 흉작으로 굶주리고 죽어가는 와중에, 황제라는 작자는 황실에 틀어박혀 있고, 귀족이나 성직자들은 아직도 배에 기름을 가득 채워 넣고 있으니. 그게 세상이겠소? 아니,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오.”
그의 다부진 손이 부들거렸다.
“많은 평민이 탄원했지. 목숨을 버려가며 사정했고. 하지만, 귓등으로 듣지도 않더구려. 그들은 그저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릴 처단했다오.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 둬도 죽을 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거요.”
분노로 떨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죽으려 했소. 하나 있는 딸아이랑 같이 말이오. 근데, 어느 순간 나타난 누군가가 병사를 모으더군? 그래, 어차피 죽으려 했던 거. 쓰레기 같은 놈들 하나라도 더 데려가자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그래서 혁명군이 되신 거로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배경을 이해했다.
우리 세계로 치면…….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과 비슷한 시대 상황인 것 같은데.
‘그래서.’
던전 이름이 흥망성쇠인 걸까?
하늘 아래 영원한 제국은 없다.
아무리 굳건해 보여도 언젠가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과연.’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번 던전의 메인 줄기가 이 전쟁에 있을 거란 걸.
두 대립 집단은 황제파와 혁명군일 테고.
귀족이나 성직자 얘기도 하는 걸 보면, 황제파 연합이 좀 더 강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할까?
‘당연히.’
두 집단의 이념 따위는 나와 하등 상관없다.
어차피 내 세상도 아닐뿐더러, 그냥 던전 속 세상일 뿐이니까.
내가 줄을 설 곳은.
오직 내 뼈다귀가 있을 거로 추정되는 곳뿐.
즉, 상황을 아직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위고라는 혁명군에게 대강 설명을 듣고 있을 찰나였다.
“크크, 쥐새끼 같은 놈.”
차릉!
능선 위에서 어떤 무리가 등장했다.
누군가는 검을 뽑아 들었고, 또 누군가는 화살을 메겼다.
“화살 맞고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숨어 있었구나?”
“저, 저건 황제파 병사요!”
위고가 외쳤다.
그 순간.
[띠링!] [스테이지 : 흥망성쇠] [천년 제국을 위협하는 전쟁의 물결은 과연 ‘혁명’으로 끝날 것인가, ‘반란’으로 끝날 것인가.]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세요.] [1. 황제파] [2. 혁명군] [그 집단을 도와 전쟁을 마무리하세요.]시스템이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