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8화
흥망성쇠 (5)
“카덴 님! 카덴 님! 큰일입니다!”
혁명군 진영, 총사령관 캠프.
“새로 창궐한 백골 병사들의 무력이 너무도 막대합니다. 이걸 어찌해야 합니까?”
평민들을 이끌던 간부들이 앞다투어 찾아왔다.
“뼈다귀가 뼈다귀가 아닙니다. 무슨 강철보다 단단해서는……! 칼이 먹혀들지 않고 화살이 튕겨 나옵니다!”
“그것도 그런데, 무술도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야 그렇다 쳐도, 전문적으로 훈련받아온 황제파 애들도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고 있어요!”
“으음.”
카덴이 미간을 찌푸렸다.
간부들이 정보를 전달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 없었다.
카덴 역시 고지에서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저게 뭘까.’
카덴이 눈에 기운을 집중하여, 전장을 바라봤다.
수천 백골(白骨) 부대의 위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병사와 병사와의 격돌에서.
그 무력 차가 엄청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퍼억! 스걱!
무려 수천에 이르는 병사가 질주에 거침이 없었다.
막으려 드는 아군의 검을 튕기거나 흘리며, 계속 달린다.
두려운 건.
달리는 와중에서도 그 공격이 너무도 정밀하다는 것.
아무리 실력 차가 많이 난다지만, 대규모 전쟁에서 저런 광경이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으아아악!”
평민 병사 하나가 발목을 부여잡고 뒹굴었다.
“아파! 아프다고! 그만!”
전의를 상실한 병사는 무기를 버린 채, 머리를 양손으로 둘러싸고 엎드렸다.
웃긴 게, 그런 병사들은 또 그냥 지나친다.
‘이건.’
카덴이 눈을 빛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왜, 죽이질 않지?’
백골(白骨)들은 특이했다.
엄청난 무력이 있음에도, 아군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았다.
그저 덤비는 자들만 무력화시킬 뿐.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래서 혼란이 더 가중되었다.
모름지기 전쟁이란, 목적이 있어야 할 터인데…….
“카덴 님!”
그때였다.
캠프 밖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십인장(十人將)이었다.
“저는 3사단 소속, 십인장 위고라 합니다! 저는 저 뼈다귀들의 주인을 알고 있습니다!”
“뭐라?”
카덴이 눈을 번뜩였다.
그는 즉시 위고를 캠프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자초지종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
“그러니까. 타지(他地)의 술법사가 벌이는 짓이라는 건가?”
“예, 분명합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달려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은밀함을 갖추고 있었으며, 뼈다귀로 이루어진 그의 수하들 또한 그랬습니다. 게다가 그는 분명 카덴 사령관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나를 찾고 있었다라…….”
카덴이 엄지와 검지로 턱을 쓸었다.
그러고는 시선을 다시 전장으로 돌렸다.
그러자, 못 보고 지나쳤던 것이 다시 보인다.
저 멀리 황제파 진영.
푸확!
한 뼈다귀의 검이 말 타고 있는 한 장수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시력이 좋은 카덴의 눈에는 그 광경이 생생하게 보였다.
‘죽이기도 한다고?’
두근!
문득, 카덴은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분명,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살면서 감히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말이 안 되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도대체 왜.
이 광경이 꼭 자신이 한평생 원했던 상황처럼 느껴지는 걸까?
“막아야 한다.”
카덴이 중얼거렸다.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어 방패를 꾸욱 잡았다.
“이건 하늘이 내린 심판이자, 기회다. 심판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전력을 보존해야 해.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군 쪽을 향하는 백골(白骨) 병사들에겐 살기(殺氣)가 없다.
진형만 잘 짜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소리.
‘특히.’
카덴은 자신의 방패를 쳐다봤다.
한평생 막는 거라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였기에.
카덴은 자신 있게 소리쳤다.
“모든 병력을 내 뒤로 집결시켜라! 공세를 수세로 전환한다!”
쿠웅!
그가 방패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카덴은 평원에 내려가, 철옹성을 구축할 생각이었다.
* * *
그 시각.
우우웅!
다나가 유려한 손놀림으로 병사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교단 최고의 힐러, 성녀(聖女).
전장 뒤에서 전달해 오는 부상자만 치료해도 될 법도 한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최전방으로 직접 달려가, 즉석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으아아, 서, 성녀님!”
“가, 감사합니다! 성녀님!”
“성녀님……. 신께서 제국을 버린 겁니까? 이건 미쳤습니다. 재앙 그 자체입니다.”
“맞습니다! 죽지 않는 괴물을 상대하라니요! 성녀님께서도 얼른 피신하십시오! 여긴 우리가 어떻게든 버티겠습니다!”
“…….”
다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공포는 전염병처럼 퍼져, 모든 제국 병사들이 떨고 있었다.
그 감정이 그녀에게 온전하게 전달됐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분명 자신도 최전방에 있을진대.
백골(白骨) 병사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마치 꼭 죽여야 하는 다른 자가 있는 것처럼.
요컨대.
“이, 이 개새끼들이 뭐 하는 거냐!”
말 위에 타 있는 제국의 장수가 외쳤다.
“성녀님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내 주변으로도 와라! 벽을 쌓고 나도 지키란 말이……!”
푸욱!
외치는 그의 입안으로 화살 하나가 꽂혔다.
뼈로 이루어진 화살이었다.
“커, 커헉?”
경악으로 물든 눈빛과 함께, 낙마(落馬)하는 장수.
‘아아.’
다나가 탄식했다.
저건 이미 목숨이 끊어져서, 자신이 달려간다 해도 살릴 수 없다.
백골(白骨) 부대는 마치 쓰나미와 같았다.
범람하는 해일처럼 제국의 병력을 휩쓸었다.
재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많지 않았다.
그저.
‘살려야 해.’
쉴 새 없이 움직일 뿐.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 난장판 속에서.
그녀는 피아를 가리지 않았다.
손에서 빛을 뿜어내며, 죽어가는 자들의 생을 붙들어 놓았다.
“커, 커헉! 성녀님……!”
아무리 백골(白骨) 병사들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고 지나친다 해도.
환자는 발생한다.
수천의 병력이 부딪히는 현장에서, 위협적인 충돌이 있을 수도 있으며.
공포로 인해 목에 사레가 들리기도 한다.
또한, 전장 공황으로 미쳐 버린 자들의 칼은 적군의 칼보다 더욱 무섭기도 하다.
“좀만, 좀만 참으세요!”
그녀는 안타까웠다.
자신의 손이 두 개가 아니라 열 개였다면.
아니, 차라리 자신의 몸이 여러 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눈앞의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뒤에 죽어가는 환자가 보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다급히 움직여도, 한계라는 것은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러던 순간.
“어……?”
다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오른손으로 치유하면서, 왼손으로 눈을 비빌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상황.
“힐링……?”
어느 한 백골 병사가.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빛을 뿜어내며, 환자를 치유하고 있었다.
삐걱!
그것도 자신 뒤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너는……?”
다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아.’
어쩌면.
이 백골(白骨)들이 악마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오히려.
신이 내려주신 심판일 수도 있겠구나.
사실, 그녀도 사람인지라.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왜 귀족들만 배부르고 평민들은 죽어 나가야 할까?
왜 알면서도 죄 없는 자들이 죽어 나가는 걸 묵시하는 걸까?
정말 이런 게 신께서 원하는 세상일까?
삐그덕!
환자를 치유하는 뼈다귀가 다나를 응시한 것은 그때였다.
그녀는 그런 뼈다귀를 마주 바라봤다.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백골.
그 분위기가 너무도 아련하고 마음이 아파서.
또륵!
성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래.’
동시에 속으로 결심했다.
악마가 환자를 치유할 리 없다.
‘이는 신의 뜻이며, 나는 그저 나의 의무에 충실하면 되는 거야.’
그녀의 손에 뿜어져 나오는 빛이 더욱 환해졌다.
성녀는 계속 움직였다.
지금까지처럼.
* * *
“후우.”
나는 호흡을 내뱉었다.
양측 진영을 타격한 지 벌써 3시간.
노인은 12시간이 지나 잠깐 들어간 상태였다.
스슷!
그림자를 밟으며 질주한 곳은, 바로 황성 앞.
나는 뼈다귀들의 전력 대다수를 황제파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슈슈슈슝!
성벽 위에서 날카로운 화살 비가 쏟아졌다.
쿠구궁!
하지만, 어느덧 진형을 펼친 방패병들이 그 화살을 다 받아냈다.
‘사실.’
막을 필요도 없었다.
저런 화살로는 용의 뼈를 뚫어낼 수 없을 테니까.
“주군, 시작하겠습니다.”
후웅!
태양이가 자신의 창을 한 바퀴 휘감았다.
그 순간 일대를 장악한 기운이 전장을 짓눌렀다.
“거대한 무력 앞에 공성은 의미 없습니다.”
쑤웅!
그의 창이 번쩍이는 빛과 함께 성벽을 향해 내질러졌다.
마치 섬광탄이 연달아 터지듯, 콰가가강! 지축을 뒤흔들었다.
태양연격(太陽連擊).
드미르가 만든 ‘태양창을 생각하며 만든 창’(S급)이 성벽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한 번 울릴 때마다.
성벽에 커다란 구멍이 송송 뚫렸다.
그 구멍 틈으로 내 스켈레톤들이 질주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황제파 병사들의 전의가 꺾였다.
화살, 바위, 불, 기름 등등.
성벽 위에 준비된 것은 많았지만, 쓸 의욕조차 사라진 것이다.
“나이스, 태양이.”
우리는 그렇게 계속 질주해 들어갔다.
황성 앞마당도.
궁 내부도.
스켈레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안에 틀어박힌 배부른 귀족들이 무얼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용기 있던 자들이었다면, 전선에 나왔을 거다.
병사들만 내세우고 꽁무니를 숨기고 있진 않았겠지.
푸욱! 푸화아악!
“끄아악!”
“끄아아악! 살려줘!”
뼈다귀들의 무자비한 학살이 시작되었다.
‘너희들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뼈사의 한을 풀어주려면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 너희가 존재하면.
또다시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피를 흘려야 하거든.
씁쓸한 감정이 들었지만,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걸었다.
이곳 황궁의 끝판왕.
천년 제국의 황제를 향해서.
‘확실히.’
나는 문득 체감했다.
‘나 존나 세졌구나.’
아무리 지금껏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던전만 깨왔다 해도, 나 혼자 제국을 전체를 상대하다니…….
심지어 이번에는 정수나 독무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순수한 나의 힘이었다.
아무리 매개체 던전이 A등급이라 보정이 있었다 해도.
또한, 던전의 설계 목적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강해졌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만하면 안 돼.’
세상은 넓다.
당장 지구만 봐도 그 힘을 측정할 수 없는 랭커가 즐비하며.
새로운 세상은 별처럼 무수히 많다.
정수도 그렇고, 용족도 그러하지 않은가.
“후.”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붉은 양단이 깔려 있는 알현실에 도착했다.
‘이 알현실.’
익숙한 장소였다.
“으아아아!”
카덴과 다나의 기억에서 봤었던 그 알현실의 끝에는 살찐 황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 나의 천년 제국이! 이건 말도 안 돼! 도대체 너흰 누구냐! 누구길래 우리에게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 원하는 게 뭐냐! 황금? 권력? 원하는 걸 먼저 말해야지 다짜고짜 쳐들어오는 게 어디 있느냐!”
나는 억울함을 토해내는 황제를 바라보며.
끄덕.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전장을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
스윽!
왼쪽의 태양이가 나섰다.
“황제여.”
태양이의 창이 황제의 심장을 향해 뱀처럼 쏘아졌다.
푸욱!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제가, 그런 창을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네 유일한 죄가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의 주군을 만난 것이다.”
“크, 크허헉!”
황제는 그런 태양이를 마치 악마를 바라보듯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투욱!
창대를 잡고 힘을 주던 그의 팔이, 힘을 잃고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히든 조건 클리어!] [디펜스 마스터, 카덴의 기억이 뒤바뀝니다.] [디펜스 마스터, 카덴이 안식합니다.] [대성녀, 다나의 기억이 뒤바뀝니다.] [대성녀, 다나가 안식합니다.]메시지와 함께 시야에 빛이 번쩍였다.
[진행 시간 – 26:00:50]이곳에 들어온 지.
약 하루 만에 나는 제국을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