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7화
흥망성쇠 (4)
“하.”
나는 어이없다는 듯 호흡을 내뱉었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세요.] [1. 황제파] [2. 혁명군] [빨리 선택 부탁드립니다.]왜 시스템이 자꾸 내게 선택을 종용했는지.
왜 예전처럼 선택 안 할 시, 곧바로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았는지.
“끌끌…….”
노인 역시 혀를 차며 웃었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선택’도 있었던 게지.”
‘와, 진짜 치사하네요. 시스템, 이거…….’
나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뼈사는 혁명군에 두고, 뼈칠이는 황제파에게 두어서. 선택하는 순간 둘 중 하나만 각성시키려는 수작이잖아요?’
“던전이 치사한 만큼, 네놈도 대단하지 않으냐. 그렇게 선택하라는 걸 결국은 끝까지 선택하지 않는다니……. 네 녀석의 그 감은 나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니라.”
‘구린 냄새가 났거든요. 그것도 고약하게 구린 냄새가.’
시스템은 원래 친절하지 않다.
던전에서도 항상 최소한의 정보만 준다.
그런 시스템이 무언갈 하라고 계속 강요한다?
딱 봐도 뒤가 구린 거다.
[……기어코 선택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후회할지도 모릅니다.]‘후회는 개뿔.’
나는 픽 웃었다.
후회하게 만들 거라면, 진즉에 했었겠지.
‘이 치사한 새끼야.’
어딜 사람을 낚으려고.
어디 해봐!
해보라고!
[오케이, 인정합니다.] [당신은 두 집단 중 한 곳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숨겨진 페널티 개시!] [앞으로 두 집단 모두가 당신을 적대합니다!] [추후 당신이 어떠한 집단을 선택한다 한들, 이 결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어쭈?
……진짜 하네?
근데 그 페널티라는 게 참…… 별게 아니다.
‘그러시든지.’
어차피 지금의 내 암술이면, 저들에게 들키지 않고 다닐 수 있거든.
“끌끌, 과연 화끈하구나! 도대체 누구 제자이더냐! 누가 가르쳤기에, 이렇게 잘 컸느냐?”
‘말해 뭐합니까? 당연히 어르신 제자이지요.’
“오냐, 장하도다.”
노인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름지기 만술의 전인이라면 그래야지. 생각 없이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서야, 범인(凡人)밖에 더 되겠느냐?”
‘예, 물론이고 말고요. 제가 또 한 비범(非凡) 하지 않습니까.’
북 치고 장구 치고.
또 다른 선택지를 찾아낸 우리는 서로 맞장구치며, 그 순간을 즐겼다.
“끌끌, 역시 네놈이랑 다니는 던전은 항상 재미있다. 자, 뭣하느냐. 뼈사의 한도 풀고, 뼈칠이의 한도 풀어줘야지?”
‘예예, 맞습니다. 뼈사만 제 새끼가 아니라, 뼈칠이도 제 새끼니까.’
숲과 바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먹을 겁니다.’
나는 잠깐 쉬던 것을 멈추고 일어섰다.
스슷!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뼈칠이, 아니, 교단의 성녀를 향해서.
그림자가 일렁였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이 향불의 재를 바르면 고통이 좀 가실 거예요.”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노란 머리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아아, 조금만 참으세요. 빛께 그대의 치유를 기원할게요.”
“제 앞에서 전투는 금물입니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생명을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요.”
성녀(聖女).
보통의 성녀는 죽은 사람을 신성하게 기리는 것이지만.
피아를 가리지 않고 오직 생명을 위하는 그녀의 맑은 성품만 보아도.
또한 그 치유 실력만 보아도.
나는 그녀가 왜 살아 있는 성녀라 추앙받는지 알 수 있었다.
“과연.”
노인이 감탄했다.
“저 여인 또한 절대자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느니라. 한 세계를 풍미할 만큼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어.”
‘그녀는 또 어떤 한을 가지고 있을까요? 짐작은 간다만…….’
궁금하면?
보면 된다.
나는 완전히 그녀 앞에 근접했다.
이윽고.
[‘기억 재현’(S급)을 발동합니다.]“끌끌, 네 녀석이 가진 스킬 중 그게 제일 사기 같구나.”
‘인정합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공략집.
죽었던 자의 기억과 한을 끌어내는 치트키.
기억 재현이 발동되었다.
[‘저주받은’ 망자, ‘성녀, 다나’의 기억을 재현합니다.] [잠시 후 이동합니다.]뼈칠이의 이름은 다나.
우우웅!
그대로 나와 노인은 그녀의 또 다른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그녀의 기억을 엿보았다.
[대성녀, 다나가 후회 속에 생을 마감합니다.] [스킬, ‘기억 재현’(S급)을 종료합니다.]“…….”
다나의 기억도 카덴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한 애통함.
그들을 구원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갉아먹다 생을 마감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이라고는.
‘카덴과 다나가 맞이한 결과가 달랐다는 것?’
카덴에 기억에서는 분명 혁명군이 승리했다.
황성의 알현실은 낡았고, 평민들은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다나의 기억 속 세계는 달랐다.
황궁과 대성당은 건재했으며, 혁명은 그저 반란으로 끝이 났다.
그런 세계 속에서 그녀는 대성녀라 불리며 추앙받고 있었다.
‘완전한 대칭.’
내가 눈을 깜빡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노인이 입을 열었다.
“흠, 신기하도다. 어찌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이더냐?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니? 설마 각자 정신병이라도 걸린 게냐? 자신이 믿고 싶은 데로 환각을 보는?”
‘아니면 다중우주일 수도 있죠.’
“다중우주? 그게 뭐냐.”
노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한때 우리 세계에서 유행했던 이론이에요. 쉽게 말하면, 한 세계의 엔딩이 여러 개인 거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더냐?”
‘그만큼 말도 안 되는 게 우주거든요. 셰퍼드 애들도 그랬잖아요.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가시화된 것일 뿐이니, 그 고정관념을 깨라고.’
“흠, 그러긴 했었지. 아무렴, 우주는 나도 이해하기 버겁긴 하다. 망자가 된 지금에도 알 수 없는 게 바로 우주야.”
‘예.’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일곱 정수의 영령(3/7)을 지팡이로 변형시켰다.
달리 말해, 전투를 준비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럼?”
‘어르신 말처럼 이제부터 두 존재의 ‘한’을 동시에 풀어야지요.’
콰가강! 콰앙!
두 진영이 접하는 곳에서 격돌이 일고 있었다.
저벅.
내가 도착한 곳은 혁명군과 황제파의 전쟁터 한복판.
“끌끌, 그래? 그래서 어찌할 생각이더냐?”
노인이 흥미가 돋는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답했다.
‘둘의 한은 그 진영만 달랐지, 뜯어보면 똑같아요.’
카덴은 전쟁 없이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했으며.
다나는 그저 동족상잔(同族相殘)이 싫었다.
‘이념 차이로 벌어진 전쟁 속 참상을 후회했죠.’
투웅!
나는 지팡이를 바닥에 가볍게 내리찍었다.
투두두둑!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백골이 솟아났다.
“주군.”
“주인님.”
드미르를 제외한 총 일곱 마리의 스켈레톤 로드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씩 웃었다.
‘어르신, 싸우는 애들 화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 줄 아세요?’
“뭐?”
‘서로의 이념 따위 무시할 만큼 나쁜 놈을 등장시키면 되는 거예요.’
“호오?”
“자.”
스슷!
누군가의 그림자 속에서 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뼈다귀들이 등장했으니, 이제 굳이 몸을 숨길 필요 없었다.
“다들 부하들을 소환해라.”
나는 이제 속으로 대화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어 명령했다.
“S급 로드부터, A급 나이트들, B급 위대한 스켈레톤과 C급 균형 잡힌 스켈레톤까지. 모두 불러내어라.”
“명 받들겠습니다.”
쿠웅!
각 로드가 병장기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동시에 등장하는 무수한 뼈다귀들.
그냥 뼈다귀가 아니었다.
전부 다 용 뼈다귀였다.
콰가가가!
전장 한복판에 등장한 백골(白骨) 부대에, 양 진형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게 뭐야!”
“뼈? 뼈다!”
때문에, 전투가 잠깐 소강상태가 되었으며.
“이, 이건…….”
혁명군의 장수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이건 황제파다! 황제파가 백성을 죽이려고 사술까지 부린 거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황제파의 장수가 맞받아쳤다.
“누가 보면, 우리가 천하의 악적인 줄 알겠노라! 너희들이야말로 수괴 몇몇의 선동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여 하늘 같은 폐하에게 역모를 꾀하고 있지 않더냐! 저 죽음을 거스르는 것들은 오만한 백성들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웃기지 마라! 이 탐욕스러운 개 놈들아! 부정부패에 찌든 귀족들이 만연한데, 어딜 눈 가리고 아웅 하느냐! 우리가 먹을 밥까지 가져가는 게 하늘이라면, 차라리 악마를 따르고 말겠노라!”
“저 봐라! 고얀 놈들! 저놈들이 분명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인정했다!”
“크하하, 말장난으로 선동하는 꼬락서니가 네놈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구나!”
두 진영의 개싸움.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여, 그러지들 말라고.”
어차피.
[경고! 경고! 경고!] [두 집단 모두 당신을 적대합니다!]나는 너희 둘 다 상대할 생각이거든.
페널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고.
퉁!
다시 한번 바닥에 지팡이를 내려쳤다.
동시에.
“오, 온다!”
“죽음의 병사들이 온다! 이, 일단 물러나라!”
스켈레톤들이 양쪽으로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절대 목숨을 거두지 마라.’
나는 속으로 명령했다.
‘뭉툭한 칼등으로 전투 불능만 만들면 된다. 뼈를 부러뜨리는 것까지만 허용하겠다.’
뼈다귀들은 막강했다.
특히, 각성한 로드 태양이와 엘드린의 활약은 그야말로 미친 수준이었다.
퉁! 투퉁!
가볍게 툭툭 치는 걸로 병사들의 다리를 부수고, 병장기를 박살 냈다.
푸푸푹!
엘드린의 화살 역시, 정확하게 병력들의 다리 관절에만 꽂혔다.
양 병력이 당황했다.
“뭐, 뭐야?! 둘 다 공격하잖아?”
“아, 악마다!”
“젠장!”
“지원을 요청하라! 우리가 전쟁에 흘렸던 피를 제물로 현세에 악마가 도래했다!”
“으아아아!”
공포가 전장을 휩쓸었다.
생전 처음 보는 존재의 갑작스러운 침공은 그들을 그로기에 빠뜨렸다.
‘아직.’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더 보여줄 게 남아 있다.’
투웅!
이곳은 전쟁터 한복판.
적어도 수만의 시신이 흙에 묻혀 있다.
나는 그들을 이용해서 저들의 공포를 극대화할 생각이었다.
[스킬 : 망자소생] [등급 : A] [효과1 : 스켈레톤을 최대 1만 구까지 소환합니다. 다만, 주변에 죽은 자의 시체가 있어야 합니다.] [효과2 : 기력 50을 사용합니다.]투웅!
스킬, 망자소생이 발현되었다.
콰드드드득!
죽어 있던 시체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또한.
[스킬 : 망자포효] [등급 : A] [효과1 : 주변 모든 스켈레톤의 능력치를 x2배 상승시킵니다.] [효과2 : 기력 50을 사용합니다.]끼아아아아아아!
스킬, 망자포효가 발현되었다.
뼈다귀들의 이동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허허.”
그 모습을 보며, 노인이 허탈하게 웃었다.
“네가 나쁜 놈이 되어서 저들을 전부 단합시킬 생각이더냐?”
“예.”
“하나, 그래서는 벌어질 혁명을 뒤로 미루는 것뿐이 안 되느니라. 또한 살생까지 마다하고 있으니, 갈수록 공포는 순화되지 않겠느냐?”
“살생을 마다하긴요.”
내가 웃었다.
“황제파와 귀족들, 탐욕스러운 신관들은 빠짐없이 죽여야지요.”
“아?”
노인이 눈을 깜빡였다.
“어차피, 성녀는 혁명에 관심 없습니다. 오직 백성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심이 있을 뿐이죠.”
“…….”
“그러니, 저는 추후 카덴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혁명을 이뤄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건 좋구나.”
노인이 감탄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
더군다나 시스템의 페널티를 오히려 역이용하기까지 하는 완전한 하이브리드 작전.
“…….”
내 스켈레톤 부대가 양방향을 향해 쓰나미처럼 밀려가기 시작했다.
[진행 시간 – 22:30:30]나는 오늘 안에.
뼈사와 뼈칠이가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 줄 예정이었다.
내가 직접 마왕(魔王)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