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6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69화
우선 들어나 보죠
두두두……!
무릉도원 광활지.
고지 위에 서 있는 나는 그 밑에 내려앉은 수많은 뼈다귀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퍼억! 푸욱! 퍼억!
단신의 스켈레톤들은 각종 도구를 이용해 땅을 고르게 하고 있었고.
스슷! 스스슥!
귀 뼈가 뾰족한 스켈레톤들은 잎사귀를 타며 숲을 정리하고 있었다.
드미르의 요구로 동원된 스켈레톤은 약 2,000구.
정확히는 드미르 수하 1,110에, 엘드린 수하 1,110이었다.
‘장관이네.’
아무리 뼈다귀라지만, 저렇게 많은 숫자가 나를 위해 일한다니.
게다가 저 정도 수를 소환하는 데 들이는 기력이 고작 20이라니.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네크로맨서는 사기였다.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그것도 특히 내 건.
‘이거…….’
사실은 저주받은 게 아니라 축복받은 거 아닐까?
“주인.”
옆에서 총 감독자인 드미르가 입을 열었다.
참고로 내 왼쪽엔 드미르, 오른쪽엔 김진아가 서 있었다.
“응?”
“보고 있는가? 우선 도시를 만들기 위해 첫 삽을 뜬 상태다. 우선 기본적으로 예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지 평탄화 작업부터 해줘야 하거든.”
“그래?”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보다는.
무언갈 만드는 거로 한 세계의 절대자 자리에 올라선 드미르가 훨씬 더 잘 알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보고 있자, 드미르가 웃었다.
“허허, 주인. 타이탄을 기억하는가?”
“타이탄?”
내가 고개를 들었다.
과거 매개체 던전 ‘숲과 바위’에서 보았던 그 타이탄(TITAN).
광물과 암석의 도시.
“기억하지.”
엄청나긴 했다.
마치 영화 속 도시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바위의 절경.
그리고 그사이에 기형적으로 들어선 신비한 건축물들.
그걸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그 당시.
사막 제국의 절대자였던 태양이도 감동적인 풍경이라 했으니 말 다 했지.
“사실, 그 도시. 내가 계획하고 만든 도시인 거 아는가?”
“……그래?”
“하지만, 그때는 살짝 후회스러웠다. 거대마룡의 횡포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도 없었고, 또 그때는 어릴 때라 아직 내 실력에 확신이 없었던 때였거든…….”
드미르가 미련 섞인 눈빛으로 광활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주인의 명령이 떨어진 김에,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 엘드린을 위한 숲도, 우리 바위 일족을 위한 공방도. 그리고 주인의 길드를 위한 도시도……. 어차피 이곳 재료야 충만하고, 가용된 수하들도 많으니 생각보단 금방 끝날 거다.”
주먹을 꽉 쥐는 녀석.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야 뭐, 그래 주면 고맙지.”
“아, 그리고 주인.”
“응?
“드미르 공방에 납품하는 기성품 정도는 걱정하지 마라. 그 정도야 도시를 만들면서도 계속할 수 있으니.”
드미르는 무언갈 만들면서 얻는 게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것임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건 내 수하여서일까?
아니면, 정말 거대마룡을 봉인한 내가 고마워서일까?
“천천히 편한 대로 해도 돼.”
아무리 내 수하라지만.
나는 녀석이 부담을 가지는 게 싫었다.
“우와우와, 좋아요!”
짝짝짝!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진아가 손뼉을 쳤다.
“일단 그럼…… 지금처럼 기성품만 제대로 파는 걸로 하죠? 어차피 VIP 제작은 광전사 이후로 완전히 중단했거든요. 주문은 엄청나게 밀려 있지만.”
“아, S급 무기 안 만들었어요?”
아직 드미르 혼자 못 만드나?
“드미르는 노력하면 만들 수야 있다고 했는데, 시간도 낭비일뿐더러. 이미 VIP 무기는 공방주님 허가 하에만 제작한다고 발표했거든요. 어떡할까요? 더 만드실 거예요?”
“드미르 공방의 S급 무기라…….”
지금까지 나온 것은 단 두 개.
각각 암제와 광전사가 가지고 있다.
“흐음.”
더 만들어다 팔고 싶기야 한데.
우선은 도시 건설이 먼저일 것 같았다.
일단은 드미르가 여기에 몰두하고 있으니까.
“아뇨, 당분간은 지금처럼 중단하죠. 그리고 앞으로 VIP 제작은 제 허락 없어도 드미르가 총괄해서 하는 거로 해요. 시간 날 때마다.”
드미르는 이제 스켈레톤 로드다.
본신 능력의 거의 50%를 찾은 거면, 굳이 내 도움 없어도 충분할 거다.
“예, 알겠습니다. 공방주님!”
슥! 스슥!
주머니에서 꺼낸 노트에 내 말을 옮겨 적은 김진아가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아, 그리고 공방주님.”
“예?”
“또 하나 문제가 있어요.”
“뭔데요?”
“포탈이 살짝…… 아니, 많이 문제예요. 아주 많이.”
“포탈요?”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24시간 그거 때문인가?”
“맞아요! 이게, 24시간마다 공방주님께서 만들어주시면 되긴 하거든요……? 근데 문제는…… 공방주님이 항상 말도 없이 어딘가 사라져서 하안참 뒤에 온다는 게 문제죠.”
말에 뼈가 있었다.
근데 또.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건 또 맞네요.”
이게 좀 복잡하긴 하다.
24시간 제한이란 게 어찌 보면 귀찮은 기능이긴 한데.
또 꼭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거든.
만약, 평생 유지된다고 치면.
테러범이 그 ‘포탈’의 위치만 알아도 내부가 위험하니까.
“흠.”
나는 눈을 감고 고민했다.
이걸 어째야 할까.
사실, 이것만 정리하고 다시 던전에 갈 계획이었다.
전투로 뼈팔이의 능력도 확인해야 하고, 다시 어르신과 함께 만술도 훈련해야 하기 때문.
또한, 다음 매개체 던전도 깰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말없이 있자, 김진아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걸 드미르에게 넘기는 건 어때요? 어차피 목걸이 소유주가 사용할 수 있는 거면…….”
“호?”
드미르에게 목걸이를 준다?
[이름 : 드미르] [기력 : 700/7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로드] [클래스 : 블랙 스미스] [등급 : S]아이템과 스켈레톤 로드 효과로 기력이 700에 달했기에, 포탈 사용엔 무리가 없긴 하겠는데.
“주인, 이건 어떤가?”
삐걱!
드미르가 고개를 까딱했다.
“먼저 던전에서 포탈을 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그것만 확인하면 엘드린의 주문 의식을 이용해 위기일 때나, 24시간이 지났을 때 와서 열어줄 수 있지 않은가.”
“호오.”
주문 의식.
그게 있었지?
“좋네, 나쁘지 않네.”
던전에서 열리는지, 확인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는 계속해서 드미르와 소통했다.
“주인, 들어보겠는가?”
향후 만들 도시의 설계와 건축 계획.
그리고 각종 자재와 디자인들을 지켜보다 보면, 푹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허어, 대단하구나.”
훈련에 미친 노인이 혀를 내두를 정도?
“건축술도 결국 하나의 ‘술’(術)이로니, 그 깊이가 범상치 않구나. 전투 기술에만 미쳐 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어.”
김진아가 일을 보러 나가서도.
노인이 시간 초과로 소환 해제되어서도.
– 주인, 회의실이나 길드장실은 어떻게 설계하는 게 좋겠는가?
– 각 뼈다귀,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훈련장을 만들고 싶다고? 총 열 구역이나?
– 1,000구, 아니, 나중에는 각자 10,000구 이상씩 부를 수도 있으니 거대해야겠군. 아, 걱정하지 말게, 주인. 이곳은 끝도 없이 광활하니까.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었다.
남는 게 땅이고, 그걸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다니.
서울에선 그 비싼 땅과 부동산을.
이곳에서는 내 마음대로 이용하고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푹 빠져 있던 순간.
“공방주님! 공방주님!”
다시 김진아가 들어왔다.
“네?”
“잠깐…… 나와보셔야겠는데요?”
“무슨 일이죠?”
뭐야.
한참 재미있었는데 왜.
“공방주님을 찾는 손님이 찾아왔어요.”
“손님?”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밖으로 나가자 굉장히 중후한.
연륜 있어 보이는 노인이 개인 비서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정중한 자세로 서 있었다.
“이분은……?”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모를까.
대한민국 헌터 협회를 10년간 이끌었던 S급 베테랑 헌터이자.
비록 랭커는 아니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랭커를 넘어선다고 알려진 협회장 아니던가!
“반갑습니다. 랭커, 주동훈 씨.”
“……협회장님이시군요.”
의외였다.
그 유명한 협회장.
최태승이 직접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
“이제는 대한민국의 VIP 중 하나로서, 직접 인사드려야 할 것 같아 들렀습니다.”
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나도 얼떨떨하게 마주 고개를 숙였다.
신기했다.
TV로만 보던 사람이 눈앞에 있다니.
E급 헌터일 때는 말도 못 걸어봤을 사람이 이제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우가 달라진 거다.
“하하하, 여기 서 있지들 마시고! 제가 커피 하나 내올 테니 회의실로 이동하시죠!”
김진아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자.
협회장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커피라. 좋지요.”
회의실로 이동한 협회 비서는 먼저 고급스러운 상자 하나를.
투욱!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이게 뭔가요?”
디자인이 깔끔한 게, 상당히 비싼 게 들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S급 명패와 S급 헌터 전용 카드입니다.”
덜컥!
최태승이 상자를 열었다.
“헌터법상 세계 랭킹에 오른 자는 자동 갱신되거든요. 또한, 주동훈 씨는 이제 협회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호오.”
결국, 랭커인 나를 위해 이것저것 대우해 주겠다는 건데.
협회장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각종 대우, 면세 혜택, 세금을 통한 비용 지원까지.
‘근데.’
그 대우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앞으로 주동훈 씨는 대한민국 소속 모든 항공편의 비즈니스 및 일등석이 무료이며, 세계 어느 동맹국을 가도 각 협회의 국빈 대우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가는 곳마다 최상급 오성 호텔의 스위트룸이 제공되며, 해당 카드는 연 10억 한도로 언제 어디서든 긁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협회와 가맹을 맺은 고급 레스토랑 역시 지원이 되며…….”
어쩌고저쩌고.
각종 들어보지도 못한 혜택들을 나열하는데.
눈이 핑그르르 돌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와.’
이게 진짜 다른 세상이구나.
훈련하느라 알바 비용도 못 벌면서 던전 노가다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 정도면 돈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을 대우였다.
문득, 걱정됐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렇게까지 막 대우해 줘도 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오직 랭커에게만 하는 대우이며, 랭커는 그럴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랭커.”
“농이지만, 또 안 그러면 다른 나라에 귀화한다고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하하.”
대화가 조금 풀리자, 최태승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마주 웃었다.
“에이, 귀화라뇨.”
사실, 에이거리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은 다양하고.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나라로 떠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나라 입장에서는 국가 전력을 지키는 대신,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는 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자국 헌터들의 능력이 출중해 세금 환수도 잘되는 편이고, 또 정부 고위직이 가져가는 거 조금만 줄여도 충당되는 정도거든요.”
“그런가요?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물론, 나야 나쁠 건 없다.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다만. 으음…….”
최태승이 살짝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은 것은 그때였다.
“다만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그게. 사실, 헌터법상 S급 헌터가 되려면 S급 던전 클리어 이력이 있어야 하긴 합니다.”
S급 던전 이력?
그거 없나?
“물론, 세계 랭커시면 제 권한으로 해드릴 수는 있지만, 그 절차가 복잡하기도 하고……. 어차피 이번 입장 발표 때 향후 던전에 집중한다고 하셨기에…….”
“아.”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거구나.
그냥 해줄 수 있지만, 어차피 S급 던전 깰 거면 뭐 하나 도와줘라?
“뭔가 골치 아픈 문제가 있나 보군요?”
“예, 사실 그렇습니다.”
“흐음.”
좋은 보상을 먼저 나열하고.
그다음 곤란한 점을 설파한다라…….
뭐, 어차피 던전 가긴 하려 했는데.
협회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것도 없을 것 같고.
나는 씩 웃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있다.
선택권은 나에게 있고, 이 관계에서 내가 갑(甲)이라는 것.
“우선 들어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