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8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80화
모여드는 랭커들 (2)
“후으읍!”
폐에 공기를 한가득 머금고 숨을 참은 봉재영이 내달렸다.
끌어올린 기운으로는 육체를 겹겹이 보호했다.
“어어?”
“어디 가세요?!”
“쇠주먹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설마 혼자 튀는 겁니까?”
등 뒤로는 생존자들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알 바 없잖아.’
봉재영은 입을 꾹 다문 채, 달리기를 지속했다.
양심의 가책이 조금은 느껴졌지만.
던전에서 양심 찾다가 골로 간 헌터가 어디 한둘이던가?
원래 잠깐의 쪽팔림보다는 목숨이 훨씬 중요한 거다.
‘일단, 이 빌어먹을 안개만 뚫으면 돼.’
주변을 둘러싼 녹색 안개는 일종의 산성 독.
원래는 없었는데.
중앙으로 향하는 3일 동안 천천히 쌓이더니, 이제는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마 저 안개만 없었어도, 이런 곳에서 길을 헤매고 있진 않았겠지.
‘간다!’
타닷! 타다다닥!
봉재영은 끔찍한 독에도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치이이익! 치익!
접근하는 순간 육체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릴 법한 산성 독이 봉재영의 기운을 덮쳤음에도.
“끄으으읍!”
눈을 부릅뜬 봉재영은 안개를 무시하고 계속 내달렸다.
‘내 몸과 기운은 강철과도 같아! 이따위쯤은……!’
그냥 뚫어버린다.
세계 랭킹 101위의 기운이 이깟 독을 버티지 못할쏘냐?
치익! 치이익!
시야 전체가 이미 옥빛으로 물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눈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그저.
콰아앙! 콰앙!
봉재영은 쇠주먹이라는 이명답게 주먹을 휘두르며, 무식하게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뭐야.”
그의 귀에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봉재영이 달리기를 멈추었다.
“설마 비겁하게 혼자 도망쳐 나온 거야?”
익숙하지 않은 외국 남성의 어투.
“어떤 새끼냐!”
후우웅!
봉재영은 들려오는 방향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 목소리에 담겨 있는 살벌한 적의(敵意)를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야, 헐거운 주먹이네?”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강제로 진법을 뚫고 나온 것치고는 실망인걸?”
그 순간.
콰아앙!
봉재영의 갈비뼈를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강력하게 타격했다.
“커, 커헉?”
랭커가 된 이후, 어지간히 경험했던 고통을 능가하는 아픔이 복부로 몰려왔다.
하지만 봉재영은 주먹뿐만 아니라 육체도 쇠로 이루어진 헌터.
그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사태를 파악해 나갔다.
‘도대체 어떤 놈이지?’
혹시 주동훈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목소리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봉재영의 동공이 흔들렸다.
“「고담」……?”
지난 3일간 생존자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그 범죄 집단인가?
봉재영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자.
“이야, 우릴 알아?”
짝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안개 속에서 등장하는 사내가 보였다.
눈이 옥빛으로 물들어 있는 러시아 사내.
“우릴 알고도 겁 없이 들어왔단 말이지?”
그의 뒤로.
수십의 헌터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저년……!’
그중에는 생존자 행색을 했던 트릭커, 러시아 여성도 보였다.
“젠장!”
완전히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봉재영이 소리쳤다.
“이 범죄자 새끼들! 나에게 원하는 게 뭐냐!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음? 원하는 게 뭐냐니……? 우릴 공격하겠다고 헌터들 이끌고 찾아온 건 너였잖아?”
씩 웃으며 말하는 사내.
“게다가 네 입으로 범죄자라며? 범죄자한테 왜 범죄를 저지르는 거냐 묻는다면…… 음, 범죄자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거 아닐까?”
그의 몸 구석에 기어 다니는 옥빛의 벌레들만 봐도, 그가 누구인지 짐작하긴 쉬웠다.
세계 랭킹 69위, 충왕(蟲王) 안드레이.
“큭큭, 웃기긴 하네. 랭킹 101위나 되어서 쳐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그의 뒤에 서 있는 또 다른 노란 머리 사내의 이름은.
세계 랭킹 79위, 포악자(The ruthless) 지마.
“진짜 말도 아니었다니까요, 큭큭.”
지마의 뒤에서 러시아 여성이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섰다.
“젠틀한 척, 본인이 다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그녀의 랭킹은 110위.
뢰보(雷步) 티마.
그 외에도.
132위, 150위, 181위, 192위, 255위, 291위.
「고담」이 무서운 것은 한 집단에 이토록 랭커들이 촘촘히 모여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씨발.”
봉재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가망 없겠는데.’
1:1이라면 어떻게 빈틈이라도 찾아볼 만한데.
저렇게 많은 랭커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어찌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 주변으로.
– 크르르륵!
– 크르르…….
이전에 봤었던 핏빛 눈깔의 괴물들 수십, 아니, 수백 마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딱 봐도 하나하나가 S급 이상은 되어 보이는 괴물.
봉재영이 목을 내리깔았다.
“나를…… 어쩔 셈이지?”
“어쩔 거냐고? 그건 왜 물어?”
안드레이가 피식 웃었다.
목소리가 작아진 게, 딱 봐도 쫀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혹시 말이야.”
저벅, 저벅.
안드레이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굳어 있는 봉재영의 주변을 돌았다.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뭐냐.”
봉재영의 뒷목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움직임.
몸에 기어 다니는 벌레.
꿈틀거리는 손끝.
어디 하나 신경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설마 여기서 살아나갈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혹여 그런 거라면 조용히 가슴속에 묻어둬.”
“뭐?”
봉재영의 심장이 철렁였다.
안드레이의 목소리에서.
찐 사이코패스의 향이 느껴졌기 때문.
그런 봉재영을 보며, 고담의 랭커들이 킬킬거렸다.
“킥킥킥, 재밌네요.”
“멍청하게 생겨서 ‘뭐?’, 묻는 게 왜 이리 웃기지?”
“랭커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니까. 두려움 앞에 장사 없는 거지, 뭐.”
랭커들이 웃으면서 하나둘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 크르륵!
– 크르르르…….
동시에 괴물들이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굶주린 들짐승 같은 움직임으로.
“어이.”
안드레이가 씩 웃었다.
“얘네들 상대로 이겨봐. 그럼 혹시 알아? 살려줄지.”
“…….”
봉재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근데 아마 힘들 거야. 끌끌, 여기 애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던데. 이제 곧 내가 악독고(惡毒蠱)라는 걸 뿌릴 거거든…….”
“악독고……? 그게 뭔데.”
“그건 겪어보면 알게 될 거고. 자, 그럼. 무운을 빌어주마.”
안드레이가 봉재영의 말을 무시한 채, 등을 돌렸다.
– 크르르…….
동시에 빨라지는 괴물들의 움직임.
“젠장.”
이제 안개 밖, 공터에 남은 것은.
봉재영과 괴물들뿐이었다.
* * *
“여, 안드레이.”
포악자, 지마가 물었다.
“왜.”
“저 머저리는 그렇다 쳐도.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놈은 어쩔 거냐?”
“그 스켈레톤 킹인가 뭔가 하는 놈?”
“응, 그냥 이쪽으로 올 생각이 없는데? 게다가 무슨 수를 쓴진 모르겠는데, 네가 뿌려놓은 안개들을 다 지워버리고 있잖아.”
“아, 그거.”
안드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오히려 잘 됐지.”
바깥 하얀 안개는 독고들이 분출하는 가스다.
독고의 가스는 독고와 함께 있으면 치명적이기에 바깥으로 흩뿌려 놓은 건데.
그걸 다 치워준다면, 오히려 고마울 뿐이다.
“안 그래도 안개 때문에 자꾸 대어들이 도망가는 게 좀 아쉬웠는데 말이야.”
“아니, 그래도 좀 수상하잖아. 던전에 들어왔으면, 중앙으로 오든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데. 그냥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니까? 듣기로는 뭐, 스켈레톤이랑 훈련 같은 거 하고 있다던데?”
“흐음.”
안드레이가 턱을 톡톡 쳤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쳐야지! 놈은 고작 랭킹 78위야. 그 옆에 있는 년도 151위 정도고. 우리가 훨씬 우세인데, 바로 가서 죽여 버리면 안 돼?”
“응, 안 돼.”
“하.”
지마가 답답하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안드레이는 항상 그게 문제였다.
“또 그놈의 진법 밖에 나가서 싸우는 건 안 된다는 말이냐?”
“좀만 참아라.”
중얼거린 안드레이가 왼쪽 위를 힐긋 응시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유령 형체의 노인이 붕- 떠 있었다.
예전.
측정 불가 던전에서 얻었던 기연 중 기연.
충왕(纛王) 당휘평.
그의 독고술은 위대했다.
간단하게 뿌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노예화할 수 있는데.
그거야말로 최고의 화학무기 아니겠는가.
또한.
그의 이상과 안드레이의 이상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남자라면, 세상 하나쯤은 지배해 봐야지.’
조국, 러시아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적인 통수권자가 되고 싶은 안드레이.
독고로 천하통일을 이루고 싶었던 당휘평.
하지만, 지구는 넓고 강자는 많다.
그렇기에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진법을 나가는 건.’
세상을 완전히 상대할 준비가 되었을 때여야 했다.
“근데…… 말이다.”
허공에 떠 있는 유령, 당휘평이 중얼거린 것은 그때였다.
‘예, 어르신.’
안드레이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예를 갖추지 않기엔, 당휘평은 너무도 아는 게 많았다.
“며칠 전부터…… 아주 재수 없는 냄새가 난다. 아주 고약한 냄새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다. 되었다. 그럴 리가 없으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은 당휘평이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슈우우우…….
“으으음.”
눈을 감은 내가 신음을 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몸 주변으로는.
쓔우우! 쓔우우우!
지금껏 몸을 불렸던 독무(毒霧)가 마치 왜 이제 왔냐는 듯, 거칠게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천천히, 이놈아. 괜찮으니까, 천천히 들어와.”
역시.
미지의 땅보다는 내 몸속이 더 편하지?
녀석의 크기가 거의 반이나 더 늘었지만.
받아들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헌터는 시스템의 통제를 받고.
시스템은 나에게 말하고 있으니까.
[스킬 : 만독불침] [등급 : S] [효과1 : 세상 모든 독에 저항합니다.] [효과2 : 세상 모든 독을 파악합니다.] [효과3 : 세상 모든 독을 다룹니다.]이 세상의 모든 독에 저항할 수 있다고.
“와아아아!”
“안개가 사라지고 있어!”
“대, 대단하십니다!”
남아 있는 생존자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마치 무인도에 표류되었다가 구조선이라도 온 듯한 반응에 나 역시 가슴이 뿌듯해졌다.
“……대단해요.”
“어찌 저 독을 다. 잠깐 다가가 보니까 말도 안 나오던데.”
권소예와 임수진도 질린 듯, 고개를 젓고 있었고.
“…….”
특히 기소율은.
아직도 이해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그녀는 테마1에서 끔찍한 독무를 직접 겪어봤을 테니.
그 무서움을 더 잘 아는 거겠지.
독무가 내 몸 안으로 전부 들어온 건.
약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였다.
“감사합니다, 스켈레톤 킹 님! 이 은혜 꼭 잊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지금 나가지만, 랭커님도 몸 조심하십쇼!”
“흑흑, 감사해요. 감사해요.”
출구를 통해, 생존자들을 안전히 내보낸 나는.
“으차.”
깍지를 끼고 스트레칭했다.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나?”
가부좌를 트느라 뭉쳐 있던 근육을 하나하나 풀어줬다.
‘어르신이 말했지.’
독고 방귀 속에 묵힌 독무만 가져가면 진법은 해결된다고.
물론, 해결되는 것은 진법뿐.
그 외의 문제는 이제부터 내가 직접 풀어가야 한다.
‘고담이랬나?’
사실 협회장의 부탁으로 맡은 의뢰는 이미 끝냈다.
최태승은 국내 실종자들만 구출해 달라 했으니까.
솔직히 이대로 조국으로 복귀해도 할 말 없었다.
내가 자원봉사자나 세계 경찰도 아니고.
굳이 위험한 범죄 조직이랑 싸울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당휘평이라는 놈이 살짝 궁금했다.
괜히.
노인이 살던 세계의 사람이라 궁금한 느낌?
‘또.’
충왕이라는 놈이 랭킹 69위랬나?
그놈을 잡으면 합법적으로 랭킹을 올릴 기회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제 가시는 건가요?”
“진짜 그놈들이랑 싸우시려고요?”
협회의 두 랭커가 물어올 찰나.
내 시야에 정체 모를 메시지가 띄어 올랐다.
[인도자(引導者)가 ‘채팅창’에 초대합니다.] [‘채팅창’ 이름 – 드래곤 슬레이어 동기방] [인원수(6/7)]‘음……?’
카푸?
채팅창?
이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