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8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87화
새로운 비기
그오오오!
포악자, 지마의 손이 다시 땅에 닿았다.
어떤 원리로 만들어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스스스슷……!
땅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검은 기운이 그의 머리 위로 커다랗게 뭉쳤다.
마치 악령을 연상케 하는 그 기운 덩어리가.
쿠구구구!
땅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여덟 갈래로 나뉘었고.
쐐애애액!
폭주 기관차처럼 땅을 다 박살 낼 기세로 나에게 쇄도했다.
‘좌측에 둘, 우측에 셋, 하방에 셋인가?’
나는 공격을 직시하며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스슷!
‘무음(無音)’의 발현.
세상 어디에서든 ‘빛’이란 게 있는 한, 나는 은밀해진다.
‘빛’의 이면이 ‘그림자’니까.
난 그 속에서 이동 속도가 빨라지며, 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렇지, 이놈아! 그렇게! 이 녀석, 피하는 것 하나는 일품이구나!”
노인이 알려준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과 섀도우 셰퍼드 킹의 ‘무음(無音)’이 만났으니.
이 정도 공격 따위야……!
쐐애액! 쐐액! 쐐애애액!
하나, 둘, 셋.
나는 지마의 공격들 안정적으로 피해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들을 흘렸으며.
흘린 공격들은 나를 지나쳐, 애꿎은 바닥을 때리거나 불똥을 튀기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렇게 일곱 개까지 안정적으로 피할 찰나.
꽝!
폭음이 고막을 뒤흔든 것은 그때였다.
“크으……!”
욱신거리는 옆구리.
“어허, 이놈이 집중 안 하느냐?”
노인의 꾸중 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은 어째 꼭 칭찬해 주려고만 하면 그 모양이더냐?”
‘생각보다…… 좀 빡세긴 한데요?’
하이 랭커가 괜히 하이 랭커는 아닌가 보다.
여덟 개 중 일곱 개는 간신히 피해냈는데, 하나를 미처 못 피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통으로 맞은 게 아닌 빗맞았다는 점?
‘물론.’
욱신거릴 뿐, 참지 못할 정도의 고통은 아니다.
솔직히.
고통은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스슷!
“휘유!”
휘파람과 함께 땅에 착지한 내 모습은 그래도 나름 건재했다.
옆구리 쪽에 약간의 그을림 정도?
그 모습에 지마의 이맛살이 꿈틀거렸다.
“……그걸 피해?”
“못 피할 정도는 아니던데?”
내가 씩 웃어줬다.
“그럴 리가 없다! 이 기술은 안드레이마저도 벅차다 했던 기술인데……!”
“그럼 안드레이도 밥인가 보지 뭐.”
“……회피 쪽에 특화되어 있는 놈이었던가?”
날 제멋대로 판단하더니, 다시금 공격을 준비하는 지마.
그에 맞추어, 노인이 내 시야 앞에 자세를 잡고 섰다.
“자, 다시 움직여 보거라. 네놈의 그 걸음에 맞추어 몸속에 있는 기운을 오른손에 집중시키는 거다. 자, 이렇게! 보이느냐?”
요즘 들어 노인의 교육 방식이 많이 뒤바뀌었다.
예전에는 하나하나 설명하고 깨달음을 주려 노력했다면.
이제는 그냥 간단하게 직접 보여준다.
이미 내 운동 신경이나 반사 신경, 전투 센스가 극에 달해서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나?
‘그건 맞지.’
태청공재만성대법(太淸工材萬成大法)의 효능이었다.
육체에 한정하여, 재목을 천재(天材)로 만들어주는 대법.
“태청심법을 떠올리거라.”
“본래 네 단전 속에 쌓았던 기운들을 구결에 맞게 손으로 이동시키면 되는 게야.”
“또한 기운은 흐름과도 같다. 굳이 네 몸에 있는 기운뿐만 아니라, 바깥의 기운을 이용해도 되느니라.”
“어허! 누가 그렇게 둔하게 움직이라 했느냐. 몸은 가볍게! 그래야 속도를 빨리 낼 수 있고, 그 응축된 힘을 더 강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
노인은 내 앞에서 춤추듯 움직였다.
하지만, 그 춤이 굉장히 신묘해서.
저대로 따라 움직이기만 해도, 지마가 행하는 공격들을 간단하게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검을 들어도 좋고 창을 들어도 좋다. 하지만, 처음엔 창이 좀 더 편할 게다. 워낙 한 곳에 집중하기 좋은 무기이니.”
‘예, 알겠습니다.’
화르륵!
노인의 말에 따라.
나는 즉시 검을 창으로 바꾸었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노인의 움직임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발걸음부터 호흡, 기의 움직임까지.
‘된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못 했을 일을, 이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다.
마치 새끼손가락을 어떻게 해야 움직이는지 아는 것처럼.
꿈틀.
정상적으로 흐르던 기운들이 꿈지럭거렸다.
“끌끌,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냐?”
예.
어렵긴 하네요.
“처음이라 그렇다. 또한,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그렇다. 본래 가던 방향으로 흐르던 기운들을 억지로 뭉치기 시작했으니, 그럴 수밖에.”
“흐으읍……!”
노인의 움직임을 따라 하면서도, 지마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그 와중에 기운을 모으는 고통까지 느껴졌다.
“기술이란 그런 게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해내야만 그게 기술로서 효용이 있는 게지. 그렇다고 네놈이 기초부터 밟을 단계는 아니지 않더냐.”
후우웅!
지마의 공격이 풍압을 일으켰다.
검은 기세가 아찔하게 내 왼쪽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슷!
그 공격이 지나간 자리에서, 또다시 작은 돌풍이 불었다.
이번엔 나로 인한 돌풍이었다.
타앗!
나는 허벅지에 힘을 주어, 지마와의 거리를 좁혔다.
‘크으으으.’
또한 속으로는 고통을 참았다.
혀까지 깨물어가며 표정 관리했다.
이제 내가 아프다는 걸, 적에게 보일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이런 쥐새끼 같은!”
지마가 답답하다는 듯,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 주먹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기운이 되어 쏘아졌다.
‘피한다.’
피하는 거야, 시련에서 죽도록 했다.
감각이 제한되는 페널티 속에서도 잘 해냈었지.
‘그리고 모은다.’
노인이 보여주고 있는 흐름대로.
내 몸에 있는 기운의 일부를 오른손에 집중시킨다.
‘모두 모으면 안 돼.’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렇게 할 수도 없을뿐더러.
했다가는 몸이 망가져 버린다.
사실, 지금도 겨우겨우 버틸 정도의 힘이었다.
‘어?’
그런데 그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내 몸 안에 있는 기운뿐만 아니라.
저 바깥에 있는 자연의 기운까지 몰려드는 느낌이랄까?
“끌끌끌, 이 기술이 역대급 필살기라 자부했던 이유가 뭔지 아느냐?”
내 표정을 읽은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다.”
“…….”
“네 힘뿐만 아니라 주변에 존재하는 기운까지 끌어 쓸 수 있다는 것. 놀랍지 않으냐?”
놀라웠다.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게 놀라운 게 아니라.
내 손에 담긴 기운에 놀라웠다.
피부가 저릿저릿해질 만큼 강력하게 느껴졌으니까.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지마가 당황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내가 다가가는 속도가 더 빨라 벌리진 못했지만.
‘드디어 나도.’
태양창이나 엘드린.
아니면 이선아나 막시처럼.
필살기가 생기는 건가?
“자, 이 정도면 되었다. 어디 있는 힘껏! 네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느낌으로 찔러보거라!”
‘예.’
그렇게 했다.
정확히 지마의 몸 한가운데를 초점으로 맞추고.
쐐애애액!
그대로 창을 내질렀다.
[기력 300을 사용합니다.]‘응?’
그랬을 뿐인데, 기력이 사용된다.
그렇다는 건.
여기 뭉쳐 있는 기운이 딱 기력 300 정도라는 건가?
그건 좀 많은데.
나야 아이템 빨로 기력을 많이 챙기긴 했지만, 대다수 헌터의 기력은 100 근처다.
“이런……!”
맞은편의 지마가 내 공격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기마자세로 주먹을 내질렀다.
포악자(The ruthless).
비기(祕技).
흑룡파(黑龍波)!
쿠콰가가가!
녀석의 주먹에서 아까와 같은 용의 기운이 출수 되었다.
“피하지 말고, 부딪히거라. 고작 저런 기술 따위에 무너질 거면 애초에 가르치지도 않았을 거다.”
‘예.’
어차피 이미 내질러서.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어요.
근데도 왜일까.
어르신이 자신감 있게 말씀하시니,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쐐애액!
쿠과가가!
두 하이 랭커가 출수한 기운이 서로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고.
찰나의 시간이 흐른 순간.
두쿵!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공간 전부를 떨쳐 울렸다.
“뭐, 뭐야!”
“허업?!”
이담의 병력이 잠깐 동안 눈을 부릅떴고.
– 크륵?
– 키이이!
이성을 잃은 괴물들마저 움직임을 멈출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가!
맹렬하게 부딪힌 두 기운이 서로 부딪히고 부딪히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보거라.”
그리고.
내 창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지마의 흑룡파를 분쇄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압도적인 힘의 차이.
“고작 저런 기술 따위야 그냥 녹여 버리지 않더냐!”
노인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크, 크윽! 미친!”
지마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경악했다.
“흑룡파가 갈라져?! 여태껏 한 번도 파훼 당한 적 없는 내 비기가……! 어째서!”
“왜 그런 줄 알아?”
입술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압력이 밀려왔지만.
내가 애써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내 기술도 지금껏 단 한 번도 파훼 당한 적 없거든.”
물론, 처음 쓰는 거긴 하지만.
그냥 기분 더러우라고 하는 말이다.
콰아아아!
결국, 흑룡파를 대부분 찢어발긴 내 기운이 지마를 강하게 타격했다.
“커, 커허어어어억!”
녀석이 내지르는 비명이 고통에 물들었다.
흑룡파를 상대하느라 살짝 약해진 기운이었지만, 지마의 몸을 넝마로 만들기엔 충분한 힘이었다.
왈칵!
지마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몸은 걸레짝처럼 더럽혀져 휘적거렸고.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대단한 건.’
그걸 맞고도 서 있다는 것.
“크아아악!”
하지만.
나 역시, 모든 힘을 분출한 건 아니다.
“흐아아압!”
기합과 함께 다시 창에 기운을 모았다.
[기력 300을 사용합니다.]어차피 조지기로 한 거.
완벽하게 조져줄게.
내가 조금 아프더라도.
넌 나보다 더 아플 테니까.
우우웅!
다시금 기운을 모은 내가 넝마가 된 지마를 쳐다봤다.
후웅!
자세를 잡았고.
스텝과 함께 창을 출수하려 할 찰나였다.
‘어?’
나도.
“으음?”
노인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슷! 스스슷!
‘저건…….’
독무(毒霧)였다.
진법을 전부 해체한 독무가 포식이 끝났는지.
나에게 매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웃긴 건.
그 독무의 기운 중 일부가 자연스레 내 기운에 섞여들었다는 점.
태청심법으로 대충 파악해 보니.
딱 기력 300 어치만큼의 기운이 추가로 더 들어갔다.
“이건……!”
노인이 입을 벌렸다.
“허어, 좋은 발상이도다.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는 걸 이용해 독의 기운까지 섞다니……! 역시 네놈은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을 깨닫고 발전하는구나!”
아뇨.
이건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띠링!]그때였다.
[스킬, ‘독섬(毒閃)’(S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독……섬?’
[스킬 : 독섬(毒閃)] [등급 : S] [효과1 : 무기에 기운을 모아 한꺼번에 방출합니다.] [효과2 : 모이는 기운만큼, 독의 기운이 추가됩니다.] [효과3 : 기력 300을 사용합니다.]독섬이라.
뭔가 깔끔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스킬명이었다.
스스스슷!
성탄절 산타 할아버지처럼 갑작스러운 기운을 선물한 독무가 내 몸속에 다시 자리 잡았다.
우우웅!
창끝에서는 이제 녹색 기운이 넘실거렸다.
‘어르신.’
내가 속으러 노인을 불렀다.
“왜 그러느냐.”
‘이 기술을 감히 만술의 비기라 칭해도 되겠습니까?’
만술(萬術)은 방대하고 다양한 술들의 집합체를 칭하는 말이다.
그런 만술에.
독섬이라는 일개 기술을.
비기(祕技)라는 거창한 호칭으로 불러도 되는 걸까?
제자로서 스승에게 묻는 거였다.
“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술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느니라. 이 스승의 살아생전에서도 자주 썼던 기술이니. 비록 내 기술엔 독이 들어가진 않았다만, 만술의 요체는 유연함 아니겠느냐?”
‘감사합니다.’
꾸벅.
노인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인 내가 창을 고쳐 들었다.
이제 새로 탄생한 기술을 세상에 선보여야 할 때.
“크으으으!”
눈을 부릅뜬 채로, 간신히 남은 힘을 짜내 반격을 준비하는 지마.
나는 입술을 열었다.
“영광으로 알아라.”
그러고는.
후웅!
지마를 향해 힘차게 창을 뻗었다.
“죽기 전에 만술의 비기를 구경한 것을.”
“……!”
콰아아아아!
내 손에서 응축된 기운이 전방으로 폭사했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독섬(毒閃).
그러고는.
번쩍!
녹색 빛이 스파크처럼 공간을 뒤덮었다.
내 첫 번째 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