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8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88화
해충은 박멸해야지
쑤아아아아아!
독섬(毒閃)의 움직임은 간결하면서도 엄청났다.
마치 쏘아지는 방향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리겠다는 듯.
응집된 녹색 기운의 파동이 지마를 집어삼켰다.
그가 던진 흑룡파 따위?
파스스슥!
다 타고 남아 부스러지는 재처럼 스러졌다.
[물의 마녀(Water Witch) : 미친? 저 기술은 또 뭐야?] [절대무쌍(絶對無雙) : 팀장의 작품인 것 같은데. 대……단하군.] [봄사도(春使徒) : 역시 팀장은 팀장인가 봐요.]전장 상황을 지켜보던 몇몇이 채팅창에 놀라움을 표했다.
“…….”
휘이잉!
분출한 방향으로부터 역풍이 휘몰아쳤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던 지마는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상태.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허.”
이마 위 머리칼을 시원하게 넘기는 바람을 느끼며.
나는 감탄했다.
독섬(毒閃) 이거.
생각보다 더 대단하잖아?
아무리 몇 번 두들겼다 해도, 하이 랭커가 단박에 사라져?
랭킹이 자동 갱신된 것을 보면.
분명 지마는 죽었다.
랭킹 79위였으니, 그 뒤에 있던 순위가 하나씩 땅겨지겠지.
“이야! 이제 내가 랭킹 79위로구나!”
파즈즈즉!
아직도 괴물화된 봉재영과 싸우며 신나게 외치는 플로아.
“역시 내 주인이야! 멋있어! 그 악명 높은 지마를 한 방에 잡아버리다니! 아, 그리고 주인! 부탁인데 끼어들지는 마! 이놈은 내가 어떻게든 잡는 거 보여줄 테니! 알겠어?”
막상막하의 전투에 신이 난 플로아.
그녀의 눈빛에는 호승심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라.”
내가 가볍게 대꾸했다.
‘그나저나 주인이라니…….’
엘드린도 아니고.
이제 진짜 알아서 노예를 자처하는 건가?
뭐, 나야 손해 볼 거 없지만.
– 크아아아아!
쾅! 쾅! 콰앙! 쾅!
포효하며 달려드는 봉재영과 그에 맞서는 플로아.
‘봉재영.’
눈깔을 뒤집은 채 침을 질질 흘리는 녀석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것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저 녀석도 이제 랭킹 100위이려나?
‘어쨌든.’
한 명 처리했다고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었다.
또한, 플로아를 도울 여력도 없었다.
왜냐.
스스슷!
휘몰아치는 안개가 누군가의 등장을 알렸으니까.
“끌끌, 마침내 주인공이 나타났구만?”
노인이 흥얼거렸다.
“게다가 안개라……. 저 진법과 기운의 흐름을 보니 확실해졌다. 저놈, 당휘평이 맞아.”
“…….”
나는 노인의 말을 들으며 전방을 쳐다봤다.
안개 사이에서 등장하는 러시아 남성.
세계 랭킹 69위.
충왕(蟲王) 안드레이.
나보다 무려 랭킹이 9위나 더 높은 자.
“너.”
그가 굳은 표정으로 날 불렀다.
소름 돋는 건.
그의 표정에 나타나는 감정이.
지마의 죽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
하긴.
같은 악당끼리 동료애라는 게 있을까?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사람들일 텐데.
저벅.
그가 천천히 걸어왔고.
푸스스스!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혹시…….”
동시에 그가 던진 말은.
나를 꽤나 놀라게 했다.
“혹시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겠지만, 너. 만술이라는 사람을 아나?”
“……!”
* * *
만술(萬術).
그 이름이 생전 처음 보는 다른 랭커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크하하하하하!”
노인이 재밌다는 듯 광소했다.
“진짜. 진짜 네놈이었구나! 당휘평!”
“…….”
와우.
진짜 서로 죽은 두 사람이 다른 세계에서 유령으로 만난 거야?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넓은 우주에서, 하필.
이 행성에 소환되어 헌터들을 숙주로 조우할 확률이.
“끌끌, 뭐 악연도 인연이라고 어느 정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나.”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인연 나름이지. 당휘평은 그야말로 인간쓰레기 그 자체이니라.”
예, 스승님.
이 제자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을 실험체로 써서 괴물로 만들어놓는 자를 같은 인간으로 볼 순 없겠지요.
“그러하니, 그놈에게 대답해 주거라.”
‘뭐라고요?’
내 물음에 노인이 옆으로 다가와 귀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아아.
그렇게 말하면 된다고요?
그거야 어렵지 않군요.
나는 들었던 말 그대로, 안드레이에게 내뱉었다.
“엥, 사람들 말이 맞네? 벌레가 벌레를 키우고 있었구나.”
“……!”
안드레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귀를 부여잡아 막았다.
마치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걸 참는 것처럼.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알 거 같은 건 왜일까.
씩 웃은 나는 할 말을 이어 내뱉었다.
“쯧.”
혀를 한번 툭- 차주고.
“해충은 박멸해야지.”
스윽!
동시에 창을 들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나, 저놈이 알 것 같지도 않아 보이며.
혹여 안다고 해도.
벌레와 토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나 역시 동감이었다.
안드레이는 그저 신기한 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녔다.
“……맞군.”
안드레이가 입술을 깨물며, 말을 내뱉었다.
“네놈 역시 내 위에 떠 있는 어르신처럼, 만술이란 자를 끼고 있는 거냐?”
“…….”
나는 녀석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조금 전 했던 말은 그저 노인의 부탁일 뿐.
벌레와 말을 섞는 취미는 없다.
후웅!
빠른 속도로 질주한 나는 놈의 머리를 향해 창을 날렸다.
창끝이 녀석에게 닿기 전.
부우우욱!
책 찢는 소리와 함께 녀석과의 거리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거의 체감상 300m 정도?
동시에 피어오르는 안개는 더욱더 자욱해졌다.
“끌끌, 많이 발전한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구나. 아직도 이런 진법이라니.”
진법.
안드레이는 진법을 사용해 나를 공략했다.
‘이건.’
내가 아무리 달려가도 그 거리가 일정하게 벌어지는 진법인가?
‘어르신.’
“오냐.”
‘이런 건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내가 물었다.
과거 당휘평을 상대해 봤던 노인이고.
아까도 이 진법에 대해 아는 것 같이 말씀하셨으니, 당연히 알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그걸 내가 어찌 아느냐?”
‘……예?’
내가 벙쪄서 답했다.
“애초에 진법 따위 귀찮아서 배우지도 않았다. 만술에 포함하지도 않았어.”
‘……?’
“끌끌, 진법 같은 건 당휘평 같은 겁쟁이나 배우는 것이니라. 모름지기 강자는 진법 따위 무시하고 힘으로 해결하는 법이지. 그러하니, 혹여 저딴 술법 따위 배울 생각 하지도 말거라.”
‘……그렇군요.’
뭔가.
노인다운 발상이긴 한데.
그래서 어찌해야 하지?
일단.
안드레이는 약하다.
다루는 벌레의 효용이 좋고, 진법이 신묘해서 높은 랭킹에 있을 뿐이지.
이미 만들어놓은 괴물들은 내 뼈다귀들이 잘 상대해 주고 있을 거다.
‘생각하자, 생각.’
사실, 크게 걱정은 안 된다.
워낙 더 심한 난이도의 던전이나 시련도 능히 해결했던 나이기에.
‘일단.’
계속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진법이라면.
화르륵!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활을 들면 되잖아?’
궁술은 명백히 내 만술(萬術)에 포함된 기술.
나는 신살(神殺)급 무기를 멋들어진 활로 바꾸어 시위를 당겼다.
훈련마다 엘드린과 함께 연습했기에.
쏘는 방법 정도야 잘 안다.
‘잠깐?’
근데, 그냥 쏘는 것보다.
활을 통해 독섬을 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독섬이야 무기 제한을 받지 않는 스킬이고.
그렇다면, 그 막강한 파괴력을 원거리로도 낼 수 있는 거 아닐까?
“호오, 네놈……!”
노인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 건 그때였다.
“천재냐……? 허어, 내 제자가 대가리까지 빨리 돌아간다니……! 신통방통한 일이로구나! 과연, 마사지의 효능이 두뇌에도 있었던 거였느냐?”
아니, 어르신…….
그거 욕입니까? 칭찬입니까?
게다가 그거.
어르신께서 만든 스킬이잖아요.
저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칭찬이다, 이놈아! 빨리 활을 들어 쏘아보거라. 기대되는구나.”
‘아, 옙.’
살짝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스윽.
나는 절로 생겨난 화살을 메기며, 멀리 있는 안드레이를 조준했다.
“후우.”
조준, 호흡, 사격.
엘드린이 가르쳐 준 세 단계 절차.
그사이에 나는.
우우웅!
기운을 끌어모았다.
* * *
“…….”
그 시각.
안드레이는 고막을 틀어막은 채 괴로운 표정을 했다.
“저 찢어먹을 만수우우우우울!”
“뭐? 해충은 박멸해야지? 그 빌어먹을 노친네가 날 기억하고 있었구나!”
“뭣 하느냐아아아! 저 아이를 당장 죽여 없애거라! 내 눈앞에서 당장 저놈을 찢어발기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악독고를 변형시켜 네 뇌를 녹여 버리겠노라!”
흥분을 감추지 못한 당휘평이 계속해서 분노를 터뜨렸기 때문.
‘제발 좀 조용히 좀 하시지.’
과거 노인과 만술이란 작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안드레이가 걱정하는 건 두 가지.
1. 당휘평이 비협조적일까 봐.
2. 정말로 악독고를 변형시킬 수 있을까 봐.
특히 2번 협박은 듣는 지금에도 소름이 돋았다.
‘일단.’
당휘평이 가르쳐 준 진법으로 녀석과 거리를 벌려놓긴 했다.
‘근데.’
뭔가 불안했다.
무언가 차근차근 준비했던 게 전부 박살 난 느낌?
독고로 이루어진 진법 요새가 깨져 버렸고.
지마가 죽었다.
기껏 만들어놓은 괴물들은 웬 스켈레톤 부대와 마피아 집단과 비등비등했으며.
3일간 정성스레 길들였던 쇠주먹은 뇌명(雷鳴)이 커버하고 있었다.
그렇게 형성된 주동훈과의 1:1.
근데 그 주동훈이라는 자와 당휘평의 과거가 연관된 느낌이다.
그것도 과거에 완전히 참패했던 느낌.
‘제기랄.’
이게 맞는 걸까?
그냥 무시하고 튀는 게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이노오오옴! 뭣 하느냐고 물었다! 진법이든 뭐든 당장 저 빌어먹을 새끼를 굴복시키라니까! 못 알아 처먹겠느냐? 네놈이 꿈꾸고 있는 천하통일을 이루려면, 저 빌어먹을 놈부터 없애야 한단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본인 뒤에서 눈을 부리부리 뜨며 노려보는 당휘평이 더 무서웠으니까.
“…….”
쿠구구구!
입을 꾹 다문 안드레이가 손을 활짝 펴, 기운을 끌어올렸다.
‘진법을 최대한 이용해야지.’
당휘평의 진법은 신묘했다.
상대의 시야엔 자신이 멀리 있지만.
막상 자신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그뿐이랴?
타격해도 먹힌다.
스윽!
안드레이가 조용히 끌어모은 기운을 분출시켰다.
콰가가가!
막대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쏘아지는 기운.
“물어뜯어라, 벌레들이여.”
수백의 벌레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기어가듯 펼쳐진 일격이 주동훈을 타격하려 할 찰나.
쐐애애액!
“허업?!”
안드레이가 눈을 부릅떴다.
끔찍한 녹색의 기운이 자신을 향해 정확히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분명 진법을 걸었는데?
미처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안드레이는 본능적으로 바닥에 몸을 뒹굴었다.
하지만.
“크윽!”
안드레이가 왼쪽 팔을 쓸린 듯 부여잡았다.
나름 반응속도로 피해냈는데도 불구하고 충격이 느껴졌다.
“……독화살인가?”
놀랍게도.
창이나 칼, 방패 따위를 쓰던 주동훈이 활까지 쓰고 있었다.
‘뭐야.’
안드레이는 혼란스러웠다.
애초에 저거.
네크로맨서 아니었어?
왜 이리 무기를 잘 다루는 건데?
“이 멍청한 노오옴! 만술은 그야말로 만술이다! 만 가지 이상의 술법을 쓴단 말이다! 지금 당장 수기(水氣)에 꽂아놓은 옥형(玉衡)을 화기(火氣)로 옮기거라!”
“아, 알겠습니다!”
당휘평의 다급한 명.
안드레이는 급히 배웠던 대로 진법을 변형시켰다.
쓸린 팔을 부여잡고.
신속하게 내달리며 배열했던 도구들을 시키는 대로 옮겼다.
“이제 네놈의 분신이 일곱 개 늘었다. 그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울 터. 빨리! 당장 찢어버리거라!”
분노한 당휘평의 외침이 안드레이의 고막을 쩌렁쩌렁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