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9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97화
마탑 (3)
덜컹!
결국, 대리석이 걷어 올려졌다.
노인의 말마따나, 정말 그곳에는 사람 하나가 드나들 법한 구멍이 있었다.
“후우, 정말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요.”
써니가 넋 놓고 그 구멍을 바라봤다.
“마탑에 비밀이 넘쳐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여기에 이런 구덩이가 있었을 줄이야…….”
흔히들 마법사를 호기심의 종족이라 말한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응용하려 하는 자.
써니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진 못하나 보다.
“진짜 약속이에요. 비밀 지켜주기. 진짜 황금 배지라서 믿는 거예요.”
바로 협조해 주는 걸 보면.
그뿐이랴?
새로운 통로의 발견에 두 눈까지 반짝거리고 있다.
“지켜주고 말고 할 게 어딨습니까? 공범인데.”
“아, 그래도요.”
“모든 행동의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겁니다. 성인이시잖아요? 그게 싫으시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 교수나 마탑주님께 이르면 되는 겁니다.”
물론.
정말 그러겠다 하면, 잠깐 기절시키는 실례를 범할 수밖에 없겠지만.
“……으음.”
살짝 머뭇거리던 써니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후, 좋아요. 들어가자고요, 들어가!”
굳이 그녀를 데려가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곳은 마탑.
괜히 아까 그 [마법 훈련장]처럼, 기능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오면 곤란하니까.
즉, 기능 셔틀이자, 안내원 역할이었다.
삐그덕, 삐걱!
뼈오는 지금도 넋 놓은 상태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구덩이 옆에 달린 사다리를 부여잡은 채, 천천히 내려가는 중.
“먼저 들어가세요.”
써니를 먼저 들여보냈다.
대리석 바닥은 티 안 나게 원상복구 해놓고 가야 하니까.
“놓치지 말고 잘 따라가야 합니다.”
드르륵, 쿵!
나는 기운을 끌어올려, 꺼내둔 대리석 바닥을 맞춰 끼웠다.
메케한 흙먼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우. 아예 안 보이는데요?”
아래서 불평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탓이다.
나야 섀도우 셰퍼드와 놀았던 추억이 있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일반 학생 마법사인 그녀에게는 고역이겠지.
“플래시 같은 마법 없어요? 화 속성이라면서.”
“아, 잠깐만요. 기다려 봐요.”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파앗!
그녀의 소형 지팡이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오호.
그냥 해본 말인데, 진짜 있었어?
“그래.”
그녀가 혼자 중얼거렸다.
다짐하는 톤으로.
“탑에서 쫓겨날 각오까지 하고 들어왔는데. 이제 빠꾸 없어요. 무조건 비밀 밝혀낸다……!”
무언가 의욕이 가득한 움직임으로.
약 50m 정도 아래 보이는 바닥까지 성큼성큼 내려갔다.
나 역시 그녀와 속도를 맞추었고.
투욱!
뼈오와 함께 순차적으로 바닥에 닿았을 때.
“……여기는.”
써니가 중얼거렸다.
나 역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미로?”
* * *
동굴은 은근히 길었다.
그리고 갈림길이 많았다.
대략 50m 정도당 한두 개씩 보이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공간으로 나뉘어 있을까?
요컨대, 개미집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하늘을 보면.
몇몇 구덩이들이 파여 있는 게.
그때 그 대리석 바닥 말고도 이 비밀 통로로 통하는 곳이 많은 듯했다.
무언가 아는 사람만 아는 지름길 같은 건가?
삐걱!
그 와중에도.
뼈오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었다.
“도대체 저 스켈레톤, 정체가 뭐예요? 무슨 마탑을 제집처럼.”
써니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묶으면서 물었다.
“뭔가 알고 가는 거 맞겠죠?”
“……그럴걸요?”
“그럴걸요는 뭐예요, 또!”
뭐긴 뭐야.
나도 모르니까 하는 답이지.
도대체 뼈오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딜까?
마치 정신을 빼놓고 본능대로 찾아가는…….
그래, 귀소 본능!
아직 각성 전이라 이성 없이, 본능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이는 그러한 느낌?
물론, 지금이라도 그만두어라 명하면 멈출 거다.
그리고 다시 순수하게 삐걱거리며 내 명을 따르겠지.
“우선 확실한 건.”
내가 말했다.
“여기서 이 비밀 통로를 제일 잘 아는 게 저 녀석일 겁니다. 그냥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뒤따라 보자고요. 미아 되기 싫으면.”
“……미아요?”
써니가 흠칫했다.
그러더니, 호기심 가득한 표정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금세 뒤바뀐다.
‘이 사람…….’
뒷일 생각 안 하고 움직이는 건가?
하긴.
뒷일을 생각했으면 애초에 따라오지도 않았겠지.
“그러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요.”
* * *
우리는 걸었다.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냐면, 도중에 계단 같은 걸 타고 내려간 적이 있을 정도?
통로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걷기 편할 정도의 통로도 있었고.
기어가야 간신히 통과할 정도의 크기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 환풍구인데요?”
덜컹, 덜컹!
기어가는 도중.
사이사이 박혀 있는 정사각형의 철망을 발견했다.
그 틈으로는 엄청난 양의 도서 수납공간이 보였고.
그 안에는 고풍스러운 책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서고예요!”
써니가 천천히 기어가면서 속삭였다.
“서고면, 훈련장 아래층인데……! 어느새 한 칸 내려왔나 봐요!”
“…….”
서고긴 한데, 저 아래 학생들에게 걸릴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천장이 얼마나 높이 있는 건지.
저 아래 학생들이 주먹 크기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이 정도 거대 책장이면…….
꼭대기에 있는 책은 정리하다가 떨어져 죽을 수도 있겠는데?
“도대체 책이 얼마나 많은 겁니까?”
“놀랍죠? 저도 처음에 왔을 땐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헌터란 게 생긴 지 13년밖에 안 됐는데…… 이 정도 양이면 거의 수백 년은 출판해야 나올 법한 양이잖아요.”
“…….”
“근데, 저기 대다수 책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거예요.”
“그 말은?”
“예, 지구의 언어로 쓰여 있는 게 아니거든요. 다 알아볼 수 없는 상형 문자들로 가득해요.”
“아.”
“그래서 대다수 마탑 학생들끼리 추측하는 게, 어쩌면 이 탑을 세운 게 마탑주님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거죠.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이렇게 넓고 큰 구조물을 어떻게 사람 한 명이 세우겠어요.”
“옥스퍼드 학생답게 합리적인 생각이네요.”
“헤헷, 그렇죠?”
삐걱, 삐걱!
우리는 계속 기었다.
아무래도 목적지까지 가려면 꽤나 남은 것 같았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저기 서고에 서 있는 학생들은 뭡니까?”
“아, 쟤들요?”
“네.”
“둘 중 하나예요. 진짜 스킬북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저 문자들을 번역해 보려고 어떻게든 노력하는 애들이거나.”
써니가 볼을 긁적였다.
“만약 저 문자들을 모조리 다 번역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기연 중 기연 아니겠어요?”
맞네.
여기 있는 서고의 방대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을 테니까.
참고로.
「스킬북」이란 던전 보상이나 기연으로 얻을 수 있는 마법사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읽는 순간,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되는 사기급 아이템.
물론, 책 하나당 1회만 가능하며.
누군가 한 번 사용하면, 스킬을 익힐 수 있게 해주는 ‘고유 효과’는 소멸한다.
책 자체만 남을 뿐.
때문에, 아직 ‘고유 효과’가 남아 있는 S급 「스킬북」 같은 경우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리곤 했다.
물론.
「스킬북」은 마법 관련 고유 능력을 갖춰야 익힐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그래서 나 같은 네크로맨서는 얻는다고 해도 익힐 수 없었다.
그럼 다 사용한 스킬북들을 왜 읽고들 있을까?
이유는 책 내부에 해당 스킬의 기본적인 사용법과 응용법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아마 학생들이 읽는다고 한 게, 그 책 자체만 남은 스킬북들이겠지.
“으허!”
얼마 지나지 않아, 써니가 비명을 질렀다.
“허리 아파……! 도대체 언제까지 기어야 하는 거예요? 으으으, 괜히 온다고 했나?”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삐그덕!
시야 앞 뼈오는 아직도 기어가는 중.
운동량이 부족한지, 써니의 하체가 후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 순간.
멈칫!
“어?”
뼈오가 기어가는 것을 멈췄다.
그러더니.
투욱, 투욱!
이번에는 환풍구에 있는 철망을 지팡이로 내려찍는다.
서고로 가려 하는 걸까?
“잠깐 비껴봐요.”
“예, 옙!”
써니를 구석으로 밀어 넣은 후, 뼈오의 옆으로 간 내가.
화르륵!
신살(神殺)급 무기를 단검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과감하게 내리박은 후, 그어댔다.
서걱, 서걱!
과연 높은 등급답게, 환풍구의 틀 정도야 가볍게 썰렸다.
써니가 경악했다.
“마, 마탑의 물건을 그렇게 함부로 써시면……!”
“어차피 들키면 큰일 나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
“자.”
그녀를 무시한 내가 뼈오를 바라봤다.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가보렴.”
뒷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덜컹!
철망을 치운 내가 먼저 구멍으로 내려섰다.
다행히도 환풍구 위에는 책장의 천장이 닿아 있었다.
삐걱!
뼈오가 내려섰고.
“읏차!”
써니도 뒤따라 내려섰다.
동시에 다시 앞장서는 뼈오.
놀랍게도 뼈오는 책장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점점 서고 깊은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으슥하면서도, 사람 하나 없는 어두운 곳으로.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어느 한 책장 위에서 걸음을 멈춘 뼈오가 모서리 부분을 부여잡고 책장 한 칸 아래로 내려갔다.
바로 밑이 거의 100m는 되어 보이는 낭떠러지임에도 능수능란하게 이동했다.
“으아아, 저긴 왜.”
써니가 발을 동동 굴렀다.
“저 고소 공포증 있단 말이에요!”
“흠, 호기심이 먼저냐 목숨이 먼저냐의 문제겠네요. 선택은 존중하겠습니다.”
씩 웃은 내가 뼈오를 따라 내려섰다.
바로 한 칸 밑.
다른 책꽂이들과 다르게 굉장히 ‘칸’의 높이가 길다.
살짝 허리만 굽히면 될 정도?
또한.
“어?”
분명 보였다.
눕혀서 위로 쌓여 있는 책들 사이로 보이는 검은 문이…….
“와아.”
두근……!
가슴이 뛰었다.
마치 던전 탐험하다가 ‘기연’이나 숨은 ‘보상’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 이러할까?
“왜요! 뭔데요! 뭔데!”
내 반응에 써니도 흥분했다.
“여기 문이 있는데요?”
“문?!”
결국,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는지.
“흐으으읍!”
호흡을 길게 참은 그녀가 한 칸 밑으로 힘겹게 내려섰다.
과연 마법사다운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덜컹!
뼈오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어떠한 좁은 밀실(密室)이 있었다.
* * *
방은 심플했다.
구석에는 간이 책꽂이가 하나 있었고.
그 내부에는 낡아 보이는 책들이 한가득했다.
또한.
가운데에는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그리고 위에는 다 찢어져 가는 양피지와 말라 굳어버린 잉크, 깃펜.
“……이게 뭐죠?”
“글쎄요.”
저게 뭘까.
나도 궁금하다.
삐걱!
도착한 뼈오는 간이 책꽂이 반대편 구석에 앉아, 미동을 멈췄다.
본능대로 움직였고, 목표가 달성되자 다시 원래의 뼈오로 돌아온 거다.
“흐음.”
나는 책장의 책 중 하나를 집어 대충 펼쳐 넘겼다.
역시, 하나도 알아먹을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하다.
“뭐죠? 이 스켈레톤은……?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는 줄 알았으며…… 또, 왜 이런 공간에 고작 이런 책들밖에 없는 거예요?”
써니 역시 열심히 방을 뒤적였다.
“솔직히 마탑에 이런 공간이면, 기연 하나 정도는 딱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 김빠지게.”
“그러게요.”
나는 계속해서 무언갈 찾았다.
뼈오에게도 물어봤지만.
삐걱?
다시 돌아온 녀석은 관절을 꺾으며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후.”
이놈아.
여길 발견만 하면 뭐하냐.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는 알려줘야지.
“어어?”
그때였다.
탁자에서 양피지를 넘기고 있던 써니가 경악했다.
“이, 이거 보세요!”
양피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가리키며.
“여, 영어가 적혀 있어!”
“……영어요?”
내가 다가가서 바라보자.
자연스레 번역되어 읽히는 문구.
[마도세계(魔道世界).] [제4대 마탑주, ‘엘로이즈’의 흔적.] [관리 대상 1호.] [역대 전설이자 최악의 마탑주의 방으로 주의 요망.]“……이건.”
엘로이즈?
역대 최악의 마탑주?
“……이게 뭘까요?”
멍하니 답하는 써니의 목소리에 의문이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