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0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09화
저 사람은 진짜다
첫째 날.
아린은 결국, 누군가의 호의를 받지 않았다.
배고프지만,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식량과 재료는 충분히 있었으니까.
“…….”
자리를 옮겨야 하나도 생각했지만.
‘소용없겠지.’
이미 이곳 밀실을 아는 존재라면.
본인이 어디로 이동하든, 찾아낼 수 있을 터.
아린은 그저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종이에 적힌 후원자라는 존재가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를.
드르륵!
문을 닫고, 촛불을 키운 채.
골라둔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마법 재능이 늘지 않는 이유」
「기초 화(火) 속성 마법」
「마법 술식에 대한 이해」
전부 고대어로 적힌.
그녀가 서고 깊은 곳에서 찾아낸 책이었다.
누구 하나 읽은 적 없는지 손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책.
‘……이게 소용 있을진 모르겠지만.’
참된 스승 하나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혼자 개척하는 것뿐이었다.
* * *
셋째 날.
아린은 잠이 적었다.
하루에 수면에 빠져드는 시간은 고작 세 시간뿐.
‘재능이 없으면 노력으로 때워야지.’
아린이 다시 책을 들었다.
책이 무거운지 앙상한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터억!
그녀가 책을 벽에 기대어 펼쳤다.
“…….”
고대어는 심오하고도 어려워, 적어도 세 번 이상은 읽어야 이해가 될까 말까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투욱!
‘또야.’
첫째 날도, 둘째 날도, 오늘도.
미지의 후원자는 밀실 앞에 음식과 재료를 가져다 두었다.
불어 터진 음식은 새로이 바꿔주었으며, 이제는 식수까지 떠 놓았다.
꼴깍.
아린이 침을 삼켰다.
솔직히 가장 괴로운 것은 음식 냄새였다.
‘오늘은 닭꼬치인가?’
참으려 해봐도 계속 입에 침이 고였다.
닭을 먹어본 지도 거의 1년이 넘은 것 같은데.
‘그냥…… 눈 딱 감고 먹어?’
잠깐 유혹에 넘어갈 뻔했으나.
꾸욱!
아린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강하게 꼬집었다.
‘아서라.’
동시에 다짐했다.
‘저기에 어떤 약이 타 있을 줄 알고……. 그냥 참자.’
* * *
닷새째 되는 날.
아린은 두꺼운 세 권의 책을 전부 익혔다.
잘되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나오는 이론을 몸에 익히려 부단히 노력했다.
‘아무리 해도 잘 안 돼.’
아린은 낙담했다.
왜 입탑한 학우들은 잘만 배우는 걸.
자신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걸까?
아직도.
기초적인 손바닥에 불 피우기밖에 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
힐끔.
그녀가 바깥을 바라봤다.
이번에도 역시, 음식이 뒤바뀌어 있다.
재료 역시 다섯 뭉치가 쌓여 있다.
‘누군지는 몰라도, 정성이 대단하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어색했다.
누군가가 베푸는 이유 없는 호의.
짧지만.
그녀가 살아온 인생에서 겪어본 적이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아린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부담스러움.
그리고 두려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주먹을 꽉 쥔 그녀가 이제는 말라비틀어져 더욱 딱딱해진 건빵을 입에 하나 물었다.
딱딱해질수록 좋다.
더 오래 녹여 먹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일어난 아린은 주변에 점 찍어둔 다른 서적을 가지고 왔다.
「고대 마법의 이해」
「재능 없는 자들을 위한 금지된 마법」
「마력을 담는 저장소」
또다시 독서의 시작이었다.
* * *
일주일째 되는 날.
잠자던 아린이 눈을 떴다.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는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
꼬르륵!
위장이 요동쳤다.
빨리 저 향의 정체를 배 속에 욱여넣으라고 몸 내부에서 협박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나가자.
또, 종이에 적힌 글자가 보였다.
첫날 이후로 두 번째 후원자의 쪽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좀 길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버틸 거냐?] [이 음식은 치킨이라 하는 거다.] [토막 난 닭고기에 밀과 전분을 묻히고 기름에 튀긴 거지.] [먹어라.] [내 존경하는 스승이 말했지.] [배움도 충분한 영양이 섭취되어야 더 좋은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마탑이 밉지? 세상이 밉지? 가문에 복수하고 싶지?] [먹어라.] [그리하면 내가 도와주겠다.] [-후원자-]“…….”
이번엔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자신의 속마음.
마탑을 태우고, 세상을 향해 복수할 야심 찬 계획을.
후원자라는 존재가 낱낱이 알고 있었다.
“…….”
아린이 고개를 숙였다.
그곳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닭튀김이 놓여 있었다.
‘솔직히.’
믿고 싶었다.
후원자라는 사람.
이 사람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근했던 쓰레기들과는 질이 달랐다.
가문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자, 사기꾼, 약을 팔던 자.
그들은 자신이 몇 번 쳐내면 그걸로 끝이었다.
침을 뱉고, 욕을 하면서 떠났었다.
‘하지만.’
이자는 달랐다.
그녀에게 이토록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사람이 있기나 했던가?
“나한테…….”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아린이 생각하는 ‘자신’이란,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재능도 없고, 가문의 도움도 받을 수 없으며, 피해의식에 찌들어 있는 사람.
그런 자신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도움을 주고자 하는 걸까?
“간신히 마음을 닫았는데…….”
왜 또 마음의 문을 열게끔 하는 걸까?
스윽.
그녀는 본능적으로 닭튀김 하나를 집었다.
이제는 참을 수 없었다.
혹여 속이는 거라고 해도.
약이나 독이 타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참는 건 고문이었다.
와득!
가져가 한 움큼 물자, 느껴지는 부드럽고 풍부한 육즙.
‘아아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쩜 이리 맛있을 수 있을까?
매번 씹던 건빵과는 차원이 다른 촉감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게.
단언컨대 세상에서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감사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사해요. 감사해요.’
그녀는 속으로 감사하며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 * *
“끌끌, 드디어 고양이가 먹이에 입을 댔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아니, 저 아이보다 어르신이 더 행복해 보이십니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 혹독한 세상 속에 홀로 버텨내던 아이가 구제 당했는데! 내 그동안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아느냐?”
노인이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자, 이놈아! 그럼 이제 저 아이와 함께 주술과 마법을 동시에 배우는 게냐?”
“아뇨, 아직이에요.”
“엥? 그게 무슨 소리냐?”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루빨리 실력을 늘려야 저 아이의 졸업도 무사히 시킬 것 아니더냐!”
“너무 성급할 필요 없어요.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
“누가 보면 저 아이가 진짜 고양인 줄 알겠다, 이놈아.”
빨리 아린을 도와주고 싶은 노인의 마음도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할 게 너무 많았다.
수업도 해야 하고, 주술도 배워야 하며, 페일의 근황도 신경 써야 하니까.
‘특히, 페일. 그놈.’
내가 가진 패는 엘로이즈 가문의 것이다.
즉, 페일이 가문에 이르면 언제든 효능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
그때는 서고에 들어갈 수도 없으며, 교수 직위에서 잘릴 수도 있는 일.
주기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또.
수업은 얼마나 귀찮은지.
D 클래스 교수인 실비아가 말하길.
3주 후에 있을 학력평가에서 F 클래스 학생들이 사용해야 할 마법은 속성별 대표 마법이란다.
「파이어 볼」
「워터 밤」
「힐링」
「샌드 스톰」
각 가문의 속성을 딴 기초 마법들.
나는 이것들을 주술과 연계시켜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려 노력했다.
‘사실 가르친다기보다는.’
나 역시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다행히.
앤드루 그놈은 내가 출석한 이후로 별 액션이 없었다.
액션이 없는 것보다는 출석 자체를 잘 안 했다.
‘우선.’
아린을 S 클래스 수석으로 졸업시키려면.
내가 그녀를 가르칠 만한 실력이 되어야 한다.
아니, 그전에.
천천히 그녀가 다시 마탑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지.
가문이 아린을 지키지 않는다면?
내가 아린을 지키면 된다.
난 그럴 자격이 있었다.
담당 교수이니까.
* * *
“끄으응.”
고위 귀족들에게만 주어진다는 10층의 최고급 기숙사.
그곳에서 페일이 끙끙 앓고 있었다.
도로에서 웬 놈한테 두들겨 맞은 이후로, 수업은커녕 거동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
“그 여우 새끼. 내가 가만 안 둬.”
페일이 이를 갈았다.
왜 때리는지 이유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놈.
엘로이즈를 상징하는 자신의 패도 압수해 갔으며.
가문에 말하면 다시 찾아온다고 협박도 했었지.
“흥.”
페일이 코웃음 쳤다.
그자가 왜 가문에 말하면 안 된다고 겁을 주겠는가?
그걸 생각해 보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엘로이즈가 무서우니까.
“사람 잘못 봤어…… 이 새끼야.”
가주의 귀에 들어가면 상황은 끝이다.
가문의 정예 마법사들이 패의 위치를 추적하여 타격할 것이고.
그 빌어먹을 새끼의 가면을 벗어낸 채, 추궁할 수 있겠지.
녀석은 가문을 우습게 봤다.
그리고 우습게 본 그 대가는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끄으으.”
페일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일어섰다.
동시에 거실에 있는 수정구에 다가가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가문의 마법사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최고급 통신 수정구였다.
수정구의 빛이 번쩍이며 홀로그램이 띄워지려 할 찰나.
파각!
부서졌다.
분명 잘 작동하던 수정구가 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파지지직!
홀로그램은 꺼졌으며, 불어넣었던 마력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무, 무슨……?”
페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곳은 자신의 숙소이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을 텐데 어떻…….
“으에?”
그의 두 눈동자가 더욱 확장됐다.
왜냐.
그의 앞에 존재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사람의 해골 모양이 창을 들고…… 움직이기까지 하는……?
“으, 으아아아아악!”
깜짝 놀란 페일이 뒷걸음질 치다가 꽈당 넘어졌다.
“뭐, 뭐야! 이건! 누, 누구야!”
손가락질하면서도 발을 사용해 계속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공포스러운 해골이 입을 열었다.
“흠, 주군이 가문에 연락하지 말라 했을 텐데?”
안광을 번뜩인 해골이 페일을 음산하게 쳐다봤다.
“끅!”
공포에 질려 말도 안 나오는 페일이 딸꾹질했다.
세상에.
이런 존재가 있다고는 배워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조금 기다려라. 곧 주군이 나타나실 테니. 음, 기숙사 1031호로군?”
“……?”
페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주군이라면.
그때 자신을 쥐 잡듯 패던 그 은여우 가면?
아니나 다를까.
덜컹!
움직이는 해골바가지가 기숙사의 문을 열었다.
“주군, 여기입니다.”
“고생했다, 태양아.”
소름 돋게도.
그 문 안으로 공포의 은여우 가면이 등장했다.
그 시뻘건 몽둥이를 든 채로.
“우리 페일이. 약속 어겼네?”
“미, 미친……?!”
“일단 맞으려면 상태가 좀 좋아야 하니까……. 어디 보자.”
덜덜덜.
페일의 몸이 떨려왔다.
설마 그 끔찍한 구타를 다시 겪어야 한다고?
“자, 잘못했습니다! 다,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요. 죽은 듯 살겠습니다!”
페일이 신속히 일어나 엎드려 빌었다.
몸이 아팠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나.”
사내가 중얼거리자.
후두두둑!
허공에서 뼈다귀 한 마리가 더 생성된다.
“흐이이익!”
페일이 다시 뒤로 나자빠졌다.
“쟤 좀 힐링해 줘.”
“예, 마스터.”
우우웅!
해골이 뿜어내는 하얀 빛이 자신의 몸속을 유영했다.
고통이 사라지고, 부었던 피부가 가라앉는 기적.
하지만.
페일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왜냐.
몽둥이를 든 은여우 가면이 서슬 퍼런 기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
“자, 저번에 약속했었지? 우리 다시 한번 만나면 진짜 고통이 뭔지 보여주기로.”
이내.
사내의 몽둥이가 다시 한번 춤을 췄다.
“끄아아아악!”
퍼버버벅!
다시금 온몸에 퍼지는 고통을 느끼며.
페일은 생각했다.
저 사람은 ‘진짜’라고.
건드는 것보다는 굴복하는 게 훨씬 더 편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