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7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5화
대규모 레이드 (4)
용(龍).
이 세상이 변한 이후로, 인류가 맞이한 역대 최악의 존재.
“이건 아니야.”
콰가가가가!
마치 폭격기 전단의 폭격처럼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 세례와.
후둑, 후두두둑!
허공에서 생겨나 그것을 향해 몸을 던지는 스켈레톤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이건 아니라고.”
어떤 사내가 중얼거렸다.
“스켈레톤 엠페러가 대단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의 이득을 위해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인정 못 해.”
“맞다! 우리가 왜 저 말도 안 되는 존재와 싸워야 하는 거냐?!”
하나, 둘, 셋.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등장했고.
불안과 공포는 전염처럼 번져가기 시작했다.
“맞아, 저 용은 우릴 멸족시킬 생각이 없다고 했어.”
“그 말은? 공존하겠다는 거지?”
“그치.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겠다는 말, 아니야?”
“이름도 봐. 지수룡이잖아. 땅을 수호하는 용! 그 땅이 뭐겠어! 지구지! 지구를 수호하는 용이라고!”
“그러네? 그 전지전능한 시스템이 인정한 거잖아?”
용을 적대하지 말고 아군으로 보자는 의견이 생겼다.
“크, 지구를 지키는 용? 그럼 수호룡이잖아!”
“맞다! 용은 우리와 하나다!”
또한 과몰입해서 극성 용빠가 된 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난 돌아가겠다.”
꽤 휘황찬란한 장비를 차려입은 한 랭커의 허스키한 선언.
“대단하신 분이니, 알아서 잘 싸우겠지.”
기세를 보아하니, 꽤나 높은 랭킹의 하이 랭커로 보였다.
“나 역시 가겠어. 내가 세계 협회 소집에 응했던 것은 저 괴수가 인류의 종말이 될 수도 있어서였어.”
“이런 상황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도 없었잖아? 난 의미 없는 개죽음 당하기 싫다고.”
말없이 싸움을 준비하는 자.
상황을 지켜보는 자.
목소리를 내는 자.
떠나는 자.
브리아스의 발언으로 인해, 랭커들은 각자마다 주관적인 판단을 내렸고, 행했다.
“이 새끼들이 뭐라는 거야……? 누가 보면 우리 주인이 저 용이랑 아는 사인 줄 알겠네.”
파즈즉!
갑작스러운 도주에 뇌명(雷鳴) 플로아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고.
“크핫! 모르겠나? 다 핑계지 않은가! 세상에 겁쟁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꿈에도 몰랐군!”
장대웅이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콰가가가가! 콰가강!
용과 스켈레톤 엠페러의 혈투는 지속됐다.
랭커들이 모인 곳으로는 간헐적인 폭격만 있었으며.
대다수가 스켈레톤과 용의 싸움이었다.
“……스켈레톤 엠페러가 대단하긴 하네.”
“맞아, 하이퍼 랭커 셋이서도 버티기 힘든 걸, 혼자서 꽤 오래 버티는데?”
“용을 잡아본 적도 있고, 저기 길들인 적도 있다고 하잖아……. 보아하니 저 용도 경계하는 거 같던데.”
“용에만 특화되어 있는 건 아닐까?”
순수하게 주동훈의 능력을 존경하는 몇몇 랭커들이 무기를 들었다.
도망치는 자들이 있는 만큼, 싸우고자 하는 자도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 * *
으드득!
그 시각.
상황실에서 통제하던 명월여신(冥月女神) 아이라가 이빨을 씹었다.
– 안 됩니다! 고작 용의 말 한마디에 흩어지면 안 돼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용의 말을 보장해 줄 순 없습니다!
– 통제를 따르셔야 한다고요!
– 경고합니다! 이탈하지 마세요! 이탈하는 랭커들은 나중에 협회의 징계를 면치 못할 겁니다!
협회 소속 헌터의 특수 능력을 통해.
계속해서 명령을 보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상황실에 띄워져 있는 화면에는 늘어나는 이탈자만 보였다.
“어떻게, 랭커라는 작자들이……!”
쿠웅!
아이라가 회의실 바닥을 신경질적으로 내리찍었다.
“저런 초등학생도 속지 않을 간사한 혀 놀림에 넘어가냐고……!”
용이 인류를 위한다?
멸족시킬 생각이 없다?
“하.”
아이라는 기가 찼다.
그랬으면, 애초에 땅속에서 몸부림치며 재앙급 지진을 일으키면 안 됐다.
나오자마자 모여 있는 랭커들에게 어스퀘이크와 육탄전을 행하면 안 됐다.
– 용은 그저 우릴 가지고 놀고 있는 겁니다!
– 말끝마다 우둔한 종족이니, 벌레니, 쭉정이니 하면 못 느끼겠어요?
– 애초에 나타나자마자 우리에게 인사를 했습니까? 아니면 뭔가를 제안했습니까?! 다짜고짜 먼저 공격한 건 용이었어요!
아이라가 계속해서 전달했지만.
상황실과 현장은 명백히 다른바.
그 분위기를 역전시키긴 힘들었다.
‘주동훈 씨가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입술을 질겅이던 아이라가 상황실 가장 중앙에 위치한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스켈레톤 엠퍼러의 전투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분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구나.’
눈빛을 보면 안다.
결연한 눈빛으로 스켈레톤에게 뭐라 뭐라 소리치며 창을 휘두르는 사내의 머릿속엔 오직 용과의 싸움뿐이었다.
랭커들이 집에 가든, 도와주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건.”
결국, 아이라가 결심했다.
“아무래도 상황실이 통제 능력을 잃은 것 같네요.”
그러고는 다급히 전투 장비를 챙겼다.
그녀는 세계 랭킹 20위의 헌터.
명월여신(冥月女神).
지구 최강의 버퍼였다.
“지금부터 세계 협회는 랭커들의 통제를 전면 취소하고, 전투에 직접 참여합니다.”
지진 범위 끝에 세워진 회의실이라.
전투 지역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은바.
“가, 갑자기 가신다구요?”
“그럼 우린 어쩌란 말이오!”
“아무리 그래도 명월여신께서 통제를 하는 게……!”
각국 원수들과 헌터들이 만류했지만.
“아뇨, 제가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지요.”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떤 선택이 인류를 위한 것인지 말이에요.”
* * *
콰가가가가!
다시 한번 천지를 울리는 엄청난 폭음.
용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 문득 랭커들의 귀에 잡음이 축소됐다.
고막을 계속 때려서 두통까지 일 법한 소음들이 일제히 사라진 것이다.
“……뭐지?”
“내 귀가 이상한가?”
떨림도 멎었고, 윙윙 울리는 은근한 이명 증상도 사라졌다.
분명히 용이 날개를 휘적이고 있는데, 사위가 쥐 죽은 듯 적막해졌다.
그 기이한 정적 속에서.
– 들어라!
헌터들은 어떤 여성의 힘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을 겨를도 없는 마탑주, 소피아 실버스톤의 음성이었다.
– 싸울 사람은 무기를 들어 팔라딘과 로이더를 따르고, 도망칠 사람은…….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였지만, 모든 헌터들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마탑주, 소피아의 입술이 다시 살짝 떼어졌다.
– 괜한 선동질 말고 그냥 꺼지거라.
묵묵한 울림.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서 마탑주의 분노를 느꼈다.
– 지금부터 그 입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자들은, 나 실버스톤이 책임지고 그 혀를 잘라낼 터이니.
꿀꺽.
무언가를 말하려던 랭커가 멈칫했다.
마탑주의 전언에서 그 진심을 느꼈기 때문.
공간을 장악하는 그녀의 마력을 보았을 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 다만 꺼지되, 그것 하나만은 알아두어라.
– 주동훈이 이기적인 자였으면, 저 수많은 매직 미사일 세례 속에서 자신의 수하들을 던지면서까지 그대들을 구하려 하지 않았을 거다.
– 주동훈이 이기적인 자였으면, 굳이 용이 등장한 이곳으로 태평양을 건너 날아오지 않았을 거다.
“…….”
뒤에서 주동훈을 헐뜯은 자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 나는 마탑주다.
– 마탑에는 서고가 있고, 그 서고는 방대한 우주의 지식을 모두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 그 서고에서 용족을 일컫는다.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종족임과 동시에 가장 이기적인 종족이라고.
– 그들은 절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 그들은 절대 우리를 동급의 종족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 다만, 그들에게 우리는 장난감일 뿐이다.
울림.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가슴속에 무언가를 들끓게 하는 울림이 있었다.
“맞아.”
누군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용도 말했어. 본래 강자에게 굽히는 것이 모든 생명체가 가진 본능이라고. 그게 자연의 섭리라고.”
“……그 말은?”
“우리를 지배하겠다는 거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식민지화하겠다는 거야.”
“옛날 황제처럼 말이지?”
“그치, 그리고 옛날 황제는 황민들을 잘살게 하고자 하는 목표라도 있었지…… 용은 그딴 게 있을 리 없잖아? 애초에 다른 종족인데.”
“……그러네?”
“그게 인류 멸종이랑 다를 게 뭐야? 자유를 잃은 인류는 살아도 산 게 아니게 된다고!”
사람들이 다시금 무기를 들었다.
물론, 선동이 아닌 정말 무서워서 도주하려던 자들은 도망을 멈추지 않았지만.
몇몇 용기 있는 자들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렇겐 못 살아!”
“주동훈을 도와라! 그를 죽게 내버려 두면 안 돼! 그거야말로 인류가 종말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나마 용과 대적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
그 끔찍한 용을 상대로 몇 분이나마 버틸 수 있는 사람.
그런 인재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와아아!”
“와아아아!”
단합(團合).
비록, 조금 전보다 인원은 줄었어도.
그 힘은 더욱더 강해졌다.
결속력이 더 튼튼해졌다.
목적이 있는 싸움이란 그런 것이다.
– 크크크. 버러지들,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르는 족속들이로구나!
브리아스가 포효했다.
흥미가 식었는지, 올라가 있던 입꼬리도 내려왔다.
파괴룡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터.
그냥 다 정리해 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 영광으로 알거라.
후웅! 후우웅!
날갯짓에 육중한 무게의 몸뚱이가 더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해가 중천에 뜰 낮임에도,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용의 몸이 해를 완전히 가려 버린 탓이다.
이윽고.
[지수룡이 브레스를 준비합니다.]콰드드드드……!
용이 이끌어내는 거력과 함께, 그 밑에 퍼져 있는 모든 기운이 한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용의 입가로.
“저, 저건…….”
“미친! 설마!”
두두두두……!
땅에 널브러진 바위들이 허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파편들이 토네이도처럼 돌며, 헌터들을 때려댔다.
“브, 브레스? 브레스다!”
“젠장, 꽉 잡아!”
“오우, 지져스! 이걸 어떡한단 말입니까!”
엄청난 흡입력에, 헌터들이 용을 쓰며 버텼다.
“끄악!”
“끄아아악!”
몇몇 헌터들이 허공에 딸려 올라갔다.
아무리 악력으로 버텨보려 해도, 그 수준의 힘을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쩌저저적!
바닥까지 뽑혀 들려 올라가니, 손으로 지탱할 수 있는 거치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허공에 떠,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으음.”
당황한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착지한 카덴이 땅 깊숙이 방패를 박아 넣었고.
그걸 통해 흡입력을 버티고 있긴 했지만.
“……이거론 안 되겠는데.”
버틴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흡입이 끝나면 이제 제대로 된 브레스가 폭사할 텐데, 그걸 어떻게 막을 것인가?
‘브레스.’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과거 아란발론과 거대마룡을 통해 경험했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
‘고대 마법’(SSS급)의 도움.
즉, ‘스페이스 세퍼레이션’(SSS급)이 없었다면 그때도 답이 없었을 터.
‘뭐, 다른 방도가 없답니까?’
내가 노인에게 묻자.
“큼, 아무리 나라고 해답만 내놓을 순 없지 않겠느냐. 애초에 저런 건 내 본신이 와도 막으려 하지 않았을 게다. 피하면 피했지.”
‘피한다?’
저걸?
아냐.
피할 순 없다.
이미 수많은 랭커들이 저기 물려 있는 상태인데, 나 혼자 빠져나가기도 애매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는 순간.
“……!”
전신의 털이 곤두선 것은 그때였다.
내 본능과 직감이 외쳤다.
지금 여기에.
용 말고 다른 존재가 등장했다고.
용만큼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보다 훨씬.
아니, 아득히 강한 존재가 나타났다고.
“음?”
노인도 인지했는지, 눈썹을 치켜세울 찰나.
– ……다들 잡아라.
귓가에 무뚝뚝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콰가가가가가!
허공에 커다란 마법진이 그어졌고, 그 아래에서 검은 촉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와우.
이게 다 뭐야?
– 징그럽게 생긴 마물이지만, 살고 싶으면 잡아. 브레스의 흡입력 정도는 버텨줄 거다.
마물!
그것도 엄청나게 큰 마물!
내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내가 알기로 그것을 바닥에서 손쉽게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
‘진짜야?’
헌터가 된 이후로, 처음 보는 내 마음속 영웅.
콰가가가가가!
마법진 한 중앙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가 튀어 오른 것은 그때였다.
“마왕……!”
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세계 랭킹 2위, 마왕(魔王).
마계에 가서 참전 못 한다던 그 양반, 잭 스미스의 모습을 시야에 담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