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7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4화
대규모 레이드 (3)
[지수룡(地守龍) 브리아스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드래곤 피어에 노출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에 빠질 확률이 높아집니다.]지수룡.
땅을 수호하는 용이라는 건가?
– 크롸라라라라!
힘차게 포효하며 날고 있는 비나사의 몸통 위에서.
“허.”
나는 짧게 탄식했다.
‘역시.’
용은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된다.
거대마룡과 탐욕룡을 경험해 보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있었는데.
‘뭐, 저런…….’
가까이서 보니까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정말 끔찍한 생물체로구나. 그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끔찍한 기분을 느끼게 하다니.”
노인 역시 기겁하며 중얼거렸다.
“너희 세계에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말이 있다지? 내가 봤을 땐 그거 거짓부렁이다. 이 스승이 봤을 때, 호랑이 따위는 분명 용한테 상대가 안 될 게야.”
“동감합니다, 어르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고자 해서 끄덕인 건 아니고, 저절로 목 근육이 움직였다.
그냥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인정하는 거다.
용이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는 것을.
‘하지만.’
뭐, 별수 있나?
이제 싸우는 것밖에 답이 없는데.
지금 경솔하게 달려들든, 신중하게 움직이든 어차피 결과는 똑같다.
하물며.
– 크롸라라라라라!
지수룡 브리아스가 나와 비나사를 향해 포효하는 걸 보니 이제는 시간을 끌 수조차 없다.
“저, 혹시 정수님들?”
혹시나 해서, 중얼거려봤 지만.
“…….”
별다른 상태창이 뜨지 않는 것 보니,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이라 판단했거나.
아니면, 최근 들어 너무 많이 도와줬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
“바로 뛰어들 테니까! 비나사, 넌 뒤로 튀어!”
화르륵!
비나사의 위에서 붉은 신살(神殺)창을 생성했다.
동시에 허공을 향해 발을 성큼 내디뎠다.
온 힘을 다해, 녀석의 등을 박찼다.
쓔와아아아!
나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허공을 갈라 용에게로 돌진했다.
누군가가 본다면 객기라 생각할 만큼 무모한 장면이었지만.
‘녀석을 지켜야 한다.’
파괴룡, 비나사.
녀석의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지만 1,000 미만이다.
브레스를 뿜은 후, 아직 10%의 힘도 되찾지 못한 거다.
게다가 녀석이 아무리 그 강하다는 파괴룡이라 해도, 지금은 새끼다.
내가 직접 알을 품어서일 수도 있는데.
남들은 흉포해 보일지 몰라도 내 눈엔 녀석이 귀여운 애기로 보인다.
– 키이이잉……! 끼잉!
비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뒤로 돌아갔다.
녀석에겐 다시 한국, 정확히는 무릉도원으로 돌아가라 해둔 상황.
처음엔 당연히 반발했지만.
태평양을 건너오며 지속적으로 설득한 터라 다행히 따라주는 것 같았다.
‘착하네.’
느껴졌다.
내 말을 거스르기 싫다는 녀석의 마음이…….
왜냐?
뒤로 빠지는 녀석의 눈빛에는 아직까지도 호승심이 넘치고 있었으니까.
싸우고 싶어도 참는 거다.
내가 부탁했으니까.
“끌끌, 아직까진 어미의 말이 통하는 게지.”
‘아직까지라뇨. 우리 비나사는 나중에도 귀엽고 착할 거거든요?’
내 반발에 노인이 혀를 찼다.
“쯧쯧, 그거 아느냐? 세상 모든 어미가 처음엔 다 그렇게 말한다. 자식이란 것도 다 키워봐야 아는 게지. 저놈이라고 성룡 되면 사춘기가 오지 않을 것 같으냐?”
‘……와, 어르신, 자식도 있었습니까?’
“그게 무슨 망발이더냐? 나 아직 총각이다, 이놈아!”
으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
노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내가 기력을 사용했다.
[스킬, ‘로드&킹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태양창’이 등장합니다.] [스킬, ‘로드&킹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엘드린’이 등장합니다.]…….
순서대로.
태양이, 엘드린, 카덴, 아린이, 다나, 무각.
총 여섯의 절대자들이 허공에 등장했다.
드미르는 굳이 소환하지 않았다.
전투 관련 직종도 아닐뿐더러.
저번에 괜히 소환했다가 도시 건설에 차질이 생긴 이후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무릉도원 포탈도 계속 유지해 줘야 하니까.
“주군, 또…… 용입니까?”
후웅!
태양이가 창을 허공에 떨쳤고.
“주인님, 용은 언제나 저의 숙적이에요.”
끼이익!
엘드린이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시위를 당겼다.
“마스터…….”
다나는 카덴의 어깨 위에 올라탔고.
“크하하! 주인과 함께하니 매번 강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구나!”
무각은 호탕하게 웃으며 뛰어들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내가 씩 웃었다.
웃겨서 웃은 건 아니다.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해 억지로 미소 짓는 거다.
“어이, 용가리!”
후웅!
가볍게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담겨 있던 창기(槍氣)가 용을 향해 쇄도했다.
“이제 거기 랭커들은 그만 괴롭히고, 나랑 한판 뜨자고.”
* * *
콰가가가가!
엄청난 무형(無形)의 기세가 유형(有形)이 되어 나에게 쏟아진다.
고작 기세로 인한 바람일진대.
마치 칼바람처럼 내 뺨을 긁는다.
그리고.
고오오오……!
용의 육체가 피어오르는 먼지 사이로 광오하게 드러난다.
– 너는.
그 순간.
뇌리에 무게 있는 목소리의 울림이 틀어박혔다.
– 너는 무엇인데, 파괴룡을 길들이고 있느냐?
역시.
지수룡(地守龍)이 깨어난 것은 온전히 우리 비나사 때문이었을까?
샛노란 눈빛에서 느껴졌다.
녀석은 지금 파괴룡을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 우둔한 존재가 그 위험한 것을 어떻게 길들일 수 있었는지는 둘째치고. 그게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 줄은 알고 길들이는 것이냐? 초룡이기에 망정이지, 성룡만 되어도 이 세계가 버티지 못할 것을 정말 모르느냔 말이다!
후우웅!
용이 날갯짓을 통해 그 육중한 몸을 하늘로 띄웠다.
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용의 자태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름다웠다.
하지만.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즤지지지징! 즤잉!
용의 전신에서 기류가 뭉치더니, 수많은 에너지 볼을 만들어냈기 때문!
“교수님!”
옆에서 아린이 외쳤다.
“하이엔드 매직 미사일이에요! 기존 매직 미사일보다 마력이 100배 압축된 것들인데 유도 기능까지 있어요! 이건 피하기보다 막아야 해요!”
그래?
그렇게 무시무시한 걸 지금…….
수백, 아니, 수천 개나 띄워놨다는 거지?
“흠.”
우선 나는 돌진하던 것을 멈추고 대치했다.
우우웅!
우리 주변에는 카덴의 ‘불굴의 방패’(Lv.5)를 둘렀으며.
스윽.
그걸로도 불안한지, 옆으로 다가온 녀석이 커다란 방패를 내 앞에 드리웠다.
나를 포함한 모든 절대자들은 아린의 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는 상태.
– 크크크, 선택하거라.
브리아스가 음침한 목소리로 속삭인 것은 그때였다.
– 이 세계가 나에게 선물해 준 이명은 지수룡. 말 그대로 이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용이다. 나는 너희 종족을 멸족시킬 생각이 없다. 그저 위험을 제거하려는 것일 뿐.
우리 종족을 멸족시킬 생각이 없다고?
웃기는 말이다.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 거겠지.
인류 따위, 멸망하든 말든.
마치 강남에 사는 내가 아프리카 제한지역에 서식하는 희귀종 ‘하트만 산얼룩말’의 멸족 여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 아, 선택하고 말 것도 없이, 이미 결정이 내려진 건가?
잠깐 분위기를 파악하던 브리아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 태평양 너머로 멀리 날아가고 있는 비나사를 본 모양이다.
– 도망치는 파괴룡에, 그 앞을 지키는 벌레라. 이것 참 눈물겹군.
후웅!
그러고는 날개를 크게 휘둘러 접었다.
동시에.
쑤콰가가가가가!
띄워져 있던 매직 미사일들이 허공을 어지럽히며 온 공간에 자비 없이 쏘아졌다.
나와 수하들.
그리고 저 아래 있는 랭커들을 향해서.
– 좋다! 아둔한 족속들이여, 한 이기적인 존재의 고집으로 인해서 맞이하는 멸족을 느껴보아라!
“뭣…….”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용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
거대마룡도 그렇고, 용들은 다 그런 건가?
무언가 정치질에 능한 느낌.
“…….”
“…….”
아니나 다를까.
저 아래 숨죽인 채 용의 말을 듣고 있던 랭커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파괴룡? 그게 뭔데……?”
“그러니까 저 용은 원래 우리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지?”
“주동훈이 위험한 파괴룡이란 걸 얻었고, 그걸 막기 위해 나타났다는 그런 의민가?”
“……뭐야, 씨발, 그럼.”
본래 인간이란 게 그렇다.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쉽게 회피할 수 있는 타깃을 찾는다. 원망할 수 있는 타깃을 찾는다.
“주동훈 때문에 그런 거였어?”
“……저 새끼가……! 그럼, 여기서 민간인들 죽어 나간 것도 다 저 새끼 때문이잖아!”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제 독립투사였던 자도, 오늘 매국노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다.
– 크크크.
브리아스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 그래, 이제야 정신들 차렸구나. 현실을 파악해라. 너희들의 힘으로 날 제압할 수 있을 듯싶더냐? 본래 강자에게 굽히는 것이 모든 생명체가 가진 본능인 것을…… 어찌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려 하느냐!
콰가가가가!
강화된 매직 미사일들이 무섭게 바닥에 박혀 폭발을 만들어냈다.
돌 파편이 튀고, 랭커들의 실드가 무너졌다.
“커헉!”
마탑주의 입에서는 피가 터졌고.
“크하하악!”
덤비던 광전사가 매직 미사일 열댓 방을 맞고 뒤로 널브러졌다.
내가 입술을 질끈 씹었다.
용은 똑똑하다.
그리고 변태다.
힘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으면서도, 약한 인간의 감정을 건들고 즐기는 변태.
거대마룡도 숲과 바위 종족을 가지고 놀았고.
탐욕룡도 본인의 성을 지어놓고 인간들을 시험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지수룡?’
엿이나 먹으라 해.
용은 원래 그런 놈들이다.
인간에게 있어 봐야 백해무익한 존재.
물론, 우리 비나사 빼고.
화르륵! 창을 다시 지팡이로 바꾼 내가 나머지 수하들도 소환했다.
삐그덕!
검사, 뼈일이와 정령사, 뼈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이들의 능력이 아닌.
이들의 스킬, ‘스켈레톤 소환’(Lv.Max)이 필요하다.
각자 S급인 녀석들은.
A급 10마리, B급 100마리, C급 1,000마리의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으니까.
수천 개의 매직 미사일이라고?
그래, 막아줄게.
나에게도 수천 개의 몸빵들이 있으니까.
그것도 용의 뼈로 이루어진.
파바바바밧!
수하들이 각자 기력을 써 스켈레톤을 소환하자 허공에 수많은 뼈다귀들이 등장했다.
총 8,888마리의 뼈로 이루어진 비.
소환된 뼈다귀들이 하나의 방패가 되어, 매직 미사일을 향해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터지거나 부러져도 상관없다.
적은 기력으로 부활할 수 있으니.
‘거기다가.’
[스킬, ‘망자포효’(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50을 사용합니다.]스켈레톤들이여!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라!
더 강하고 튼튼한 방패가 되어라!
키아아아아아아!
마치 영혼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사방을 뒤덮었다.
동시에 더 빨라지는 스켈레톤.
– 신박하군.
지수룡이 감탄했다.
– 게다가 용의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쭉정인 줄 알았는데, 제법 갖출 건 갖춘 놈이었구나?
하지만.
막으면 어쩔 거냐?
브리아스가 여유로운 눈길로 전장을 오시했다.
용은 알고 있었다.
곧.
저 아래 종족들 사이에 피어오르던 분열의 조짐이 싹을 틔우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