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7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3화
대규모 레이드 (2)
끝없이 펼쳐진 바다.
거친 파도의 태평양 위를.
쓔아아아아!
비나사가 힘차게 날고 있었다.
“끌끌, 대단하구나. 이젠 용을 길들이다 못해 타고 다니기까지 하는 게냐?”
비행기보다 수배는 빨라 보이는 속도임에도.
여유롭게 따라오고 있는 노인이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
나는 문제의 장소, 유카탄반도까지의 이동 수단을 비나사로 삼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곳까지 가는 비행기가 뜰 리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릉도원과 지구를 연결하는 드미르가 그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녀석의 등 뒤에 탄 후 부탁했는데.
세상 그 무엇보다 편하고 빠른 탈것이 되어버렸다.
“격세지감이다, 이놈아. 끌끌. 뭔 형편없는 놈이 망자들의 뼈다귀들 들이밀면서 믿어달라 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그래서 어떠십니까?’
“크하핫, 좋지, 이놈아! 그래, 만술의 전인이라면 용 정도는 타고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문제는 그 만술의 전인. 곧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속으로 대꾸한 내가 시선을 힐끗 돌려 기력을 확인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엠페러] [기력 : 4,020/4,220]다행히 기력은 멀쩡했다.
가끔 아린이를 부르거나, 노인을 소환할 때 빼고는 아예 기력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다행이야.’
비나사의 기력이 거의 없는 건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어차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나사는 내 전력이 아니었다.
‘너무 쫄 필요는 없어.’
용은 강하다.
하지만 강한 것, 그뿐이다.
이미 나는 두 마리의 용을 처치해 본 경험이 있었고.
용과 동급이라는 성좌도 상대해 봤다.
‘뭐, 그때마다 정수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종전에 해본 경험은 어느 정도 긴장을 가시게 해준다.
어떻게든 비비면 해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달까?
“…….”
그렇다고 공포감이 아예 들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 살벌한 눈빛.
감당할 수 없는 힘과 마법.
거대한 크기까지.
사람이라면 그런 존재가 두렵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처리했을 때의 보상은 달콤하다.
강한 시련을 해결하면 높은 수준의 보상이 따르는 것처럼.
녀석을 잡으면 또 한 꺼풀 벗고 성장할 게 분명했다.
‘우리 뼈다귀들도 더 단단해질 테고 말이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비행한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 크롸라라라라라!
날고 있던 비나사가 다시 한번 힘차게 포효했다.
‘음?’
상념을 깨자, 벌써 대륙을 횡단한 듯 저 멀리 대지가 보였다.
그리고.
“……저건가?”
누가 봐도 용이다 싶을 정도로 큰 괴수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온몸의 털이 솟을 만큼 막대한 거력도.
‘시작이로군.’
꿀꺽.
침을 삼킨 내가 정신을 차렸다.
머잖아 다가올 고난에 대비해, 속으로 감정을 조절했다.
일부러 표정을 평온하게 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마음속 한쪽에 갈무리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떠올렸다.
뇌 속에 찬물을 들이붓듯 침착하자.
용과의 전투는.
그래야, 생존할까 말까 하니까.
* * *
그 시각.
– 크롸라라라라!
어스퀘이크를 피한 인류를 향해, 브리아스가 포효했다.
– 벌레 같은 놈들이 귀찮게 하는구나!
‘어스퀘이크’(SSS급)는 용족도 꽤나 많은 마력을 쏟아부어야 사용할 수 있는 최고위 등급 마법이다.
마법의 종주라고 마법을 무한정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 한 방으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길 바랐건만.
웬 특수 능력을 갖춘 놈이 공간을 컨트롤했다.
단 한 수로 약 100㎢에 달하는 면적의 범위를 전부 벗어나게끔 한 것이다.
즉, 가성비 싸움에서 졌다는 건데.
긍지 높은 용족으로서 자존심 상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
결국, 브리아스는 그냥 놈들을 몸으로 짓눌러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이곳 세계의 최강자는 자신.
스킬 없이 육탄전만 펼쳐, 처음 보는 하등 종족에게 용족의 위대함을 제대로 보여줄 심산이었다.
부웅!
다시 한번 날개를 휘적여, 몸을 띄운 후.
쓔아아아!
모든 것을 으깨버릴 기세로 바닥에 떨어진다.
동시에.
콰가가가!
있는 힘껏 꼬리를 휘둘렀다.
* * *
“이런 미친!”
플로아가 중심을 잡았다.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바닥을 꾹 눌러 몸을 지탱했다.
쿠과가가가!
지수룡이 펼치는 육탄전.
아직 꼬리가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몸이 터질 것만 같은 압박이 느껴졌다.
“이거이거.”
블라디미르가 고개를 저었다.
“기력을 다 써서 살린 보람이 없겠는걸?”
정말로 그랬다.
먼 거리를 도주시켰는데도.
가까이 오는 데 10초.
근처 바닥에 떨어지는 데 5초.
그 후, 꼬리를 휘두르는 데 5초였다.
“웃기는 건.”
블라디미르가 혀를 내둘렀다.
“꼬리 휘두르는 모습 자체가 이쪽에선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지.”
근접한 용이 얼마나 큰지.
시야를 꽉꽉 채워, 꼬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옆에 있는 인도자(引導者) 카푸가 상공에서 보이는 화면을 공유해 주지 않았다면, 꼬리를 휘두르는 것조차 알 수 없었을 터!
“로이더!”
순간.
새하얀 갑옷으로 온몸을 덮은 여성이 외쳤다.
“왼쪽이다!”
“오케이!”
세계 랭킹 6위, 아리아 유엘의 외침에.
온몸이 울퉁불퉁한 근육질 남자.
세계 랭킹 9위, 로니 윌리엄스가 답했다.
두 하이퍼 랭커는 용의 육탄전을 예상하기라도 하듯, 그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그와 동시에.
쿠과가가가가!
이미 갈라지고 뽑힌 나무와 돌을 다시 한번 으깨고 쓸며 들이닥치고 있는 용의 꼬리를 확인했다.
“막아!”
푸화앗!
아리아 유일의 방패에서 성스러운 빛이 솟구쳤다.
“흐아아압!”
로니 윌리엄스의 대흉근과 광배근도 순간적으로 부풀었다.
한쪽에서는 꼬리가.
다른 한쪽에서는 두 하이퍼 랭커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달려들었고.
콰가가가가!
거리가 좁혀진 그 순간.
두쿵!
육중한 반탄력과 함께 반경으로 원형의 흙먼지가 솟구쳤다.
“흐아아아압!”
“끄아아아아악!”
목에 핏줄이 선 두 하이퍼 랭커의 기합이 들려왔다.
용의 힘이 얼마나 육중한지.
힘으로 유명한 두 랭커가 어림없이 밀리고 있음에도 확실한 것은.
‘꼬리의 속도가 줄어들었어……!’
‘조금이지만, 분명히 버티고 있다!’
‘그 말은……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건가?’
희망이 보인다는 것.
지켜보던 랭커들이 눈을 빛냈다.
“크하하! 뇌명! 말리지 마라! 아무래도 합세하러 가야겠다!”
세계 랭킹 16위,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이 달려들어 주먹을 뻗었고.
“저도 지원할게요!”
세계 랭킹 17위, 쌍검(雙劍) 옥타비아 스펜서도 검격을 휘날렸다.
그 외,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하이 랭커들이 앞다투어 팔라딘과 로이더를 도와 꼬리에 달라붙었다.
“……지금인가?”
그 시각.
입가에 피를 머금고 있던 마탑주,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조금 전, 용에게서 펼쳐진 어스퀘이크를 중화하느라 엄청난 마력을 소모한 그녀가 정황을 파악했다.
용이 육탄전을 펼쳤고.
인류가 앞다투어 그것을 막고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필살기를 용의 꼬리에 쏟아부어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용 역시 한 번 휘두른 꼬리를 거두려 하지 않았고.
“그렇다는 건.”
용의 무방비 상태를 칠 유일무이한 기회가 왔다는 것!
후우웅, 탁!
다급하게 지팡이를 들어 휘저은 소피아가 다시 땅에 내리박았다.
우우웅!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 마탑주님이 움직이셨다!”
“다들 마력 보충해! 모든 마력을 다시 마탑주님께 보낸다!”
“하지만, 아직 마탑주님의 명령이……!”
“시끄럽다! 잔말 말고 보충해라! 잊었나? 용을 상대로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포션 역할일 뿐이다!”
장로들도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 움직였다.
‘좋아.’
비어 있던 마력이 다시금 차는 걸 확인한 소피아가 눈을 번뜩였다.
‘고대 마법’(SSS급)을 추종하는 자신은 마법에 대한 이해력이 남다르다.
즉, 막대한 마력만 존재하면 언제든.
서고를 통해 이해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생명력을 요구하는 금서(禁書)의 마법들은 사용할 수 없겠지만.’
요컨대.
이런 건 사용 가능했다.
화르륵!
[‘파이어 오브 디스페어’(SS급)가 작동합니다.]세상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는 지옥의 겁화, ‘헬 파이어’(SSS급)급은 아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화(火) 속성 마법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스킬.
통칭, 절망의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압!”
이를 악물며 외친 소피아가 지팡이를 뻗었고.
화르르륵!
그에 따라 불꽃이 허공 위로 날았다.
목적지는 브리아스의 머리.
하지만.
– 가소롭구나.
고막을 울리는 용의 소리와 함께.
파스슷!
절망의 불꽃이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동시에.
[브리아스가 그대를 응시합니다.] [‘속박’(SS급)이 시전됩니다.] [대상 마법이 해제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습니다.]모종의 기운이 그녀의 몸을 꽁꽁 묶기 시작했다.
‘……제길.’
힘을 주어봐도.
마력을 끌어올려 봐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이 턱 막힌 채, 용의 시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절망의 불이라니. 열등한 종족답지 않게 제법이었다. 그래, 너는 특별히. 내가 직접 씹어 먹는 영광을 사하노라.
쿠과가가가!
지수룡이 휘두르던 꼬리를 멈췄다.
그러고는 마탑주를 향해 거대한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커다랗고 살벌한 머리가 가까워질수록.
세상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 멀리서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
‘아아.’
덜그렁!
마탑주가 지팡이를 놓아버렸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답이 없었다.
예전에 델라일라가 말했었지.
자신의 시련에서 주동훈이 용 두 마리를 잡는 걸 보고 그대로 팬이 되었다고.
그때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뼈저리게 알 것 같았다.
‘역시 스켈레톤 엠페러. 넌 미친놈이었구나?’
저런 걸 두 마리를 상대했다고?
편법이고 뭐고.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남자였다.
영웅이라 불릴 가치가 있는 자였다.
‘미안하지만, 난 먼저 갈게…….’
쿠과가가가!
마침내 근접한 흉측한 용의 이빨을 바라보며 소피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용은 자신을 씹어버린다 했지만.
그것만으로 여기 있는 대지 전체가 씹힐 것이며, 자신 근처에 있던 랭커나 마법사들도 같이 씹힐 것이다.
용의 입은 상상 이상으로 크니까.
‘포기라니. 마탑주로서, 못 볼 꼴을 보였구나…….’
체념한 소피아가 온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떨굴 찰나였다.
– 으음?
쿠과가가가!
가까이 드리워 어두워졌던 세상이 점차 밝아졌다.
근접하던 용의 머리가 다시 거리를 벌린 것이다.
‘음?’
감은 눈 사이로 뒤바뀌는 명암에 소피아가 다시 눈을 떴다.
그러고는 용의 모습을 시야에 담았다.
자신이 아닌, 태평양 바다 건너를 바라보는 용의 모습을.
‘굳이 용이 고개를 돌린다고?’
그 말은.
자신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는 말.
‘아아?’
그 순간 그녀의 감각에 무언가 익숙한 기운이 잡혔다.
사실상 속마음으로 빨리 오길 바랐던 사내의 기운이었다.
어쩌면 마왕(魔王)이나 천마(天魔)보다도 더.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녀석, 왔구나.
– 크롸라라라라라!
저 멀리서 들리는 또 다른 용의 포효와 함께.
태평양 건너로부터 날아오고 있는 그 존재감에 다른 랭커들도 고개를 젖혔다.
“저, 저건 뭐지?”
“……용? 근데 저건 왜 이렇게 작아? 고작해야 성인 네 명 크긴데?”
“근데 포효만큼은 진짜야……. 소름 쫙 끼치는 게 분명 용이라고.”
그들이 수군덕거릴 찰나.
“주동훈이다!”
누군가가 외쳤다.
“자세히 봐! 시력들 좋잖아! 저 용 위에 타고 있는 남자, 딱 봐도 주동훈 아냐?!”
“주동훈?”
“스켈레톤 엠페러?”
“그 최단기간 하이퍼 랭커된 헌터?”
근데 뭐.
주동훈이 하이퍼 랭커이긴 하지만, 고작 랭킹 10위다.
4위, 6위, 9위가 힘을 합쳐도 이 모양인데.
10위 하나가 추가되었다고 큰 소용이 있을까?
뜨뜻미지근한 반응 속에서 오직 환희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자들이 있었으니…….
“이 주인 새끼야! 왜 이리 늦었어!”
뇌명을 비롯한 별천지(別天地)의 멤버들과.
“팀장!”
“후우우우운!”
블라디미르, 올레나를 비롯한 ‘팀, 드래곤 슬레이어’의 동기들이었다.
그들은.
진정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누군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