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0화
아린의 의지
푸욱, 푹! 푸욱, 푸욱!
“허억, 허억!”
거대한 용의 몸속.
그곳에서 나는 호흡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창을 꽂아 넣었다.
계속해서 팔을 움직였다.
“죽어, 죽으라고……!”
올레나가 펼쳐놓은 보호 마법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몸을 반복적으로 거칠게 움직이느라 심장이 열로 가득 찼다.
신선한 산소가 들어오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
점점 숨이 막히고, 머리가 핑핑 도는 게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옛날에도 이랬어.’
나는 전신 근육에 힘을 잔뜩 주며 생각했다.
그 당시.
거대마룡의 심장을 공격했을 땐, 바깥에 놈과 싸우던 아란발론이 있었다.
그 탐욕룡이 나를 대신해 거대마룡을 물어뜯고 찢어발겼었지.
즉.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창을 박아 넣는다고, 브리아스가 죽을 거란 보장이 없다.
바깥에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해주든가 하지 않는 이상은.
“흐읍!”
곧 폐에 물 먹는 느낌이 들었다.
그 말은 올레나의 스킬이 풀렸다는 뜻.
‘으음.’
더는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몸이 급격하게 무거워졌다.
울컥울컥 솟는 용의 피가 눈, 코, 입으로 마구 밀려 들어왔다.
‘안 돼.’
버텨야 한다.
여기서 의식을 잃고 포기하면 안 된다.
나는 자세를 유지한 채, 호흡을 참았다.
내 몸은 일반인이 아닌 하이퍼 랭커의 몸.
아직 버틸 시간은 있다.
‘그래.’
이것은 시련이었다.
정체되어 있는 나를 한 꺼풀 벗겨줄 시련.
시련이라면 익숙하잖아?
촤르르륵!
나는 간단한 수(水) 속성 마법으로 간신히 피를 씻겨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살짝 식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주군.”
“주인님, 저희도 있어요! 도울게요!”
태양이와 엘드린을 비롯한 절대자들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내가 열심히 갈라놓은 육체를 헤집고 이제야 도착한 거겠지.
하지만,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엘로이즈 아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정말 죽은 걸까?
혹시나 해 소환해 봐도.
[스킬, ‘로드&킹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삐빅!] [오류입니다!] [스킬, ‘로드&킹 소환’(S급)의 사용이 취소됩니다.] [기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이런 메시지만 뜰 뿐이었다.
만약, 진짜 아린이 죽은 거면, 영혼 자체고 소멸해 버린 거면…….
내 스킬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언데드(Undead)라며?
어떻게 언데드가 죽을 수 있는 거야?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믿지 않았다.
확실히 소멸했다는 시스템이 내 눈앞에 뜨지 않는 이상, 믿지 않을 거다.
정말 그녀가 날 지키기 위해 소멸을 감수한 거라면.
나의 판단으로 아린이의 희생을 자초한 거라면.
“…….”
그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어?’
태청심법에 무언가 색다른 기운이 잡혔다.
용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처음 보는 신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음?’
내가 두 눈을 부릅떴다.
* * *
용의 내부.
그곳에서 보랏빛의 기운이 움직였다.
스륵, 스륵.
‘파워 워드 킬’의 잔재.
바스러진 아린의 뼈 위에 남아 있던 그것이 의지를 갖추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행해진 마법이 제멋대로 변형되고.
또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은.
스르륵.
천천히, 슬금슬금 흐르는 그것은 분명 죽음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 * *
그리고 다시.
저 우주 저편.
“흐음?”
시커먼 두건을 쓴 정체 모를 존재의 입가가 의미심장하게 호선을 그렸다.
그 존재의 정체는 바로 ‘고대 마법’(SSS급).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성좌였다.
“신기하군.”
엘로이즈 아린.
그녀는 본인의 파편, 즉 ‘고대 마법의 추종자’다.
그렇다면 이 넓은 우주에 자신의 파편이 얼마나 많을까?
정답은 ‘셀 수 없을 만큼’이다.
우주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아카식 레코드’, 본인조차 그 수가 얼마만큼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왜냐.
우주는 그만큼 방대하니까.
그렇기에 사실.
고대 마법이 ‘엘로이즈 아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마저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는 끝없이 늘어져 있는 사막 속 모래알 하나에 불과하니까.
“물론 다른 모래알보다는 예쁘고 착한 모래알이지만 말이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고대 마법이 중얼거렸다.
“……근데 그 모래알이 어떻게 나에게 닿았지?”
처음이었다.
셀 수 없을 만큼 오래전, 거의 태초라 할 수 있는 순간부터 존재했던 존재, 고대 마법이 처음으로 느끼는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의 파편이 자신의 의지를 건드렸다는 것.
“허허, 설마…… 때가 되었다는 것인가?”
이는 하나의 징조였다.
대다수의 ‘성좌’(SSS급)는 탄생과 소멸을 반복한다.
요컨대 이번에 죽은 ‘투신’(SSS급)의 의지는 또 다른 성좌 후보가 자연스레 이어받게 된다.
이는 우주의 섭리이며, 자연스러운 순환의 원리였다.
그리고 보통.
그 성좌 후보는 해당 성좌의 파편 중에서 나오곤 했다.
물론, 수억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게 성좌의 소멸과 탄생이지만…….
하여튼.
“엘로이즈 아린.”
고대 마법이 즐겁다는 듯 중얼거렸다.
“네가 나의 후보였구나…….”
물론, 후보에서 자신을 대신해 성좌로 올라설 확률은 극악에 치닫고.
또 엄청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지만.
영겁(永劫)의 시간 동안 존재해왔던, 자신에게 안식을 줄지도 모르는 존재의 첫 등장에.
“으하하핫! 기특한 것!”
고대 마법은 진심으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 * *
꾸륵, 꾸륵.
보랏빛 기운은 계속해서 흘렀다.
흐르고 흘러서 마주한 것은 바로.
쾅! 콰가강! 쾅!
주동훈과 그의 수하들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용의 심장, 드래곤 하트(Dragon Heart).
그 순간.
– 죽어.
그것이 어떠한 의지를 표출했다.
그것에는 의식이 없었다.
무의식(無意識).
하지만 무언가를 죽이겠다는 의지는 있었다.
분명한 살의가 있었다.
용(龍).
그것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 또한 존재했다.
– 죽어.
동시에, 느리게 흐르던 보랏빛 기운이 성큼 나아갔다.
콰아아아……!
기이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의 심장을 향해 근접할 무렵, 그것에 의식이 들기 시작했다.
아.
그렇구나.
정신을 차린 그것은 마력을, 그 막대한 마나를 온몸으로 느꼈다.
미끄러우면서 부드럽고, 굉장히 따스하면서도 냉혹한 감촉.
– 이것이……!
그것.
아니, 엘로이즈 아린의 영혼이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 바로 고대 마법……?
콰가가가가!
보랏빛 기운이 다시금 변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즉사 마법, ‘파워 워드 킬’(SSS급)로.
– 어차피 죽어 바스러진 몸. 아무 제한 없이 금서(禁書)의 마법을 쓸 수 있어……!
부활한 마도세계의 4대 마탑주, 엘로이즈 아린.
그녀의 영혼이 주문을 외워, 마법을 시전했다.
쐐애애애액!
더욱 짙어진 보랏빛 기운이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그녀의 꿈이자 은인, 교수님을 위한 일격이었다.
* * *
– 끄아아아아아! 크아아아!
지수룡이 포효했다.
– 크아아아아롸라라라!
포효와 고통스러운 괴성을 섞어가며, 난동을 부렸다.
목이 뒤틀리게끔 뒤로 젖히기도 하고, 허리를 비비 꼬기도 했다.
그 시각.
“……이건.”
하늘 높이 올라와 상황을 파악하던 마왕이 중얼거렸다.
“느껴진다. 이제 마무리 지을 단계가 왔어.”
“…….”
옆에서 지켜보던 천마도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 재차 입을 열었다.
“엠페러가 안에서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우리가 끝장을 내줘야 해.”
– 내가 할게.
하세라가 망설임 없이 의사를 표현했다.
– 대신 부탁해.
허공에 새겨지는 검격의 잔상.
– 잠깐 동안 마계를 열어줘.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말한 적 있지. 천마(天魔)의 기운은 마계의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끄덕.
하세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왕도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어차피 나 역시 대다수의 마물이 소진된바. 이번엔 널 서포트 해주지.”
스윽.
그의 들어 올려지는 팔과 몰아치는 막대한 기운.
콰가가가가가가!
동시에 허공에 거대한 소환진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단, 남은 기력이 얼마 없어. 해봐야 10초밖에 못 열어.”
– 충분해.
타앗!
하세라도 허공을 박차 한 단계 더 위로 튀어 올랐다.
그러고는 괴로워하는 용의 입안을 빤히 응시했다.
“너 설마.”
그 순간.
뒤에서 지켜보던 유령, 강소소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천마대멸겁을 쓰려는 거냐?”
하세라가 미약하게 동조하자, 강소소가 놀랐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중 제 일검(一劍),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의 마지막 초식.
기의 운용이 굉장히 까다로움과 동시에, 내부의 모든 기운을 다 소진시키는 거라 동귀어진의 수법이라고도 부른다.
당연히 절대 경지라 불리는 심검(心劍)이나 무형검(無形劍)급은 아니었지만.
“그건 본좌 역시 실전에서 두어 번 정도밖에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기술일진대…….”
강소소가 손가락으로 턱을 집었다.
“게다가 넌, 아직 입마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하지 않았느냐.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더냐?”
그녀가 중얼거렸지만, 이미 늦었다.
하세라는 검을 뽑았고, 강소소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았으니까.
마치 용씩이나 잡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콰가가가가가가!
동시에.
[중급 마왕 ‘잭 스미스’가 마왕의 힘을 개방합니다!] [휘하 마계 영토 지역이 잠시 동안 개방됩니다!]쩌저저저적!
소환진이 기괴하게 갈라지며, 마계의 기운이 상공 일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 크롸라라라라라!
울부짖는 용의 입가를 향해 펼쳐지는 하세라의 검격!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쿠구구구구!
그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검은 폭풍이 마계의 기운을 대차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용의 브레스라도 되듯.
모든 것을 흡수하며, 용을 향해 거칠게 쇄도했다.
대(大)자 모양의 기운이었다.
콰가가가가가!
벌어진 용의 입가에 들어간 그 기운은, 마치 믹서기로 갈아버리기라도 하듯 살을 뜯고 찢었다.
– 크롸라라라라……!
안으로부터, 밖으로부터.
양방으로 처맞은 용의 울부짖음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힘이 빠진다는 것은 생명력이 끝나간다는 것.
– 크르르르…….
용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천마대멸겁에 의해 그 기다란 식도가 이미 다 찢겨 나갔기 때문.
게다가 성좌급 존재도 소멸시킨다는 고대 마법까지 직격타로 맞았으니…….
더 이상 삶을 지속하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였다.
결국.
고룡, 브리아스는 마지막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스러졌다.
콰가가가가!
용의 육중한 몸이 중심을 잃고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날개 근육에 힘이 풀렸고, 목이 축 늘어졌다.
완전한 사망.
그리고 그 순간.
용 근처 반경 10㎞ 이내 존재하는 모든 헌터들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지수룡(地守龍) 브리아스’(SSS급)를 처리합니다!]인류가 기어코 종말의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