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1화
SS급 (1)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쾌감 중 하나가 무엇일까?
주식이나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을 때?
목표하고자 하는 꿈을 이뤘을 때?
아니면, 더 원초적으로 내려가.
흔히들 말하는 기본 3대 욕구인 수면욕, 식욕, 성욕 등을 해소했을 때?
의견이 갈리겠지만, 세상이 바뀐 후 신경학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 바로 죽다 살아났을 때.
고오오오…….
저 구름 위.
힘을 잃고 떨어지는 용을 바라보며, 헌터들은 쾌감을 느꼈다. 감동을 느꼈다.
“저, 정말이야?”
“진짜야?”
“다들 메시지 확인했지?”
살아남은 헌터들의 시야에 뜬 메시지.
[축하합니다!] [‘지수룡(地守龍) 브리아스’(SSS급)를 처리합니다!]“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앍아아!”
헌터들이 일제히 함성을 외쳐댔다.
답도 없이 강하고 튼튼했던 용.
아무리 공격해도 타격조차 없었던 용이 쓰러지는 광경이 그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것이다.
아아.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또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넋 놓고 하늘을 쳐다봤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머리를 미친 듯이 휘저으며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서로 모르는 랭커끼리 끌어안기도 했고, 각자의 무기를 하늘로 던지기도 했다.
“흐흐흑, 이겼어, 이겼다고! 용을 처리했다고!”
“누, 누가 잡은 거야?”
“조금 전 마왕과 천마가 올라갔잖아!”
“지금 마탑주님이 말씀하시는데? 스켈레톤 엠페러가 거의 다 했다고. 용 내부로 들어가 심장을 부순 것 같대. 그 덕에 천마와 마왕의 공격이 통했던 거고.”
“미친, 그게 사실이면 진짜 역대급 GOAT 아니냐?”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살았어! 우리 살았다고!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냐?”
물론 사망자도 많았기에, 마냥 좋아할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모두가 생존의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하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
대기를 가르며 떨어지고 있는 용.
“자, 잠깐?”
“이봐 들! 잠깐, 다들 진정해 봐! 우리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거 맞아?”
누군가의 외침에, 환호가 잦아들었다.
모두가 고개를 치켜들어 다가오는 용의 사체를 응시했다.
저 육중한 덩어리가 지상에 닿는 순간 어떻게 되겠는가?
또 엄청난 충격이 이 일대를 어지럽힐 게 뻔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헐, 저 정도면 거의 소행성급 아니야? 게다가 다들 느껴지지? 남아 있는 용의 마력이 폭주하고 있어, 빌어먹을! 저게 폭발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이러다 용 잡아놓고 다 뒈지겠는데?”
“피, 피해야 하는 거 아냐?”
“아냐, 피하기엔 늦었어! 다들 방어 스킬 둘러!”
“어이, 그 공간술사인가 뭔가! 스킬 써서 다 같이 이동시켜 주면 안 되는 거야?”
우왕좌왕.
다급하게 외치는 헌터들.
그 와중에.
“되겠냐…….”
블라디미르가 골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이미 스킬 쓸 기력이 바닥난 상태.
블라디미르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헌터들이 이미 기력 한 방울까지 다 짜내서 퍼부은 상황이었다.
당장 저기 마탑주만 봐도 답이 나온다.
전투 불능.
다른 마법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부여잡은 소피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대다수 랭커들이었다.
수많은 던전과 시련을 겪어온 베테랑 중 베테랑들이었다.
“모여!”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
“움직이자고!”
헌터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
기력이 남은 사람들은 방어형 스킬을 펼쳤고.
기력이 없는 사람들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부상자들을 부축해 한 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콰가가가가가!
저 상공에 작게 보였던 용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면서.
유카탄반도에 다시금 절망의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 * *
‘제길.’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괴로웠다.
숨을 참은 지도 거의 10분 정도가 흐른 것 같았다.
아무리 산소를 잘게 잘게 쪼개 사용하는 초인이라 할지라도, 10분의 시간이면 점점 위험해진다.
촤륵, 촤르륵!
마법이나 창, 칼로 주변의 피를 걷어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용의 내부에는 가스만 있을 뿐, 산소 따위를 기대하면 안 된다.
‘배워둘 걸 그랬나?’
올레나의 보호 마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대충 기의 흐름을 읽어 주술을 걸어봤지만, 보호는커녕 산소 공급도 안 된다.
과연 수(水) 속성 마법 교수라는 걸까?
그녀의 마법은 상당히 섬세하면서도 정교했다.
‘역시, 수 속성은 내 취향이 아냐.’
우리 아린이.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쓰라리고 가슴이 미어지는 그녀가 화(火) 속성이다 보니, 불에 더 친근함이 느껴졌다.
수(水) 속성 정수가 싹퉁바가지 없기도 하고.
‘……제기이일.’
내가 이런 실없는 잡생각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통에 견디기 위해서.
으으.
뇌에 산소가 끊기기 시작했는지,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다.
[축하합니다!] [‘지수룡(地守龍) 브리아스’(SSS급)를 처리합니다!]용이 죽은 건 안다.
태양이와 엘드린이 빛을 번쩍이는 순간에, 메시지를 읽었으니까.
사실, 이런 것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웬 신묘한 마력이 심장에 부딪혔고, 그 순간부터 급격하게 사라지는 용의 생명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쿠구궁, 두쿠구궁!
용이 죽으면서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육중한 몸답게, 떨어지는 속도도 장난이 아닌지.
가속이 붙으면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압력이 들어왔다.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고, 공간이 빙글빙글 돌았다.
“끄으으…….”
아마.
이게 지상으로 들이박히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있을 거다.
구석구석 갈라져 있는 용의 뼈에 몸이 뚫려버릴 수도 있었고.
아니면, 메테오급 낙하로 인한 폭발로 온몸이 터져 버릴 수도 있었다.
즉.
이제 결정해야 했다.
사실, 방법은 있다.
‘용이 죽었으니까…….’
내 스킬.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스킬 : 본 드래곤 스켈레톤] [등급 : S] [효과1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만 획득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효과2 : 기력 100을 사용하여, 용의 뼈를 흡수합니다.] [효과3 : 소환 가능한 모든 스켈레톤의 뼈가 흡수된 용의 뼈로 치환됩니다.] [효과4 : 용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소한 가능한 스켈레톤의 수에 따라 해당 스켈레톤의 골밀도가 결정됩니다.]이 스킬을 쓰는 순간, 그 귀하다는 용의 뼈와 피부가 그때처럼 완전히 공중분해 될 거다.
용이 줄 수 있는 모든 최상급 재료가 내 스켈레톤의 뼈와 이빨이 되겠지.
다행히 아직 기력도 남아 있는 상황.
하지만.
섣불리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
천하의 주동훈이 후폭풍이 두려운 거다.
내가 합의도 없이 이걸 다 먹으면?
나보다 훨씬 더 강한 마왕(摩王)이나 천마(天魔)가 가만히 있을까?
그들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그들의 성격을 모르며, 안다 해도 그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 속내를 숨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미 전 세계 헌터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저 용이 내 새끼, 파괴룡 비나사 때문에 깨어났고, 그로 인해 이 종말급 레이드가 펼쳐졌다는 것을.
그런 전적이 있는데, 보상까지 내가 다 앗아간다?
사회적으로 어떤 욕을 처먹을지 모른다.
물론, 욕먹는 것보다는 저 두 하이퍼 랭커가 날 적대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더 컸지만.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공포감이 있다.
그건 바로.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썅, 몰라.’
솔직히.
용 잡는 데 내가 제일 큰 역할 한 것 같은데.
먹을 자격 있는 거잖아?
혹여 랭커들이 반발하면, 다른 걸로 협상하지 뭐.
걔네들이 날 죽이려고 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고.
‘일단 먹자.’
살고 봐야지.
추락하는 용의 무게를 덜어 지상에 있는 헌터들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있지 않던가.
결심은 섰고, 행동은 빨랐다.
푸숙!
균형 잡기 힘든 와중에, 나는 신살(神殺) 창을 용의 내부에 망설임 없이 꽂아 넣었다.
[스킬,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0을 사용합니다.]띠링거리는 소리가 났고.
[띠링!] [‘지수룡’(地守龍)의 뼈를 흡수합니다.]파앗!
반가운 빛이 사방을 뒤덮었다.
[스켈레톤들의 뼈가 용의 것으로 다시 이루어집니다.]동시에, 들이닥치는 소중한 산소.
“흐어어어업!”
나는 숨을 다급하게 들이쉼과 동시에.
파즉!
뇌리에 번개가 튀기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 * *
웅성웅성.
지상의 헌터들이 숙덕거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떨어지던 용이 갑자기 부스러지고 있어!”
“뭐지? 누가 스킬이라도 쓴 거야?”
쿠구구구궁……!
커다랗고 시커먼 베일을 드리우던 용이 갑자기 뭉개지더니, 다시 하얀 빛이 세상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것이 있던 자리에는.
“주동훈이다!”
누군가가 외쳤다.
그렇다.
용이 사라진 후,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검은 점.
그것은 바로, 기절한 채 떨어지고 있는 주동훈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날아 바짝 따라붙고 있는 마왕과 천마의 모습도 보였다.
“하아……!”
그제야 모든 사람들이 안도했다.
“이제 진짜 다 끝난 거지?”
“긴장 풀어도 되는 거야? 정말로?”
짧은 시간 동안 생사를 두 번이나 오간 헌터들.
그들이 마침내 모든 힘을 풀어놓고 안도했다.
* * *
시간이 흘렀다.
용을 죽인 후, 세상이 들썩였다.
SSS급 첫 등장으로 종말의 세계가 들이닥칠 뻔한 건 둘째 치고.
지수룡(地守龍)과의 레이드 장면이 각종 방송사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런 거 보면, 인류란 참 웃기면서도 대단하다.
어떻게 세상이 망하는 와중에도 그 장면을 찍을 생각을 했는지.
그 강도 높은 지진과 풍압 속에서도 방송사들은 드론을 띄워댔고.
세계적인 사업가 알런 마스크의 위성 링크는 용의 출현부터 죽음까지의 모든 장면을 수집했다.
그러다 보니, 제법 수준 높은 화질의 영상이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공개된 것이다.
└ 와…… 보임? 그러니까…… 웬만한 도시보다 큰 용가리가 재앙급 지진이랑 해일 만들고 말도 안 되는 브레스를 뿜어내는데, 그걸 전 랭커가 모여서 막아낸 거지?
└ 이건 미쳤는데?
└ 아직도 믿어지지 않네. 저렇게 큰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도. 또 그걸 잡는 랭커들도…….
└ 게다가 하이퍼 랭커들 활약 보셈. 그냥 말이 안 나옴. 하나하나 무슨 언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온갖 CG를 떡칠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상.
영화보다 더 개연성 없는 전개.
그러한 ‘지수룡 레이드 장면’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수많은 기사가 난무했고.
놀라운 건 그 기사 하나하나가 다 토픽 1면을 장식할 만큼 파급적이라는 거였다.
[믿을 수 없는 ‘지수룡 전투 장면’에 전 세계인 주목.] [용을 죽이고 떨어지는 스켈레톤 엠페러 포착! 그는 현재 인근 병원에서 안식을 취하는 중!] [폐허만 남은 카리브 현장, 각국 복구 계획 수립 필요성 제기.] [령제(靈帝) 이치카와 타케루 “미안, 던전에 있었다.”] [세계수의 은총(Grace of Yggdrasil) 니나 크리스틴 “미안, 타케루 따라갔다.”] [마탑 수립 이후 최대 사망자 발생.] [이번 레이드로, 랭커 대거 이동 사태!] [갑자기 사라진 용의 사체? 그 행방은 어디로?]…….
등등등.
수많은 토픽이 있었고.
다 설명할 테지만.
가장 핫한 주제는 바로 이거였다.
[세계 헌터 협회장, 아이라 단단히 뿔나. “도주하거나 소집 불응한 자에겐 과감한 페널티 부여하겠다!”]직접 전투에 참여한 명월여신(冥月女神)이 칼을 뽑은 것.
지구의 랭커는 총 1,000명이다.
하지만, 이번 용 레이드에 남아 끝까지 싸운 자는 고작 200여 명대뿐.
“여기서 벌하지 않으면.”
아이라가 말했다.
협회장 취임 이래로 가장 차갑고 냉혹한 표정으로.
“또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 인류는 답이 없을 겁니다.”
세계 협회 본부에 서릿발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