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9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2화
스틱스 (6)
결과적으로 말하면, 김진아의 협박은 제대로 먹혔다.
체념한 남궁상이 모든 것을 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에 반발하는 조직원도 있었다.
“무슨 소리요! 나는 아무것도 몰랐소이다! 사람을 납치한 적은 있지만, 죽인 적은 없단 말이요!”
“……거짓이에요.”
우웅!
권탐지의 몸에서 빛무리가 일었다.
“아마 저 사람이 이곳에서 죽인 사람만 열 손가락을 넘길 거예요.”
“히야.”
김진아가 감탄했다.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던 모양이구나?”
빙긋 웃은 그녀가 무언가를 행했다.
별건 아니었다.
그냥 신체 몇 군데만 천천히 박살 낸 정도?
물론, 그 과정에서 주변 이들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긴 했지만.
그들이 행했던 사악한 행동들에 비하면 정말 별것 아닌 게 맞았다.
그렇게 한 명을 조져버리자.
“계, 계획적으로 고투몰의 대장장이 세 명을 납치했습니다!”
“저는 상부의 지시로 인질 세 명을 죽였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관리직이었습니다! 일 안 하고 뻐팅기는 사람만 좀 두들겼을 뿐, 죽이진 않았어요! 정말입니다!”
하나, 둘.
앞다투어 자신이 행했던 내용을 이실직고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쉽게 해결되었다.
피해자들의 정보를 수월하게 수집할 수 있었고.
남궁상과 조직원 개개인이 파놓은 차명계좌 수백 개를 모조리 압수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가진 돈 전부를 여기 계좌로 이체한다. 실시.”
“도, 돈을 말입니까?”
“…….”
눈치 없는 한 명이 손을 들며 질문했지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끄아아아악! 이체! 이체하겠습니다! 끄, 끄아악! 살려줘!”
손쉽게 모두의 돈을 털 수 있었다.
“와, 자식들. 많이도 처먹었네.”
돈을 걷은 김진아가 감탄했다.
대략 5,000억 원이 넘어가는 돈.
그녀는 대략 머릿속으로 계획을 짰다.
60% 정도는 자체 포상금으로 압수하고.
나머지 40%는 납치당했던 장인들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게 분배하는 걸로.
나라나 협회에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본래 같았으면 한 게 없어도 잘만 뺏어가겠지만.
이제 별천지(別天地)는 국가가 건들 수 있는 체급이 아니었다.
‘뺑이는 내가 다 깠는데, 그걸 뺏어가면 양아치지, 암.’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다.
납치당한 장인들은 전부 구출되었고.
범죄자들은 전부 다 협회에 넘겼다.
손을 더럽히기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길마님을 건드렸거나, 길드 내부의 가족을 건드렸다면 그땐 직접 처단했겠지만…….
그리고.
권선지와 권탐지 문제 또한 쉽게 정리됐다.
“저희를 받아주세요.”
“……예언이 말하고 있어요. 김진아 부길드 마스터님께 스틱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된대요.”
그녀들이 먼저 가입을 요청했기 때문.
김진아가 빙긋 웃었다.
진심으로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아하핫! 그 예언 능력, 정말 기막히게 확실하네요. 합격이에요!”
김진아는 아예 그녀들을 별천지 멤버로 등록해 버렸다.
원래 랭커만 받는다는 철칙이 있었지만, 별천지 내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부길마의 특권이었다.
그녀의 결정에 반박하는 자는 없었다.
권자매의 능력이 웬만한 랭커 찜쪄먹을 수준이었기 때문.
물론, 그녀들의 능력이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요컨대 이런 방식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력의 절대치가 쌓이고.
능력을 발현하면 해당 정보의 수준만큼 기력이 깎인다.
즉, 쌓이는 기력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능력을 쓰다 보면 고급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거다.
‘커브웹이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했던 거도 그런 이유에서였구나.’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력의 절대치에 한계는 없었다.
능력을 쓰지 않으면?
기력은 계속 쌓였다.
무한하게.
‘최대한 아껴야겠네.’
김진아는 그녀들을 스틱스(Styx)의 핵심 멤버로 배치했다.
카푸와 자신의 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때?
그때, 선지와 탐지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빅3.
아니, 빅3를 능가하는 정보력을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참, 부모님이 이름 한번 잘 지었다.
거짓말 탐지기라서 권탐지.
선지자라서 권선지.
둘의 적응은 빨랐다.
봄사도(春使徒) 묘이 하나가 성심껏 돌보자, 상했던 피부가 다시 깨끗해졌고.
영양이 공급되자, 살이 탄력을 되찾았다.
한 일주일쯤 되었을까?
거지꼴을 완전히 벗어버렸다.
20대 중반의 풋풋한 미모를 가진 여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음, 이제.”
김진아가 미소 지었다.
“이곳으로 부모님을 불러도 되겠네요. 그 모습을 보고 걱정하시진 않을 테니까.”
“저, 정말요?”
권선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년간 보기는커녕, 목소리도 듣지 못했던 부모님을 마침내 찾아뵐 수 있음에 감격한 것이다.
“정말…… 이 아름다운 곳에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거예요?”
“그럼요.”
김진아는 그녀들에게 멤버들에게 제공되는 집을 소개했다.
권자매는 깜짝 놀랐다.
하긴.
5년 전 그녀들의 머리에 박혀 있는 가장 최고급 집이라 해봐야, 서울 한복판의 펜트하우스 정도일 거다.
그 정도 집으로 드미르가 성심성의껏 만들어낸 길드원 전용 주거 공간에 비빌 순 없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이건 집이 아니라, 예술이에요……. 이런 곳에 저희 부모님도 들어올 수 있다는 거죠?”
물론이었다.
“아이구, 효자시네요. 기특하게 부모님 생각부터 하고. 하하, 친척들도 있으면 전부 데리고 와서 살아도 된답니다.”
오직 별천지 멤버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었다.
“정말…… 정말이에요?”
“아, 그리고 연봉도 알아야겠죠? 국내, 아니, 세계 최고의 연봉을 보장해 드리고. 혹여 평생 전속까지 하신다면 보너스가 연봉을 넘는 기이한 현상도 목격하실…….”
“할게요!”
권탐지가 외쳤다.
“평생 전속! 그거 바로 할게요!”
동생의 급발진에 권선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고 해도, 계약서도 안 본 채 결정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었다.
더욱이 ‘평생’이라는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권탐지가 결연한 표정으로 언니를 바라본 것은 그때였다.
“언니, 다 진실이야.”
“진실……?”
“응, 지금까지 언행에 거짓이 하나도 없어.”
끄덕.
권선지는 곧바로 결심했다.
평생 이곳에 목숨을 바치기로.
과거.
교회 오빠, 남궁상의 말이 거짓임을 알았음에도 순수한 마음에, 믿기 싫은 마음에 따라나서는 멍청한 행동을 할 때보다는.
확실히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 * *
양정애는 짧은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짧지만 지독한 악몽(惡夢).
순식간에 납치되었다가, 이틀 만에 풀려났다.
지도익.
그 영감탱이가 노래를 부르던 ‘별천지’란 곳의 도움으로.
“할머니!”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흐흐흑, 사라진 줄 알았잖아요!”
정릉골로 가니.
양정애를 발견한 아이들이 반기며 뛰어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해맑은 아이도 있었지만, 눈치채고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아이고, 다들 무사했구먼……!”
양정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아이들을 평생 못 볼 뻔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면서도 분노의 감정이 들끓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단정한 기와집이 보였다.
정애루.
양정애가 한평생을 바쳐왔던 식당.
그 모습을 보는데, 왜 씁쓸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걸까?
“어르신.”
누군가가 양정애를 찾아왔다.
김진아라는 젊은 여성이었다.
별천지의 부길마라는 유명한 여자.
“지도익 어르신의 추천입니다. 무릉도원에 오실래요?”
“…….”
양정애는 말없이 정애루를 쳐다봤다.
복잡한 감정이 그 눈빛에 녹아들어 있었다.
“내겐…….”
“지원해 주는 아이들이 신경 쓰이시는 거죠? 걱정하지 마세요. 무릉도원에 아이들을 위한 자리도 있으니까요.”
“……!”
양정애의 동공이 커졌다.
아이들을 위한 자리?
정릉골에만 수많은 아이가 있다.
얼마나 많으면, 자신이 해주는 요리로도 저렇게 말라 있겠는가.
“아이들이 쪼매 되는데이…….”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보시고 판단하시겠어요?”
“…….”
양정애는 홀리듯 김진아를 따라나섰다.
* * *
결과적으로.
“……!”
양정애는 놀랐다.
그냥 놀란 게 아니라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다.
“……오메, 이게 뭐시여?”
의왕시.
백운호수에 아름답게 피어오른 하나의 도시이자 공방.
「드엘 공방」.
그 도시를 감싸는 커다란 드래곤 두 마리는 웅장하다 못해 웅대했다.
마치 [우리 ‘별천지’가 이 정돕니다!]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듯, 씩씩한 기상과 굳건한 절개가 느껴졌다.
“신비한 곳이구마이.”
하지만, 여기서 본 것은 놀랄 것도 아니었다.
포탈 안에 들어가자 펼쳐진 ‘무릉도원’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에 가까웠으니까.
“…….”
양정애는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이 이토록 변혔다꼬?”
김진아는 양정애를 도시 구석에 어떠한 곳으로 안내했다.
드미르가 지어놓은 아름다운 정원.
그곳 가운데 푯말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사랑 보육원」
“…….”
양정애가 눈을 껌뻑였다.
세상 어느 길드에서 보육원을 운영할까.
게다가.
꺄르륵, 꺄르르륵!
푸르른 초원 위에서 공을 차며 뛰노는 아이들의 표정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말 그대로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자신이 보살피는 아이들처럼 피골이 상접해 있지 않았다.
아주 배불리.
기름지게 먹고 있음이 분명했다.
또한.
‘저 사람은……?’
양정애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리 사회 정황에 둔감한 그녀여도, 알 건 알았다.
아마 저 남자를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자가 있을까?
‘광전사?’
충격이었다.
그 난폭하다는 세계 랭킹 14위의 하이 랭커.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이 저런 표정으로 애들이랑 뛰어노는 모습이라니.
“어르신, 어떠신가요? 여기 아이들. 밥도 건강하게 잘 먹고, 양질의 교육도 받고 있어요.”
아린의 부하.
스켈레톤이 하는 기초 마법 교육.
고가의 전문 교사가 하는 교양 교육 등등.
“웬만한 자제들 부럽지 않죠. 아마 강남권 애들도 이곳에 애들 보낸다고 하면 줄 서서 올걸요?”
“아아…….”
양정애가 감격했다.
지도익 이 영감탱이가.
이런 곳이 있었으면 진즉 말을 했어야지……!
마치 바람 한 점 없는 망망대해에서, 저 멀리 보이는 대륙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대륙 방향으로 바람까지 불어주는 느낌!
“고맙네……. 정말 고마워.”
납치당했을 때도 울지 않던 양정애 여사.
그녀가 결국,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 * *
양정애의 거처는 약존의 옆으로 결정 났다.
“크하하! 약존 건물 옆에, 요리사 전용 건물을 지어달라고?”
커다란 망치를 어깨에 짊어진 드미르가 호탕하게 웃었다.
“딱 일주일만 기다려 보게. 내 최고의 건물을 선사해 주지!”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약 천여 명의 드워프 스켈레톤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하나에만 집중하니 놀랍도록 빨리 지어졌다.
엘드린도 도왔다.
“불 주문, 정수 주문이 들어갔어요. 요리하는 데 문제없을 거예요.”
건물은 3층짜리였다.
1층은 요리실 및 탁자.
2층은 재료 보관실.
3층은 그녀의 거처였다.
늙은 관절을 고려하여, 이동마법진까지 설치해 버렸다.
그야말로 호화 요리실.
“계약서입니다.”
김진아가 빙긋 웃으며 양정애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어르신은 랭커시죠? 별천지 멤버가 되실 수 있어요. 계약 사항은 여기 읽어보시면…….”
“아이고, 그런 거 안 봐도 된데이.”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나도 지도익 그 영감처럼 평생 전속인가 뭔가로 해줘. 내가 뭐 살면 얼마나 산다꼬. 그냥 그 영감한테 요리해 주면서, 여기 사람들한테 맛있는 요리만 제공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감?”
“맞죠.”
“그거면 문제없데이. 기대해도 좋아.”
양정애가 의욕 어린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 올렸다.
무릉도원에.
서울 최고의 맛집.
정애루(正愛樓)가 옮겨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