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9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4화
타오르는 떡밥
한 커뮤니티가 있다.
「헌터 게시판」과 비슷한 사이트인데, 「마법사들의 성지」라는 곳이다.
국내가 아닌, 세계 마법사들 전부가 모여 정보 교류를 하는 사이트. 그곳에서는 하나의 떡밥이 불타고 있었다.
어떤 떡밥이냐고?
– 별천지 vs 마탑.
– 어느 곳이 더 마법을 잘할까?
이런 쓸모없는 떡밥이었다.
원래라면 당연히 마탑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별천지는 애초에 마법 전문 집단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몇몇 마법사들이 별천지 쪽에 손을 든 탓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알런 마스크의 위성 링크로 조합한 전투 장면을 면밀히 분석하는 도중.
화려한 마법을 뿜어내는 한 스켈레톤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이 스켈레톤 마법사는 누구? 과연 이런 걸 스켈레톤이라 할 수 있을까?] [용에게도 밀리지 않는 마법, 한 스켈레톤에 전 세계 언론 ‘조명’] [전 세계 마법사들을 감탄시킨 마법 실력……. “이렇게 경이로운 마법은 처음.”]몇몇 언론사들이 한 스켈레톤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고.
그것에 대해 궁금한 대중이 생겨날 찰나.
한 마법 전문가가 마법사들의 성지, 줄여서 「마성」에 영상을 올렸다.
– 여기! 멈춰보세요!
– 예, 이 장면입니다!
– 방금 여기 스켈레톤이 피워낸 불을 보셨습니까?
영상에 나온 전문가는 전투 영상을 분석하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신원을 밝히기 싫었는지, 얼굴에 가면을 쓴 채로.
– 이 마법은 ‘파이어 오브 디스페어’라고 합니다!
– 통칭 절망의 불꽃, 용과의 전투에서 마탑주님이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것이죠!
– 근데 왜 이게 놀라운 일인 줄 아십니까?
비교라도 하듯.
영상에는 아린의 전투 장면과 소피아의 전투 장면이 반반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
– 바로 이 마법이 현 인류가 쓸 수 있는 불 속성 최고 존엄 마법이라는 겁니다!
– 어떻게 아냐고요?
– 아마 마탑 필수 서적을 읽었다 하시는 분들은 다 아는 마법일 거예요.
– 예.
– 마법사들 중에는 오직 마탑주님만이 쓸 수 있는 그 마법을 고작 스켈레톤이 썼다는 말입니다.
– 놀랍지 않나요?
화면의 모습은 그뿐이 아니었다.
불꽃 마법 외에도 다양한 마법을 뿌려대며 활약하는 아린의 모습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 게다가 여기, 여기, 여기!
– 전부 다 생전 처음 보는 마법들입니다!
– 솔직히 말할게요.
– 아마 그 당시 지수룡 앞에 있었던 마법사들은 다 알 거예요.
– 그때 저 스켈레톤이 마력을 운용하는 모습, 후우…….
– 예, 감히 말하건대, 거의 마탑주님과 비슷할 정도였습니다.
한 전문 마법사의 분석은 수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단시간 내에 BEST 1위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 이거 진짜야?
▶ 대박인데?
▶ 근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마탑주보다 센 건 아니지 않나?
▶ 맞지. 어차피 저 스켈레톤, 주동훈이 불러낸 거잖아? 애초에 주동훈이 마탑주보다 랭킹이 낮은데, 그 스켈레톤이 마탑주를 능가할 순 없는 법이지.
▶ 그래도 대단하긴 하네;; 무슨 스켈레톤이 마탑주랑 비슷한 급이야;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처음엔 대다수가 아무리 그래도 스켈레톤보단 마탑주가 더 세다라는 의견이었지만.
몇몇 인원들이 나서자, 점점 대결 구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 흠, 근데 난 갠적으로 저 스켈레톤이 마탑주보다 더 굉장했다고 봄.
▶ ??? 그게 무슨 소리?
▶ 현장에 있었던 마법사들은 느꼈을 것임.
▶ 헐, 님 마탑 출신임?
▶ ㅇㅇ, 솔직히 익명이라 말하는 건데……. 그렇게 느낀 사람 꽤 있을걸?
▶ ㅋㅋㅋ 구라.
▶ 저 말을 믿냐? 어그로겠지. 무슨 마탑주랑 비슷한 것도 아니고 더 굉장해 ㅋㅋㅋㅋ
▶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하든가.
진실이냐, 분탕이냐!
사실이냐, 어그로냐!
점점 글 리젠 수가 늘어가는 도중, 누군가 쓴 글이 아예 떡밥 도화선에 불을 붙여버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별천지의 멤버, 백마도사(White Magician) 도하랑이었다.
[아이디 : 세계 랭킹 103위] [추천 수 : 41명] [제목 : 마탑이랑 별천지 둘 다 가본 후기!]– 솔직한 소감 말한다.
– 일단, 저 영상에 나온 스켈레톤은 아린이라는 분임.
– 까놓고 말하자면, 굉장히 강하심.
– 솔직히 두 분 중 누가 센지는 아직 가늠하지 못하겠음.
– 근데 내가 마탑의 소피아님을 무시하는 건 아니거든?
– 근데 그분은 굉장히 바쁘잖아?
– 마탑에 있었을 때, 나름 교수직까지 했는데 얼굴 보기도 힘들었거든.
– 근데 여기는 아님.
– 막히는 부분 있을 때, 훈련장 가서 아린님께 물어보면 명쾌하게 알려주심.
– 진짜 마법이란 학문의 교수가 있다면, 정석이 바로 아린님일거임.
– 그리고 지금 마탑에서 가르치는 서적들 있잖아?
– 그거 다 별천지에서 번역되어 나오는 건 알지?
– 이건 솔직히 마탑에서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인데.
– 그리고 에밀리 스트립이라고.
– 이분 별천지에서 만났는데, 이분도 마탑 출신이거든.
– 그분도 내 말에 동의하는 중.
– 이상, 정리하자면.
– 솔직히 둘 중 누가 센지는 모르겠지만.
– 마법사가 어디에 있을 때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따지자면 난 별천지에 손을 들어주고 싶음.
도하랑이 쓴 글은 대략 30분 정도 있다가 삭제되었지만.
이미 뜨인 캡처본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지펴진 불에 산소를 불어 넣었다.
도하랑의 아이디가 진퉁이었고.
랭커가 직접 한 발언이라는 것에서 그 힘이 더 컸다.
거기에다.
마탑의 랭커들까지 가세하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 별천지가 마탑 위라고? 급 낮은 교수의 엉터리 같은 판단이다.
세계 랭킹 74위.
다크 메이지(Dark Mage) 어셔가 발언했고.
– 아린? 그 스켈레톤이 강한 건 인정한다만, 위대한 마탑주께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랭킹 90위.
타오르는 불꽃(Towering Inferno) 브랜던도 옳다구나 나섰다.
– 무려 5년 이상 마법이란 학문만 파고 연구해왔던 마탑과 신생 길드 별천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요.
세계 랭킹 100위, 워 메이지(War Mage) 데미안도.
「마성」의 게시판을 통해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무려 마탑의 장로 셋이 나선 것이다.
– 음, 장로님들. 그거 아닐걸요……?
세계 랭킹 190위, 물의 마녀(Water Witch) 올레나의 발언도 있었지만.
그 발언은 금세 묻혔다.
왜냐?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말려 버리면, 재미가 없거든.
▶ 와, 이거 재밌는데? ㅋㅋㅋㅋ
▶ 근데 마탑 말이 맞긴 해. 비빌 걸 비벼야지.
▶ 별천지가 대단한 신생인 건 맞음. 근데 아직 마탑에겐 안 됨. 그것도 마법으로는.
▶ ㅋㅋㅋ 궁금하긴 하네. 혹시 모르잖아? 별천지가 이길지도.
원래 사람들이란 그렇다.
‘누가 더 강한가.’
그것에 기본적인 호기심이 있다.
또한 불구경과 더불어 가장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라 하지 않던가?
안 그래도 재난에 지쳐 있던 대중들은 원초적인 쾌락을 원했다.
▶ 이렇게 된 거. 그냥 둘이 시원하게 붙어봐라!
▶ ㅋㅋㅋㅋ ㅇㅈ. 누가 중계권 잡고 뜨면 되겠네.
▶ 싸워라! 싸워라!
화르륵!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불은.
마탑주와 김진아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 * *
내가 콜을 받고 회의실로 가자.
“후우…….”
김진아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고.
그런 그녀 앞에는 두 마법사가 공손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20대 중반의 한국인 도하랑과.
30대 초반의 미국인 여성 에밀리 스트립이었다.
‘세상에.’
나는 속으로 기함했다.
아무리 김진아가 부길마라지만, 두 랭커가 저런 죄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니.
뭔가 기괴한 광경 아니던가.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광경이었다.
“도하랑 씨.”
“예.”
“20대 중반이면 어린 나이도 아닌데…… 왜 이리 경솔하셨나요?”
“사람들이 자꾸 마탑만 치켜세우는데…… 배알이 꼬여서…….”
“도하랑 씨?”
“죄, 죄송합니다.”
대답하던 도하랑이 고개를 푹 숙였다.
허어.
랭커들을 쥐 잡듯 잡는 김진아라.
나는 새삼 그녀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느껴졌다.
내 앞에서는 안 저러는데.
“큼큼.”
헛기침하자, 김진아가 고개를 돌렸다.
“오셨어요, 길마님?”
이미 메시지를 통해 설명은 들었다.
대충 별천지의 멤버 하나가 사고를 쳤고.
그것을 수습하는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요. 계속 싸우라는 식으로 부추기고 있고. 후, 이러다 큰일이라도 터지는 게 아닐까 걱정돼요.”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쉰 김진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도하랑 쪽을 돌아보았다.
“굳이 대중들 싸움에 끼어 논란을 키운 건 불필요한 행동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별천지 멤버끼리 상하(上下)가 없다지만, 신입은 신입이잖아요?”
“으음.”
“묵과할 일이 아니에요. 더군다나 마탑과 우리는 긴밀한 동맹 관계인 데다가 도움도 제법 받은 적이 많은데……. 후, 제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김진아가 말을 지속할수록.
도하랑의 고개가 더 깊이 숙여졌다.
“에밀리 씨도 마찬가지예요. 도하랑 씨가 글 올리는 거, 옆에서 동의하셨다 했죠?”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옆에서 흙의 마녀(Earth Witch)도 고개를 숙였다.
뭐, 김진아의 말이 맞다.
틀린 것 하나 없다.
근데.
왜 나는 다르게 생각이 드는 걸까?
“일단 진정하세요, 부길마.”
“제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랭커라지만,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어리긴요?! 길마님이랑 동갑이거든요?”
엥.
그랬어?
하긴, 2024년 기준 내 나이 25이니…….
그렇겠구나.
그럼 나랑 동기인데, 랭킹 100위대?
그건 다른 의미로 대단한데?
물론, 이번 지수룡 사태로 랭킹이 오른 것도 있겠지만.
20대 랭커는 원래 흔치 않다.
‘으음, 근데.’
그러고 보니, 사실 나도 그런 적이 있긴 하다.
아린이가 사용하는 ‘화룡의 지팡이’(S급)의 정보를 겁도 없이 커뮤니티에 물었었지.
진짜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일종의 자랑 심리도 있었다.
[나 S급 아이템 얻었다!] 하는.지금 생각하니, 깨달았다.
그게 얼마나 치기 어린 행동이었는지.
“근데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욘 없잖아요? 저나 부길마가 직접적으로 발언한 것도 아닌 데다가, 마탑 쪽에서도 나름 발언을 했고…….”
“……그래서 지금 도하랑 씨 편드는 거예요?”
김진아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헑.
순간, 엘로이즈인 줄?
“아뇨, 아뇨. 물론 도하랑 씨가 경솔했던 건 맞죠. 다만, 그냥…… 도하랑 씨가 틀린 말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으음.”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치켜 올라갔던 김진아의 눈썹이 다시 가라앉았다.
도하랑이 경솔했다지만.
그녀의 발언은 별천지의 위상을 마탑 아래에서 잠깐이나마 마탑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 발언을 길마나 부길마가 할 수는 없다.
길드 외교에 타격이 오니까.
하지만 길드원 중 하나가 발언한 거라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발언이 기회라는 건가요?”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솔직히.
나는 마탑주보다 우리 아린이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기력이 모자라서일 뿐.
그녀는 무려 마도 세계의 4대 마탑주였으니까.
그뿐이랴?
최근에는 ‘고대 마법의 추종자’에서 ‘고대 마법의 후보자’로 올라섰다.
소피아에겐 미안하지만, 급이 다른 것이다.
나는 오히려 도하랑이 그렇게 말해줘서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김진아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도하랑 씨의 책임을 면할 순 없어요. 말의 진위를 떠나, 징계는 해야 해요. 신상필벌이 정확해야 조직이 온건하게 돌아가니까요.”
“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맞다면 맞는 거겠지.
그녀는 김진아니까.
“그리고 마탑주와는 제가 따로 연락해 볼게요. 이 사태에 관해서 얘기 좀 나눠봐야겠네요.”
“으음.”
우우웅!
그 순간, 태청심법이 발현했다.
무언가 강대한 기운을 캐치할 때 나타나는 현상.
그리고.
나는 그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웃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부길마.”
“예?”
“마탑주, 그녀가 직접 온 것 같거든요.”
세계 랭킹 4위.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의 기운이 포탈 방향에서부터 굉장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