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1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11화
그냥은 못 보내지
포탈 근처, 인적이 드문 공터.
“끄으으으…….”
“꺼허억, 꺼헑!”
세 노인이 숨을 헐떡대고 있었다.
전신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고, 얼굴은 찐빵처럼 부풀어 있었다.
꽤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았건만, 이렇게 맞아본 적이 있던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과연 아린의 손속은 매서웠다.
그녀에게 노인 공경 따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긴…… 모습은 저래도 본질은 스켈레톤이잖아? 뼈다귀가 무슨 노인 공경이야.’
사실, 어셔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치욕을 꼭 잊지 않고 갚아주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맞으면 맞을수록, 그러한 생각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냐.
“자자, 다시 물을게요~”
저기 저.
능글맞게 웃으며 물어보는 미친년, 김진아 때문이었다.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들 사실 생각?”
짧은 물음이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질문이었다.
장로들은 정말 살기 위해,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다.
“끄아아! 다, 다시는 살면서 별천지의 ‘별’ 자도 꺼내지 않겠습니다! 그냥 쥐 죽은 듯 살게요! 정말입니다!”
“제발, 제발……. 음해는 무슨 음해입니까?! 하루 삼시 세끼 먹듯, 죽기 전까지 별천지 찬양 글을 올리겠습니다! 약속드릴게요!”
“봉사! 저는 약자를 위해 봉사할 생각입니다!”
장로들의 태도가 뒤바뀌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거짓.”
얄미운 목소리 하나에.
위위위윙!
다시 허공에 수백 개의 에너지 볼트가 생성된다.
김진아가 싱긋 웃었다.
“후, 아직도 정신들 못 차리셨네요. 흐으응, 이상하다. 동물은 매가 약이라 들었는데. 아직 약이 덜 들어갔나 봐요?”
악귀 같은 중얼거림과 동시에.
쿠과가가가!
아린의 지팡이가 다시 한번 흔들린다.
“제, 제발.”
“아니, 진짜라고! 진짜라고오오오!”
아무리 진심을 담아 외쳐봐도, 봐주는 게 없다.
김진아도, 아린도.
자신들의 말보다 저 [거짓]이라는 말을 100% 신뢰했다.
퍼버버버벅!
다시금 아린의 에너지 볼트가 쏟아졌다.
전 장로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악! 살려주십쇼! 대마법사님! 대 별천지의 부길마님!”
“대 별천지의 부길마는 얼어 죽을……. 전 랭커도 아닌 주제에 입만 터는 헌터 나부랭이인데요?”
조금 전.
어셔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김진아였다.
“부길마님…… 아까는 잘못했으니, 제발 이 구타 좀!”
“아니, 왜 자꾸 부길마라 불러요? 전 그냥 헌터 나부랭이라니까요?”
“그, 그럼! 헌터 나부랭이님! 제발 살려주세요!”
“엥? 미쳤어요? 누가 면전에 대놓고 헌터 나부랭이라 해요? 와, 이거 안 되겠네. 더 맞아야겠네.”
“그게 무슨……! 이 미친년아, 그만해!”
“얼씨구, 욕? 아린 님, 아린 님!”
“예.”
“저 새끼만 두 배로 패주세요! 아직 덜 맞았나 봐.”
“알겠어요.”
“끄, 끄아아아악!”
욕을 한 어셔에게는 집중 포격이 들어갔다.
마치 드럼 세탁기 돌아가듯, 몸이 땅에 떨어지지도 못한 채로, 에너지 볼트에 의해 구타당하는 그.
“끄얽…… 컥!”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선지와 권탐지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렸다.
‘부길마님. 굉장하시다.’
‘절대 적으로 둬서는 안 될 분. 그냥 팰 땐 확실하게 패시네.’
‘하긴……. 부길마님은 별천지가 인생의 전부시니까.’
사실 권자매는 이 상황이 익숙지 않았다.
별천지가 요즘 엄청나다는 소식도 그 망할 교회 오빠 놈한테 풀릴 때쯤에야 들었고.
‘일단.’
저 눈앞에서 얻어맞고 있는 존재가 누구이던가.
각각 75위, 92위, 102위.
랭커 중에서도 100위권에 있는 랭커 아니던가.
그런 랭커가 아무것도 못 해보고 얻어맞고 있는 모습은…….
그래, 아린이라는 존재가 랭킹 4위도 박살 낸 마당에 그건 당연한…….
‘어?’
잠깐.
그것도 좀 말이 안 되는데?
하여튼.
‘이 집단은 미친 집단이 맞구나…….’
그래도 마탑의 전 장로씩이나 되는 자들을 아무런 표정 없이 패는 아린이나.
그 옆에서 아무런 동정의 눈빛 없이 조롱하는 김진아나.
‘그리고.’
권선지가 옆을 돌아다 봤다.
“거짓!”
“거짓!”
“어어? 또, 거짓인데요?”
이제 재미라도 붙인 듯, 혀를 살짝 내밀어가며, [거짓]을 외치는 동생, 권탐지나.
‘이게 맞는 걸까?’
권선지의 몸이 오한이라도 찾아온 듯 파르르 떨렸다.
마치 학창 시절 약자를 괴롭히는 양아치들 옆에 껴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흐흐흑, 정말입니다! 앞으로는 별천지 쪽으로는 오줌도 싸지 않을 거예요.”
“끄흐흐윽! 음해는커녕, 별천지의 ‘별’ 자도 입에 담지 않을 겁니다……! 쿨럭!”
“앞서 말했던 것들. 제 목숨을 걸고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별천지는 영영 모르고 살겠습니다! 진짭니다!”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간곡한 목소리로 외치는 그들에게.
“……참. 진짜네요, 이번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권탐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들에게는 천사와도 같은 아름다운 소리였다.
* * *
상대를 해치려 했으면, 해침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형법상의 정당방위처럼.
법으로 보호해 주는 제도도 있지 않은가?
사실상, 그들이 죽도록 맞았음에도 억울할 건 없었다.
보통의 다른 길드였으면, 죽음도 각오해야 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인을 이렇게 죽도록 패? 에잉, 기본적인 도의도 없는 놈들.’
‘진짜 죽을 뻔했어……. 다신 별천지 쪽에 발도 들이지 말아야지. 빨리 한국부터 뜨자.’
죽기 직전까지 처맞고 풀려난 전 장로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쪽팔린 건 둘째 치고, 저들에겐 미친년들이 있다.
미래를 예언하는 미친년과 참과 거짓을 가르는 미친년.
여기서 무슨 말을 했다가 그녀들이 또 와서 다짜고짜 패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 지옥 같은 순간을 다시 겪을 순 없었다.
그들은 재빨리 포탈을 나섰다.
백운호수 앞 「드엘 공방」을 지나쳐, 다급하게 공항으로 이동했다.
부르릉!
길가에 잡은 고급 택시 안에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음에 안도한 건지, 데미안이 먼저 입을 뗐다.
“그 끔찍한 구타 속에서 살아남긴 했네요. 으으, 아직도 삭신이 쑤십니다.”
“후우,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년…… 아, 아니. 분들…… 그래도 잘 버텼습니다.”
브랜던이 혹시나 누가 들을까 고개를 휙휙 둘러보며 자신의 입을 툭툭 때렸다.
“…….”
어셔는 침울한 표정으로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녀들에게 한 말은 진짜다.
별천지 음해는커녕, 정말로 별천지 쪽과는 담을 쌓고 살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화’가 풀리는 건 아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단 말인가.
마탑에서 쫓겨나고, 전 세계인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한 데다가.
이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얻어맞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인 건.’
김진아.
제법 잔인하다고 알려진 그 여자가 본인들을 살려줬다는 것.
하긴, 별천지도 다른 세계인들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있었을 거다.
별마전이 끝나자마자 장로 셋이 동시에 죽는다면?
그것 나름대로 또 화제가 되겠지.
별마전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마당에 이목이 쏠리는 게 싫었을 거다.
“후.”
억울하다.
화난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 사실이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인천국제공항입니다.”
도착했다는 택시 기사의 말을 듣고 내린 세 장로는.
“어후, 가시죠.”
“빨리 뜨시죠. 이 빌어먹을 곳…….”
서둘러 공항 내부로 향했다.
여유고 뭐고, 최대한 빠르게 출국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기 때문.
하지만.
“어?”
빠른 속도로 걷던 브랜던이 벙찐 표정으로 멈춰 선 것은 그때였다.
“빨리 가지 않고 뭐 하…… 음?”
“어엉?”
나머지 전 장로들도 다급히 움직이다가 걸음을 멈춰야 했다.
왜냐.
그들이 그렇게도 걱정했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
“아, 아린 님?”
“대마법사님?! 여, 여기까지는 또 어쩐 일로……?”
그렇다.
그들의 앞에 등장한 것은 바로 엘로이즈 아린.
그녀는 생각했다.
‘이들은 적.’
투웅!
동시에 지팡이를 바닥에 튕겼다.
‘교수님은 적을 대할 때, 후환을 남기지 않아.’
은혜를 입으면 두 배로 갚는 교수님이지만, 원한은 또 열 배 이상으로 돌려주는 게 우리 교수님이다.
그리고 이들은, 감히 교수님의 집단 별천지를 음해하려 했다.
비록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었다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시간이 흐르면 바뀌게 마련 아니던가?
[‘마력 폭파’(SS급)가 작동합니다.]우우웅!
그녀에게서 분출된 기운이 전 장로들의 심장을 뚫었다.
[해당 존재의 마력을 봉인합니다.] [봉인이 풀릴 때까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끄, 끄악?”
“이, 이게 무슨……!”
“아니…… 마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부길마는 잠깐의 구타로 용서한 것 같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교수님을 건드리려 했다면?
그 대가를 온전하게 치르는 게 맞지요.
“왜요?”
아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불만 있어요?”
위이이잉!
동시에 허공에 에너지 볼트 수십 개가 생성된다.
공포의 에너지 볼트.
“…….”
그게 앞에 있는데,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부, 불만 없습니다!”
“아, 아하하하, 마…… 마력을 봉인하셨군요.”
“살려주시는 것만으로 가, 감사해야겠지요? 아하하, 그럼, 그럼요.”
아린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앞으로 마력 없이 한번 평범하게 살아보세요.”
과거, 재능이 없던 시절의 자신처럼.
“평소에 나쁜 짓을 많이 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고. 베풀며 살았다면 이번 기회에 그 복이 다시 되돌아오겠네요.”
인과응보(因果應報).
이번 기회에 그들이 평소 뿌렸던 것만큼,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럼 이만. 앞으로 두 번 다시 뵙지 말죠.”
스슷!
다시금 빙긋 웃은 아린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보지 말잔 말은 영원히 마력 봉인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말.
‘이런 빌어먹을!’
‘제기랄!’
‘인생 망했다.’
전 장로들은 혹시 모를까 입 밖으로 욕조차 내뱉지 못했다.
비참한 결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별천지를 모욕하려 했던 자들의 최후였다.
* * *
별마전이 종료된 후.
마탑주와 대장로는 쿨하게 인정했다.
[마탑주 소피아, “별천지는 우리보다 위. 앞으로도 겸손한 자세로 배울 예정.”] [대장로 케이나드, 별천지 이적설? 사실무근. “곧 죽어도 마탑의 대장로로 남겠다!”]깔끔하게 인정하면서도, 옥스퍼드를 계속 이끌겠다고 선포했다.
집단의 존속 요건이 꼭 그 분야의 최고여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세상에 길드나 기업은 각 분야당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별천지는 랭커들만 받는다.
그렇기에, 마법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있어서는 마탑만 한 곳이 없을 터.
별천지한테 졌다고 마탑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었다.
– 고마워, 주동훈.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줘서. 마탑은 언제나처럼 별천지의 영원한 동맹으로 남을 거야.
오히려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위치를 다시 파악하고.
별천지의 도움을 받아 더 큰 발전을 꾀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예 폐관한 후, 만술의 기초를 닦는 데 전념했다.
‘빨리 강해져야지.’
마탑주를 넘어 세계 랭킹 4위에 안착했다.
이제 내 앞에 남은 것은 하세라와 잭 스미스.
그리고 정체 모를 물음표 덩어리.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
내가 세워둔 목표를 달성하는 데까지.
잠을 줄여가며,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의 기초를 정립하다 보니, 시간이 훅훅 지나갔다.
노인이 소개해 주는 가지 각종의 기술들과 내가 배우고 싶은 온갖 기술들을 익히다 보니 어느덧.
“대단하군…….”
만술 노인이 감탄했다.
예의상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찐으로 감탄할 때 나오는 소리.
“1년이라는 시간도 나름 짧게 잡았던 건데,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이제 하루, 하루면 끝이다. 이놈아.”
“후우.”
내가 짧게 심호흡했다.
고오오오오.
그 짧은 호흡에서도 심오한 기력이 느껴졌다.
그냥 기력이 아니다.
기초를 하나하나 쌓으면서 다져낸 순수한 나만의 기력이었다.
그렇다.
만술의 99%를 달성하면서, 나는 모든 술(術)의 기초를 통달했다.
아니, 정확히는 통달하기 하루 전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기력의 ‘질’ 자체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이는 기력의 절대치가 증가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같은 기력임에도, 다른 이들 것보다 더 정순하고 밀집된 그런 느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다름 아닌 메시지가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렇다.
내일이 바로 2024년의 마지막 날.
세계 랭커 발표식 하루 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