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4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9화
고금제일인 (1)
검신(劍神) 백무흔.
오직 검으로 하늘과 바다를 베어낼 수 있다는 사내.
‘……나는.’
어렸을 적부터 검을 좋아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억 속, 가장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이 검을 휘두르는 장면이었던 걸 보면, 단지 좋아하는 수준 정도가 아니었다.
‘검에 미친놈.’
그래서 초기에 불렸던 별명이 바로 검광견(劍狂犬), 검에 미친개라는 뜻이었다.
이는 사실 굉장한 칭찬이다.
칼밥이 전부인 무림 세계에서, 검에 미쳤다고 별호가 생기다니.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무언가에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
‘이 검으로.’
약관의 백무흔은.
스릉!
날이 바랜 검날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최강이 될 거다.’
이 세대 최강?
천하제일인?
아니.
고작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무흔이? 걔? 천재지!”
“허허, 귀신이야. 귀신. 재능은 타고나는 거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니까? 그냥 딱 보면 알아. 쟤는 달라.”
“맞아.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날고 긴다 하는 후기지수들을 데려다 놔도 우리 무흔이한텐 안 될걸?”
“암, 후기지수 실력은 아니지. 장로라면 몰라도.”
백무흔은 약관의 나이임에도, 이미 세간에서는 떠오르는 별이었다.
그것도 기존에 박힌 별들보다 더 밝은 눈부신 신성(新星).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면, 어깨가 솟구칠 법도 하지만.
“…….”
백무흔은 평온했다.
그저 효율적으로 검을 휘둘렀고.
검을 다스리기 위한 모든 것을 꿋꿋이 익혔다.
모든 무학의 근본이라는 삼재검법(三才劍法)으로 터를 닦았고.
천(天), 지(地), 인(人)을 합일한다는 삼재기공(三才氣功)으로 기를 쌓았다.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이보다 완벽하고 튼튼한 심법과 검법은 없다.
그게 천재라 불리는 백무흔의 생각이었다.
‘사공이나 마공과는 차원이 다르지.’
빠르게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르고 싶은 이들이 주로 건드는 무공.
그런 것들은 배우는 즉시 즉각적인 힘을 준다.
그렇기에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기초부터 쌓아온 정공을 이기긴 힘들어.’
정공은 곧 인간의 하체와 같다.
백날 상체만 조지는 것들은, 나중에 제대로 하체를 조진 놈에게 상체마저도 따라 잡히기 마련이다.
그게 기초의 힘이었다.
대사량을 올려주고 몸속에 있는 기력을 끌어다 주는 힘.
물론.
그에게 사문은 없었다.
그를 가르치는 스승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백무흔은.
났을 때부터, 그는 최강이 되기 위해 움직이고 생각했다.
마치 그게 운명인 것처럼.
“내가 졌소. 검광견(劍狂犬).”
“대단한 검술이오, 마치 태산을 보는 것만 같이 거대하군.”
“도대체 그대의 검문(劍門)이 뭐요?”
천하에 수많은 군상이 백무흔의 칼에 무릎을 꿇었다.
그 고강한 무공이 뭐냐고 물었지.
‘무슨 검술이긴 삼재(三才)지.’
처음엔 당당하게 밝혔으나.
“뭐요? 삼재? 허, 참.”
“삼재가 뭐야. 말해주기 싫으면 그냥 말 것이지…….”
“지금 이겼다고 농을 거는 거요?”
대다수가 이런 반응이라, 나중엔 그냥 밝히지 않았다.
하긴.
그라도 같은 반응이었을 거다.
삼재(三才)란.
저잣거리 난전에서 열댓 푼에 팔아 치우는 싸구려 무학이었으니까.
파락호들의 무공.
육합공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하급 무학.
‘쯧쯧.’
백무흔은 사람들이 우스웠다.
절세무공을 눈앞에 둔 채, 겉멋만 화려한 무공을 찾는 꼴들이란.
전설로 여겨지는 소림사의 백보신권이나 여래신장도 결국 삼재와 육합을 본떠 만들었고.
무당의 태극(太極), 개방의 타구봉(打狗棒), 화산의 매화(梅花), 아미의 복호(伏虎), 곤륜의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
등등등.
모두 뜯어보면 결국 삼재와 육합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백무흔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마다 맞는 무공이 다 다를진대.
어찌 남이 닦아놓은 무공을 따라가서 대성할 생각을 하는가!
‘내 무공은 내가 만드는 게 낫다.’
개파조사의 길.
백무흔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는 강호행을 거치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오악검파(五岳劍派)를 제압했을 때, 검광견(劍狂犬)에서 검귀(劍鬼)가 되었고.
오대세가(五大世家)의 수장들을 모조리 꺾었을 때, 검귀(劍鬼)에서 검존(劍尊)으로 불리게 되었다.
홀로 사파연합, 즉 사도련(邪道聯)을 격파했을 땐…….
검의 황제, 검황(劍皇)이란 칭호로 불렸다.
“검황 백무흔……!”
“검으로는 적수가 없어!”
“검? 검뿐만이 아니지! 홀로 사파를 다 싸잡아 죽였다는데, 단신으로 그를 상대할 자가 있을까?”
“암, 그가 천하제일인이지!”
“천하제일인! 검황!”
저벅, 저벅.
백무흔은 천천히 걸었다.
목표를 향해 꿋꿋이 검을 휘둘렀다.
하나.
이런 의문을 품는 자들이 생겨난다.
“백무흔? 강하지. 강한데, 초대 천마보다 강할까?”
“에이, 그건 아니지 않나? 천마는 진짜 마귀의 재림이란 말이 있던데. 악신 아수라보다 더한 게 천마라잖아.”
“소림의 달마는?”
“어후, 아무리 백무흔이 천하제일인이라 해도, 어딜 보리달마(菩提達磨)한테 비벼?”
“그치?”
“암, 우리 솔직히. 무당의 장삼봉이랑 달마는 건들지 말자.”
“그래, 전설은 전설로 놔두자고.”
세대 통틀어 누가 제일 강하냐의 문제.
즉, 고금제일인이 누구냐의 문제는 호사가들을 흥미롭게 하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하나.
그 누구도 전설을 깨기 싫어했다.
소림의 달마.
무당의 장삼봉.
마교의 초대 천마.
항상 고금제일인을 다투는 세 전설.
백무흔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 업적을 세워도.
저 셋의 틈에 낄 수 없다는 사실이 짜증 났다.
그래서?
콰가가가가강!
숭산에 찾아가 절을 모조리 다 부숴 버렸다.
“어, 어찌! 검황이……!”
“나, 나무아비타불!”
무당산에 찾아가 도관들을 다 태워 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오, 검황!”
“무, 무량수불!”
백무흔의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저 멀리, 신강까지 찾아가 그 흉악하다는 마교도들까지 전부 때려잡았다.
처음엔 그의 기행에 혀를 차는 중원인들이 많았으나.
마교에 혈교, 백련교까지 다 정리해 버리자.
“……미친.”
“신이다!”
“검의 신이다!”
검신(劍神).
인간의 경지가 아니라는 실로 광오한 별호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에이 그래도, 초대 천마한테는 안되지.”
“그치? 내가 알기론 초대 천마도 중원 전체를 정복했었다지. 느낌이 둘이 비슷해.”
“흠, 그래도 검신 정도면 이제 고금제일인 후보에 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그치, 후보는 되겠지! 후보는!”
“……!”
이 빌어먹을 놈들이?
으드드득!
백무흔은 결국 눈깔이 돌아버렸다.
고금제일인이 되는 것.
어렸을 적 자신의 목표.
그것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인정해야만 가능한 것인데.
그게 어찌 되겠는가?
본래 죽은 자의 업적은 과대 평가되는 법.
이미 대중들의 인식 속에는 개파조사의 위대함이 박혀 있었다.
백무흔은 깨달았다.
자신이 죽기 전까진 절대 고금제일인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아마 죽어서야.
후대에 가서야.
저 명단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게 고작일 거란 걸 깨달아 버렸다.
“으아아아아!”
분노했다.
분노한 백무흔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쾅! 콰아앙! 콰앙!
산이 파이고 바다가 출렁였으며, 구름이 사라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그 상실감이 그의 몸 곳곳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화내고 있을 때, 들려오는 미지의 목소리.
– 꿈을 이루고 싶으냐?
놀란 백무흔이 눈을 부릅떴다.
‘뭐지?’
자신은 당금 무림의 천하제일인이다.
마교와 혈교, 사해까지 궤멸시킨 지존 중 지존이다.
그런 자신이 기척을 못 느끼는 존재가 있다?
“누구냐!”
– 누군지는 궁금해할 필요 없다. 가던 길, 시끄럽게 구는 존재가 있어서 잠깐 들른 것일 뿐이니.
“……!”
묘했다.
– 클클, 신기하긴 하구나. 이런 구석 세계에 검의 성좌가 탄생하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하늘에서 내려온 천외천(天外天)의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찾을 수조차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호, 혹시. 신선이십니까?”
– 신선이라.
피식.
미지의 존재가 실소했다.
– 너희식 표현으로 하자면……. 음, 아니다. 신선은 고작 성좌급일 뿐이니. 굳이 표현하자면 신선을 관리하는 존재.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시, 신선을 관리하는 존재?
백무흔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렇다면.
노천야(老天爺).
옥황상제라도 된다는 말일까?
– 그런 건 아니고. 빨리 말해라. 꿈을 이루고 싶으냐? 아니면 싫으냐. 싫으면 그냥 가던 길 가겠노라.
“이, 이루고 싶습니다!”
간절한 외침!
– 그래?
신비한 존재의 답변은 간단했다.
– 그럼, 그리하거라. 어려운 일은 아니니.
따악!
귀가 먹먹하니,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이후.
백무흔의 세상이 암전됐다.
* * *
처음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소림이었다.
본인의 세대에서 엄청난 위세를 자랑하던 숭산의 그 소림은 아니었고.
그의 눈앞에 면벽수련을 하는 스님.
아아.
백무흔은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달마다.’
천축에서 숭산으로 넘어온 대사.
고금제일인 후보 1순위로 항상 언급되는 빌어먹을 땡중!
스릉!
백무흔이 검을 뽑았다.
그래.
미지의 존재 짓이 분명했다.
나 검신(劍神)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세대의 천하제일인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
“으하하하하하!”
백무흔이 광소했다.
이전 세대로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는 것?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에겐 가족도 스승도 연인도 없었다.
그의 꿈은 오직 당대의 모든 천하제일인을 섭렵하고 고금제일인의 위치에 올라서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수 있었다.
“아미타불, 당신은 누구시오?”
“내가 누구냐고?”
백무흔이 씩 웃었다.
“널 잡아 족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저승사자이올시다.”
“……이런, 목소리에 화(火)가 가득한 자로구나. 관세음보살.”
달마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누가 강하고 약하고가 중요한 게 아닐진대. 참으로 아둔한 놈이로구나.”
그러고는 살짝 내리깔린 눈으로 자세를 낮췄다.
“우둔한 자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 또한 소림이 해야 할 일. 하지만 괜찮다. 이 주먹이면 소승이 오만에서 벗어나는 것도 한순간일 테니.”
“그래, 입이 길지 않고 주먹을 내세우는 것 보니.”
백무흔의 미소가 짙어졌다.
“달마, 네놈도 남자로구나!”
“아미타불!”
시공간을 초월해 만난 두 절대자의 부딪힘.
콰아아아앙!
달마와 백무흔의 결투는.
털썩!
고작 삼초(三草).
삼초 안에 달마의 패배로 끝나 버렸다.
“쿨럭!”
복부에 검을 허용한 달마가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뭐야?”
백무흔이 인상을 찌푸렸다.
황당함을 넘어 어안이 벙벙했다.
“왜 이렇게 약해?”
정확히는 백무흔이 말도 안 되게 센 것이지만.
어쨌든.
본래 무술이라는 것은 시간을 거치고 거쳐 발전하기 마련이고.
세월이 지날수록 약점이 보완되고 강점이 부각된다.
즉, 백무흔 세대의 소림 무학과 개파 조사인 달마의 소림 무학은.
구(舊)와 신(新)의 차이였던 걸까?
“제기랄, 개 같은 중원 호사가 놈들. 이딴 땡중이 뭐? 고금제일인?”
“크, 크흑. 아미타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가……?!”
달마로서는 어이가 없을 일이었다.
상대는 자신이 만든 초유의 무학의 약점을 너무도 쉽게 간파했다.
현 무림에서 상대할 자를 찾지 못했던 그 무학을 말이다.
“이, 이럴 수는……. 커헉!”
결국, 보리달마는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
갑자기 등장한 정체 모를 사내에게 말이다.
* * *
다음.
도교사원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도인.
백무흔의 시야에 무당의 장삼봉이 나타났다.
“그래, 이번엔 장삼봉이냐?”
“……무량수불?”
“빌어먹을. 너희들은 진검으로 해줄 필요도 없다.”
쨍그렁!
백무흔이 검을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근처 아름드리나무의 가지를 뽑아.
서걱, 서거걱!
손날로 쳐 간단한 나무 검을 만들었다.
“천하제일인? 너희는 이걸로도 충분해.”
검신(劍神) 백무흔.
그가 목검을 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