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4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8화
만술 vs 천마 (3)
쩡그렁!
강소소의 칼날이 떨어졌다.
천마 강소소는 바닥에 튕겨 오르는 날을 허무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 아아…….”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떨어졌다.
분명히 온 힘을 다해 싸웠다.
방심 없이, 천마신공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저 검을 상대해 내지 못한다?
‘어떻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강소소의 머리가 제대로 해석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랴.
“본좌가…….”
정말로.
졌다는 말인가?
생전 두 번째로 겪어보는 쓰라린 패배에.
힘이 쭉 빠진 그녀가 팔을 늘어뜨렸다.
천마가 무엇이던가.
어떤 위치에 있는 자이던가.
강자존의 꼭대기에 서 있는 자.
신교불패(神敎不敗), 만마앙복(萬魔仰伏)을 교도들에게 실현시켜 주는 자.
강소소는 천마신교의 교주라는 것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불패(不敗)였을 때다.
‘그래.’
마교는 강자를 따른다.
강자를 위해서라면, 압도적인 힘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따위 초개(草芥)처럼 불태울 수 있는 게 마교도다.
그것이 천마신교를 유지해 온 진정한 힘.
본래였다면.
저 노인네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으드득.
그녀의 낯빛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인정하기 싫었다.
제자가 보고 있는 건 둘째치고.
자신은 이미 죽은 자 아니던가?
게다가.
“끌끌, 걸걸아. 왜 이렇게 조용해졌느냐? 이제야 정신이 좀 든 게냐? 허허, 신기하구나. 미친개에는 매가 약이라는 선조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니.”
콰드드득!
강소소가 이를 더 세게 갈았다.
심기를 긁는 노인의 말을 듣자면.
부처의 현신이라는 소림의 개파조사, 달마조차도 화를 참지 못할 거다.
어찌 사람의 속을 저렇게 뒤집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어이구, 걸걸이 화났느냐? 인상 쓰니까 더 못생겼구나.”
“닥쳐라, 이 사특한 노인네!”
“그래그래, 암. 무인이라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안 되는 게지.”
스슷!
백발노인이 인자하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품속에 있는 몽둥이를 꺼낸 것은 그때였다.
아, 아니?
강소소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 몽둥이는 대체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건데?
그러고 보니, 저 노인.
대체 아까부터 무기는 어디서 수급하는 거지?
“계속 그렇게 인상 찌푸리고 있거라. 인상이란 곧 조미료와 같으니라. 때리는 맛을 더욱 풍미 있게 해주는 조미료 말이다.”
터억, 터억!
노인이 오른손으로 쥔 몽둥이를 왼손에 툭툭 때리며 걸어왔다.
그 모습이 마치 정말 개장수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뭐?
때리는 맛?
조미료?
강소소가 황당함에 입을 벙긋거렸다.
“……그 흉측한 무기로 무얼 하려는 거냐.”
“뭐긴 뭐냐, 정말 몰라서 묻는 게냐, 걸걸아?”
픽.
노인이 웃었다.
“결자해지라 했다. 네가 먼저 내 제자에게 시비를 걸어 날 기분 나쁘게 했으니, 처맞는 것으로 그 오해와 불편함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
강소소가 전혀 이해 못 한 표정을 했다.
이해 못 할 수밖에.
패자를 상대로 몽둥이를 든다고?
그녀가 살던 무림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정파의 경우, 승부가 끝나면 포권을 했고.
사파의 경우, 승부가 끝나면 죽였다.
마교의 경우, 진자가 이긴 자 밑에 들어갔다.
“아아, 혹시 너희 세계에는 이런 문화가 없을 수도 있겠지.”
끌끌.
노인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괜찮다. 내 세계에서 난 이렇게 해왔으니까……. 그럼.”
그 순간.
노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인상 절대 펴지 말거라. 알겠느냐?”
동시에 강소소를 향해 내달렸다.
* * *
퍼억! 퍼어어억!
퍼어어어어억!
시원한 타구음이 또옥, 또옥!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조화를 이루었다.
“끄악!”
퍼어어억!
“끄아아악!”
퍼어어어억!
“…….”
하세라가 복날 개처럼 처맞는 스승을 멍하니 바라봤다.
강소소.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칼까지 박살 난 마당에, 저 흉측한 몽둥이를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빠각!
손으로 가드를 올리면, 그 손을 때렸으며.
몸을 웅크려 무릎으로 막으면.
빠가각!
그 무릎을 팼다.
비명을 내지르는 강소소의 얼굴은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
하세라는 사실 스승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타나자마자 온갖 욕설을 내뱉어가며 자신을 괴롭혔던 자.
본인이 이루지 못한 군마영세(群魔永世)의 꿈을 자신을 통해 이루려 했던 자.
그런 스승이 맞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가슴 한편이 살짝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스릉!
하세라는 별수 없이 칼을 뽑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스승의 은혜가 임금, 부모와 같을진대.
스승이 처맞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제자는 없다.
게다가 결국.
자신도 강소소 덕에 이토록 강해질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비록.’
저 노인의 장대한 내력.
흔들림 없는 움직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노련함을 상대하긴 힘들겠지만.
그마저도.
그녀에게는 넘어야 할 높은 산일 뿐.
우우웅!
차갑게 가라앉은 하세라가 튀어 나가려 할 때였다.
“그만.”
지켜보던 주동훈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럴 필요 없어요.”
“…….”
그럴 필요 없다?
왜?
본인 스승이 이겼으니, 상관없다는 말인가?
하세라가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진정하시고. 그쪽 스승의 표정을 봐요.”
주동훈이 목짓으로 구타의 현장을 가리켰다.
“……?”
스승의 표정?
하세라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러고는 강소소의 모습을 바라봤다.
“끄악! 끄으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노친네!”
온몸이 불어 터지도록 처맞으면서도 오히려 다시 입을 터는 그녀의 모습.
자신의 스승이지만 역시, 일관성 하나만큼은 대단했다.
“노친네! 네놈이 강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 인성만큼은 파탄이 나다 못해 박살이 났구나! 약자를 패다니! 네 제자가 뭘 보고 배우겠느냐?”
“말은 바로 해야지. 약자를 패는 게 아니라, 미친개를 패는 게다. 게다가 인성 파탄?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더냐. 쯧쯧. 천하고위맹고(川何辜爲盲故)라 하였으니, 소경이 개천을 나무라는 꼴이구나.”
“끄아악! 그놈의 입 좀 그만 털 거라!”
“걸걸아. 입은 네가 먼저 털지 않았느냐?”
“끄아아악! 제발!”
퍼억! 퍼어어억!
때리는 자와 맞는 자.
하지만 왜일까.
하세라는 기분이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과 스승은 어느 정도 감정이 이어져 있다.
그런데, 거기서 왜.
‘슬픔’이라는 감정이 없는 거지?
‘비참함’이라는 감정이 없는 거지?
스승이 패배에 쓰라려 하는 것은 맞다.
저 노인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구겨진 인상 속에 스승의 입가는 분명…….
‘웃고 있어?’
그래.
즐거워하고 있었다.
맞는 걸 즐거워한다?
세상 모든 무림인이 변태라더니, 그래서일까?
게다가.
“끌끌끌, 좋구나. 그래. 걸걸이의 참을성은 인정하마. 아직도 그 인상을 피지 않다니.”
“지랄도 유분수다.”
노인도 웃고 있었다.
즐거워하고 있었다.
격동하는 전투의 현장에서, 웃고 있는 두 절대자라.
무언가 자신이 아는 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에 하세라의 눈이 흔들렸다.
“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그저 놀고 있는 거예요.”
– 놀고 있다?
하세라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생각해 봐요.”
“…….”
“유령이 던전의 특수효과 덕에 잠시나마 육체를 되찾았어요.”
주동훈이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평소 무술이나 무공에 미쳐 있던 유령이죠. 몸이 얼마나 근질근질했겠어요?”
만술(萬術) 노인.
그가 조금 전 말했다.
유령일 때도 끊임없이 수련했다고.
육체를 되찾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악착같이 배움을 택한 노인이 얼마나 싸우고 싶었겠는가.
천마(天魔) 강소소.
그녀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 나이에 마교천하를 이루고, 천하제일인의 자리까지 올라선 자.
이제 막 부귀영화와 영세를 누리려 할 찰나, 목검에 맞아 요절했으니.
얼마나 놀고 싶었겠는가.
“둘은 본능적으로 아는 거예요. 곧 다시 유령으로 돌아갈 것을…….”
주동훈의 미소가 살짝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
“그러하니, 이 싸움을 끝내기 싫은 거겠죠. 이미 서열정리가 끝났음에도 말이에요.”
하세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떨리는 눈으로 다시 전투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노친네, 만술이라했나? 빌어먹게 강하구나.”
“세상은 넓고, 우주는 더 넓지. 살아보니 느끼는 게 아니라, 죽어보니 더욱 느낀다. 이 세상이 끔찍하고 강한 존재는 얼마든 널려 있다는 걸.”
우주의 방대함.
“그러하니.”
노인이 천마를 바라봤다.
“네가 제자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그 오만방자함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네 무공은 천성이 악한 자에게 어울려. 걸걸이 너에겐 어울려도, 저 처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다. 하나,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탈마.”
마도(魔道)를 벗어나.
진정한 극(極)에 달하는 것!
“애초에 마와 어울리지 않는 아이니, 탈마도 쉽지 않겠느냐? 끌끌.”
“…….”
아아.
어르신은 개 패듯 패다 말고, 강소소를 교육하고 있었다.
가르침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하긴.
어르신이 또 교술(敎術) 하나는 기가 막히지.
“다 걸걸이 네가 인상을 펴지 않고 버티기에 알려주는 게다.”
“좋다, 만술 노친네. 네가 강한 건 다시 한번 인정한다, 하나.”
“하나?”
“나 역시 천마신공의 끝을 보지 못한바, 방심하지 말거라. 곧 내 제자가 대성(大成)하여 너와 네 제자를 넘어설 것이니.”
“……네가?”
풉!
노인이 비웃는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구나. 오냐, 더 맞자. 더 맞다 보면 현실을 깨우칠 것이니.”
“젠장, 빌어먹을 노친네.”
콰아아앙!
다시 한번 푸닥거리가 시작됐다.
유령을 때리는 것이니, 확실히 푸닥거리가 맞았다.
* * *
그 시각.
뼈일이.
아니, 백무흔은 생각했다.
‘저기요?’
분명 자신이 고금제일인이다.
욕심으로 온갖 세대의 천하제일인을 목검으로 두들겨 팼던 남자.
종국에는 그것을 후회해, ‘한’이 생겨 버린 남자.
지금 빨리 그 ‘한’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리고 분명.
저들도 그러기 위하여, 이곳으로 온 것일 텐데.
콰가가가가!
퍼억, 퍼어어억!
“끄아아악! 아프다, 아파!”
“좋으냐? 통증이 느껴지니까 좋으냐? 끌끌.”
이게 도대체 뭐냐.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노고수와 소저.
백무흔이 당황한 표정으로 주동훈을 바라봤다.
어렴풋이 다가오는 뼈일이의 기억.
“주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절대자들의 ‘한’을 처리해 주는 고마운 존재.
“아무래도 무언가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뼈일아.”
주군이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예.”
“좀만, 좀만 기다려 주자.”
아니, 주군.
지금 기다릴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저 뒤에.
쿠구구구……!
그 순간.
동굴이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제 본신.’
진정한 고금제일인.
욕심의 화신이자, 천마를 단숨에 제압했던 전성기 시대의 백무흔.
한번 깨어나면 모든 강자를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
검신(劍神) 백무흔.
‘그가 깨어나고 있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