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6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67화
한번 가 보지 뭐
언제나처럼 밖으로 나왔다.
뼈십이 전용 훈련장.
모든 사람의 출입을 금지한 터라, 여긴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여기.’
내가 바닥을 바라보았다.
‘마법진에 기운을 흘려 넣으면 된댔지?’
아린은 바닥 위에 복잡하고 거대한 마법 문양을 그려 넣었다.
‘초중력’(SSS급)을 발동하기 위한 마법진.
효과는 제법이었다.
중력의 변화를 체감하거나 하는 것도 없었고.
그저 5시간 정도 훈련하고 나오면, 정말로 딱 1시간만 흘러 있었다.
이는 혁명이었다.
혁명 수준이 아니라, 그냥 사기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인생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나는 이제부터 남들보다 다섯 배 더 빠르게 앞서갈 수 있는 거다.
‘기초부터 다시 가 보자.’
초중력을 발동시킨 나는 훈련장의 벽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체력단련도 하나의 술(術).
“츠읍, 츠읍! 후, 후!”
달리기는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기차 소리처럼, 칙칙폭폭에 맞추어 호흡을 하다 보면 리듬감이라는 게 생긴다.
물론, 그냥 뛰지 않았다.
양 팔다리에 20㎏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등에는 50㎏짜리 가방을 만들어 맸다.
랭커가 된 이후로, 웬만한 것으로는 체력이 털리지 않는다.
1시간을 달려도, 2시간을 달려도 호흡이 벅찬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근육의 땅김이나 결림도 없었다.
참, 따지고 보면 웃기는 일이다.
이런 걸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어디 페이스를 좀 더 올려볼까?’
스슷, 스슷!
이제 천천히 그림자를 밟기 시작했다.
무음(無音)의 경지.
과거, 섀도우 셰퍼드 킹에게 배웠던 그 움직임의 정수를 나는 이미 깨우친 지 오래였다.
이것 역시 하나의 술(術).
이젠 스슷- 하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속도가 나기 시작하자, 공간이 비틀린 듯 뒤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때가 되어서야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열이 나고, 근육이 찢어지는 느낌이 났다.
아마, 남들이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잔상으로만 보이지 않을까?
‘이제 여기다 다른 술을 하나씩 접목해본다.’
만술(萬術)은 사람마다 다르다.
비록 익힌 자가 전 우주에 둘밖에 없으니, 무의미한 소리겠지만.
그냥, 노인과 나의 만술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궁극적인 목적은 강해지는 것이기에.
낚시, 조각술, 수영 등의 잡술보다 검, 창, 활 등의 전투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믿어보자.’
나 자신을.
그리고 어르신을.
만술은 최강이다.
이번에 어르신의 위엄을 느껴보니, 확실히 알겠다.
후웅!
내가 그림자를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창을 휘두르고, 활을 쏘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훈련에 매진했다.
* * *
인도.
구자라트주의 신비 섬, 모라.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에, ‘서인도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곳.
그 좁은 땅 위에 수많은 헌터들이 모여있었다.
“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아무리 세계 협회 공식 모집이라지만, 이렇게 많이 지원해도 되는 거야?”
“그러게. 좋은 건 나만 해야 하는데.”
술렁술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와 서로 눈치 보며 속닥거리는 이들.
그중에는 혼자 온 자도 있었고, 팀을 맞추어 온 자도 있었다.
“세상에, 내가 그 유명한 델라일라의 시련에 참여할 수 있다니.”
“통과만 하면 무조건 랭커가 된다지?”
“그렇긴 한데, 그 통과가 엄청 빡세겠지. 랭커 문턱이 좀 높냐? 순위제인데.”
“그럼, 여기 있는 인원 중 1,000명 이상이 합격하면?”
“……그럴 리가 있겠냐.”
이미 세계 협회의 공식 발표로 인해 세상은 난리가 났다.
대다수 유명 랭커들이 「델라일라의 시련」 출신이었다니!
특히.
세계 랭킹 4위, 스켈레톤 엠페러……. 아니, 이젠 스켈레톤 마스터가 시련 수석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나도 할 거다!”
“솔직히 주동훈 반만 따라 해도 떵떵거리면서 먹고 사는 거 아님?”
“S급 헌터 이상이면 무조건 참가 가능한 거죠? 저도 갑니다.”
인맥이 없거나.
홀로 던전 다니던 S급 헌터들이 전부 모여들었고.
“솔까, 내가 기회가 없어서 랭커에 못 올랐던 거지, 판만 깔아주면 하이퍼 랭커라고.”
“그동안 랭커들이 추천제니, 뭐니 하는 인맥 카르텔이었다니, 살짝 역하긴 하네. 내가 정리한다.”
황금색 명패를 달고 있는 이들답게.
각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러다 보니.
“야, 뭘 쳐다봐?”
“엉……? 지금 나한테 말한 거?”
“여기에 눈깔 야리는 놈, 너 말고 또 있냐?”
“뭐? 야려? 이 새끼가……!“
눈을 마주치거나, 어깨가 살짝 부딪힌 것만으로 시비가 걸리는 순간들이 많아졌고.
우당탕탕!
안 그래도 좁은 섬에서 이곳저곳 싸움이 붙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델라일라 님.”
선임 심사위원인 뤼카가 쳐다보고 있었다.
머리를 깔끔하게 말아 올린 그의 표정은 살짝 질려 있었다.
“주동훈, 구해 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예.”
뤼카의 옆에서, 델라일라가 옅게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 그랬었지요.”
그녀는 사실, 이후에도 무릉도원에 서너 번 찾아갔었다.
월드 링크(World Link) 스킬로, 웬만큼 삼엄한 경비도 다 뚫는 그녀였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존재.’
접근할라치면, 순식간에 다가와서 목에다 칼을 드리우는 남자 때문에 접근조차 못 했다.
– 주군께 접근할 수 없다. 돌아가라.
짧게 중얼거리며,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대는 자.
단언컨대.
우주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본 그녀였지만.
‘그런 위압감은 처음이었어.’
천마?
마왕?
그 정도의 느낌이 아니었다.
용족?
고룡도 그 존재 앞에서는 아양을 부릴 거다.
‘백무흔이랬나?’
솔직히 델라일라는 질려 버렸다.
그런 끔찍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존재가 [주군]이라 부를 정도면.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얼마나 성장한 거란 말인가?
이제는 무서울 지경이었다.
‘세계 랭킹이 다시 한번 바뀌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여튼.
그 백무흔이라는 자가 있는 한, 델라일라가 주동훈을 만날 방법은 없다.
“데려오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흠, 시도하셨는데 안 된 거면, 어쩔 수 없죠.”
“저는 선임 심사위원의 능력을 믿는답니다?”
델라일라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뤼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와서요?”
“어허!”
던전 메이커, 델라일라가 허리춤에 두 팔을 올렸다.
“아시죠? 일이 힘든 만큼 높은 개연성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거. 심사위원도 나름대로 보상을 가져갈 수 있어요.”
개연성.
델라일라의 던전 내부에서는 쌓아 올린 개연성만큼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B급에서, 많게는 SS급까지.
물론, 주동훈처럼 말도 안 되는 업적을 달성하면 그 위까지 받아낼 수 있겠지만.
그건 현실적인 상황이 아니니 패스하고.
“후.”
뤼카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뭐,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지.”
웅성웅성.
몰려 있는 S급 헌터들과 몇몇 랭커들을 보자 하니, 풋풋한 애송이들처럼 느껴진다.
타앗!
멀찍이 있던 뤼카가 땅을 박찼다.
이제 선착순 같은 거 없다.
전부 다 첫 번째 시련 속으로 넣어버릴 거다.
주변에 들리는 잡음 따위,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되면 사라질 터.
“저, 저자는??”
“적안! 적안이다!”
“붉은 눈이면……! 적안의 마검사 뤼카?”
뤼카가 픽 웃었다.
누군가가 벌써 자신을 알아봤나 보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 랭킹 19위.
마검사(魔劍士) 뤼카.
“다들 시끄럽고, 주목해라.”
허공에 뜬 그가 검을 뽑아 들며, 낮게 읊조렸다.
“곧 델라일라께서 시련을 진행하실 거다. 그 전에 경고 하나만 하지. 이곳은 치외법권. 누군가를 죽여도, 죽임당해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곳이다.”
항상 그가 하던 말.
이제는 익숙해서 대사까지 외우고 있다.
“그러니, 혹여 목숨이 아깝거나. 그 정도 각오가 되지 않는 자는 당장에라도 꺼져라. 그런 자들은 랭커 될 자격이 없으니.”
고랭커가 고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입을 열자.
“…….”
정적.
어느덧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당연히, 다들 던전 베테랑이라 불리는 S급 헌터들.
당연히 제 발로 나갈 리 없었다.
“좋군.”
입꼬리가 올라가는 뤼카.
과거, 수많은 랭커를 배출시켰던 전설의 시련이 오랜만에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 * *
다시.
뼈십이의 훈련장.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흘렀다.
나는 기초 훈련부터, 응용까지 계속해서 훈련했지만.
‘갈피가 안 잡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느낌이 왔다.
이대로 가면, 100년을 수련해도 중급은커녕 방향조차 잡지 못할 거다.
“후…….”
스텝과 함께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멍하니 꽉 쥔 무기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구나.’
이 순간.
옆에 있던 노인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았다.
마치 안개로 뒤덮인 망망대해 속에 체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다 어르신 덕이었구나.’
전 세계가 추앙하는 빠른 성장에는 분명 스승님의 조언이 있었다.
스승님은 500년 이상을 수련했다.
그 이후, 유령이 되어서도 그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그에 비해?
내 수련 시간은 많아 봐야 3년 안팎이다.
그 시간이 한없이 미천했다.
물론.
노인이 닦아 놓은 길을 온실 속 화초처럼 평탄하게 밟아오기만 한 것은 아니다.
탐욕룡, 거대마룡, 지수룡, 토룡 등등 잡은 용만 네 마리였으며.
투신이나 아포피스도 잡았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어찌 됐든 검신 백무흔의 본신 마저 처리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함을 넘어설 순 없나 보다.
다시.
마법진 안에서 석 달이 지나고, 넉 달이 흘렀을 때였나?
점차 육체에 무리가 오는 게 느껴졌다.
아린이 경고했던 게 뭔지 알 것만 같았다.
‘이대로면 무리가 있다.’
만술을 달성하기 전에, 육체가 먼저 망가질 거다.
‘초중력’(SSS급).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린의 말대로 딱 한 달 뿐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나.”
목이 턱- 하니 막혔다.
목소리를 내 본 것도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후.”
한숨이 나왔다.
“나가자.”
이건 아니었다.
아린이 나 보고 급해 보인다고 하지만, 급한 걸 어떡해?
이제 곧 종말이 오는데, 그전에 성좌가 되고 싶었다.
뼈십이.
어르신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교수님.”
밖으로 나가자, 아린이 씁쓸한 표정으로 날 맞이했다.
또,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냐?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교수님도 충분히 강하고, 일단 든든한 저희가 있잖아요?”
…….
그치.
너희들이 많이 든든하긴 하지.
하지만, 이건 급해야 한다.
사라진, 어르신이 많이 답답해하실 거거든.
“그래그래.”
나 역시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아린에게 화답할 때였다.
“주군.”
스슷!
백무흔이 나타나더니, 고개를 숙였다.
“응, 왜.”
“델라일라라는 여자가 세 번이나 왔다 갔습니다.”
델라일라.
진짜, 무슨 급한 일 있나?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시련을 열었나 봐요. 심사위원으로 초빙하려던 것 같았어요.”
아린이 대꾸했다.
“심사위원?”
“예. 시련은 한 번밖에 참여 못 하니, 그거 말고 더 있겠어요?”
맞다.
델라일라의 고유 능력인 ‘시련’은 사람당 딱 여섯 번만 제공된다.
시련의 테마가 6개 있는 것도 그 때문.
일단, 나는 그걸 모두 사용했다.
“흠, 내가 심사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런데요, 교수님.”
쩝.
아린이 입맛을 다시며 날 바라본 것은 그때였다.
“차라리 한번 참여해 보는 건 어때요?”
“……시련을?”
“예, 백날 공터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다양한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위치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경험해보는 게 교수님께는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가?
부족한 세월의 한계를 경험으로 메꿔야 하는 건가?
어르신의 500년과 나의 3년 사이에 있는 그 간극.
사실, 그걸 메꿀 방법이 경험밖에 없긴 하다.
‘딱히 마땅한 방법이 있는 거도 아니고.’
그래.
아린이 말 듣자.
언제 아린이 말 들어서 실패한 적이 있던가?
“그래?”
내가 되묻자,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한번 가 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