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68화
빙제 냉광철 (1)
테마1.
첫 번째 시련은 이전과 비슷했다.
아니, 완전히 똑같았다.
미각(味覺)을 컨셉으로 음식을 찾아 시련 포인트를 쌓는 것.
그 혀의 감각을 통해 독을 판별할 줄 알아야 생존할 수 있는 것.
당연히.
그전에 심사위원들이 주는 페이크도 있었다.
[띠링!] [규칙이 설정됩니다.] [상대를 죽이세요.] [상대를 죽이면 총 100의 시련 포인트를 얻습니다.] [또한, 사망한 상대방이 가지고 있던 절반의 시련 포인트를 회수합니다.]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한 참가자로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이, 이게 뭐야?”
“상대를 죽이라고?”
“……시련 내용이 너무 하잖아?”
마검사 뤼카라는 자가 나타나, 모두를 이상한 열대우림에 집어넣었다.
얼마나 큰 숲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갈 정도이니 제법 크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그 숲이 얼마나 크냐가 아니었다.
“이런 씨발! 내보내 줘!”
“맞아! 이렇게 더러운 방식으로 랭커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주동훈도 실망이네. 이런 곳에서 수석을 먹었던 거야?”
“주동훈도 실망이고, 델라일라도 실망이다! 스켈레톤 마스터가 무엇이고, 던전 메이커가 무엇이더냐! 스켈레톤 살인자가 맞고, 던전 학살자가 더 어울리겠다!”
곳곳에서 술렁이던 찰나.
콰가가강!
땅이 뒤흔들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으악!”
“뭐, 뭐야! 벌써부터 시작된 거야?”
“사, 살려줘!”
“끄아아악!”
이번 기수의 지원자가 많은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나가고 싶어 하는 자도 있었지만, 사람을 죽여서라도 랭커가 달고 싶은 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비릿하게 혀를 내밀며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자.
재빠르게 팀을 구성해, 안전을 확보하는 자.
자신만의 고유 스킬로 생존을 모색하는 자.
등등등.
“제길, 일단 피해야겠어.”
“공격하지 마, 씨발! 선공하면, 그놈만 팬다! 그냥 다 같이 죽는 거야! 알겠어?!”
그 결과.
대략 한 시간 만에, 절반 정도가 추려졌다.
물론 여기서 죽는 사람은 실제로 죽는 게 아니다.
죽기 직전에 던전 밖으로 송환되고, 전문 힐러에 의해 치유가 진행된다.
하지만, 단언컨대.
여기 있는 모든 존재는 그 사실을 모른다.
“후.”
각종 트랩이나, 히든 임무 등을 숨겨 놓은 뤼카가 허공에 떠 아비규환이 된 열대우림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잔인한 방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의미 없는 말이다.
랭커의 세계는 잔혹하면서도 치열하다.
주동훈이나 하세라, 잭 스미스처럼 막강한 무력을 지니지 않는 한.
수많은 범죄자나 살인자들의 먹잇감이 된다.
저 정도도 못 견디고 떨어져 나갈 정도라면.
어차피 랭커가 되어도 얼마 유지하지 못하겠지.
“흐흐, 뤼카 님.”
스슷!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에롤.”
세계 랭킹 36위.
머드스키퍼스(Mudskippers) 에롤.
얼굴이 망둥이처럼 생긴 자로,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외모다.
“곳곳에 치밀하게 다 숨기고 왔습니다. 빡세긴 하네요.”
“저번에 말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더 고생하자.”
권선지의 예고 이후.
지구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변화를 하나 꼽자면 바로 랭커 품귀현상이다.
안 그래도 없는 랭커들이 전부 Big4와 세계 협회로 쏠리면서, 구할 수 있는 랭커가 다 사라졌다는 말.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은 지원자를 받았던 기수임에도 심사위원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심사위원의 랭킹들이 제법 높다는 것!
[랭킹 19위, 마검사(魔劍士) 뤼카] [랭킹 36위, 머드스키퍼스(Mudskippers) 에롤] [랭킹 40위, 금사자(金獅子) 라온] [랭킹 54위, 그림 리퍼(Grim Reaper) 메이 라일리] [랭킹 83위, 가면 라이더(Mask Rider) 기오]이번 심사위원은 총 다섯뿐이었다.
이들 전부, 과거부터 델라일라의 시련을 도왔던 자들.
뇌명(雷鳴) 플로아는 별천지 소속이 되면서, 자동으로 빠졌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각자 마왕군이나 천마신교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특이사항은 없고?”
뤼카의 질문 의도는 단순하다.
눈에 띄는 자가 없냐는 뜻.
델라일라가 시련을 만드는 의도는 전 세계인의 상향평준화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발굴’이다.
잠재력 높은 자를 찾아 강하게 키워내는 것.
솔직히.
주동훈 같은 자 하나만 더 나와도, 지구는 ‘종말’에서부터 멀어질 거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몇몇 있습니다!”
에롤이 웃으며 답했다.
“있다고?”
“예.”
고개를 까딱인 그가 [어디 보자~]/를(라며)/ 중얼거리더니,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있네요, 저기.”
그러자 보이는 한 검은 머리 남성.
“저자는…….”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는 자.
“설마?”
그자를 바라본 뤼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우걱우걱!
냠냠!
[띠링!] [‘도깨비 귀신의 똥’을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좋아.”
[띠링!] [‘정체 모를 수사슴의 똥’을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그나마 이쪽 세계의 쉿은 좀 신선하단 말이지.”
불끈불끈.
똥을 섭취함과 동시에 올라오는 근육량과 튼튼해지는 뼈.
그렇다.
바닥에 엎드려 무언갈 킁킁거리며 찾고 있는 한국인 남성의 이름은 바로 변승태.
S급 헌터이자, 이 세계에서 가장 신비한 고유능력으로 유명한 남자.
그렇다.
바로 쉿 이터(Shit eater)였다.
S급 헌터씩이나 올라놓고도, 세상이 그를 잘 모르는 이유는 단순했다.
‘씨발.’
어딜 가서 내가 사실 ‘쉿 이터’였다고 어떻게 말하냐고.
그의 능력은 친구도, 연인도, 심지어 부모님도 모른다.
멋지고 잘나가는 헌터로만 알고 있지.
사실 바닥에서 똥 퍼먹고 다닌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제법 랭크가 올라서.
먹어도 달콤하고 단내가 난다는 걸 말해봤자, 사람들이 이해해 주겠는가?
당장 연인한테.
미안해, 사실 나, 몰래 네 똥도 먹은 적 있어……. 라고 말했다가 벌어질 대참사는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이런 개똥 같은.’
사실, 그는 이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성씨 때문에 놀림받은 것도 서러운데, 세상에 고유능력이 쉿 이터라니!
쉿 이터라니!!
‘다 죽일 거야.’
아마 그때부터 목표란 게 생겼을 거다.
독기가 피어올랐다.
이렇게 된 거 강해지자!
강해져서, 이 시스템이란 걸 만든 존재에게 한 방이나마 먹여주자!
직접 입을 벌리고 똥을 퍼다 먹여 버리자!
그 이후, 그는 미친 듯이 똥을 먹었다.
독기는 똥과 함께 똥독이 되었고, 그 결과 랭커는 아니지만, 황금빛 명패는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똥을 퍼먹는 그 특성 덕에.
이곳에 생성되는 무언갈 먹으면 ‘시련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었다.
* * *
“허허허.”
남자, 변승태를 지켜보던 뤼카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쉿 이터라니!
그 소문만 무성했던 자가 시련에 직접 참여했었다니!
감개무량했다.
랭킹을 떠나, 저자는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다.
각성 전, 갓 20세가 되는 헌터들은 항상 연초에 기도한다.
그들뿐이랴?
부모님, 형제, 연인 할 것 없이 다 기도한다.
– 제발 ‘쉿 이터’ 같은 능력만 얻지 않게 해주세요.
랭커가 아님에도, 전 세계인이 아는 자.
그게 바로 쉿 이터의 존재였다.
“저자라면, 인정이지.”
“그쵸?”
에롤이 한 건 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걸리는 게 하나 더 있긴 합니다.”
“뭔가.”
뤼카가 고개를 갸웃했다.
“랭커들이요.”
“…….”
랭커들.
이번 시련에는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한 인간당 한 번은 꼭 참여할 수 있는바, 이미 랭커에 달성한 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꽤 많은 랭커들이 한곳을 기점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뭐?”
뤼카가 눈살을 찌푸렸다.
랭커가 모여?
그 말은.
이미 그 전부터 힘을 합치기로 얘기가 되어 있다는 말.
아무리 심사위원들이 강하다지만, 제법 높은 랭커들이 힘을 합치면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주동훈이 필요했던 건데.’
하여튼.
랭커가 힘을 합치지 말아야 한다는 규율은 없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알지? 심사위원은 참가자 못 건드는 거.”
“예, 건들면 페널티로 받을 보상 다 날아가잖아요.”
“그리고 걸리면 VIP 상점 개방해 줘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압니다. 제가 이 짓, 한두 번 해봅니까?”
“그럼 다른 심사위원들한테도 단단히 주의 줘.”
뤼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쪽 애들은 최대한 피해 다니라고.”
“예!”
에롤이 씩씩하게 고개를 꾸벅였다.
* * *
랭커 집단.
그들이 모인 인원은 총 열이었다.
그중 리더인 자가 바로.
세계 랭킹 60위, 빙제(氷帝) 냉광철이다.
“후우.”
더운 열대우림이었지만, 그의 입가에서는 분명 입김이 흘러나왔다.
콰득, 꽈드득!
그가 서 있는 진흙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꽝꽝 얼어붙었다.
“다들 모였나?”
척, 처저적!
그의 앞으로 랭커 아홉이 모였다.
그들은 애초부터 친분이 있었던 자.
하나같이 어디 가서 제법 힘 좀 쓴다고 하는 랭커들이다.
랭킹 100위권에서 300위권 사이에 있는 자들.
“예, 형님. 오면서 시련 포인트 좀 줍줍 하고 왔습니다. 크크.”
비릿하게 웃는 이가 바로.
세계 랭킹 111위, 흑웅(黑熊) 하파엘이었다.
“저도 오면서 벌레들 한 열 마리 정도 잡았습니다.”
“하하하, 귀엽더군요. 랭커도 아닌 자들이 어깨만 우뚝 솟아서는.”
“오면서 더워서 좀 짜증 났는데, 역시 형님 곁에 있으니 시원합니다? 하하하!”
그 외에도 랭커들이 냉광철에게 모은 시련 포인트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 외.”
냉광철이 입을 열었다.
“알아낸 건 따로 없고?”
“그렇습니다.”
하파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들도 시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주동훈이 이곳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기에 참여했을 뿐.
냉광철은 일종의 자신감이 있었다.
‘시련의 도움을 받아 놓고, 랭커? 흥.’
시련이란 곧 기연이다.
기연이란 운.
냉광철의 시선에서 델라일라의 시련 빨 랭커들은 그저 인맥 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클클, 하여튼 재밌구나. 델라일라, 그년 발상도. 사람을 죽여야만 포인트가 쌓이는 시련이라니.”
문득, 냉광철의 눈에 거대한 살의가 들어찼다.
움찔!
주변에 있는 랭커들이 몸을 살짝 움츠릴 정도로 강한 살의였다.
“걱정하지들 말아라. 너희는 죽이지 않을 테니.”
킬킬.
고작 너희 정도로 만족할 내가 아니지.
주동훈.
그자가 모든 시련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뤄냈다지?
그렇다면.
‘그때 봤던 심사위원들.’
냉광철의 눈썹에 서릿발이 끼었다.
적어도 그놈들 정도는 죽여줘야, 업적을 이뤘다 하지 않겠는가?
기대하라고.
이 시련.
제대로 깽판 쳐줄 테니까.
주동훈이 이 시련을 통해 한 번에 올라간 수치가 1,000위 밖에서 78위였다.
그 때문에 세계 랭커 발표식 때 한바탕 난리가 났었지.
그때의 그 전설은 아직도 회자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주동훈의 업적을 깬다면?
지금도 60위인데 얼마까지 올라갈까?
랭킹 1위의 꿈도 과한 게 아닐 터.
“끌끌.”
냉광철의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