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7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75화
육망성의 축복 (3)
“후욱, 후욱!”
“헉, 헉!”
점점 어둑해져 가는 밤.
제한된 시야 속에서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에 쫓기듯 달리는 인원은 총 세 명.
과연, 배지민의 예상이 맞았다.
‘뭘까.’
그녀는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가지를 붙들고 기척을 숨겼다.
방심하면 안 된다.
이곳 시련에 들어온 자들 최소가 S급 헌터다.
심지어는 랭커까지 있다.
강해지기 위해 들어왔는데, 첫 번째 시련에서 탈락할 수는 없었다.
“후.”
갑작스럽게 펼쳐진 급박한 상황에 그녀는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순간.
“거기, 거기 누구 있지 않습니까?! 헉, 헉!”
달리던 중 누구 하나가 힘껏 외쳤다.
동사에 배지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무 안일했나?’
시련 포인트 쌓겠다고 마음껏 먹은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흔적을 남기긴 했다.
열매껍질이나, 발자국 등등.
‘제발 그냥 지나가라.’
싸우려면 싸우겠지만, 굳이 그러기 싫었다.
어차피 이 시련의 목적이 독의 내성을 쌓는 데에 있기 때문에.
하지만.
저들이 만약 자신이 모아 둔 독초를 비롯한 식량을 발견한다면…….
‘그때는.’
스윽.
배지민이 조용히 검을 쥐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알아요! 흔적도 보이고요!”
“헉헉, 지금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당신을 해코지하거나 싸우고자 부른 건 아니에요. 우리도 압니다! 이 시련의 목적이 누군갈 죽이는 데 있지 않다는 걸요!”
“맞아요! 뒤에 끔찍한 괴물이 오고 있단 말이에요!”
헌터들이 뛰는 심장을 주체 못 하는 듯 헐떡거렸다.
S급 헌터쯤이면, 어지간한 일 아니면 체력에 별문제가 없을 텐데.
도대체 어떤 상황인데 그러는 거지?
게다가.
저들은 이미 자신이 이곳에 은신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
“후, 일단.”
그들 중 하나.
노란 머리 여자가 중얼거렸다.
시련인데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양 손바닥으로 무릎을 잡고 허리를 숙인 채 헉헉거리고 있었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잠깐만 쉬다 갈게요.”
그런데.
‘하필.’
그 아래에 배지민이 모아놓은 식량 저장고가 있다.
‘어쩔 수 없나?’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털어 낸 배지민이 후두둑! 나뭇가지를 박차 바닥에 내려섰다.
그러자 헌터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헉!”
“위? 위에 있었습니까?”
세 명의 참가자.
여성 1명에 남성 2명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셋 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인물들이었다.
“……근데.”
노랑머리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많이 젊으시네요?”
“오, 나!”
남자가 배지민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 저 여자 알아! 미스 배! 한국 최연소 S급 헌터이자 랭커 유망주! 이야, 반갑습니다. 저는 독일 출신의 벤입니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배지민에게 악수를 청했다.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
물끄러미 손바닥을 바라보던 배지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까 괴물이 쫓아온다고…….”
“아아, 맞아요.”
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제 생에 그토록 끔찍한 괴물은 본 적이 없었죠. 무슨 녹색 연기로 이루어진 독 괴물 같은 건데…… 어후, 보자마자 바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니까요?”
“독 괴물…….”
배지민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벤이 신나서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그게 이번 시련의 종착지 같거든요? 그리고 지금쯤이면……. 아시죠? 음식 먹으면 시련 포인트 얻는 거.”
“……예.”
대꾸한 후 잠깐 고민하던 배지민이 거기에 정보 하나를 슬쩍 추가했다.
“독을 먹으면 더 오르는 것도 알아요.”
“어……?”
그러자 노란 머리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벤과 그 옆 남자도 놀랐다.
“아시고 계셨나요?”
“알다마다요.”
배지민이 싱긋 웃었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모든 상황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행동하는 것.
“여기 보실래요? 제가 여태껏 모아놓은 각종 독초들이 있는데.”
퉁퉁!
배지민이 쿨하게 돌로 만들어둔 임시 저장고의 입구를 두들겼다.
안에 남은 공간이 꽤 있는지, 울리는 소리가 퍼졌다.
“나, 나! 볼래!”
노란 머리 여자가 헥헥거리는 것도 잊고 배지민을 향해 다가갈 찰나.
스르릉!
번개 같은 속도로 검을 뽑아낸 배지민이.
푸욱!
그녀의 얼굴을 향해 주저 없이 날을 꽂았다.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찍었는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멈춰 버린 노란 머리 여성.
주르륵!
갈라진 이마에서 피가 흘렀고.
이내.
털썩!
아무 대처도 못 한 채, 자리에 고꾸라졌다.
[참가자를 사살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750 획득합니다.]“미, 미친!”
“뭐 하는……. 뭐 하는 짓입니까!”
갑작스러운 배지민의 공격에 두 남자가 무기를 꺼냈다.
그런데도 그녀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그저.
푸화악!
조용히 검을 뽑아 그들에게 겨눌 뿐.
“하.”
벤이 헛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알았지? 어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남자의 목소리는 꽤나 억울해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여태껏 닳고 닳은 베테랑들을 성공적으로 속이며 처리해 왔는데, 고작 22살짜리 여자애한테 들키다니.
우우웅!
배지민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난 원래 사람을 안 믿어. 너희같이 형편없는 수준이면 더더욱.”
사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너무도 많았다.
1.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 것.
2. 노골적으로 식량 위에서 쉬는 척한 것.
3. 괴물에 쫓기고 있다더니, 자신이 나타나자 금세 여유로워진 것.
등등등.
그리고 사실.
그녀는 호흡의 떨림만 봐도 대충 상대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보인다.
‘당한 게 많아서 그렇지.’
면역 체계처럼, 일종의 항체가 생겼달까?
“애초에 너희가 노린 건 이거겠지.”
퉁퉁!
배지민이 다시 저장고의 입구를 툭툭 내리밟았다.
아마 근처에서 자신이 음식을 모으는 걸 지켜봤을 거다.
그러던 중.
연기를 가미해서 자신을 처리한 후, 이 음식도 가져갈 속셈이었을 거다.
으드득.
벤이 이를 갈았다.
조금 전 일격은 워낙 창졸간에 발생한 일이라, 대처하지 못했지만.
이미 지금은 2:1의 상황이다.
‘어린 년이 제법이긴 하지만……!’
후우웅!
랭커만 아니라면,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 담긴 주먹이 배지민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했다.
그런데.’
“어……?”
분명 얼굴을 때렸다.
얼굴을 때렸으면, 그 반동에 의해 다시 몸에 중심이 잡혀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마치 홀로그램을 때린 것처럼.
“으어어?”
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그리고.
S급 정도의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그 중심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쐐애애액!
빨리 균형을 잡고 피해내야 하는데, 앞쪽에서 물 흐르듯 다가오는 검.
‘미친……!’
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입도 한껏 벌어졌다.
“뭐…….”
턱 막힌 숨과 반대로 비명이 차오르려 할 찰나.
서걱!
목이 잘리는 감각과 함께 그대로 시야가 암전됐다.
[참가자를 사살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25 획득합니다.]그리고 몇 초가 지나기 무섭게.
쐐애애액!
배지민이 날린 검이 마지막으로 남은 남자의 이마를 꿰뚫었다.
[참가자를 사살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360 획득합니다.]가히 무시무시한 명중률.
같은 S급 헌터라는 게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전력 차였다.
“후.”
삽시에 세 명을 처리해 낸 배지민이 칼을 하단으로 늘어뜨렸다.
시련 포인트를 벌어도 즐겁지 않다.
저들을 죽여서?
아니다.
저들이 실제로 죽은 게 아니란 건, 손끝의 감각으로 안다.
‘다만.’
씁쓸했다.
자신의 포인트를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손쉽게 앗아갈 수 있는 사람이 천지에 널렸다니.
이 세상에 몬스터가 ‘나타난 게’ 아니다.
원래 이 세상에 몬스터가 ‘살고 있었던’ 거다.
배지민은 이미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
뒤적뒤적.
그렇게 말없이 처리한 세 참가자의 소지품을 뒤지던 중.
“……이거였나?”
배지민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종이 쪼가리.
‘테마1 정보권’이라 적힌 종이였다.
* * *
“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린이 탄식했다.
“대박!”
어린애가 만화영화 보듯 반짝거리는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그녀.
“교수님, 보셨어요?”
“봤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던데.”
이건 진심이다.
만약 저기서 바로바로 처리 안 하고 끌었으면, 목에 고구마가 턱- 하니 박혔을 것 같았는데.
시원하게 검을 꽂아버린 것도 시원했고.
무엇보다.
‘판단력.’
그녀는 마치 전투하는 김진아 같았다.
적은 상황으로 순식간에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능력.
나였으면 일종의 확인 작업을 거쳤을 텐데, 그녀는 그런 게 없다.
과감하고 빠르다.
똑똑해서 그런가?
“완전 멋져요. 이런 걸 교수님의 세계에선 걸크러시 하다고 한다죠? 와, 악당인 거 알아보고 바로 팍! 무슨 소설 속 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아린이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검 휘두르는 것도 달라요. 분명 쓰고 있는 건 검이지만 봐봐요. 마력도 운용하고 있다니까요? 교수님도 그렇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천재의 특징인가 봐요!”
흠.
내가 손가락으로 턱을 긁었다.
“좀 아쉬운 건…….”
동시에 아린이 펼쳐둔 결계 밖으로.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배지민을 응시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좀 센 거 같은데?”
우리 수하들은 괜찮다.
[내 수하 = 내 사람]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니, 트라우마쯤은 받아들이고 이해해 줄 수 있다.하지만.
배지민은 남이다.
‘한’을 풀어줄 필요도 없고, 그저 좀 떡잎이 파릇파릇한 남.
괜히 별천지에 받아들였다가, 잡음이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전 더 좋은걸요.”
아린이 배시시 웃었다.
“옛날 학창 시절 때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일종의 동질감인가?
하긴.
남이어도 뭐.
내 사람인 아린이 좋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배지민은 이미 ‘정보권’을 얻었다.
똑똑하니, 그것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할 터.
게다가 실력을 보아하니, 꽤나 많은 포인트도 모을 것 같기도 했다.
일단은 기대되긴 했다.
전투 장면이나, 움직이는 것 자체가 보는 ‘맛’이란 게 있었으니.
“저 아이의 재능은 분명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빛을 발할 거예요, 교수님.”
“그치.”
혼자는 한계가 있다.
그 막강하던 백무흔도 결국 ‘정’이 고팠고.
나 역시 누군가의 희생이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어때요, 교수님은?”
“뭐가?”
“제가 작업 좀 걸어도 될까요?”
작업이라.
“조심해야 해, 우린 심사위원이야.”
심사위원은 공정해야 한다.
즉, 참가자를 도울 수 없다.
그녀에게 최선의 보상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개연성을 충족시켜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입도 최소화해야 한다.
과거 뇌명(雷鳴) 플로아가 그랬던 것처럼.
스릅.
아린이 입맛을 다셨다.
“제가 조심해서 해볼게요. 히히.”
유난히 신나 보이는 미소로.
* * *
2년 전, 성인식.
즉, 고유 능력을 부여받은 날부터.
사실, 배지민의 롤모델은 단 하나였다.
‘주동훈.’
세간에 스켈레톤 마스터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자.
또한.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빨리 강해진 자.
몇몇 모르는 자들은 말한다.
빨리 강해질 수 있었던 게 모두 다 ‘운’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안다.
‘운’으로 일정 이상 강해질 수 있어도,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세계 챔피언, 올림픽 금메달, 한 업종의 일인자 등등.
이런 자들이 모두 ‘운’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멍청한 생각이다.
배지민은 느꼈다.
주동훈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지.
생생하진 않지만, 감각적으로 그려졌다.
그렇기에.
롤모델이지만, 동시에 목표였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대상.’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우우웅!
새하얀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뭐지?’
저장고를 지키며, ‘정보권’을 쳐다보고 있던 배지민의 눈이 커졌다.
설치해둔 트랩을 뚫고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난 붉은 머리의 존재.
“……아린?”
그녀의 눈앞에.
자신의 롤모델, 주동훈의 소환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