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81화
배지민 (4)
스킬을 얻었으면?
바로 사용해야지!
나는 그 즉시 배지민이 있는 독연 속으로 들어섰다.
콰드드드득!
활개 치는 극독들이 몸을 건드렸지만, 나야 땡큐다.
– 키아아아아아!
오히려 독무(毒霧)가 즐겁다는 듯 그것을 받아 냠냠 먹었다.
그리고.
[배지민을 대상으로 정합니다.] [대상이 근처 10m 내에 있습니다.] [스킬, ‘소울링크’(S급)가 발현됩니다.]“어?”
이건…….
무언가 신비한 느낌이었다.
우우웅!
몸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태청심법만으로도, 다른 술(術)의 이치가 자연스레 체득되는 느낌이랄까?
“아아.”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까.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인데, 대충 머리가 투명하고 맑게 갠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신세계.
후웅!
내가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일권(一拳).
고작 한 번의 주먹질에 시간을 하루 정도 절약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 주먹질에, 다른 모든 술(術)의 숙련도가 쌓이는 것.
‘이런 게……. 육망성의 축복? 그것도 고작 30%?’
그렇다면 배지민은?
도대체 어떤 감각을 느끼고 있는 걸까?
내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해답이 보였다.
노인과 나 사이에 있는 수백 년의 시간 격차를.
배지민의 재능으로 극복해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배지민.’
당분간은 그녀 옆에서 쭉 붙어서 훈련만 해야겠다.
당연히 이런 스킬을 얻었단 사실은 비밀로 해야겠지.
그래, 이건 서로 윈윈인 거다.
화르륵!
나는 손에 제일 익숙한 창을 잡았다.
그러고는.
후웅!
정확하고 힘차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으으음.”
눈을 슬쩍 뜬 배지민이 내부를 관조하며 신음을 흘렸다.
‘그래도.’
이제는 버틸 만했다.
그 끔찍했던, 일반 사람이었다면 0.1초도 안 돼서 녹았을 법한 그 극독의 향연 속이 제법 편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게.’
남들이 그토록 바란다는 천독불침(千毒不侵)의 경지인 건가?
만독불침은 아닐 거다.
피부 곳곳이 따끔거리고 목이 부어 있는 걸 보면.
당장 지금도 간신히 눈을 뜨고 있지 않던가.
“후우우!”
그래도 이제는 호흡이 된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나?
쿠과가가가가!
배지민은 지금도 쏟아지는 독을 본능적으로 배합하여 기력으로 바꿔 내부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이건.’
그녀는 감격스러웠다.
내부에 쌓인 기력이 느낌만으로도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껏 모아온 게 우스울 만큼 막대한 양.
쿠과가가가!
웅덩이만큼의 기력만 쓰다 갑자기 강물 같은 기력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기연을 넘어서 기연이구나.’
세상이 달리 보였다.
꽉 쥔 주먹에 담긴 힘을 본능적으로 추측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시력이 좋아졌다.
뭔가 빨리 움직이고자 마음먹으면, 주변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감각도 들었다.
이런 게 고수가 사는 세상인 걸까?
그런 잡생각을 하던 중.
“……!”
그녀의 눈이 커졌다.
후웅! 후우웅!
옆에서 열심히 창을 휘두르는 주동훈을 이제야 발견했기 때문.
심지어 옆에는 아린이 쪼그려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
동시에 놀랐다.
독 속에 들어와 있어서?
아니다.
그 정도야 가능할 거라고 이전부터 예상했었다.
그것보다는.
‘무슨……. 기운이.’
배지민은 주동훈과 아린, 두 존재가 얼마나 거대한 사람이었는지 이제야 제대로 직시했다.
어느 정도 기운이 쌓이니까 보이는 거다.
저 둘의 위대함이.
지금의 자신 따위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그런 까마득한 곳에 서 있는 자들.
그나저나.
‘이분은……. 왜 굳이 여기서.’
배지민이 주동훈을 응시했다.
얼마나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지, 자신이 훔쳐보는 줄조차 모르는 그.
사실 훈련하고자 하면, 할 곳은 많다.
굳이 이렇게 불편한 독연 속에서 할 이유는 없다.
그녀가 눈을 끔뻑였다.
‘설마.’
배지민이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 픽 웃었다.
‘말도 안 되지.’
설마 그 유명한 주동훈이 자신 따위에게 관심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에이!
다시 눈 감고 남은 독이나 집중해서 빨아들이자.
라는 생각으로 기운을 끌어들이려고 할 때였다.
“오, 정신 차렸어?”
언제 알았는지, 그가 창을 멈추었다.
화들짝! 놀란 배지민이 눈을 크게 떴다.
“……예?”
“그래도 대견하네. 기절도 안 하고. 나 때는 진짜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했었는데. 오히려 피부에 생기가 돋는데?”
“하하하…….”
배지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여유롭게 웃었다.
“다 길마님의 조언 덕분입니다.”
그녀도 이제 별천지 멤버이니.
호칭을 길마님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알면 됐어.”
씩 웃은 그가 다시 창을 쥔다.
다시 여기서 훈련하려나 본데.
“음.”
배지민은 궁금해졌다.
그의 두뇌로는 왜 주동훈이 굳이 여기서 훈련을 하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본래 천성적으로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편.
“그런데요.”
“응?”
창을 휘두르려던 그가 돌아봤다.
“왜 여기서 훈련하시는 거예요?”
“아, 참.”
그가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친 것은 그때였다.
“배지민.”
“예?”
“시키는 대로 다 한다는 거, 두 번째 명이야.”
“두 번째……. 옙, 무엇입니까!”
첫 번째 명령은 독에 들어가라는 거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연을 얻었지.
그럼 두 번째는 뭘까?
“지금부터 내 주변 10m 반경으로 절대 벗어나지 마. 무슨 일 있어도. 특히 내가 훈련할 때는. 오케이?”
“……예?”
배지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주변을 떠나가지 말라 하는 거지?
“이유는 묻지 말고. 대답.”
“……예, 옙!”
그녀가 얼떨결에 답했다.
‘뭐야, 잠깐만.’
설마 이거 진짜야?
보통 [근처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보호하려고. 걱정되니까.
둘째.
불안감. 또는 안정감을 느끼려고.
셋째.
소유 욕구.
마지막으로.
애정 표현.
그게 아니라면, 굳이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뭐지?‘
배지민의 눈빛이 혼란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 *
– 키, 키아아아…….
맥없는 소리를 내는 독연(毒煙).
녀석이 곧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배지민이 모조리 그것을 빨아들여 흡수해 낸 탓이다.
물론, 독연(毒煙) 전체를 다 먹은 건 아니다.
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정순한 것만 쌓았고, 나머지는 다 배출하여 자연으로 흘려보냈다.
“하아.”
그녀의 입에서 뿌듯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고생 끝에 얻은 기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띠링!] [‘독연’(毒煙)이 사라짐에 따라, 클리어 조건이 달성됩니다!] [시련 ‘테마1’을 종료합니다.] [30분 후, ‘테마2’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생존 인원 : 21,441명] [보상을 산정합니다.]시야에 클리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아.”
테마1의 끝.
배지민은 바로 시야 구석 다른 메시지를 펼쳐, 얻은 ‘시련 포인트’를 확인했다.
[보유하신 시련 포인트입니다.] [시련 포인트 : 1,320,000]“와.”
그러고는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진짜 이런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던 거였어?
솔직히 주동훈이 자기는 210만가량 쌓았다고 했었을 때, 약간 반신반의했었다.
일종의 허세라 생각했었는데.
‘진짜잖아?’
자신이 이 정도면, 그는 진짜 가능성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럼.’
자신은 결국.
주동훈보다 못한 걸까?
“배지민.”
“옙!”
배지민이 이제 반사적으로 답했다.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을 수 있건 없건, 그는 상관이다.
동시에 기연이다.
기연 덩어리.
빠릿빠릿한 답변으로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싶었다.
“포인트. 제법 모았나 보네?”
“132만 모았습니다!”
“좋아, 근데 아직 더 주워 먹을 게 있거든? 조금이지만.”
“그렇습니까?”
“응, 따라와 봐.”
휘적휘적.
배지민은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의 등 뒤를 조심스레 뒤따랐다.
* * *
“흐아아아악!”
“아파, 끄아아아아악!”
“그만, 제발 그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련 깊은 곳, 어딘가.
빙제(冰帝) 냉광철과 그의 수하들이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검은 검집을 든 삿갓 사내, 백무흔.
그의 손속은 매서우면서도 날카롭고 또 빨랐다.
그들은 모두 랭커들이다.
그것도 꽤나 높은 등급의 랭커.
그런데도 단 한 존재에게 완전히 제압당한 채 아직도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는 중이었다.
“끄으으으……. 저는 더는 못 버티겠습니다.”
“시, 시련 포기할게요! 제발! 예! 차라리 그냥 죽여요! 죽이라고요!”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세지도 못했으며, 셀 여력도 없었다.
모두가 졸린지, 퀭한 눈으로 졸고 있었고.
퍼억!
“끄아아악!”
백무흔은 그 잠깐의 꾸벅임도 용서치 않았다.
어떤 몸이든 단 1㎝라도 움직이면, 무차별하게 검집을 가져다 대는 통에 지금껏 잠도 못 잔 거다.
그래.
맞는 고통이라면 그들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다.
그들도 나름 베테랑.
화상도 입어봤고, 골절상도 당해봤었으니까.
그런데.
‘저렇게 독하게 괴롭히는 사람은 처음이야.’
‘쟤는 잠도 없나? 아, 맞다 스켈레톤이지?’
‘어떻게 저렇게 악독하고 집요할 수 있지? 누가 보면 우리가 철천지원수인 줄 알겠어.’
이미 제 주인은 다른 곳으로 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용서하지 못한답시고 패고 있는데.
진심으로 그들은 죽고 싶었다.
적어도 죽으면, 꿀잠이라도 잘 수 있지 않은가!
만약, 지옥이란 게 있다면.
그래.
지금보다 지옥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쯧, 그러게 왜 자꾸 나를 공격하느냐? 방어하느라 귀찮은 내 생각은 안 하는 건가?”
백무흔이 하품을 하며, 또 하나의 얼굴을 아작냈다.
“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팔을 들어 올리면.
그 팔 사이에 검집이 가 있다.
퍼억!
“끄악, 끄아아악!”
발버둥을 칠 때마다?
퍼억! 퍼어억! 퍼어어어억!
그의 뼈만 직접적으로 아작 나는 거다.
“신기하군. 맞으면서도 계속 공격하는 그 집념이라. 좋다. 나도 그 끈기를 좋게 보아, 계속 방어해 주마.”
백무흔의 말에 냉광철 일당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내가 왜 주동훈을 건드려서는.’
‘제발 그만해 주세요……. 다시는 죄짓고 살지 않겠습니다.’
‘흑흑흑.’
동시에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텼다.
사이사이.
‘독연’(毒煙)이 진짜 등장했단 소식과 테마1이 끝났다는 소식도 메시지로 나타났지만.
그걸 볼 겨를조차 없었고 볼 수도 없었다.
눈물이 눈을 가리는데, 닦을 수도 없기 때문.
그때.
“오, 아직도 있었어?”
주동훈.
그가 도착했다.
옆에 아린과 처음 보는 여자를 데리고.
그 처음 보는 여자, 배지민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자신들을 바라본다.
‘그래!’
‘놀랍지?’
‘저 옆에 있는 놈이 그렇게 악마라고! 너도 어서 피해!’
냉광철 일당들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혹여나 말하다 몸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끔찍한 고통을 맛봐야 한다.
“저분들은…….”
배지민이 중얼거렸다.
“제법 유명한 랭커들이신데.”
신기했다.
왜 저 악명높은 랭커들이 여기서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단 말인가.
“정말 저들을 죽여도 돼요?”
어차피 죽여도 죽는 게 아닌 건, 그녀도 알지만.
이들도 제법 시련 포인트를 쌓았을 텐데……. 괜찮을까?
게다가.
저렇게 무력한 자들을 베는 건 그녀의 성향상…….
“예, 예, 예, 예! 제발 차라리 죽여줘요!”
“끝내 버려요, 제발! 그 칼! 그 칼로 제 목을 찔러 줘요!”
“그냥 포인트 다 가져간다고 생각하시고 눈 질끈 감은 채로 푹 넣으면 돼요! 간곡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예?”
“…….”
배지민이 입을 슬쩍 벌렸다.
‘아니.’
주동훈,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