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2화
프롤로그
세상의 변화.
그 변화는 조용하면서도 직설적이었다.
누가 먼저 알아채고, 늦게 알아채고 할 게 없었다.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시야에 뜬 메시지.
[삐빅!] [현 시간부로 ‘지구’의 ‘베타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베타 테스트?”
“어? 당신도 떴나요? 베타 테스트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지…….”
세상 모든 사람이 동시에 깨달았다.
또한 변화는 가시적으로 다가왔다.
– 속보입니다! 하늘에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등장했습니다!
– 바다를 유영하는 굉장히 커다란 고래 같아요……. 마치 신화 속 레비아탄을 연상케 하는…….
–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모비딕 말이죠?
– 예, 특이점이라곤……. 녀석이 바다가 아닌, 하늘을 유영한다는 겁니다! 어찌 저런 게 가능한지……!
하늘에 떠 있는 저 괴물.
고래.
길이가 대략 30m는 될 법한 녀석은 특이했다.
미국의 상공에서도, 유럽의 상공에서도.
아프리카의 상공에서도, 대한민국의 상공에서도 보였다.
분명히 개체는 하나였는데 말이다.
그 순간.
쏴아아아아!
전 세계에 비가 폭포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거친 바람이 몰아쳤다.
나무를 부러뜨리고, 전봇대를 부러뜨릴 만큼 강렬한 비바람이었다.
– 급보입니다!
– 이상 현상입니다! 전 세계 기상청이 예측하지 못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확률로 저 정체 모를 고래가 불러낸 현상인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먹구름이 가득 찼어요.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전 세계 기후를 변화시킬 능력을 갖춘 괴수인 걸까요?!
– 지구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됩니다! 모두 주의해 주시고 웬만하면 야외 활동을 삼가시기를 바랍니다!
“저건…….”
이상을 느낀 나 역시.
백운 호수 위, 「드엘 공방」 꼭대기 층에서 고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툭, 투두둑!
쏟아지는 폭우가 눈동자를 건드렸지만, 굳이 눈을 감지는 않았다.
“뭐냐, 또……. 흠, 던전 브레이크는 아닌 것 같고.”
웃긴 건.
저 고래 자체에서는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다만, 서늘한 비와 바람 때문인지 스산한 기운만 느껴질 뿐.
그 어떤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베어버려?’
그동안의 수련으로 거성(巨星)의 위치에 올랐다.
만술(萬術)의 중급.
세계 랭킹 1위.
나는 지금 끓어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당장 아무나 붙잡고 힘을 검증해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화르륵!
신살(神殺) 창을 만들어 떨치는 순간.
[화(火)의 정수가 고개를 젓습니다.] [아서라, 건들지 말아라.] [아직 네가 감당할 존재가 아니다.]“…….”
화르르륵!
곧바로 창을 허공 속으로 갈무리했다.
내가 아는 모든 것 중에 가장 강력한 존재.
정수가 건들지 말라면, 건들지 않는 게 상책이지.
“저게 어떤 존재죠?”
내가 허공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역시.
돌아오는 답변은 없다.
내가 성좌급으로 올라서도, 정수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본인이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사라지고 싶을 때 사라지는.
“…….”
이제는 익숙한 무대응에 내가 입술을 씹었다.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베타 테스트 종료라.’
그게 무엇일까?
어차피 그 누구에게 묻든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답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할 뿐.
그리고 그 답은.
지금, 이 순간 다른 지역의 누군가가 대신 찾아주고 있었다.
* * *
쏴아아아!
폭우가 쏟아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황금빛 명패를 찬 세 헌터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괴물은 뭐야?”
“고래?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저 자식이 날씨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거라 이거지? 뭐, 동양의 용이라도 되는 거야?”
그들은 용병이었다.
무려 S급 헌터로 인정받는 용병이자,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자들.
“정부가 저것만 조져주면, 10만 유로만큼 준다는데?”
“화폐로? 흠……. 쌩 돈은 단가가 안 맞는데.”
별천지의 종말 언급 이후, 화폐 가치는 똥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직 종말이란 게 오지 않았기에 반등이 살짝 오긴 했으나.
지금 ‘베타 테스트’ 상태창에, 이상한 고래까지 나타난 마당에 화폐 가치를 기대하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아니, 화폐 말고 금으로. 딱 지금 시점의 유로 가치로 준다는데?”
“오, 그건 괜찮네.”
씩.
사내가 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끔찍한 종말 예고 당시에도 가치를 보존하던 게 바로 ‘금’이다.
“그럼 바로 가자고. 영상은 찍고 있지?”
“어, 카메라 하나 붙었어. 생중계 때린대.”
“더할 나위 없군.”
거액의 의뢰다.
증거를 영상으로 남겨놓는 것은 필수.
“바로 간다!”
타앗!
무려 S급 베테랑인 그들이지만, 저 고래에 손쉽게 달려들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저 고래가 아무런 위화감을 뿜어내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이태리가 아닌, 노르웨이에서도.
싱가폴에서도, 카타르에서도.
고래에 덤벼드는 헌터들은 많았다.
물론, 각국 방송국은 그것들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은 이태리의 세 헌터가 허공으로 날아올라, 검으로 공격 자세를 취할 찰나.
– 드르르륵!
기괴한 소리와 함께.
천천히 헤엄치던 고래의 눈이 쩌억 벌어졌다.
시뻘건 눈동자가 드러나는 순간.
콰아아아앙!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어떻게 된 건지, 기운이 어떻게 흐른 건지 느끼기도 전에.
푸스스슥……!
고래의 헤엄을 방해하려던 헌터들이 폭파된 후,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말 그대로 뼛가루.
순식간에 죽어버린 거다.
– 미, 믿을 수 없습니다! S급 헌터 셋이! 도, 동시에 갈려 나갔습니다!
–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이게 어찌……!
당연히 이태리는 난리가 났다.
가장 먼저 희생당한 국가.
이어, 다른 국가들도 하나둘 급보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속보입니다! 헝가리 헌터들도 당했습니다!
– 카타르도 마찬가지입니다!
– 세계 협회 공고입니다! 고래를 건들지 마세요! 각국 정부와 헌터들은 섣불리 행동하지 마시고, 대기하라는 아이라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래.
이건 마치 벌과도 같았다.
하늘이 내리는 벌.
천벌(天罸).
“아아.”
권선지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왔어요. 마침내 재앙이 왔다고요!”
세계 각국은 놀라 자빠졌다.
각국의 수많은 S급 헌터들을 저렇게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면?
“……신?”
“신이…….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어?”
“아냐, 저건…….”
“재앙.”
“재앙이야!”
“맞아! 별천지가 말했던 종말의 때! 그때가 마침내 온 거야!”
그리고 그 순간.
모두의 귓가에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큼큼.
음.
이 언어가 맞나?
처음엔 끔찍하니, 칠판 긁는 소리만 들렸던 게.
서서히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큼큼. 그래. 너희는 선택받았도다.
거룩하신 신들의 은총으로 더 나은 종족으로 진화할 기회를 얻었으니, 기뻐하여라.
* * *
윽.
건물 끝에서 지켜보던 내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스산한 목소리가 뇌리에 날카롭게 스며들었다.
단, 신들께서는 공정하시니. 자격이 있는 자만이 지식의 열매를 취할 수 있도다.
으슬으슬하니, 닭살이 돋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에게 이러한 감정을 줄 수 있는 존재.
‘최소 은하급 이상이구나.’
리그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단순하다.
총 10개의 세계와 경쟁하라.
그중 절반은 멸망할 것이오, 절반은 배지를 얻을 것이니!
그 순간.
고래의 지느러미가 힘차게 젖혀졌다.
– 부우우우우우우우!
엄청난 데시벨이 전 세계인의 고막을 뒤흔듦과 동시에.
쿠과가가가!
세계 랭킹 게시판 중앙을 중심으로 커다란 별이 그어졌다.
그 변화를 감지한, 방송국은 재빨리 그 모습을 전 세계에 송출했다.
– 이, 이게 무슨 일이죠?!
– 세계 랭킹 게시판에 커다란 문양이 생겼습니다! 묘한 빛을 뿜어내고 있어요!
드엘 공방 건물 전광판에 설치된 뉴스를 바라보던 내가.
스윽!
손을 뻗어 누군가를 소환했다.
“교수님!”
아린이었다.
그녀는 내가 왜, 어떤 감정으로 소환했는지 단숨에 파악했다.
원래 항상 그랬다.
우리 아린이는.
“오망성이에요.”
“오망성?”
배지민의 육망성이랑 뭐 비스름한 건가?
“예, 별의 모습이랑 가장 비슷한 기호죠. 숫자로는 다섯.”
“……다섯.”
“느낌 오지 않아요?”
아린이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권선지가 예언했던 집단의 숫자인가?”
“맞아요.”
별천지, 마왕군, 천마신교, 마탑, 세계 협회.
권선지는 총 다섯이 균형 있게 성장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왜 그런 예언을 했는지, 이제 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겠노라.
그 안에 1,000명의 랭커들에게 고하노니.
팀을 다섯으로 나누어, 오망성의 끝에 위치하여라!
단, 신중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나누게 되는 팀은 영원히 고정되며, 추후에 팀을 나누거나 바꿀 수 없으니 말이다.
고래가 히죽 웃었다.
실제 웃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역 반달로 휜 것을 보면, 그렇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쨌든.’
고래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없었으며, 단 커다란 변화가 지구를 덮쳤다.
온 헌터들이 맞이할 비현실적인 변화.
[띠링!] [관리팀장이 뿌렸던 능력을 거둬들입니다.] [랭커를 제외한 모든 존재의 ‘고유 능력’이 사라집니다.] [인류는 앞으로 ‘고유 능력 개화’의 해를 맞이할 수 없습니다.]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 제, 제 고유 능력이 사라졌습니다. 스킬도요!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크, 큰일입니다! 가졌던 힘이 사라졌다는 S급 헌터들의 보고가 치솟고 있습니다!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나타날 던전이나 던전 브레이크는요?
– 그러고 보니, 이번 해에는 능력을 개화한 새내기들 소식이 없네요?
지구에 존재하는 1,000명의 랭커를 제외한 모든 헌터들이 능력을 잃었다는 뜻이 된다.
그뿐 아니라, 능력을 기다리던 새로 성인이 되는 20세 남녀들도 기다리던 능력을 받지 못했다.
“아, 아아아……!”
“신이시여, 이게 무슨……!”
오직 랭커를 바라보며 달리던 S급 헌터들이 절망했다.
“내 능력!”
“제기랄, 어디 갔어!”
“으아아아아아!”
온 생을 자신의 능력 개발을 위해 힘쓰던 헌터들이 무릎을 꿇고 낙담했다.
또한, 그들을 믿었던 세계인들이 덜덜 떨었다.
미지에 대한 공포.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압도적인 거력 앞에 두려움이 극대화된 탓이다.
그러면서도.
“래, 랭커님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제발! 해결 좀 해주십시오!”
“우리를……. 아니, 지구를 살려주세요!”
당연히 아직 힘을 보존하고 있는 랭커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생존 본능이었다.
누군가가 딱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절로 생기는 마음.
– 부우우우우우우우!
한껏 괴성을 떨쳐 울린 고래가 떴던 눈을 다시 감았고.
그 여파는 절대 잔잔하지 않았다.
– 긴급 상황입니다! 이는 과거 지수룡 사태보다 더 심각한 자연재해입니다!
– 별천지가 예고했던 종말이 이런 것일까요?
– 협회장 아이라의 랭커 소집령이 떨어졌습니다! 전 세계에 분포한 1,000명의 랭커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미국으로 소집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뒤집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