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2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23화
2차 배치 고사 결과
마침내 배치 고사 2차전이 끝났다.
케인과의 대전 결과는 무려 5전 전승.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가져온 지구의 점수는 +25점.
그것보다 더 놀라운 점은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거였다.
– 정말 눈물겹게 멋진 결과입니다!
– 공성전에서 살짝 위태로웠지만, 사상자가 없다는 건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어요! 부상자도 빠른 치유 받길 기원합니다!
– 크, 이번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
– 별천지의 전투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명장면이었어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영상을 틀어놓을지 기대됩니다.
부상자가 있다지만.
어차피 랭커들이야 부상을 달고 사는 존재들이다.
병원이나 응급실에 갈 필요도 없다.
지구 최상위 힐러.
다나와 묘이 하나 선에서 치유할 수 있었다.
[배치 고사 2차전이 막을 내립니다.] [3차전은 한 달 후 펼쳐지니, 모두 정비하세요.] [대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펑! 퍼어엉! 퍼엉!
고래가 이전처럼 팡파레를 터뜨렸다.
동시에 각 행성의 점수 상황이 나왔다.
[배치 고사 참여 명단] [1. 키프 : 36점] [2. 가이안 : 29점] [3. 페트록 : 29점] [4. 지구 : 29점] [5. 마인 : 22점] [6. 케인 : 15점] [7. 사세이수스 : 8점] [8. 레골 : 1점] [9. 에스와티나 : -1점] [10. 하리나 : -20점]2차전에서 제법 격변이 있었다.
우선, 지구가 29점.
가이안, 페트록과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 와아아아아아!
└ 50% 안에 들어버리다니이이이!
└ 페트록 쟤들도 확실히 세긴 한가 보다. 저번에 11점이었는데 29점인 거면……. 몇 승한 거지?
└ 18점 플러스니까, 4승 1패네.
└ 캬.
└ 우리가 초반부터 센 놈을 만난 거였네.
└ 그렇다기엔 케인도 5승 0패였음 ㅋㅋㅋ
└ ㄴㄴ 케인은 살짝 애매함.
케인과 1차전에 붙었던 하리나 행성은 이번에도 0승 5패를 기록했다.
-20점.
거의 회생이 불가능한 점수였다.
└ 케인이 초반에 쉬운 상대를 만났던 거일 듯.
└ 그럼 1등인 키프도 살짝 애매하네?
└ ㅇㅇ, 최약체 하리나빨로 올라갔다고 보는 게 맞을걸?
사람이란 게 참 그렇다.
하위권에 있을 때, 흥분하며 난리 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른 행성들의 상황까지 분석하고 있는 모습.
일종의 여유가 생긴 거다.
그들은 팔팔 끓어오른 흥분을 랭커들이 나올 때까지도 온전히 가라앉히지 못했다.
모든 TV 중계는 24시간 쉬지 않고, 랭커들의 2차전 방송을 틀어냈다.
– 예, 바로 여깁니다! 성벽에 오른 하세라가 고양이들의 발톱을 모조리 피하는 장면이요! 예술이죠? 그녀를 보조하는 다른 천마신교의 랭커들도 팀워크가 완벽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쉽게 뚫었기에, 큰 희생 없이 적진 깃발을 빨리 뽑을 수 있었던 거예요!
– 하하, 마왕군은 어떻고요! 저기, 트랩 제거하는 속도 보이십니까?
– 보이고 말고요.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장면 리플레이.
그리고 분석과 함께, 해설진이 랭커들의 이야기를 꽃피웠다.
* * *
승전고를 울리며 위풍당당하게 무릉도원에 도착한 별천지 멤버들.
“캬, 진짜 우리 쩔었습니다!”
“오면서 영상 봤어요? 완전 멋있게 편집되어 있던데.”
“도대체 선발 조절은 어떻게 한 겁니까? 전 아직도 모르겠던데.”
승리에 도취된 멤버들이 배지민과 주동훈에게 한마디씩 했다.
배지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보이던데요?”
정확히는 길마님이 개통해 주신 태청심법, 극(極)의 효능이었지만.
만술(萬術)은 일인전승.
굳이 말해서 저들의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캬.”
“그냥 보였대.”
“크하하하핫! 참으로 동생다운 발언이구만?!”
“……흠, 천재의 눈은 우리의 눈과 다른가?”
김진아가 있는 회의실로 걸으며, 떠드는 멤버들.
픽.
배지민이 웃었다.
뭐랄까.
저들은 다 고위 랭커다.
랭킹 100위인 자신보다 아득히 높은…….
‘그런데.’
그런 저들이 자신을 믿고 따른다.
1차전에서는 그녀가 중앙 지휘를 했고, 2차전에서는 선발 관련 히든 피스를 찾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
솔직한 감정은…….
재미있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분.
과거에는 절대 겪어보지 못했던 신선한 기분이었다.
‘스승님과 함께라면.’
매번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구나.
“와아아아!”
“영웅이 왔다!”
“별천지! 별천지! 별천지!”
“주동훈님 사랑해요!”
도시에 도착하자 수많은 주민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손뼉을 치는 자들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때, 주동훈이 배지민 옆으로 슬쩍 다가왔다.
“어떠냐?”
“…….”
어떠냐고?
좋다.
기분이 너무 좋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서 저 많은 사람이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게 무언가 뿌듯하면서도 울컥한다.
그래.
이런 게 진짜 랭커의 삶이었나?
배지민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더 강해져야겠어요.”
“그래?”
“예……. 그, 가족…….”
머뭇거리던 배지민이 말을 계속 이었다.
“소중한 가족들을 지켜내려면요.”
더 중요한 속뜻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스승님인 당신도 포함해서.’
주먹을 꽉 쥔 배지민이 주동훈을 올려다봤다.
“바로 훈련하는 거죠? 3차전까지 한 달 남았으니까. 그렇죠, 스승님?”
주동훈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냐, 하루 정도는 쉬어.”
하루.
그 말에 반응한 건 배지민이 아닌 다른 멤버들이었다.
숙연한 표정으로 길마를 바라보는 그들.
1차전 이후.
얼마나 마음고생 했던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를 지옥 속으로 몰아붙이며, 몸을 단련했다.
그 결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었다.
“딱 하루만 제대로 쉬고.”
길마.
주동훈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다음 한 달은 특별히 제가 봐드리겠습니다. 딱 몇 명만 선별해서요.”
“지, 진짜요?”
“크하핫, 동생이?!”
“오오오.”
술렁이는 멤버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동훈은 언제나 항상 배지민과 함께 따로 수련하고 했었으니까.
그들에게 ‘아포피스 훈련’을 하나 딱 던져주고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성과는.
보다시피 최고였지.
만약, 그가 또 직접 봐주면 어떤 성과가 기다릴지, 랭커들은 가슴이 뛰었다.
“크하하핫! 그렇다면 마음 놓고 신나게 놀아보자고!”
“대웅이 형님! 오늘 술 달립니까?”
“말해 뭐 해! 내일부터 지옥이니까 제대로 치팅해야지! 다들 오늘 잠잘 생각 하지 마라! 크하하핫!”
오늘 하루.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한 멤버들이었다.
* * *
“길마니이이임!”
회의실에 혼자 도착하자, 김진아가 버선발로 달려왔다.
“뭐, 뭐야.”
당황한 내가 뒷걸음질 쳤다.
“진짜, 진짜, 진짜로 멋졌어요!”
붉게 달아오른 얼굴.
탁자 위에 널브러진 맥주들.
“얼마나 마신 거예요?”
“으하하핫! 세상에 5전 전승인데 얼마나 기쁘던지! 어떻게 알코올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으헤헤헤헤!”
“……아니, 부길마. 체통을 좀.”
얘는 맨날 나만 보면 저런다.
세상 사람들이 알까?
김진아의 저런 모습을…….
커뮤니티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은 대충 이러하다.
각 잡힌 커리어 우먼.
랭커가 아님에도,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할 수 있는 터프함.
과감한 결단력.
전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여자, 1위.
“체통은 빌어먹을요! 모든 랭커들이 무릉도원에 들어와서 저렇게 된 거잖아요! 아아, 이건 제 꿈을 이루다 못해 넘어섰어요! 이제 별천지가 최강인 건 당연한 거고, 그 당연을 넘어서 신화가 되는 과정이라구요! 별천지의 우주 정복 신화! 헤헤헤.”
“아니, 일단 진정 좀…….”
계속 달라붙는 김진아를 밀어내다가.
‘에휴.’
그냥 포기했다.
‘뭐, 다른 사람이 보는 것도 아니고, 나만 있는 건데.’
“으헤헤,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동안 고생했겠지.
직접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만큼.
그녀 역시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았을 거다.
내가 미소 지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네요.”
이기고 유명해져서 기쁜 것보단.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게, 상황 자체는 더 나으니까.
“근데, 부길마?”
“으헤헤, 예?”
“원래 부길마 주량 세지 않아요?”
탁자에 있는 맥주를 세어보니 대충 6캔 정도인데…….
생각해 보니, 저번엔 한 20캔 정도 마시고도 멀쩡하지 않았나?
“…….”
계속 안기다가 멈칫하는 김진아.
“쳇,“
그녀가 떨어져 나갔다.
“재미없어.”
그러고는 옷을 탁탁 털은 채, 흐트러진 머리를 묶었다.
뭐야, 이거.
신묘도 울고 갈 연기력인데?
* * *
막을 내린 2차전.
배치 고사 관람 지역에 기존보다 더 많은 초월자가 모였다.
보통 은하단급이나 초은하단급 초월자들은 배치 판에 들어오지 않는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수만 수백 수천 개씩 오가는 챔피언스 리그나 이벤트 매치 등을 즐기다가.
고작해야 하나둘 오가는 배치 고사 판에 오면, 따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제법 체급이 큰 초월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
2차전에서 화려한 역전을 만들어낸 그 행성에 흥미를 끈 탓이다.
물론,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3차전 누구에게 거실 겁니까?”
“알다시피 3차전 베팅은 크다고.”
배치고사의 마지막.
3차전.
1차전과 2차전이 연습 게임이라면, 본 게임은 3차전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성과만 낸다면, 현 꼴찌인 하리나도 1위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물론, 이 우주 역사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후후, 땅따먹기라니. 나는 지구에 걸겠어. 그쪽 불팀이 임팩트가 있거든.”
“흠, 페트록도 꽤 하던데? 집단전은 걔들이 더 잘할 거 같아.”
“이럴 땐 그냥 현 1위 팀에 거는 게 정배야.”
“정배는 많이 못 따잖아? 하리나에 걸면 얼마야?”
이길 것이라 예상되는 팀에 돈을 걸어, 확률을 높이는 대신 버는 돈은 적은 게 바로 [정배].
그리고 그 반대로 확률을 낮추는 대신 소위 말하는 대박을 노리는 게 바로 [역배]다.
“하리나엔 열 개만 걸어도 바로 은하단급으로 올라설걸?”
“근데 그런 의미 없는 짓을 누가 해?”
“맞아, 땅따먹기 게임에선 하위권에 걸지 않는 게 국룰인 거 몰라?”
땅따먹기.
한 공간에 10개의 행성을 모조리 집어넣고, 전쟁을 벌이게끔 하는 게임이다.
제한 시간 동안 획득한 영토에 비례하여 점수를 따는…….
리그전 상위권에서도 가끔 이벤트 매치로 할 만큼 인기 있는 게임이며, 다른 게임에 비해 무력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지구 역시 제법 인기가 있었다.
“이번에 못 봤어? 지구가 그 케인족을 압도했다니까?”
“게임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남다르고, 또 영토 전쟁 같은 것도 많이 해본 티가 났어.”
“스켈레톤 마스터는 어떻고. 몬스터 대전에서 방어신 가호받은 애들 물량으로 틀어막는 거 보면……. 그냥 답 나온 거지.”
물론.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건 니들이 키프 애들 싸우는 걸 못 봐서 그래.”
“가이안의 거인 애들은 어떻고요. 어쨌든 저쨌든 체급이 큰 게 유리한 거 몰라요?”
“맞아, 이번에 가이안 족에 물건 하나 있던데. 주먹 쓰는 거 보고 내가 움찔했다니까? 걔는 거의 성운급이던데.”
각자 행성에 루키들은 다 존재했고.
그래서 이 게임이 재미있는 거였다.
그리고.
스윽!
누군가가 베팅장에 다가와 「일곱 신의 정수」 50개를 내민 것은 그때였다.
불, 물, 나무의 정수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여기, 배치 고사는 한도가 50개지?”
어딘가 초연해 보이는 인간의 형상을 지닌 자.
바로 무신(武神), 네달람이었다.
“5, 50개?!”
“미친……!”
“10개 중 누가 이길지 모르는데, 저렇게 베팅한다고?”
초월자들이 놀랐다.
이곳에 있는 은하급 존재 중 정수를 10개 이상 가진 자도 손꼽는다.
만약, 정수를 다 잃으면?
다시 수백 년간 홀로 수양하며 기운을 쌓아 만들어내야 했다.
그런 고귀한 정수를.
확률도 적은 곳에 과감하게 베팅한 것이다.
“무, 무신님. 어디에 베팅하시겠습니까?”
베팅장에 관리자로 보이는 성좌가 물었다.
네달람이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
그가 지금껏 지켜보던 행성.
“지구에 올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