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2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22화
PVP(3)
“허, 허허허…….”
화면을 지켜보던 김진아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왁자지껄!
회의실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서는 다섯 팀에 대한 중계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아니, 격차가 나도 어떻게 이 정도로 난다고?’
미쳤다.
아니, 이건 미친 수준이 아니다.
무릉도원에서 고작 한 달간 훈련했다고 전 팀원이 우세한 상황이라니.
심지어, 뭐?
별천지는 9전 9승?
하늘에 고래가 등장한 이후로, 단언컨대 입에 술 한 번 대지 않던 그녀였지만.
“허어, 허허허허. 씨, 이건 진짜 못 참겠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손님 대접용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다.
거기서 500㎖짜리 캔맥주 하나는 꺼냈다.
따악!
시원한 소리를 내며 따진 캔 뚜껑과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품.
“고생하는 랭커들에겐 미안하지만.”
도저히 한잔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기뻐서.
너무 좋아서.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을 알코올로 치유해야 했다.
꼴깍, 꼴깍!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한 탄산의 감각을 즐기며.
김진아가 스마트폰으로 ‘헌터 게시판’을 켰다.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모이는 곳.
└ 오오오오오
└ 돌았냐고, 돌았냐고, 돌았냐고!
└ 지금 주동훈 뽑힌 거? 드디어? 마침내?
└ 상대는 무려 신묘.
└ 캬, 광오한 이름이네……. 고양이의 신이라니.
└ ㅋㅋㅋㅋㅋㅋㅋ
└ 우오오ㅗㅗㅗ!!!! 가즈아아아아!!!
└ 그래! 다 이긴 게임이지만, 마지막만큼은 주동훈이 한 건 해줘야지!
└ 근데 사실, 우린 케인에게 악감정 없지 않음? 서로 칼을 겨누고 있다지만,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그저 쟤네도 1차전에 잘한 게 있으니……. 같이 올라갈 수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 쟤네 입장은 아닐걸? 페트록이 우리 썰어버린 것처럼……. 우리도 공성전에서 몇 죽여서.
└ 아, 몰라. 그냥 승리를 즐기자고 ㅋㅋㅋㅋㅋ 저번처럼 지고 죽 쓰는 거보단 수십만 배 낫잖아? ㅋㅋㅋ
지구인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암울한 지구는 없었다.
신난 지구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종족이 어찌 되든, 일단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올라오고 있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그게 생명을 지닌 동물의 본능이었다.
모든 사람이 채널을 돌려 고정했다.
별천지가 나오는 곳으로.
물론, 다른 팀들도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막강한 케인을 상대로, 이런 믿을 수 없는 성과를 낸 이 신화의 주인공.
주동훈의 활약을 보고 싶어서였다.
└ 다른 건 참아도 주동훈은 못 참지ㅋㅋㅋ
└ 야, 너도?
└ 주동훈 사랑해!
└ 으으으! 나 남자한테 설레는 건 ㄹㅇ 처음 ㅠㅠ
실제 시청률도.
다른 집단의 방송보다 별천지의 PVP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리고.
그 시각, 난리 난 것은 지구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이 흰 구름으로 뒤덮인 웅장한 세계.
“……케인이 이렇게 무너진다고?”
“그것도 개방한 지 16년밖에 안 된 문명한테……?”
“1차전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졌어.”
미지의 초월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배치 고사 1차전에서 무려 5전 전승을 기록한 케인은 그들에게 승리를 보장하는 픽이었다.
그에 비해 성적이 부진했던 지구는 확실한 언더독(Underdog).
“빌어먹을, 내 정수.”
“어쩐지 느낌이 싸하다 싶더라니.”
“승부 조작?”
“아아아, 케인 저 개새끼들! 저놈들 때문에, 하. 끝나고 내가 후원하나 봐라.”
“어이, 케인은 정확히 개새끼가 아니라 고양이 새끼라고.”
“시끄러!”
케인의 승리에 많은 정수를 베팅한 초월자들이 아쉬워했고.
반면에.
“크하하하핫!”
“그래, 내가 해낼 줄 알았다고!”
“그거 봐. 내가 뭐랬어. 1차전 때 가능성을 봤다니까?”
지구에 정수를 건 초월자들은 희희낙락 기뻐했다.
정수 하나에 몇백 년 동안 쌓아야 하는 힘이 들어 있는데, 어찌 기쁘지 않으랴.
그리고.
“…….”
우주의 4대 무신(武神), 네달람.
그 역시 많은 정수를 쓸어 담으며, 누군가를 응시했다.
‘주동훈.’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존재.
왜인지 시선이 갔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느껴졌다.
‘재미있어.’
마침 시작되는 신묘와의 경기.
그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 * *
주동훈.
그리고 신묘.
두 세계 랭킹 1위가 서로를 응시했다.
“…….”
고래는 그 화면을 실시간으로 각 행성에 중계했고.
그 모두의 시선과 염원이 그들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저벅.
먼저 앞으로 나선 것은 지구의 주동훈이었다.
신묘를 빤히 지켜보던 주동훈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강인한 전사로군요.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성(巨星).
백무흔이나 어르신과 비슷한 경지를 이룬 자임을 단숨에 알아본 거다.
동시에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기에, 존경의 표시를 취한 것.
살짝 눈살을 찌푸린 신묘 역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구에 이렇게 대단한 자들이 많다니, 1차전의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건가?”
└ 캬.
└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건가?
└ ㄷㄷ 살면서 외계인이랑 시공간을 넘어 인사하는 순간을 지켜보게 된다니.
└ 항상 네 곁에 있을게. (손가락 내밀면서)
└ 씹 ㅋㅋㅋㅋㅋ 여기서 이티 명대사가 왜 나와?
└ 참고) 저 고양이는 우리가 다섯 팀 전부 압승하고 있는 걸 모르는 상태.
“아뇨.”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케인은 충분히 강했어요.”
“뭐라?”
“다만, 우리 팀이 너무 셌을 뿐.”
순간.
주동훈은 고민했다.
‘그냥 적당히 혼자 싸울까? 아니면 제대로 압도할까?’
신묘라는 자.
쉽진 않겠지만, 혼자로도 충분히 자신 있었다.
사실, 마음만큼은 혼자 싸우고 싶었다.
오랜만에 승부욕을 자극할 만큼 강한 상대였으니까.
‘하지만.’
느껴졌다.
상식이 있으면 알 수 있었다.
‘이 경기를 누군가 보고 있어.’
지구의 대중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시선이 닿을 수 없는.
저 너머에 있는 진정한 천외천(天外天).
초월자들을 말하는 거다.
‘그렇다면?’
힘을 숨기고 혼자 싸울까?
아니면, 온 힘을 드러내 내가 누구인지 알릴까?
“…….”
고민은 짧았다.
짧고 싶어서가 아니라, 짧아야만 했다.
상대가 눈앞에 있으니.
‘일단 보여주기로 하자.’
판단의 기로에 서 있을 땐, 항상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었다.
아직까지 성공률 100%인 주동훈의 감.
그리고 그 순간.
투욱!
주동훈의 지팡이가 바닥을 두들겼다.
“나와라.”
후두둑, 후두두둑!
동시에, 허공에서 생성되는 백골(白骨).
뼈가 만들어짐과 함께, 폴리모프까지 시전되었다.
“나의 스켈레톤들이여.”
뼈일이부터 뼈십이까지, 완전체를 이룬 스켈레톤 마스터의 진정한 힘.
└ 와
└ 이건 진짜 무쳤다;;
└ 개사기 ㅋㅋㅋㅋㅋ
└ ??? : 이거 일대일 PVP 아니었나요?
└ 갑분 11:1 ㅋㅋㅋㅋㅋ
└ 그것도 하나하나 하이퍼랭커급임 ㅋㅋㅋ
└ 신묘 : 나 돌아갈래!
└ ㅋㅋㅋㅋㅋㅋ
허공에 생성된 스켈레톤들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감정과 감정이 연결되어,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지 않아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보였다.
전방에 자리 잡은 카덴.
후방에 자리 잡은 다나.
또한 원거리는 원거리대로, 근거리는 근거리대로 각자의 위치에 섰다.
“……이게 무슨.”
신묘가 당황했다.
“말도 안 되는……! 이런 게 어딨나!”
네크로맨서라는 고유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폴리모프가 너무 감쪽같아서인지.
그녀가 황당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다.
그러고는 애꿎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게임! 일대일로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게임 아니었나?”
└ ㅋㅋㅋㅋㅋ
└ 이건 적이라도 좀 불쌍.
└ 주동훈 : ?? 11:1이 싫으시면 1,111,111:1은 어떠세요?
└ ㅋㅋㅋ 맞지. 주동훈 스켈레톤 다 부르면 약 백십만 마리임 ㅋㅋ
└ 네크로맨서 사기적인 거 좀 배 아팠었는데, 우리 편이니까 좋네.
하지만 어쩌랴.
상대는 이미 전투준비가 끝났는데.
“흐아아압!”
신묘는 어쩔 수 없이 기합을 내지르며 발톱을 들이밀었다.
쿠웅!
카덴이 타이밍에 맞추어 방패를 바닥에 찍었다.
우우웅!
생성된 투명막이 천지사방을 막아냈다.
신묘가 어디에 있든, 그 앞에 방어막이 생기는 기적.
“으읏?”
까앙!
당황한 신묘가 막을 한 대 친 채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접근해 있던 엘드린의 유도 화살이 그녀의 옆구리에 정확하고 깔끔하게 꽂혀 버렸다.
두쿵!
터지는 소형 핵폭탄.
‘미, 미친?’
뭔 놈의 화살이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아, 신속히 방어했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쿠과가가가가가!
저 멀리서 무각이 원거리 공격으로 신묘의 급소를 신랄하게 두들기고 있었으니까.
“흐, 끄으으윽!”
그뿐이랴?
좌측으로 달려오는 태양창의 태양연격(太陽連擊).
우측으로 쇄도하는 백무흔의 검격!
‘뭐, 뭣?!’
태양창은 그렇다 하더라도, 백무흔의 검술은 신묘로서도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런 상승 묘리를?’
심지어 환장할 만한 것은 따로 있었다.
더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백발의 존재.
그 존재가.
“허허허, 저런 조무래기를 상대하는데, 나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뒷짐을 진 채, 전투를 구경하고 있다는 거였다.
또한.
“교수님, 그냥 헬 파이어로 태워 버릴까요?”
저 스켈레톤 마스터란 자 옆에 있는 붉은 머리 존재는 또 뭐란 말인가.
‘헬…… 파이어?’
신묘도 안다.
묘인족에도 마법사가 있고, 마탑이 있으니까.
‘설마 고대 마법까지 다룰 수 있다고?’
아아.
신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 같았으면, 전투 중에 눈을 감는 미친 행동을 할 리 없는 그녀였지만.
‘어쩔 수 없잖아.’
자신이 내놓은 회심의 대책, ‘영혼 빙의술’보다 더 사기적인 능력을 갖춘 상대.
심지어, 순수한 무력으로도 그녀가 확실히 밀린다.
‘이건.’
콰아아아앙!
복부에 꽂히는 백무흔의 검을 맞으며, 신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답이 없다.’
콰앙, 콰아아앙!
미친 듯이 쏟아지는 스켈레톤들의 일격을 어떻게든 견디고 맞고 버텨봤지만.
‘이건 안 돼.’
쿵, 쿠웅, 쿠우우웅!
아예 힘을 빼버린 신묘가 무대 바닥을 물수제비 튕기듯 날며 뒹굴었다.
그러고는 털썩! 쓰러져 버렸다.
‘우리 케인족을 위해서는 내가 살아야 해.’
괜한 자존심 피워서 죽으면, 미래의 케인족은 누가 책임지겠는가?
결국, 자체적으로 무력화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끄, 끄으으으…….”
힘겹게 다시 손을 올리려다가.
털썩.
힘이 풀려 쓰러지는 연기를 취하는 신묘.
└ ???
└ 엉???
└ 응???
지구의 대중들이 놀랐다.
– 예에에에? 설마 벌써 끝난 겁니까?
– 이게 무슨 일이죠?
캐스터와 해설자도 벙쪘고.
└ 벌써 쓰러진다고?
└ 지금 시작한 지, 10초는 됐나?
└ 심지어 주동훈이랑 만술 어르신, 유이사, 드미르는 움직이지도 않음 ㄷㄷ.
└ 고양이의 신을 10초 컷 하는 주동훈 클라스.
커뮤니티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고래의 화면은 시청자들에게 그 상황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감각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신묘라는 존재가 얼마나 끔찍하게 강한지 대중들도 느낄 수 있었다.
한때 고위 헌터였던 이도.
그저 일반 생업에 종사하던 자들도.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 ㅋㅋㅋㅋㅋ
└ 진짜 주동훈은 신이다.
└ 이렇게 10승 0패라고? 이렇게 압도적이라고? 나 지금 팔뚝에 소름 돋음.
└ 별천지 ㅠㅠ 너무 좋아.
PVP.
전투의 끝.
신묘의 무력함을 확인한 시스템이 그를 무대 밖으로 돌려보냈고.
동시에.
[띠링!] [지구 – 불(Fire)팀의 승리!] [‘PVP’가 종료됩니다.] [지구가 점수 5점을 획득합니다.] [케인이 점수 2점을 잃습니다.]콰앙!
아군 승리 인장이 멤버들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별천지의 완벽한 압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