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2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21화
PVP(2)
우우웅!
미세한 기운이 굉장한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리고 그 기운을.
이곳 멤버들 중 주동훈과 배지민밖에 느끼지 못한다.
“으잉?”
약존, 지도익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뭐 하는 것이여, 처자?”
어느덧 그의 앞으로 다가온 배지민의 표정은 신중하면서도 결연했다.
지도익이 살짝 당황했다.
배지민이 너무도 가까이 몸을 밀착했기에.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할아버지.”
“응?”
“쉿! 조용!”
눈살을 찌푸린 배지민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지도 못할 만큼 미세한 기운이다.
거기에, 배지민은 고도의 계산까지 하고 있었다.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부터 약 10.5초 정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다음 대상이 지도익 할아버지일 확률이 96% 이상이야.’
지구 랭킹 70위의 약존.
높은 랭킹에도 그는 전투 관련 직종이 아니다.
이런 곳에 잘못 휘말렸다간 죽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배지민이 스승님과 눈을 마주쳤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 없는 승인.
거의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돌던 미세한 기운이 점차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모든 멤버의 발밑을 수십 번이나 돌고 나서, 배지민의 예상에 따라 지도익의 바닥에 들이닥쳤을 때.
“미안해요!”
“어?”
배지민이 지도익의 몸을 힘껏 밀었다.
“으, 으아아악!”
얼마나 세게 밀었는지.
쿵, 쿠우웅! 쿠웅!
포탄처럼 튕겨 나가 바닥을 구를 정도로.
“…….”
“……?”
“에?”
멤버들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새파랗게 어린 배지민이.
뭐 한다고 할아버지를 저렇게 처참하게 밀어?
그리고.
‘제발.’
속으로 기도한 배지민이 타앗! 지도익이 있던 자리로 뛰어 들어갔다.
동시에.
[플레이어 선정이 완료됩니다.] [불(Fire)팀 – 올 마스터(All Master)] [물(Water)팀 – 위대한 마법사(Great Wizard)] [해당 플레이어는 무대 위로 소환됩니다.] [상대를 무력화시켜 1승을 따내세요.]파밧!
배지민의 새하얀 빛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엥?”
“이, 이게 무슨?”
눈치 빠른 멤버들이 화들짝 놀라 길마를 바라봤다.
주동훈이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이 맞았네요. 할아버지, 괜찮으십니까?”
“……뭐, 워낙 훈련을 많이 해와서 이 정도는 괜찮네만…….”
지도익이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도 연륜이 있는 자.
방금 배지민이 자신을 대신해 선발되었다는 것쯤은 대충 알 수 있었다.
“예.”
주동훈의 희미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플레이어 선발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지, 진짜요?“
“그럼요.”
그래.
PVP라는 게 원래 센 존재끼리 맞붙어야 재미있는 건데.
그 높으신 분들이 이런 장치를 안 해놨을 리 없었다.
‘이 정도도 못 찾으면 그냥 도태되는 거고.’
어느 정도 급이 있는 행성들은 다 알아내겠지…….
그걸 못 알아챈, 세계 협회는?
‘으음.’
훈련 좀 더 시켜야겠다.
이제 지구는 하나이니까.
* * *
– 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 대단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랭커들! 정말 무릉도원에서 지옥 훈련을 보냈다는 말이 맞네요.
– 지구의 랭커들이 1차전과는 아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흥분에서 떠들고 있는 중계진들.
주먹을 꽉 쥔 그들의 눈이 떨렸다.
2차전이 시작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그 결과가 점점 긍정적으로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공성전의 천마신교.
– 엄청납니다!
– 움직임이 과감하면서도 깔끔합니다! 마왕군에게 제대로 배우기라도 한 걸까요?
– 그것보다는 무언가……. 케인 쪽과는 다르게 겁이 없는 느낌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천마신교의 모습은…….
정말 무림에서 등장하는 패도(霸道)의 길을 걷는 집단 같았다.
흑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돌진하는 하세라와.
함성을 내지르며, 그 뒤를 따르는 사장로와 교도들의 기세는 엄청났다.
그들이 겁 없이 싸울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아포피스 훈련 덕분이었다.
지난 한 달 간.
몸이 갈라지고, 독에 피부가 녹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미친 듯이 욕을 퍼붓고, 눈물과 피땀을 흘리며 구르고 굴렀다.
어떻게든 지구를 살려보겠단 일념으로 버텨냈다.
그 순간을 겪으니, 이런 공성전 따위 두렵지 않은 거다.
“공격하라아아아아아!”
“성벽을 타고 올라라!”
“공성 장비 따위 필요 없다! 그냥 뱀의 비늘을 타듯 뛰면 되는 거야!”
수(守) 대신 공(攻)을 맡은 천마신교.
순식간에 성벽을 넘어 매끄럽게 묘인족들을 베어 넘기는 그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다음은.
미궁탈출의 마왕군.
– 역시 마왕군은 항상 든든합니다!
– 체계적이에요. 정보에 의하면 그들이 거주하던 마계엔 미궁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 어쩐지 그래서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는 거로군요!
그들 역시 케인족을 상대로 승기를 잡았다.
탐험 속도 자체만 놓고 보면, 묘인족들이 빨랐지만.
수많은 던전과 궁을 탐험했던 마왕군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
– 마탑도 대단합니다!
– 드래곤을 잡고 있어요! 그것도 케인족보다 훨씬 빨리요! 원래 마탑이 이 정도로 강했나요?
–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드래곤 레이드의 마탑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각자 진영에 성좌급에 못 미치는 성룡이 한 마리씩 나타났고.
각 진영에서 사냥을 시작했는데.
마탑쪽이 조금 더 우세했다.
이 역시 아포피스 훈련의 효과였다.
아포피스는 성룡이 아닌, 고룡급이었으니까.
그리고.
타워 디펜스의 세계 협회.
– 이번에 백돈에 대해 다시 봤습니다!
– 하하하핫! 진정한 코리안의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백돈의 게임 능력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타워 디펜스’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 못 하는 묘인족들은 당황하며 실수를 연발했고.
그 기회를 살린 백돈이 지속해서 타워를 성장시키고, 강한 몹들을 상대 쪽으로 보내 버렸다.
– 상황 파악과 센스가 미쳤습니다. 아군의 견제에 케인족이 아예 수를 못 쓰고 있어요!
문제는 그걸 본 게임 분석가 ‘구와구와’가 이렇게 평했다는 것.
“백돈? 그 당시 한국인 평균 수준이다.”
└ 캬.
└ 지렸다. ㄷㄷㄷ
└ 우주에서 먹히는 코리안의 게임 실력? 무쳤음 ㅋㅋㅋㅋ
└ 심지어 그것도 평균이라고 ㅋㅋㅋㅋ
└ 걍 몽골인이 시력 좋고, 흑인이 피지컬 좋은 거랑 같은 이치임.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게임을 잘하도록 진화한 거 ㅋㅋㅋ
└코리안 갓!
세계인들이 신났다.
걱정과는 정반대로 승승장구한 모습에, 현 상황도 잊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열기에 정점을 찍은 게.
바로 PVP의 별천지였다.
– 으아아아.
– 진짜 미친 건 별천지입니다. 진짜 할 말이 없네요.
– 벌써 9번째 대전인데……. 9승 무패입니다! 9승 무패!
– 처음 시작했던 투호부터, 올 마스터, 용기사, 백마도사, 흙의 마녀, 암제, 검투사, 뇌명, 광전사까지! 상대를 그냥 시원하게 압도해 버렸습니다! 그것도 그 막강한 케인족을 상대로 말이에요!
– 어떻게, 저렇게 잘 싸우는 멤버들로만 선발이 되는 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나갈 때마다 상대를 가볍게 무력화시키는 별천지의 정예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 시원한 전투에 전 세계인이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또 누군가는.
“상점 털어가세요! 다 가져가세요. 가져가!”
힘든 와중에도 판매품들을 뿌리며 그 행복을 다 함께 누리려 했다.
물론, 커뮤니티도 난리였다.
└ 우리 살았어? 살 수 있는 거야?
└ 이긴다고? 진짜? 우리가 케인을?
└ 지구가 케인을 ㄷㄷ
└ 떠들던 시뮬 분석가들 어디 감? 우리 살 확률 10%도 안 된다며?
└ 10% 안 되었던 건 맞음. 랭커들이 열심히 해서 발전한 거야.
└ ㅋㅋ 확률이 극악이긴 했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부정할 도리는 없지만, 그 사실을 믿기도 쉽지 않았다.
몇몇 팀이 우세한 게 아닌, 전체가 우세하다니.
확률적으로도 그럴 거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믿을 필요는 없었다.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즐거운 현실은 계속해서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만약 케인을 상대로 5승을 전부 챙긴다면?
승점만 25점이다.
지금 4점이니, 29점이 되는 것.
순식간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는 거다.
지구.
1차전에 적응 못 하던 그 작은 행성이.
2차전부터 엄청난 도약을 펼치고 있었다.
* * *
케인 행성 물(Water)팀.
팀장, 신묘(神猫)가 멍한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우리는 케인족이다.
엄청난 동체시력과 유연성을 자랑하는 종족으로, 드래곤 마저 기피하던…….
배치 우승 후보.
강함만을 추구하는 종족.
1차전에서도 압도적으로 상대를 찢어놓았기에, 이번에도 그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케인 랭킹 1위, 신묘(神猫)는 현 상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출전한 아홉, 모두가 졌다.
그게 말이 되는 건가?
심지어 그 아홉이 무작위로 뽑힌 거도 아니다.
미세한 기운을 느껴서, 플레이어를 선발하는 것?
그 정도야 1차전에서부터 파악했었다.
그래서 제일 강한 놈들로다가 보냈는데…….
심지어 성좌급도 보냈는데…….
“신묘님 도대체 이게…….”
다른 묘인족 중 하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다가.
움찔!
놀라서 뒷걸음쳤다.
신묘가 지금껏 본 적 없는 흉신악살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노한 듯 휘어진 눈썹.
부들부들 떨리는 발톱.
“감히…….”
신묘는 열받았다.
놀리기라도 하듯, 죽이지도 않고 무력화만 시켜서 보내는 저 지구의 종족들.
어찌 보면 고맙기도 했지만, 전투 종족인 그들에겐 또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신묘님……. 이제 마지막입니다. 한 번 더 지면, 그대로 패배하는 겁니다.”
으드득.
가까스로 정신 차린 신묘가 이를 갈았다.
“괜찮다.”
“……예?”
“이 방법까지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부하들을 시켜 ‘영혼 빙의술’을 준비하라 해라.”
“여, 영혼 빙의술을 말입니까?”
영혼 빙의술.
케인족만이 가지고 있는 사기적인 기술로, 간단한 의식을 통해 서로의 육체를 뒤바꿀 수가 있다.
일반 묘인족의 육체에 시전자의 정신이 깃듦과 동시에 시전자 본신의 힘까지 끌어다 올 수 있다는 말.
신묘는 그런 편법을 통해, 10경기 모두 뛸 생각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선발되어 들어간다. 그 후, 10연승을 채운다.”
PVP는 중복 출전이 안 된다.
다만, 묘인족의 능력으로 중복 출전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거다.
“하, 하지만.”
옆에 있던 묘인족이 [이게 맞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
한번 빙의 당한 묘인족은 대략 반년간 모든 힘을 잃고 숙면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배치 2차전일 뿐입니다. 너무 무리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1차전에서 점수도 많이 따놨고…….”
“냐앙!”
신묘가 큰 소리로 일갈했다.
큰 소리라기엔 좀 귀여운 소리였지만, 어쨌든.
“네 녀석은 자존심도 없나? 대 케인족이 1승 10패로 지기라도 한다고? 전 세계인들이 비웃을 거다!”
일단.
자신이 1승은 무조건 챙길 거라 확신하는 신묘였다.
그는 이미 성좌 중 성좌.
거성(巨星)의 위치에 있기에 그랬다.
“딱 반년 동안, 아홉 명만 희생하면 돼. 그럼 1승을 따올 수 있다. 시간이 없다. 얼른 준비시켜.”
“예, 옙! 알겠습니다.”
“난……. 준비하는 동안, 천천히 1승을 따내고 오겠다.”
느껴지는 미세한 기운.
스슷!
신묘가 가볍게 뛰어, 그곳으로 향했다.
[플레이어 선정이 완료됩니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상대가 지구의 끝판왕.
랭킹 1위, 주동훈이라는 사실을.
[불(Fire)팀 – 스켈레톤 마스터(Skeleton Master)] [물(Water)팀 – 신묘(神猫)] [해당 플레이어는 무대 위로 소환됩니다.] [상대를 무력화시켜 1승을 따내세요.]케인의 1위와,
지구의 1위가.
시공간을 초월해, 무대에서 조우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