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2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20화
PVP(1)
“흐읍.”
호흡을 시작한다.
깊게 들이마시고.
“후.”
가볍게 내뱉었다.
PVP.
무대는 영상에서 보았을 때와 비슷했다.
쫙 펼쳐진 지평선.
동산 하나 없는 광활한 평지 중앙에, 정사각형 모양의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세계 협회가 페트록 족들에게 무자비하게 썰렸던 곳.
그곳이 바로 저 무대였다.
소환된 별천지의 멤버들은 올라오는 긴장을 털어낸 채, 말없이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 안녕하십니까, 저는 별천지 쪽 상황을 중계하게 된 해설위원 데이빗이라 합니다!
– 캐스터 이사벨라예요.
– 아아, 화면에 무대가 뜨네요! 우리 지구에게는 상당히 트라우마가 가득한 곳이죠?
– 그렇습니다. 한 달 전 희생되었던 20명의 랭커들을 위해……. 다시 한번 묵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에서도 중계가 시작되었고.
└ 드디어, 시작했나?
└ 일동, 묵녀엄!
└ 일단 별천지부터 본다.
└ ??? 다섯 개 다 틀어놓는 게 국룰 아님?
└ 제발, 이겨라! 제발, 이겨라! 제발, 이겨라!
└ 이기는 것도 좋은데,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그치. 배치가 다가 아닐 거 같으니까…….
그에 맞추어, 커뮤니티의 실시간 댓글도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만큼.
댓글 창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 와 ㄷㄷㄷ
└ 채팅이 안 보이네.
└ 이게 몇 명이냐?
└ 데이빗 점마 원래 방송하던 기자 출신 스트리머 아님? 언제 해설위원 달았냐?
└ ㄹㅇ?
└ 떡상할 줄 알았는데, 진짜 떡상했네.
이 정도면 서버가 터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
물론, 주동훈을 비롯한 멤버들은 지구의 반응을 직관할 수 없었다.
그저 플레이어 선정을 기다릴 뿐.
[지구 – 불(Fire) vs 케인 – 물(Water)] [각 행성에서 플레이어를 무작위로 차출합니다.]그리고.
우우웅!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묘한 기운이 흐를 찰나.
“응?”
주동훈 옆 배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스승님.”
“…….”
주동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져.’
바닥에 묘하게 잡히는 미세한 기운.
얼마나 콩알만 한지, 본인조차 자칫하다가 놓칠 뻔했다.
이는 태청심법이 극(極)에 달하지 않으면 느낄 수조차 없을 정도의 움찔거림이었다.
‘그걸.’
배지민이 느꼈다?
주변 광전사나 뇌명, 암제도 못 느끼는걸?
신기했다.
역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과는 상종을 하면 안 되는 건가?
어쨌든.
저 아래 무작위로 움직이던 기운이 누군가의 아래에 가 멈추었다.
세계 랭킹 16위.
투호(鬪虎) 아드리언 프랭클의 발밑이었다.
동시에.
[플레이어 선정이 완료됩니다.] [불(Fire)팀 – 투호(鬪虎)] [물(Water)팀 – 새벽의 악몽(A nightmare at dawn)] [해당 플레이어는 무대 위로 소환됩니다.] [상대를 무력화시켜 1승을 따내세요.]스슷!
아드리언 프랭클이 사라짐과 동시에 무대 위로 이동되었다.
“……!”
눈을 빛낸 배지민이 주동훈을 바라봤다.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저번 게임에서 느꼈다.
엘드린을 이용해 더 질 좋은 나무를 캐면서 깨달았던 것.
이 게임은 원래 불공평하다.
또한 무수한 해법이 불친절하게 숨겨져 있다.
들어오자마자 태청심법을 극도로 운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혹시 모를 히든 피스를 찾으려고.
‘그 해법이……. 보일 수도 있겠는데?’
만약 플레이어를 뽑는 방식이 무작위가 아니라면?
우리에겐 제법 희소식이 될 거다.
* * *
└ 와, 투호다!
└ ㅅㅂ, 다행이네……. 비전투 직종 걸릴까 봐 식겁했잖아.
└ 투호면 그래도 믿을 만하지.
└ 상대는 뭐, 새벽의 악몽?
└ 이명 한번 멋들어진데? ㄷㄷ
투호.
전투 호랑이.
그가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올렸다.
상대는 꼬리 달린 묘인족.
“안녕? 난 랑랑이라고 해.”
“……?!”
프랭클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이렇게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페트록 족이랑은 소통이 아예 안 됐다고 했었는데.’
아마 들을 수 있는 데시벨이 다를 거다.
옛날에 길마님이 그랬지.
종족마다 소리의 영역이 다르다고.
그래서 우리는 ‘무음’(無音).
소리를 듣지 않고도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난 아드리언 프랭클이다.”
저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프랭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저들도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동물일진대.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이유와 명분이 저 높은 곳에 있는 존엄한 초월자들 때문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랑랑이 입을 다시 떼려는 순간, 프랭클이 움직였다.
파아앗!
바닥을 박차는 소리가 선명히 울렸다.
호랑이 기운으로 달려 나간 프랭클이 건틀릿에 걸려 있는 발톱으로 랑랑의 목을 노렸다.
스스슷!
과연 최강의 행성, 케인의 종족일까?
닿기 전에 몸을 틀어 피해내는 랑랑.
쐐애애액!
프랭클의 발톱이 재빠르게 랑랑을 쫓았다.
광전사와 무각에게 배운 휘두름의 묘리가 그의 손에서 펼쳐졌지만.
카앙!
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다.
“으헛! 힘이 제법인데?”
랑랑 역시 묘인족 전사.
실력이 나쁘지 않았다.
└ 와, 상대도 제법 치는데?
└ 지구 랭킹 16위의 공격을 저렇게 받아낸다고? 그럼 쟤는 몇 위야?
└ 과연 5전 5승 케인의 위엄……?
└ 뭔 고양이가 저렇게 세고 빨라?
└ 고양이 무시하냐? 원래 지구에서도 동물 먹이 사슬 꼭대기는 고양잇과가 다 가져갔었음.
└ 그런 고양이가 지능을 갖춤.
└ 생각해 보면 투호도 고양잇과 아님? ㅋㅋ 고양이 vs 고양이!
└ 엄밀히 말하면 투호는 호랭이지.
PVP를 즐겨보던 관중들은 저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 하늘에 떠 있는 화면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지,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이 느껴지는 것은 둘째치고.
세계 협회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그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한 것이었다.
└ 지린다.
└ 그래, 이게 PVP지!
└ 방금 저 고양이 입에서 감탄사 나온 거 봄? 쟤도 당황한 거지! 투호가 누구냐! 무려 별천지라고 별천지!
이제는 개인 이명보다 별천지가 가져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초엘리트 소수 정예 집단.
별천지(別天地).
대중들은 알았다.
그 집단이 얼마나 뼈를 깎는 수련을 해왔는지.
얼마나 노력해서 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는지.
콰가가가가!
프랭클과 랑랑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발톱과 발톱이 부딪히고.
허공을 날아다니고.
몸통끼리 부딪쳐 튕겨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 와!
└ 우와아아아!
└ 우리가 우세다!
└ 랑랑이 밀리고 있어!
└ 투호 점마 언제 저렇게 성장했냐? 웅장이 가슴해진다 정말……!
└ 그래, 이게 별천지지…….
투호의 기세가 좀 더 우세하다는 것!
별천지를 믿고 있었지만, 설마 저렇게 압도할 줄이야!
그의 싸움을 지켜보던 모든 세계인의 눈이 희망으로 물들었다.
└ 이기자!
└ 이번엔 다르다!
└ 현시점 5승 0패인 케인을 이기면? 사실상 3차전은 떼 놓은 당상?
└ 속보) 그런 별천지에서 훈련받은 다른 팀들도 지금 나름 유리한 상황인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황금빛 청사진을 그려냈다.
심지어.
다른 팀들까지 치열하게 잘 싸워주고 있다니, 더더욱 그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멤버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길마님! 투호가 이기고 있어요!”
“크하하하핫! 그렇지! 그거야!”
장대웅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 훈련을 거쳤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암!”
사실, 랑랑이 약한 게 아니었다.
랑랑 역시 그 세계의 하이퍼 랭커 위치에 올라섰던 전사.
투호의 기세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강력한 종족인지 알 수 있었다.
만약, PVP에 별천지가 걸리지 않았다면?
그때는 정말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별천지의 강함은 이미 전 우주적으로도 손에 꼽을 거다.
‘세상에 어떤 미친 행성이 매번 성좌급 괴물을 잡으며 훈련하냐고.’
‘암, 지는 건 말이 안 되지. 그것도 우리 투호인데.’
퍼어어억!
“끄읏!”
결국, 투호의 발톱이 랑랑의 발목에 닿았다.
푸확!
피가 튀었고, 랑랑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게.’
프랭클이 눈을 빛냈다.
‘훈련의 결과인가?’
랑랑.
그 상대의 강함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움직임도 까다롭고, 기세도 엄청나 피부가 계속 저릿저릿하다.
등에 식은땀이 가득한 것만 봐도, 현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기고 있다.’
심지어 압도하고 있는 것도 같다.
정말로.
이게 노력의 결과란 말인가!
“흐아아압!”
바닥을 가볍게 박찬 프랭클이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멈추면 안 된다.
계속 몰아쳐야 한다.
회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피가 벌써 아물고 있었으니까.
└ 켁.
└ 방금 봄?
└ 상처 입자마자 회복되는 거 실화?
└ 방심하지 마라, 투호!
방심은 무슨.
아포피스와의 혈투를 통해, 그런 게 얼마나 위험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별천지 멤버들이다.
휘이익!
랑랑이 엄청난 기세로 발톱을 휘둘러왔으나.
프랭클의 눈에는 생각보다 그 속도가 느렸다.
‘루트가 뻔해.’
저벅.
한걸음 옆으로 내디딘 프랭클이 몸을 비틂과 동시에.
스거걱!
랑랑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꺄읏!”
비명을 지르는 고양이.
콰드드득!
투호는 그 승세를 놓치지 않았다.
확실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기운을 끌어올린 후.
투호(鬪虎).
비기(祕技).
야생조(野生爪).
야생의 발톱이 세 갈래로 나뉘어 랑랑의 몸을 쓸었다.
푸화악!
커다란 삼(三) 자가 고양이의 몸에 그어졌다.
“커, 커헉!”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랑랑.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프랭클이 휙, 건틀릿을 털었다.
핏방울이 머리칼과 함께 바람에 휘날렸다.
└ 캬!
└ 킹쳤다!
└ 간지 오지는데?
└ 진짜……. 이게 별천지야?
└ 왜, 몬스터 대전 같은 거 하고 있었어!!
└ 앞으로 별천지는 PVP다!
어느덧 긴장감이 사라진 세계인들.
인류의 존망이 걸려 있는 상황이지만, 그것도 한 달 차가 지나니 나름 적응한 거다.
누군가는 ‘ㅋㅋㅋ’를 치며 웃어댔고.
또 누군가는 신난다고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리고.
스윽.
프랭클이 심란한 마음으로 건틀릿에 달린 발톱을 랑랑에게 가져다 대었다.
‘죽여야 끝나는 건가?’
상대는 반항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 완벽한 무력화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도 소통이 되는 종족인데, ‘꼭 죽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누군가가 알기라도 했을까!
스스슷!
두 인형이 빛무리와 함께 무대에서 사라졌다.
“어.”
랑랑의 목을 베려던 프랭클은 그 자세 그대로 멤버들 앞에 소환되었고.
“캬!”
“투호, 잘했어!”
“짜식! 믿고 있었다고!”
주먹을 꽉 쥐며, 칭찬하는 그들을 마주해야 했다.
동시에.
[현재 점수] [1 : 0]시야 한쪽에 있던 전광판이 뒤바뀌었고.
[띠링!] [2차전이 진행됩니다.] [각 행성에서 플레이어를 무작위로 차출합니다.]“스승님.”
배지민이 다시 주동훈의 팔을 투욱 건드렸다.
“응.”
그 미세한 기운.
타이밍 맞추어 태청심법을 극(極)까지 개방한 둘.
‘처음은 그렇다고 쳐도.’
두 번째엔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었다.
‘마지막 바닥에서 멈췄을 때.’
그때 멤버를 빠르게 바꿔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우웅!
주동훈과 배지민이 입을 꾹 다물고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