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3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35화
거신 크롭스(3)
고오오오…….
전운이 감도는 성채 밖.
성벽 위에서는.
주동훈과 만술 노인이 카푸가 건네는 정보와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주동훈이 입을 열었다.
“지금 다섯 행성이 동맹을 맺었다는 거죠? 가이안이 키프를 턴 게 이 영상이고?”
“그렇다, 훈.”
카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함께 확인한 영상의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거인이 주먹과 발로 도마뱀 모두를 으깨버리는 그 장면들은 노인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놀랍네요.”
주동훈 역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 거인……. 전혀 느끼질 못했어.’
태청심법으로 100개 성채를 아우르는 전 공간을 스캔했다 생각했다.
수많은 거성(巨星)이 있었지만, 모두가 어르신 아래라 여겼고.
실제로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여유를 부리고 있었건만…….
‘저런 존재가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훈.”
카푸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너도 알겠지만, 이건 꽤나 심각한 상황이다.”
저 거인.
가이안 애들에게 거신(巨神)이라고도 불리는 이는 정말 막강했다.
던전의 맵핵이자, 전투력 측정기인 인도자, 카푸가 제대로 된 추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신은 분명 이쪽 전선으로 합류해 지구를 노릴 거다. 아마 연합군과 함께 케인 쪽도 같이 노리겠지. 차라리 거신이 제대로 합류하기 전에 선공을 가하는 것은 어떤가?”
보아하니.
거신 홀로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다른 행성 연합이나, 잔여 거인들까지 상대하려면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아예 합류하기 전에 쳐서 최대한 가능성이라도 보자는 것.
‘솔직히 말하면…….’
카푸가 주먹을 꽉 쥐었다.
거신이 없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섯 종족의 연합, 그것은 한 행성에겐 잔혹하리만큼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게 그나마 나은 상황이 될 거다……. 일단, 내 분석은 그래, 훈.”
카푸가 입을 잘근거렸다.
인도자로서,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흐음.”
주동훈이 눈을 감았다.
확실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꽤나 자신만만했고.
상대가 누구든 붙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저 거신 크롭스를 보니…….
솔직히 그 역시 살짝 숨이 막혔다.
‘……오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라는 건가?’
드넓은 우주.
그곳에 어떤 형태, 또는 힘으로 있을지 모르는 수많은 존재들…….
그래.
저 거인 같은 존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저렇게 은밀할진 몰랐지.
솔직히 태청심법에 한창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거든.
퉁퉁!
주동훈이 발로 바닥을 두어 번 건드렸다.
“유이사, 있어?”
“예, 주인님.”
용케 목소리를 들은 유이사가 멀리서 그에게로 근접했다.
우우웅!
영롱한 정령력을 휘감고 있는 그녀.
“정령왕들 좀 불러줘.”
부탁하기가 무섭게.
화르륵!
촤릇!
그워어어?
휘이잉!
4대 정령왕이 기다렸다는 듯 한곳에 모였다.
지금은 계약 때문에 본신의 20% 힘밖에 쓰지 못하지만, 정령계에서는 진정한 성운급에 다다른 엄청난 인사들.
“그놈 때문에 부른 거지?”
불의 정령왕 샐리온이 격렬한 불꽃을 내뿜었다
“그 거인 말이죠? 제법이에요. 이제 갓 성운이 된 거 같은데……. 정령계였으면 확 잡아 먹어버렸겠지만. 지금은 좀…….”
엘라임의 머리칼이 물방울로 뽀글거리며, 그 위에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냈다.
– 그워어? 그워어어어!
흠.
노아스는 그냥 넘어가고.
주동훈이 마지막으로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대는 실피드를 바라봤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초절정 미녀의 모습.
“……은인.”
“예, 실피드.”
“솔직히 말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
“그렇죠?”
“응, 저 거인은 기어코 너희를 잡아먹으러 올 거야. 어차피 싸우는 수밖에 없으면 싸워야지.”
휘이이잉!
그녀의 옷자락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이놈아. 그게 맞다.”
스윽.
이번엔 어르신도 나섰다.
주동훈이 눈을 빛냈다.
“어르신.”
항상, 위기의 순간에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고 조언을 해주시는 분.
주동훈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스승.
“다만, 이 방법은 어떠냐.”
“방법이요?”
“네가 느꼈던 것처럼, 저 거인 놈을 제외하고는 사실 어떻게든 비벼볼 만하거든? 전부가 덤빈다면 솔직히 조금 힘들기야 하겠지만, 완전히 가능성이 없진 않을 거야. 내가 있으니까.”
저쪽에 거성이 매우 많다지만, 어르신은 기초가 튼튼한 거성이다.
“……예, 그렇죠.”
“그러니, 지금 네가 저 거인 놈을 상대하러 떠나거라.”
“……아?”
제가요?
“설마 네놈. 저 거인 놈이 두려운 건 아니겠지?”
하하.
두려움?
그럴 리가요.
주동훈이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부터 불가능한 시련에 도전하는 걸 즐기고 행했던 사람이 본인이다.
거성이 된 지금, 성운급에 도전하는 것?
기존에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약하디약한 맛이다.
‘성운보다 큰 성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화르륵!
주동훈이 창을 뽑으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네놈보고 이기라는 게 아니다.”
“예, 압니다.”
그냥 버티라는 거겠지.
어차피 3차전의 시간은 정해져 있다.
지금의 성채만 지킬 수 있으면, 무조건 생존인 것.
그 말인즉슨.
“이곳은 어찌어찌 괜찮으니, 저 거인만 못 오게끔 막으라는 거죠? 제한 시간 동안.”
“그래, 이놈아.”
스윽.
어르신 역시 검을 꺼내 들었다.
“이곳 전선은…… 이 스승이 책임지고 막아보마.”
“우리도, 최선을 다해보지.”
화르륵!
샐리온이 화답했다.
“어쩌면, 우리 세월을 희생해서라도 도와줄게.”
엘라임이 빙긋 웃었다.
“……어, 정말입니까?”
주동훈이 놀라 물었다.
정령왕의 희생.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과거 실피드가 토룡을 향해 썼었던 비기, 세월의 폭풍(EX급).
자신이 살아온 수천 년의 세월, 즉 힘을 소멸하는 대가로 잠깐이나마 본신의 힘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맞지, 넌 우리의 은인이니까.”
엘라임 옆으로 실피드가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은인이 위험하다는 데 그깟 힘이 대수일까?”
살랑이는 바람이 기분 나쁜 전장의 살기를 걷어내 주었다.
“…….”
감동이었다.
계약 후 유이사를 도와주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저렇게 적극적으로 희생한다고 말까지 해주다니.
“모두들……. 감사합니다.”
정령왕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정령왕이 나서기 전에.
내 선에서 해결한다.
후.
주동훈이 짧게 호흡을 뱉어낸 후.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스슷!
유려하게 그림자를 밟았다.
그 거인이 연합군 쪽에 합류하기 전에.
먼저 가서 만나 볼 생각이었다.
* * *
같은 시각.
연합군 진영.
“으음?”
거인족 랭킹 2위, 구우모가 고개를 갸웃했다.
성채 너머, 지구의 진영에서 하나둘 병력이 나와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쟤들……. 뭐지?”
거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놀라운 상황이었다.
분명 저들도 다섯 행성이 합류했다는 걸 알았을 텐데.
심지어 현 랭킹 2위라,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것도 인지했을 텐데…….
“굳이 기어 나온다?”
“그러게요, 확실히 이상하네요.”
마인 행성의 조류족이 날개를 팔락거렸다.
예쁜 조류가 아니라, 와이번류의 기괴한 생김새였다.
고대 시조새 같은 느낌이랄까?
“설마 우리에게 공격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거인, 구우모가 피식거렸다.
“원래 벌레들이 그렇잖아. 죽을 줄도 모르고 뻘뻘 거리면서 기어 오는 거.”
“정말 싸울 생각이에요? 그……. 거신인가? 당신네들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자. 그자가 분명 기다리라고…….”
“아, 그거.”
구우모가 킬킬거렸다.
“원래 저쪽 진영에 대장이 신경 쓰던 존재가 있었거든?”
“그 페트록 애들이랑 싸웠던 놈이요?”
“아, 너희도 알겠네. 근데 걔가 방금 사라졌어.”
“예?”
조류족이 고개를 갸웃하자, 쯧쯧 구우모가 혀를 찼다.
“후, 그런 것도 못 알아보면 어쩌려고……. 하여튼, 마음껏 싸워도 된다는 거야. 다들 따라와라. 알지? 대장이 없을 땐, 내가 지휘하는 거.”
대꾸한 구우모가 성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쿵! 쿠웅!
그 뒤로.
수백 거인들이 뒤따라 움직였다.
당장에라도 싸우고 싶다는 거친 발걸음으로.
다른 행성의 병력들 역시 함께 움직였다.
‘어차피.’
사라진 그놈이 어디로 갔을지 뻔하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대장을 만나러 갔겠지.’
본래 벌레들의 생각이란 단순하다.
혼자서 대장을 막는 동안, 저 남은 병력으로 연합군을 막는다?
‘참.’
웃기지도 않았다.
거성(巨星)인 구우모는 굳이 싸우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페트록을 전멸시켰던 그놈은 대장의 주먹에 짓눌린 채 절명할 게 분명하고.
저 앞을 막는 버러지들은 우리 연합군의 위세에 1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휩쓸려 나갈 거다.
‘그런 전략밖에 짤 수 없는 상황이란 건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약자가 강자에게 쓸려 나가는 것은 이 우주의 법칙이자, 자연스러운 현상.
‘아쉽겠지만 잘 가거라, 지구.’
쿠과가가가가!
전선을 지키던 연합군이 성채를 버리고 광활지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 * *
– 아아!
– 아아아아!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기어코 전쟁을 벌이려는 걸까요?
– 갑자기 랭커들이 전선으로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상대측 진영에서도 성채 밖으로 병력을 내보내고 있어요!
– ……거인이 너무 많습니다. 그 외 다른 행성의 종족들도 섞여 있고요! 마인, 사세이수스, 레골, 에스와티나! 이 네 곳의 행성입니다!
중계진이 흥분과 걱정이 섞인 어조로 열을 올렸다.
각 진영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빨랐다.
애초에 만 단위도 안 되는 숫자였다.
몇천 명.
하지만 여기서 지구의 랭커는 고작 900대일 뿐이다.
└ 저 치사한 새끼들.
└ 합심해서 다굴하는 건 좀 에바 아니냐?
└ 존나 생긴 것들도 괴물 같은 것들이.
모두가 열 받았다.
목숨이 걸린 내기 판에 치사하게 다섯 행성이 힘을 합쳤으니, 얼마나 악이 차오를까.
└ 걍 다 죽여 버리자!
└ 이왕 이렇게 된 거. 싸워서 이기자! 이기면 되는 거 아님?
└ 맞아, 케인이랑 우리랑 둘만 올라가 버리면 되지! 어차피 우리에겐 주동훈이 있잖아!
└ 주동훈루살렘!
변화가 시작되었다.
각자 통제 풀린 병력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한 것.
쿠과가가가가가!
그 커다란 움직임에 땅이 흔들리고 돌이 역류했다.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
– 제발,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 사지에 몰린 랭커들이 참으로 안쓰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만이 드는 순간입니다.
해설진 중 하나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했고.
└ 제발…….
└ 죽지 마라!
└ 여기서 이런 말은 적절치 않지만……. 다음 생존을 위해서라도 많이 살아남아야 함.
└ 222 맞지, 그게 현실적이지.
대중들은 따스한 상황에서 배부르게 응원했지만.
막상 현장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오, 온다!”
“당장 막아!”
“실드 칠 사람 치고! 탱킹 능력 좋은 사람 먼저 받아내요!”
“씨발, 그전에 스킬부터 난사해! 으헉!”
쿵! 쿠웅! 쿵!
거인의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몸집이 크기에, 천천히 걸어도 금방 다가오는 것이다.
“으, 으아아아!”
“씨이이이발!”
쐐애애애액!
거인들의 주먹이 일제히 지구의 랭커들을 향해 떨어지려는 순간.
“……어딜.”
쿠우웅!
카덴이 바닥에 시커먼 방패를 박아 넣었다.
[‘카덴’이 스킬, 막아야 한다(Lv.Max)를 사용합니다.] [‘카덴’이 스킬, 불굴의 방패(Lv.Max)를 사용합니다.]지구의 랭커 전부를 아우르는 방어 버프가 바닥에서부터 피어올랐고.
우우웅!
투명 방패로 일대 전역을 막는 광역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만렙의 방어막은 추가 특수 능력이 있다.
바로 아군의 공격은 막을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것.
“와아아아!”
“카덴의 방패다! 쏴라!”
“다들 원거리 공격해!”
쿠웅! 쿠웅! 쿠웅!
물론, 카덴은 하나가 아니다.
스켈레톤 엠페러인 카덴.
그 아래로 10구의 킹이있고, 100구의 로드가 있다.
쿠웅! 쿠웅! 쿠웅!
모두가 방패를 땅에 박으며 막의 강도를 보충하기 시작했다.
쾅! 콰아앙! 쾅!
거인들의 폭격에 금세 금이 가고 있었지만, 어쨌든.
잠깐이나 광역으로 막을 수 있는 탱커가 존재한다는 게 중요했다.
“가자아아아아!”
랭커들이 악에 차 외쳤다.
주동훈의 수하가 우리를 지킨다.
그 말은.
옆에 주동훈이 없지만, 함께 싸우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것이 지구 랭커들의 사기를 끊임없이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