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3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34화
거신 크롭스(2)
지구, 전 세계.
“와아아아아!”
“우와아아!”
모든 이들이 주동훈과 랭커들을 향해 환호하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 예! 무리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안정권에 들어선 이상. 지키기만 하면 될 일이에요!
– 일단은 축하할 일이 맞습니다! 나중에 또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 당장은 기뻐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흥분한 해설진들과.
맥주 파티를 벌이는 세계인들.
고래가 띄우는 화면에는 성채를 지키며 훈련하는 웅장한 랭커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흐아아압! 히야야압!을 외치며, 절도있게 무기를 흔드는 광경들이 마치 영화와도 같았다.
└ 캬.
└ 너무 든든하자너.
└ 감사합니다, 랭커님들. 여러분들 덕에 이렇게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어요.
└ 이건 진짜 랭커들 복귀하면 제대로 대우해 줘야 함.
└ 근데 사실 솔직히 대우는 주동훈이 받아야지.
└ 2222 인정! 처음부터 주동훈 혼자 다 했잖아.
전 세계인들이 신난 이유.
아직도 여운을 벗지 못한 채 즐기는 이유.
그것은 바로 주동훈이 펼친 매드 무비에 있었다.
스켈레톤 군단과 함께 악연이었던 페트록을 ‘홀로’ 정리해 버리는 그 엄청난 장면!
고래가 그 모습을 생동감 있고 화려하게 연출했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쾌감을 느끼게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 보였달까?
때문에, 이미 ‘주동훈’ 이름 석 자에 신앙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주동훈교’에 가입하라는 말도 실제 떠돌고 있으니 말 다 했지.
아예 주동훈을 하늘로 모시고.
나머지 백무흔을 비롯한 스켈레톤을 10사도라 부르는 자들도 나왔다.
“주동훈루살렘!”
“아아아, 주동훈이시여!”
이름이 제법 흔해서 살짝 흠이었지만…….
하여튼.
그렇게 신나게 축제를 벌이고 있을 찰나.
파즈즉!
고래가 송출하는 화면이 흔들림과 동시에, 배경이 바뀐 것은 그때였다.
– 어? 무슨 일이죠?
–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습니다!
– 여긴 어디죠?
바뀐 화면은 다른 성채였다.
수많은 도마뱀 족들과 거인 한 구가 맞붙기 시작한 바로 그 장소!
“어?”
“으응?”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저게 뭘까?
술렁거리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 이, 이건 또 어떤 전투 장면일까요?
– 아아, 화면이 지구 랭커 이외의 장면을 찍은 것은 처음이죠?
– 그렇습니다. 이 장면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걸까요? 일단 지켜보시죠! 거인 하나가 달리고 있습니다!
중계진에 비상이 걸렸고.
쉬고 있던 전문가들이 다시 화면을 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료는 제법 충분했다.
인도자(引導者) 카푸가 공유한 정보들이 화면에도 나오면서 꽤나 많은 분석이 이루어졌기 때문.
– 우선 저 커다란 거인이 가이안 쪽의 랭커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 카푸가 얻어 온 정보에 의하면 저 뱀 인간들이 키프일 거예요!
– 키프 말입니까?
가이안과 키프.
대중들의 반응은 당연히 뜨거웠다.
└ 와…….
└ 저게 뭐지?
└ 저쪽도 우리랑 페트록이 했던 것처럼 전쟁하나?
└ 근데 왜 저 거인은 한 명임?
└ 그러게. 상대가 키프면……. 지금 1등인 곳이잖아.
└ 자살하려는 건가?
스윽.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화면에 집중하는 세계인들.
이내.
그들은 충격적인 광경을 맛봐야 했다.
쿠과가가가가가!
거인 하나가 뱀들을 쓸어버리는 충격적인 광경을.
└ ???
└ ?????
└ 뭐지, 씨발?
└ 지금 느껴짐?
└ 저게 뭐여?
얼마나 생동감 있게 연출하는지.
거인이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모두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맥주를 흘리는 자들도 있었고, 바닥에 주저앉는 자들도 있었다.
└ ……저게 가이안?
└ 정보) 저 S급 헌터임. 저기 발리는 키프 애들 기운이 심상찮음. 어쩌면 천마나 마왕급일 수도? 확실한 건 일반적인 지구 랭커를 생각하면 안 됨.
└ ……엥? 그게 말이 돼?
└ ㄹㅇ?
술맛 떨어지는 정보들이 속속히 이어졌다.
그들이 환호하고 있었던 이유는 오직 주동훈의 강함 때문이었다.
행성 하나를…….
그것도 상위권이었던 행성을 홀로 박살 낼 전투력이면 앞으로도 안전하겠다 싶었으니까.
한데.
저 거인은 뭘까?
상위권이 아닌 최상위권 종족을 상대로 홀로 달려가 깽판을 친다고?
심지어 그냥 행성도 아닌 키프를?
└ 생각해 보면 그래. 왜, 주동훈 같은 존재가 우리 지구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행성은 많고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인데.
└ ……그럼?
└ 잘하면 ㅈ될 수도 있단 건가?
환호 소리가 잦아들다 못해, 아예 적막이 흘렀다.
시끄러웠던 거리가 을씨년스러워졌으며, 모두가 말없이 하늘에 떠 있는 화면 혹은 방송을 응시하고 있었다.
쿠과가가가가가!
거인 하나와 나가족 거성 열이 치열하게 싸우는 광경을.
– 미쳤습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찢어지고 땅이 갈라지는 싸움이에요.
– 두 종족 모두 다 엄청납니다. 페트록과 주동훈이 펼쳤던 것 이상의 스케일이죠?
– 아무래도 아직 기뻐하긴 이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송출되는 전투로 언제나 위기가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나가족의 거성들도 제법 강했다.
“크아아아아아!”
거신 크롭스의 몸 곳곳에 피가 터졌으며, 그 커다란 몸뚱이가 땅을 구르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쿠과가가가가!
크롭스는 더 강했다.
콰득!
하나를 짓밟고.
콰직!
또 하나를 잡아 꽉 쥔 채 땅에 박고 문대 버렸다.
푸확!
피가 터졌다.
└ 아.
└ ……징그러.
거친 승부가 계속되었다.
1시간이 흘렀고, 또 2시간이 흘렀다.
거인은 끈질기면서도 튼튼했다.
온갖 스킬을 써가며 저항하는 나가들을 하나씩 찾아내 찢어버렸다.
여덟이 일곱으로.
일곱이 여섯으로.
나가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고.
줄어든 만큼 그들의 전세가 약해졌다.
퍼억!
또 다른 나가 거성 하나가 제대로 막지도 못한 채, 공격을 허용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
행성 한복판에 몸을 날린 크롭스가 완전하게 처리해 버린 거다.
그렇게 약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
놀랍게도 하나의 거인이 나가족 전부를 끝내 버렸다.
“후우우우.”
동시에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고래가 비추는 카메라를 바라보는 크롭스.
그가 짓는 표정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 보았나? 내가 바로 가이안의 크롭스다.
└ 와…….
└ 씨발.
└ 미쳤네;
└ 세다. 말도 안 나오게 세.
└ 나 지림.
└ 저런 걸 어케 이김? 주동훈도 못 이기겠는데?
└ 야, 속보 뜸.
└ 속보?
그 시각에 맞추어, 중계진이 속보까지 전했다.
카푸가 화면으로 분석하는 장면과 그의 대화로 유추한 것.
└ 행성들이 동맹 맺었대. 카푸가 정찰했다는데?
└ 뭐?
└ ?????
└ 동맹?
술렁술렁.
거리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휴대폰을 켜, 속보를 확인했고.
그 결과.
전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선.
페트록, 하리나, 키프는 뒈졌으니 젖히고.
가이안을 비롯한 다섯 행성이 연합을 구축.
나머지 케인과 지구.
해서 이렇게 삼파전이 벌어졌다는 거다.
└ 이건……. 진짜 힘들겠는데?
└ 그러니까 저 미친 거인이랑 우리랑 적이라는 거지?
└ 야야야! 괜찮아. 우리 주동훈도 장난 아니라고!
└ 주동훈루살렘!
└ 잠깐 닥쳐 봐;;
└ 저 거인은 진짜라니까?
└ 세상 넓음. 주동훈이 괴물인 만큼 다른 괴물도 있었을 뿐임.
└ 방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네.
└ ? 방심하든 말든.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음?
└ 그래도.
주동훈이 강할까.
저 거인이 강할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갑론을박이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방증이다.
‘제발.’
‘주동훈이 세기를.’
누군가의 말처럼.
세계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단 하나, 기도뿐이었다.
* * *
저 먼 우주.
시커먼 공허 속에서.
– 크르르르…….
그 공허보다 더 시커먼 무언가가 울부짖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공포감을 선사하는 울음.
드래곤 피어였다.
– 크롸라라라라라라라!
파괴룡 비나사는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현재 파괴욕을 마음껏 채우느라 벌써 성룡이 된 비나사.
어미…….
아니, 아비가 챙겨준 달콤한 영약을 마시고 파괴를 하면 더더욱 빨리 성장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파괴욕이 제법 빨리 해소되기까지 한다.
그래서 기뻤다.
자신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게 모두 다 아비 덕이니까.
솔직히 아비가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찾을 수 없다.
너무 멀리 오기도 했고, 또 아직은 이르다 생각했다.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훨씬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장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줄 그의 손길을 생각하며…….
– 크르르르…….
기분 좋게 울부짖는 파괴룡이었다.
후웅, 후우웅!
비나사가 날개를 휘저으며 우주를 활공했다.
확실히 우주는 넓었다.
넓은 만큼 기상천외한 존재들이 즐비했다.
우주 먼지, 쓰레기, 죽어가는 항성과 새로 태어나는 항성.
그 안 곳곳이 펼쳐진 행성들을 살펴보면 수많은 생명이 보인다.
바다 생물부터, 벌레들, 심지어는 제법 문명을 갖춘 이들까지.
심지어 용족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비나사들은 그런 이들을 곧바로 파괴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저들이 먼저 자신을 건들지 않으니까.
탐욕, 욕심,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악의적인 적대를 하지 않으니까.
– 파괴욕을 충당한답시고 모든 것을 파괴하지는 마.
– 생명이란 소중한 거야. 우선, 네가 부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나를 생각하며 판단해. 그 생명체가 이 우주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 그래, 쉽게 말하자. 그냥 나쁜 새끼만 죽여. 나한테 나쁜 새끼.
아비가 했던 말.
비나사는 그것을 잊지 않았다.
다만, 비나사는 자신에게 적대감으로 다가오는 이들만 파괴했다.
문명을 제법 이루고 행성을 넘나들며 세력을 구축한 종족들이 이에 해당했다.
자신이 가진 힘을 알아보고.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가오는 자들.
명백한 탐욕이다.
아비가 그랬지.
자신을 죽이려 하는 자를 용서할 필요 없다고.
물론.
대놓고 돌아다니는 건, 어쩔 수 없다.
파괴 욕구를 채울 대상을 골라야 하니까.
요컨대 트랩이었다.
우주를 떠도는 함정.
그렇게 오늘도 한 항성계를 골라 월척을 잡을 생각으로 그곳을 배회하고 있을 때였다.
– 크르륵……?
비나사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묘한 냄새가 났다.
이상하게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향.
– 크르르르르…….
비나사가 공간을 넘어 행성을 응시했다.
지구와 비슷해 보이는 푸른 행성이 보인다.
파괴룡의 눈이 그 행성 안을 직시했다.
– 크르르……?
본래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행성이다.
문명이 있긴 했지만, 저들은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다.
애초에 이렇게 대놓고 보는데도 인지조차 못 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참을 수 없는 향이었다.
아비가 함부로 파괴하지 말랬지만…….
그 말은 파괴만 안 하면 되는 거잖아?
결국, 비나사는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다.
쿠과가가가가!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애꿎은 행성의 대기권으로 침투했다.
“끼악!”
“끼아아악!”
저 아래.
행성을 장악하고 있는 영장류 유인원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모여들었다.
그들이 내뿜는 감정이란…….
두려움, 암울, 의심, 걱정, 혼란…….
파괴룡의 샛노란 눈이 그들을 오시했다.
아마 저들의 시선에서는 엄청나게 커다란 눈동자가 자신들을 뚫어지라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겠지.
아니나 다를까.
“끼엑!”
“끼에엑! 끼에엑!”
유인원들이 다짜고짜 비나사를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무기나 도구를 내려놓고, 공손하게 머리를 바닥에 박기를 반복했다.
– 크르르르르…….
가슴 속에서.
모두를 콰직! 삼켜 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비나사는 참았다.
저들은 약자.
파괴 대상이 아니다.
그러고는.
– 킁킁.
그저 신기한 향이 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 크륵?
어떠한 책을 발견했다.
거기서 나는 향의 주인공은…… 분명.
아비?
– 크롸라라라라라라라!
반가운 향에 흥분하여 포효하는 순간.
[히든 퀘스트를 발견합니다.]시스템 메시지가 펼쳐짐과 동시에.
은밀히 전달되는 감정의 의지를 보았다.
이는 누군가의 감정이었다.
스켈레톤 마스터, 자신의 아비를 사랑하는 또 다른 존재의 감정.
– 이 룰북을 그에게 몰래 전달해라.
– 그를 위해서.
– 다만, 전하기만 하고 떠나야 한다. 그것이 그를 지키는 길이야! 명심해라! 꼭 몰래 전달해야 한다!
아주 강력한 의지였다.
– 크르르르…….
비나사가 집중했다.
그러니까.
지금 파괴를 멈추고, 아비에게 이걸 가져다주라는 거지?
그것도 최대한 은밀하게?
그게 아비를 위한 거고?
– …….
이 감정의 진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파괴룡은 존재의 감정을 읽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을 남긴 자의 감정은 분명한 ‘사랑’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희생.’
휘릭!
비나사가 그것을 비늘 속에 소중히 품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쿠과가가가가가가!
이름 모를 유인원이 사는 행성을 내버려 둔 채, 다시 우주 밖으로 솟구쳤다.
“끼익!”
“끼엑, 끼에에엑!”
그날로부터.
이 이름 모를 행성이 미지의 검은 용을 신앙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사실을…….
비나사는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