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3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33화
거신 크롭스(1)
“거……. 괜찮겠어?”
초월자들이 모여 있는 곳.
백발의 꽃미남이 무신 네달람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온 것은 그때였다.
“……오셨습니까?”
놀랍게도.
시종일관 입을 꾹 닫고 있던 무신이 그의 말에는 공손히 화답했다.
“쯧쯧, 뭐 한다고 지구에 50개나 걸었어. 감이 많이 떨어진 거 아냐?”
이곳 초월자 중에서 제법 강한 영향력을 지닌 무신에게 편하게 하대하는 자.
그는 그럴 만했다.
왜냐.
그 희귀하다고 알려진 태초의 룡, 창조룡이니까.
그것도 이 우주에도 얼마 없는 고룡급 창조룡.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일레오르.”
“투자는 개뿔! 그게 도박이지 무슨 투자냐!”
창조룡 일레오르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무신은 그저 조용히 웃었다.
말투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
“리스크가 높은 만큼, 성공하면 얻을 것도 많을 겁니다. 물론, 여기 정수를 다 쓸어 담아도 일레오르만큼 강해질 순 없겠지만.”
“그런 말은 집어치우고.”
사실, 네달람은 놀랐다.
창조룡 일레오르.
수많은 「일곱 신의 정수」를 모아, 베팅의 귀재라 불리는 존재.
그 강력한 우주 최강의 용족이 큰 판에서 놀지 않고, 이런 소규모 배치 판에 행차하시다니.
왁자지껄.
떠들며 3차전의 양상을 구경하는 초월자들도 일레오르의 존재를 몰랐다.
그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초월자 중 하나라 생각하는 거다.
“그래도, 상황이 네가 원하는 것처럼 흘러가진 않는 것 같은데?”
스윽.
팔짱을 낀 채, 영상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그.
네달람을 보는 일레오르의 심정은, 이제 겨우 갓난아기에게서 벗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그것과 비슷했다.
왜냐.
바로 그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했던 네달람의 최고 후원자였으니까.
“저기 봐.”
창조룡이 화면을 가리켰다.
“가이안 족이 영리하게 벌써부터 동맹 시도를 걸었어. 저 크롭스란 놈도 거의 성운급 초반부에 올라선 느낌이고.”
과연 귀재일까?
일레오르의 눈은 날카로웠다.
가이안의 거인족들.
그들의 지도자가 성운급인 건 둘째치고, 성좌급의 비율도 타행성에 비해 많았다.
그런 그들이, 아래 행성들과 합세까지 한 상황이었다.
“오오오! 동맹?”
“이거 재밌어지겠는데?”
“잘못하다간 우승 후보였던 키프와 지구가 진출도 못 할 수도 있겠어! 가이안 애들은 진짜라고!”
지켜보던 초월자들이 일제히 가이안의 승세를 점쳤다.
완벽한 1등 후보.
‘확실히 그래.’
네달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주동훈이 거성(巨星)이라 한들.
그것도 성운과 비교할 만큼 밀도 있는 거성이라 한들…….
‘성운급에겐 안 되지.’
우주라는 게 참 신비해서.
그 ‘급’의 차이가 은근히 중요하다.
물론 나중에 주동훈이 발전해 성운급까지 올라선다면……. 그땐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대 성운이 탄생하겠지만.
일단, 아직은 그도 일개 성좌일 뿐이다.
저 거인 크롭스와는 ‘격’(格)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당장.
그가 자랑하는 태청심법으로도 크롭스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오히려 좋아.’
누구나 지구의 승리를 점치면, 베팅할 이유가 없다.
네달람은 많은 정수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 이러한 모험을 감행했다.
‘모험이지만 합리적인 모험이지.’
그러면서도 자신 나름대로 안전하기까지 한?
그는 주동훈에게 큰 가능성을 보았다.
다른 초월자들이 못 보고 지나친 엄청난 가능성.
‘다들.’
주동훈이 저 크롭스란 자에게 안 될 거라고 보고 있지만.
‘……그는 분명 다르거든.’
네달람이 눈을 빛내며, 지구의 화면을 지켜봤다.
주동훈.
어쩐지 자신의 향이 나는 아이를.
* * *
땅따먹기.
다른 말로는 ‘전쟁’.
입장 4시간 차, 성채를 점령한 채로 진열해 있는 랭커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멋이 철철 흘렀다.
‘역시.’
묘인족 정찰 랭커를 통해 영상을 전달받고 있는 신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구와 척지지 않길 잘했어.’
조금 전 있었던 동맹 제안을 거절한 것.
그녀는 그 선택을 자찬하며 안도했다.
왜냐?
보아라!
전쟁 준비 중에도 막강한 기세를 뿜어내며 저렇게 칼을 휘두르지 않는가!
“미친놈들도 저런 미친놈들이 없습니다.”
정찰 랭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쟁 직전에 누가 저렇게 힘을 뺀답니까? 그냥 광기입니다. 광기. 머릿속에 강해지고 싶은 생각밖에 없나 봅니다.”
원래 전쟁이란 긴장과 두려움이다.
생사가 보장되지 않기에, 온갖 잡념이 괴롭히기도 하고.
걱정과 불안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저 지구를 보라.
지금도 무기를 휘두르며, 단련하고 있지 않은가!
“크하하하핫!”
영상 속에서는 광전사의 광소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괜찮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움직여! 어딜 방어만 하면서 거저먹고 있는 주제에 몸을 놀릴 생각을 해!”
심지어 검은 모자까지 쓰고 눈을 희번덕거리는 그.
“체력? 빠져도 괜찮다! 어차피 다나께서 회복시켜 주실 거야! 자 지금부터 기마 자세! 마법사들은 랭커들의 위에 바위를 올린다! 5분 동안 실시!”
“실시!”
자세를 낮춘 랭커들이 이를 악물며 견디고 있었다.
문제는.
경계에 있는 성채 곳곳에서 이런 훈련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별천지의 멤버들이 찢어져 교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다.
“후.”
그 광경을 지켜본 신묘의 이마에 땀이 살짝 맺혔다.
‘징한 놈들.’
저런 곳이니까.
저렇게 힘에 미쳐 있는 곳이니까.
그 괴물 같은 놈도 탄생할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신묘의 입가에는 분명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지구가 강하길 바랐다.
이미 동맹 제안을 거절한 시점부터.
동맹 행성들이 멸망해야 본인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더 강해져라.’
강해져서.
페트록한테 했던 것처럼.
저 동맹 연합을 완전히 박살 내다오!
* * *
가이안 족의 동맹 제안은 은밀하고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가이안, 마인, 사시에수스, 레골, 에스와티나.
이 다섯 행성이 연합을 꾸렸고.
병력을 공유했다.
연합이 점령한 성채는 총 50개.
그들의 목표는 단순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성채 100개를 모두 탈환 후, 다섯 팀이 모두 생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
“대장, 대장!”
“왜.”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누워 있던 크롭스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전선은?”
“분부하신 대로 북쪽에 케인, 동쪽의 지구 쪽으로만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남쪽 최하단 키프 쪽은 아예 병력을 빼버렸습니다.”
“잘했다.”
“근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수하의 물음에 크롭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지금 날 걱정하는 것이냐?”
“그, 그게.”
수하가 땀을 삐질 흘렸다.
가이안 랭킹 1위, 대장 크롭스가 강한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상대는 무려 키프다.
현 행성 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순식간에 하리나를 궤멸하고 성채 18개를 차지한 자들.
대장은 분명.
그런 이들을 ‘홀로’ 가서 궤멸시키겠다고 했다.
‘다 좋지만.’
그러다가 실패라도 하면?
크롭스는 거인족의 비전이며, 미래다.
크롭스가 없는 가이안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지구의 그놈도 했던 일이다.”
쿠구구구…….
아예 하체까지 오롯이 세운 크롭스가 주먹을 꽉 쥐었다.
“혼자서 행성 하나를 궤멸시키는 것. 나라고 못 할 것 같더냐?”
“……할 수 있으시겠죠. 그렇지만…….”
“그럼 기다려라.”
크롭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그놈이 했던 것보다 훨씬 시원하고 멋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테니.”
“…….”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생존이 문제인 건데…….
“너희는 방어진만 잘 구축하고 있어라. 금방 끝내고 돌아오면……. 그때 다 함께 케인과 지구를 척살한다.”
쿵! 쿠웅! 쿵!
크롭스가 땅을 울리며, 우악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남쪽.
승점 54점의 1위, 키프 행성이 있는 방향이었다.
* * *
초창기.
배치 고사가 열릴 시점.
가이안과 함께 우승 후보를 다퉜던 키프 행성은 막강한 종족이었다.
얼굴이 도마뱀을 닮아, ‘나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
그들은 무려 10명의 거성(巨星)과 32명의 성좌급 랭커를 보유했다.
지구에 비하면 ‘억’ 소리 날만큼 막강한 전력을 가진 이들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뭐냐?”
“가이안의 거인족 같은데요?”
“거인? 근데 왜 혼자야?”
“별로 세 보이진 않는데……. 크기는 엄청나게 크네.”
거신(巨神) 크롭스.
이미 성운급인 그의 기운을 거성들이라고 한들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 ‘급’(級)이 다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초월자들이 창조룡 일레오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저거 근데. 점점 속도를 내는데?”
쿵! 쿠웅! 쿵! 쿠웅!
천천히 걷던 거인이 이내.
쿵쿠구구구궁!
발을 속도감 있게 놀리며 근접하기 시작했다.
“싸우자는 건가?”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진짜 혼자서 싸우려고? 몸집이 크면 다야?”
“일단, 먼저 저쪽이 먼저 공격했으니……. 참을 필욘 없겠지?”
키프는 이미 54점으로 1등 확정이다.
그래서 굳이 서둘러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선공을 당한다면 그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명분이 생기는 거다.
저들을 다 죽이고 순위를 더 확고히 할 명분 말이다.
촤르륵! 촤륵!
나가족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든 채, 혀를 날름거렸다.
거성(巨星) 중 하나, 우누칼하이가 외쳤다.
“애들아.”
“예!”
“저 거인에게 우리 키프가 어떤 곳인지 똑똑히 보여주자꾸나.”
“알겠습니다!”
쿠과가가가!
저마다 무기를 든 도마뱀들이 쉿쉿! 거리며, 거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콰아아아아아앙!
점프한 크롭스의 주먹이 바닥에 그대로 내리꽂혔다.
“……!”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한 감각이 나가족의 신경을 건드렸다.
두쿵!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세.
쿠과가가가가!
바닥이 크게 갈라지며, 고압의 소용돌이가 솟구쳤으며.
수많은 나가족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막대한 기류!
성채의 잔해와 나가들의 병장기, 사체들을 공중으로 띄우며.
그 중앙에 거대한 크롭스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미, 미친.’
‘뭐 저딴 괴물이?’
나가족들이 경악했다.
저기 빨려 들어간 자들 중 성좌급도 있다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근데 여기 있는 거성이 몇 명인데, 저 거인의 힘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심지어.
쿠과가가가가!
발놀림 한 번에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던 후미가 싸악! 휩쓸려 버렸다.
“아, 아아아!”
“으아아…….”
나가족 하위 랭커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절망하는 자들부터, 용기 있게 덤비는 자들까지.
모든 이들이 크롭스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다!”
거성 중 하나가 외쳤다.
“제대로 상대해야 해.”
“힘을 모은다.”
키프를 상징하는 10명의 거성이 눈빛에 불꽃을 담았다.
거인 하나.
그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현장.
그 많은 나가 중 오직 그들만이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 부우우우우우우우!
배치 고사를 관리하는 관리팀장이 흥미롭다는 듯 물 분수를 내뿜었다.
페트록을 혼자서 압살한 주동훈.
그리고 이제.
키프를 혼자서 압살하려 하는 크롭스.
이는 초월자들의 재미를 자극할 수 있는 극적인 요소였다.
그러하니.
자신이 직접 촬영해, 장면에 담는다.
만약 이 촬영으로 대박이 터지면?
상부의 인정을 받아, 팀장 윗급으로 상승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터.
고래가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