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4화
가면을 쓰고 무릉도원 출구를 나서자, 두 웅장한 드래곤 조각상이 보였다.
별천지의 본산, 드엘 공방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쌍룡.
그리고 그곳 아래로는.
“와.”
주동훈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슨……. 사람이.”
“득실득실하죠?”
그냥 시야가 닿는 곳 끝까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러다 다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
“어쩔 수 없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걸요. 국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그럼 저길 어떻게 들어갑니까?”
“에이, 길마님!”
“예?”
“저를 뭐로 보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후후.”
가면을 쓴 김진아가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보아하니, 미리 방법을 만들어둔 것 같았다.
하긴.
결국엔 우리가 쓰면서, 남들도 쓰라고 비치해 놓은 건데.
사람이 많다고 우리가 못 쓰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벅, 저벅.
그녀가 걸어가며 신호하자, 통제하는 인원들이 손을 귀에 대고 무언갈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이리 모시겠습니다.”
“고마워요.”
비상 통로를 통해 강화신의 화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술렁였지만, 이내 그러려니 했다.
이미 공표해 둔 것이다.
만약 랭커가 사용하겠다고 하면, 순서 불문하고 우선순위가 있다고.
가면을 쓰고 있으니, 랭커라 판단한 것.
“……누굴까?”
“가면만 봐서는 절대 모르지. 특히나 랭커들처럼 기를 잘 다루면, 풍기는 분위기도 바꿔 버린다던데?”
“재밌겠다. 랭커면 무기도 휘황찬란한 거로 조지겠지?”
그러고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구경을 시작했다.
찰칵, 찰칵!
이미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있었고.
지이잉!
카메라 촬영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그득한 할배의 시선이 주동훈을 향했다.
– 허허, 자네는 무슨 무기를 강화하러 왔는가?
“잠시만요.”
주동훈이 품속에서 몰래 무기를 재현시켰다.
화르륵!
대중들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낸 무기의 외형은 단검.
“와, 암살 관련 직종인가 봐!”
“암살 관련 랭커 누구 있지? 남자 같은데.”
웅성웅성.
주동훈의 몸짓 하나에 모두가 한마디씩 던지니, 그야말로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후.”
살짝 짜증이 났다.
그냥 잠깐 화신을 무릉도원 안쪽으로 들일 걸 그랬나? 싶다가도.
[김진아 : 시끄럽죠, 길마님.] [김진아 : 그래도 나름 재밌지 않아요?] [김진아 : 이런 거라도 구경하는 맛에 사는 거잖아요.]김진아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사그라들었다.
– 흐음?
강화신이 고개를 갸웃한 것은 그때였다.
건네받은 무기를 꽤 오랜 기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 이 무기는……. 허업?!
덜그렁!
당황한 강화신이 망치를 놓쳐 버렸다.
– 서, 설마?
그저 무미건조하게 웃으며, 강화만 하던 할배의 표정에 격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잔뜩 주름진 눈가에 눈물마저 글썽였다.
“어? 뭐야?”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여기 봐! 강화신 할배가 망치를 놓쳤어!”
“이번에도 손이 미끄러졌나 보지, 뭐.”
“그런 게 아니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주동훈이었다.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주동훈은 신살(神殺)급 무기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우우웅!
결국, 손을 들어 올린 주동훈이 기운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쿠구구구구……!
엄청난 기세에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 지진?”
강화신이 있던 자리를, 신묘한 빛이 휘감았다.
사람들의 기운과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술(術).
주술의 일종이었다.
시끄러웠던 음성들이 다 차단되자, 마음이 꽤나 편안해졌다.
“뭐예요, 길마님?”
당황한 김진아가 눈을 크게 떴다.
주동훈은 그것을 무시한 채, 강화신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 무기를 알아보시겠습니까?”
– 그전에 내가 묻고 싶군.
강화신의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순식간에 말라붙어 있었다.
말투 역시 노인네의 말투가 아닌, 현기가 가득한 초월자의 말투였다.
“뭐, 뭐야?”
김진아가 뒷걸음질 쳤고.
– 너는 이 무기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지? 분명 저번 심판 때는 이런 게 없었는…….
말을 하다 아차 싶었는지, 양손으로 입을 막는 강화신.
뭐야?
왜 저래?
‘아, 설마.’
강화신 솔매는 주동훈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심판대 위에서.
그리고 그때 기억을 지웠단 사실을 그만 알고 있다 생각하겠지.
‘하.’
이제 연기까지 해야 하는 건가?
“……?”
주동훈이 짐짓 무슨 말을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 크, 크흠.
주위의 분위기에 강화신이 다시 망치를 집어 올렸다.
그러고는 헛기침했다.
– 아무래도 내가 잘못 본 모양이로군.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아무래도 노망이 들어도 제대로 든 모양이야. 허허허.
정수들이 말했지.
솔매는 억겁의 세월을 보내온 바람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그래도 아직 상태는 괜찮은 것 같았다.
일단 본인이 노망이 들었단 것을 인지하고 있으니까.
“……혹시 이 무기를 강화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 이걸 말인가?
“예.”
– 흐음.
주동훈이 내민 단검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는 강화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격정의 표정을 지었다.
– 허어어엇?!
– 이 무기는…… 설마!
불과 조금 전에 지었던 표정과 말을 다시 한번 행하는 강화신.
“…….”
하, 뭐야.
주동훈의 이마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아니, 이 초월자.
진짜 노망이었어?!
– 자네는 어떻게……! 어떻게 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건가!
“……제가 그것까지 말해야 하는 건가요?”
주동훈이 골머리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누르며 답변했다.
– 하긴……. 이 나이를 먹도록 우주의 신비를 질문으로 이해하려 하다니……. 나는 아직 멀었군. 이 우주를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거늘…….
혼자 자문자답하는 노인을 주동훈이 뚱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 이 무기를 강화할 수 있냐 물었나? 아쉽지만, 내 실력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무기일세. 미안하네.
예?
그렇게 쉽게 포기하신다고요?
“어려운 부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강화신. 하지만, 당신이 다루지 못한다면 이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자가 이 우주에 어디 있겠습니까?”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말에.
강화신이 이렇다 할 대꾸 없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번쩍.
그가 눈을 떴다.
– 자네. 나더러 우주 최고의 대장장이라 했나? 자네, 나를 어느 정도 아는 존재로군?
쿠구구구……!
다 늙은 노인인 줄 알았는데, 과연 초월자라는 걸까?
“흐읍.”
주동훈이 숨이 턱 막힌 듯, 호흡을 멈추었다.
“꺄읏!”
김진아 역시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우우웅!
주동훈이 기운을 뿜어내어, 김진아를 지켰다.
“기, 길마님!”
“부길마.”
“예.”
“잠깐 밖으로 나가 있으세요. 그리고 오늘 강화는 문 닫습니다. 다들 뒤로 물려주세요.”
“아, 알겠어요!”
후다닥!
주동훈이 펼쳐 놓은 결계 밖으로 달려 나가는 김진아.
스윽.
그리고 다시 강화신의 눈을 보았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서 정수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이제 그걸 꺼내는 방법뿐이 없었다.
“강화신, 잠시만 진정 좀…….”
쿠과가가가가……!
강화신이 내뿜는 기세를 막아내는 게 이젠 벅찼다.
하필 창조룡의 알에 기력을 불어 넣고 온 터라, 기력도 없는 상황.
그러나, 이내.
솨아아아……!
강화신이 기세를 죽였다.
그러고는.
– 큼큼,
다시 헛기침했다.
– 그런데 자네는 무슨 무기를 강화하러 왔는가……?
이전과 똑같은 질문을 하는 강화신.
“……?”
주동훈이 [이 존재 뭐 하는 새끼지?] 하는 눈빛으로 강화신을 쳐다봤다.
아니, 저거 연기야?
아니면 진짜 노망난 거야?
‘헷갈려 죽겠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정수들은 분명 솔매에게 강화를 받아오라 했고, 그것만 받을 수 있으면 앞으로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했다.
즉, 어떻게든 무기 강화를 받아내야만 한다.
에라 모르겠다.
“솔아.”
그냥 반말로 툭 그의 애칭을 불렀다.
예의?
어차피 노망난 거면, 이것도 기억 못 해야 하는 거잖아?
– ……? 솔? 나를 불렀는가? 그나저나 솔이라면…….
할배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지었다.
그러더니.
– 엥?
입을 떡- 하고 벌린다.
– 솔? 자네 나더러 솔이라 불렀나?
좋아.
이거 먹히고 있다.
“큼큼, 솔아. 날 모르겠느냐.”
주동훈이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었다.
“나 금(金)이잖아, 금(金).”
꿈에서 들었던 금의 목소리를 비슷하게 따라 하면서.
– 금……?
노인의 눈이 슬며시 커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커진다.
– 금? 그으으으으음?!
콰드득!
원래 화(火)의 힘을 빌려 만들었던 무기를 이젠 금(金)의 기운을 빌려 만들었다.
그러자.
– 금, 어르신! 저, 정말 금 어르신이십니까? 아아아아……!
투웅!
강화신이 망치를 던져 버린 채, 주동훈을 향해 다가갔다.
얼마나 놀랐는지,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는 중.
– 금……. 어르신! 어떻게……. 어떻게 살아계신 겁니까! 아아, 이 썩어빠진 우주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단 말입니까. 하하하하!
와.
주동훈은 주동훈 나름대로 놀랐다.
‘이런 게 통하네.’
초월자라더니, 진짜 오락가락하긴 하는가 보다.
“솔아. 시간 없다. 우선 이것 좀 강화해 보지 않겠느냐?”
– 이걸 말입니까? 어휴, 아무렴요. 금(金) 어르신께서 부탁하시는 일을 제가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그랬다가 광물 안 주시면 어쩌려고요. 헤헤. 무기 상태를 보아하니, 간단히 강화할 수 있겠는데요?
“…….”
이 양반.
아까는 본인 실력으로 다루기 어려운 무기라며……?
– 자,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강화신 솔매가 활기찬 표정으로 망치를 들었다.
그러고는.
까앙! 까앙!
리듬을 타며, 신명 나게 망치질을 시작했다.
효과는 여타 다른 인원들의 강화와 비슷했다.
신묘한 빛이 번쩍번쩍 터져 나오며, 자연의 기운이 무기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망치질은 계속되었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다섯 시간이 지나도록.
“…….”
주동훈은 말없이 그것을 기다렸다.
까앙! 까앙!
다른 사람들은 대충 1분이면 강화하던데, 왜 오래 걸리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뭐, 그만큼 힘든 과정인가 보지.
까앙! 까앙!
참는 것은 그의 특기이기도 하며.
또한 망치질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또 블랙 스미스 욕구가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파아아앗!
망치에서 튀어나온 황금빛이 온 세상을 물들였다.
– 금 어르신……. 여기 완성되었습니다. 헤헤.
솔매의 앞에는.
오색(五色)의 빛이 적절히 버무려진 정수의 영령이 있었다.
“…….”
주동훈은 그것을 조심스레 손에 담았다.
부드럽게 감싸 안는 느낌과 함께, 정보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5/7)(+10)] [등급 : 신살(神殺)급] [종류 : 무기] [설명1 :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던 일곱 정수의 파편. 모든 속성의 정수를 모으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현재, 화(火)의 정수, 수(水)의 정수, 목(木)의 정수, 금(金)의 정수, 토(土)의 정수가 담겨있습니다.] [설명2 : 강화신의 진정한 강화를 받았습니다. 정수의 힘을 기존에 비해 훨씬 더 잘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정수의 존재감이 낮아집니다. 정수의 힘을 받아들일 때의 페널티가 감소합니다.] [효과1 :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합니다.] [효과2 :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효과3 :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합니다.] [효과4 : 기력 5,000 증가.]어어?
잠깐만.
주동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10강?”
이게…….
가능한 거였다고?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