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8화
‘흠.’
괜찮은 척 애썼지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건 미쳤다…….’
개미 사자가 강해서 힘들었던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은 +10강 된 정수의 힘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만큼 막강한 힘이었다.
만약, 이 무기를 다른 사람이 다루었다면?
사용하기도 전에 온몸이 불타올랐겠지.
[화(火) : 그래도 제법이었다.] [화(火) : 예전이었다면 바로 의식을 잃었을 텐데.]화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이 정수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일단, 사용할 수만 있으면 거의 무적과 가까운 힘을 내지만…….
이걸 계속 통제하려 하다가 나 자신이 무너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써야겠군.’
만술과 정수의 힘을 섞어가면서.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그 접점을 찾아야 했다.
“스승님, 방금……. 뭐였어요?”
배지민이 뒤로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흠, 그냥.”
뭐라 해야 할까.
만술(萬術)을 가르치고 있는 처지에서, 만술이 아닌 다른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게 조금 그랬지만……. 별수 있나.
만술은 그야말로 기초였다.
이 힘을 올바르게 통제할 수 있게끔 기틀을 마련해 주는 개념이랄까.
배지민이 이 힘을 통제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대충은 설명해 줘야겠지?
“기연으로 얻은 힘이야.”
“무슨 기연을 얻었길래 불에 100% 면역인 놈을 불로 태워요? 그 정도면 거의 샐리온도 태워 버리겠는데요?”
샐리온은 불의 정령왕.
불의 정령왕을 불로 태운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할 법도 했지만.
[화(火) : 샐리온?] [화(火) : 그 정령계의 수장 중 하나 말이지?] [화(火) : 후후, 그런 당연한 소리를…….]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걸 진짜 태울 수 있다네?
하긴.
우주에도 급(級)이라는 게 있을 텐데…….
화(火) 정도면 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궁금해하지 마.”
“예?”
“알면 다쳐.”
“……뭐예요.”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알면 다칠 수 있다.
정수들의 존재감이 대폭 하락했다지만, 그들도 말했지.
이 힘을 다루는 동안 내가 더욱 위험해질 거라고.
우주의 거대한 존재들에게 눈에 띄는 순간, 작살 나는 건 나일 거라고.
“시끄럽다. 아무리 제자라 해도, 알려줄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그래요, 뭐. 근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해요?”
“……잠깐만.”
내가 말없이 상태창을 올려다봤다.
정수들에게 묻는 제스처다.
[수(水) : 응?] [수(水) : 설마 우리한테 알려달라고?] [수(水) : 당연히 우리도 모르지. 계약자, 네놈이 알아서 찾아라.]‘예?’
[수(水) : 예는 뭔 놈의 예야! 밥은 네가 떠먹어야지, 짜샤!]내 눈이 가늘어졌다.
이 넓어 보이는 세상에서, 정수 파편 한 조각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으라고?
이거 1년 안에 찾을 수 있긴 한 걸까……?
스슷!
일단 우리는 이 광활한 길을 내달렸다.
주변 곳곳에 마물들이 보였지만, 딱히 우리에게 다가오진 않았다.
‘제법 영특한 거지.’
다가오는 순간, 나와 배지민의 훈련거리로 전락하다 생을 마감할 테니까.
“스승님. 북쪽에 기운이 많이 뭉쳐 있어요.”
“응, 그쪽으로 가 보자.”
내 생각은 단순했다.
방법을 모른다?
그럼 마계의 생명체들을 족쳐서 물으면 된다.
만약, 걔가 모르면?
더 상급자를 잡아 족치면 되고, 그러다 보면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수(水) : 참 네놈다운 생각이로군.] [수(水) : 하지만, 마음에 들어. 훌륭하다.]‘아마.’
최상급 마왕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령계에서도 결국, 정령왕이 토(土)의 정수가 있는 곳을 알았으니.
스스슷!
우리는 계속해서 내달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목(木) : 잠깐.] [목(木) : 멈춰봐요.]우뚝.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후욱, 후욱!”
배지민 역시 호흡을 몰아쉬며 멈추어 섰다.
그래도 배지민이 대견한 게, 힘들 텐데도 티 하나 내지 않고 잘 따라온다.
그러면서 더욱 성장하겠지.
내 예상인데,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하이퍼 랭커권 안으로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목(木) : 조심하세요.] [목(木) : 저 앞에 결계가 쳐져 있네요.] [수(水) : 와우, 항상 느끼는 건데. 목은 너무 친절하다니까. 낄낄.] [목(木) : 잘못 갔다가는 둘이 엇갈릴 수도 있겠어요. 같이 가고 싶으면 서로 붙어 가세요.]‘정보 감사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인 내가 배지민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이 손 잡아라.”
“……예?”
화들짝 놀란 배지민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헛물켜지 말고. 결계 쳐져 있으니까, 절대 놓으면 안 돼. 걸을 때도 가능하면 내 그림자를 따라 걸어라.”
“아, 알겠습니다.”
내 입장에서 마계는 또 하나의 던전이었다.
아무리 강해도 던전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S급 헌터가 D급 던전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는 게 다 방심해서다.
하물며, 이곳은 성운급 단계에 올라선 최상급 마왕이 존재하는 곳 아니던가.
“후.”
속을 가다듬은 내가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
배지민은 내 말을 따라주긴 했지만, 의문 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태청심법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 미세한 결계를 어찌 찾아내었는지 궁금할 테고.
찾아냈다 해도, 그게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정확하게 아는 게 신기하겠지.
“…….”
저벅, 저벅, 저벅.
우리는 오묘한 아지랑이로 뒤덮인 길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역시나.
무언가가 있는 듯, 시야가 휙휙 뒤바뀐다.
휘이이잉!
어쩔 땐 눈이 오는 설산을 걸었고.
쿠과가가가!
또 어떨 땐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뚫어야 했다.
‘이런 게 상급 마왕 지역인가……?’
잭 스미스도 영토전에서 승리하자마자 지구에 합류하느라, 이 지역에 대한 정찰 자체를 아예 못했다고 했다.
즉 모든 인류 중 상급 마왕 지역을 제대로 돌아보는 게 우리가 처음이란 거다.
저벅, 저벅.
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걸음을 밟아나갔다.
우우웅!
이미 태청심법을 극대화한 상태였다.
걸음 하나하나에 따라 길이 휙휙 바뀐다.
자칫하다가는 영원한 미로 속에 빠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
목의 말이 맞았다.
진짜 길은 꽉 찬 느낌이라면, 그 곁에 있는 가짜 길은 속이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휙휙 바뀌는 그것을 틀린 그림 찾기 하듯 천천히 걸어 넘겼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
내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그만 손 떼어도 돼.”
결계를 무사히 통과하자, 드러난 곳은 새로운 도시였다.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산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각종 집과 성벽 그리고 거대한 성이 보였다.
‘오?’
오랜만에 업적 보상인가?
[보상이 도착합니다!] [기력이 1,000 증가합니다!]“스, 스승님. 방금 보셨어요?”
“기력 증가?”
“예. 무슨, 도시 하나 봤다고 기력이 1,000이나 증가해요?”
“원래 그래.”
정령계에서도 그랬지.
정령왕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기력 1,000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마계도 비슷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스승님도 참 대단하네요. 분명 조금 전에는 이런 도시는 코빼기도 안 보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발견한 거예요?”
배지민이 신기해했다.
아린이 내어준 책에서도 나오지 않는 정보 같은데.
‘그럴 수밖에.’
나는 정수가 직접 알려주거든.
“글쎄, 그냥 운이 좋은가 보지.”
내가 그저 미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보단 이제 집중해야 해. 최상급 마왕은 보통 놈이 아니야.”
“……그렇겠죠.”
크롭스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배지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음(無音)은 이제 완전히 익혔지?”
“예.”
“그럼, 가자.”
스슷!
내가 그림자를 밟아, 몸을 은신했고.
그 뒤를 배지민이 똑같이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우주 어느 공간.
쿠구궁!
각 티어별 대전 목록이 공지되었다.
초월자들은 각자 정수 사정에 맞게, 티어로 이동한다.
보통 갓 은하급이 된 새내기 초월자들은 아이언이나 브론즈에서 노는 편이고.
50개 이상을 모아 은하군급이 된 자들은 실버, 골드에서 주로 서식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곳은 플래티넘 티어의 매칭이 잡히는 곳.
[지구 vs 프랑] [리그가 곧 시작됩니다.] [후원자들은 한도에 따라 각 행성의 랭커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플래티넘 티어의 베팅 최소한도는 50개, 최대한도는 500개입니다.] [현재 배당률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초월자들은 마감 시간 전까지 베팅해 주세요.]“흐음 지구대 프랑이라.”
“끌끌, 신입 루키 대 수문장의 대결이구만?”
“결과가 어찌 될 것 같아?”
“막상막하지 뭐. 프랑은 플래티넘이랑 에메랄드만 벌써 4번 왔다 갔다 했나?”
“응, 절대 플래티넘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행성이야.”
술렁술렁.
초월자들이 지구와 프랑을 두고 저울질하며 평가하고 있었다.
고액을 베팅한 자들은 자신의 정수까지 써가면서 행성들을 유리하게끔 후원했고.
그 후원 내역들은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다만.
밸런스를 위해 각 행성 간 후원 정도는 비슷해야만 했다.
즉, 프랑 행성에 대한 후원이 적으면?
지구도 그만큼 밖에 후원할 수 없다.
“이번에 강화신이 지구 후원했던데?”
“그래? 근데 강화신 그 양반 정신 오락가락하잖아……. 타율도 별로던데. 그냥 프랑 찍을까?”
“당연히 프랑이지. 프랑은 플래티넘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고. 아무리 지구가 루키라 한들, 플래티넘 수준까지는 아니지. 이번에도 거의 파괴룡 빨로 올라간 거잖아?”
“……그건 맞지. 이번 게임에도 파괴룡이 등장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예상 승률은 대충 3:7이었다.
지구가 30%, 프랑이 70%.
이는 어쩔 수 없었다.
리그는 팀제로 진행된다.
즉 다섯 팀으로 나뉘어, 따로 겨뤄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주동훈 같은 인물만 다섯이 있었다면, 당연히 전부 다 지구를 뽑았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구에서 잘난 사람은 주동훈, 딱 하나뿐이었다.
“사실 주동훈이 특이한 거지. 지구는 진짜 신생이잖아? 사실 신생 행성에서 거성이 나온 것도 신기하긴 해.”
“게다가 프랑엔 성운급도 있다고. 이건 무조건 프랑이야.”
“에이. 이 우주에 무조건이 어딨어? 1년 안에 주동훈이 성운급이 될지 어떻게 알고. 주동훈은 무신 급이라고!”
“성운급이 뉘 집 개 이름이냐? 아무리 무신급이라 해도 본 리그 첫 경기는 얼타다가 떨어지는 거 몰라?”
왈가왈부.
초월자들이 떠들고 있을 찰나.
촤르륵!
이번에도 정수를 한 다발 들고 와 관리자에게 내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우주의 4대 무신, 네달람이었다.
“일곱 신의 정수, 500개를 지구에 건다.”
통 큰 한 방에.
“에에에에?”
“뭐야, 잰?”
“무신, 무신 네달람이다!”
“저번 챔스리그 우승자 네달람?!”
초월자들이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언더독인 지구에 올인하는 초월자가 있다니.
스윽.
하지만, 무신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쿨하게 돌아설 뿐이었다.
‘정수 벌기 참 쉽군.’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