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6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64화
주동훈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언제나처럼 익숙한 무릉도원의 정경이 펼쳐졌다.
“어, 길마님?”
마침 지나가던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마도사(White Magician) 도하랑이었다.
“마계 쪽에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이리 빨리 복귀하셨지……?”
“아아, 생각보다 일정이 잘 풀리고 있어서요. 혹시 잭은……?”
무릉도원 복귀는 잭을 통하지 않는다.
상급 마왕령에 비치된 마족들로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잭이 설정해 두었다.
“마왕이요? 당연히 훈련장에서 구르고 있죠.”
아.
그렇겠구나.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어르신이 가만 내버려 두고 있을 리 없지.
도하랑과 적당히 인사 후, 주동훈이 간 곳은 창조룡의 알이 있는 곳이었다.
“아흣!”
알 옆에서 졸고 있었는지, 침을 닦으며 일어나는 용기사를 무시한 채.
우우웅!
주동훈은 곧바로 기운을 불어넣었다.
창조룡아.
많이 배고팠지?
마음껏 먹으렴.
[기운을 머금습니다.] [아직 기운이 부족합니다.]창조룡은 파괴룡과 달랐다.
끊임없이 기운을 갈구하는 비나사와 다르게 살짝 새침데기 같달까?
일정량만 불어넣어 주면 그걸 가지고 안에서 혼자 잘 노는 듯했다.
‘그래도.’
너무 까먹으면 안 된다.
적어도 열흘에 한 번씩은 기운을 넣어줘야 한다.
“맷, 별다른 일은 없었지요?”
“아무렴요, 길마님.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잭부터 찾아가서 길마님께 전달하라 할 테니.”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드릴게요.”
창조룡의 성장 역시 정수들만큼이나 중요하다.
제대로 길들일 수만 있다면 향후 큰 전력이 될 테니 말이다.
볼일을 끝마치고 저녁 즈음 주동훈은 훈련이 끝난 잭을 만날 수 있었다.
땀 범벅인 잭이 주동훈을 보자마자 허허 웃었다.
“그거 봐라. 내 벌써 올 줄 알았지. 마계 가 보니까 보통내기가 아니지?”
자못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도와줄 게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라. 그래도 마계에서 몇 년 동안 구른 짬밥이 있으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들리긴 했어요. 잭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후후, 그래?”
마왕의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그 무적 같던 주동훈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할 만큼 마계는 삼엄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치열한 전쟁을 통해 상급 마왕에 오른 게 바로 자신이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스켈레톤 마스터.”
퉁퉁!
마왕이 왼손으로 가슴을 두 번 치며 말했다.
“내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마.”
“으음, 이게 말하기 복잡하긴 한데.”
“얼마든 말해라. 말했지 않은가. 마계에서 구른 짬밥이 있다고.”
“예, 일단, 마르바스가 마전 회의란 것을 연다고 했거든요? 거기서 모든 사도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만약 동의하지 않는 사도가 있으면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
마왕이 듣던 표정 그대로 눈을 껌뻑였다.
‘엉?’
마르바스?
그게 누구지?
‘설마 내가 아는 그 마르바스? 그 잔혹하기로 유명한 5사도 마르바스?’
에이,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마계의 천외천(天外天).
만나고 싶다 해도 함부로 만나주는 분이 아니다.
‘게다가 사도?’
상급 마왕인 잭 스미스에게도 ‘사도’라는 단어는 살짝 어색했다.
물론 ‘사도’가 최상급 마왕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평소 들어볼 수도 없을 만큼 아득하게 높은 위치인 터라, 누군가의 입으로 듣는 건 처음이었다.
“잠깐, 잠깐만.”
결국, 눈살을 찌푸린 잭이 고개를 털었다.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찌 알아듣겠나, 이 사람아. 그러니까……. 마르바스가 누군데? 마계에서 만난 마족 이름인가?”
“에? 마르바스 몰라요?”
주동훈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의 마계 짬밥을 무시하는 듯한 그런 눈빛.
“아니 아니, 그러니까…….”
잭이 머리가 아픈 듯 눈을 슬며시 감았다.
생각해 보니, ‘사도’랑 전쟁한다는데…….
마르바스가 그 마르바스가 맞을 수밖에 없잖아?
근데……. 진심으로 그게 말이 되나?
“네가 마계로 간 지 며칠이나 지났지?”
“이틀……. 정도 됐죠?”
그러니까!
무슨 간 지 이틀 만에 마르바스를 만나!
아니, 마르바스를 만났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거고.
또, 뭐? 마전 회의? 전쟁?
아무래도 다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좀 어지러워서 그러는데, 혹시 네가 말하는 마르바스가……. 그 5사도 마르바스를 말하는 게 맞는가? 최상급 마왕인?”
“예. 전 또……. 설마 했네요. 잭이 최상급 마왕 이름도 모르는 줄.”
“…….”
이런 미친?
진짜야?
마왕 잭 스미스가 기겁했다.
“설마 최상급 마왕령에 들어간 건가?”
“예.”
“어떻게? 거긴 허가 없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금지(禁地)인데…….”
“당연히 그냥 강제로 뚫었죠.”
“뭐……? 그 위험한 곳을 강제로 뚫고 갔다고? 가는 순간 비상 걸려서 온 병력들이 모여들었을 텐데? 허허, 웃음밖에 안 나오는군.”
아니.
그 전에 그 결계란 게 뚫고 싶다고 뚫을 수 있는 것이던가?
상급 마왕 중에도 그 도시에 들어가지 못한 마왕이 태반이다.
이제 갓 상급 마왕이 된 잭도 마찬가지였고.
“……흠, 그랬던 것도 같네요. 마르바스랑 병력들 다 오긴 했었죠.”
“아.”
잭이 현기증이 난다는 듯, 제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아니, 조심한다던 양반이.
들어간 지 이틀도 안 돼서 마르바스를 만나고 와?
“길마. 왜 이리 무모한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넌 우리 지구의 희망이다.”
“……하하핫.”
“그래서. 어찌 살아남았나. 마르바스가 전투엔 미치긴 했어도 성군이란 소문도 있더니, 그 점을 노렸나?”
“아뇨……. 뭐.”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랑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사실이니까.
“그냥 싸워서 이겼더니, 손님 대접해 주던데요?”
“…….”
잭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더니, 턱이 빠지라 열렸다.
한참의 설명이 끝난 후.
“그러니까. 배지민은 그곳에서 손님처럼 지내고 있고, 마르바스는 그 마전 회의인가 뭔가를 열러 떠났다? 그래서 시간이 난 참에 날 보러 온 거고?”
“정확하네요.”
“거기에 더해, 기회가 되면 전쟁을 해서 날 최상급 마왕으로 만들고 싶다?”
“예, 퍼펙트.”
“이런 미친!”
평소 욕을 않던 잭이 흥분해 날뛰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앞으로 열릴 리그도 사지나 마찬가지인데, 왜 굳이 또 다른 사지로 뛰어들려 하는 거냐!”
“아뇨, 발상을 다르게 해야죠.”
“…….”
“우리 배치 고사 마지막 때, 크롭스 기억하시죠? 만약 다음 리그에 그런 존재가 나타나면 마왕은 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거신(巨神) 크롭스.
그때의 그 끔찍한 모습은 아직도 랭커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이들이 끊임없이 훈련하는 이유도 그거였다.
살기 위해서.
그런 끔찍한 것들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하지만 최상급 마왕들은…….”
그런데, 잠깐만.
그 최상급 마왕을 주동훈이 어떻게 이겼지?
마르바스와 싸워서 이겼을 정도면, 정말 해볼 만한 것 아닐까?
“크흠.”
잭 스미스가 헛기침했다.
사실, 이것은 굴러들어 온 복일지도 모른다.
자신 혼자였으면 평생 상급 마왕이었을 것을.
주동훈과 별천지, 그리고 지구의 랭커들이 다 같이 가 싸워준다면?
그것을 통해서 최상급 마왕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엄청난 기연 아니겠는가?
다만.
“전쟁은 많은 희생이 따를 거다.”
“……그 희생이 없다면, 다음 리그에 치러야 할 희생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요.”
“…….”
“그냥 제 마인드가 그렇습니다.”
어느 날 고유 능력이 제대로 각성하고, 수많은 시련이 들이닥칠 날부터.
주동훈은 빼지 않았다.
그 어떤 위기가 와도 정면으로 부딪쳤고, 그 결과 성장할 수 있었다.
“고통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어요. 어려운 것에 도전할수록 그 성과도 큰 법입니다.”
“그래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직 결정 난 것은 아니지 않나? 마전 회의인가 거기서 수락이 되면 괜찮은 거라며.”
“그렇죠.”
“그럼, 만약 거절되었을 때, 그때 다시 얘기해 보자. 그전까지 나도 한번 멤버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겠다.”
“좋아요.”
무릉도원에서 하루 정도 휴식 후, 창조룡에게 아침 기운까지 싹 넣어주고 다시 마계로 출발했다.
“길마님! 금방 온다면서 왜 이제 오세요!”
혼자 훈련하느라 서글펐는지, 빽빽거리는 배지민을 잘 달래주었고.
우리는 계속해서 훈련을 시작했다.
‘더 강해져야 해.’
지금도 예전에 비하면 말도 안 될 만큼 강했지만.
이 우주는 그보다 더없이 크다.
또한 이 우주는 강자존이다.
약한 자의 말은 들어주지 않는다.
‘절대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야 해. 그래도 그 위에 누군가가 있는 게 바로 이곳 우주야.’
화르륵!
화(火)의 힘부터 천천히 개방했고.
수(水), 목(木), 금(金)을 거쳐.
콰드드득!
토(土)의 힘으로 마무리했다.
다섯 개의 기운을 순차적으로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기력이 거의 남지 않는다.
결국.
정수의 힘은 비상시 필살기로만 사용해야 한다.
아~주 나중에.
모든 정수의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었다.
‘잘 조절해야지.’
이번에도 충분히 느꼈다.
마르바스와의 싸움 후, 그의 군대를 맞닥뜨렸을 때, 솔직히 말하면 위기였었다.
군단장들이 그냥 밀고 들어왔으면, 별다른 대항도 못 해보고 죽거나 잡혔을 거다.
정수의 힘을 너무 막 써서, 제대로 싸울 수가 없는 상태였으니까.
이제는 그렇게 막무가내로 싸우면 안 된다.
만술(萬術)을 토대로 하되, 중간중간 살짝씩 정수의 기운을 섞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것을 되뇌며, 주동훈과 배지민은 계속해서 합을 겨루었다.
그렇게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런 제기라아아아아알!”
마르바스가 씩씩거리며 궁전 내부로 들어왔다.
당연히 배지민과 주동훈이 버선발로 나갔다.
“왜, 무슨 일인데.”
주동훈이 묻자.
“아니, 모든 사도들이 승낙했는데 왜 2사도! 하필 2사도만 거절하냐고! 3사도나 4사도도 아니고 하필 2사도가!”
2사도?
2사도면……. 아가레스인가?
“후, 친우여어어어.”
손님이었지, 언제 친우였다고 마르바스가 친한 척을 해왔다.
“왜 이래? 부담스럽게.”
주동훈이 뒷걸음질 치자.
“어차피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2사도가 거절한 이상 끝이야. 혹여 네가 날 친다 해도? 소용없을 거다. 어차피 2사도는 거절할 테니까.”
아아.
마르바스가 친한 척하는 이유가 있었다.
혹여 자신이 그를 공격할까 걱정했기 때문.
“거절 사유가 뭔데?”
“마전 회의에서 안건을 내면 그 이유를 말하게 되어 있다. 그곳에선 절대 거짓을 말할 수 없지. 거기서 솔직히 말했다.”
“솔직히?”
“응, 마왕이 아닌 다른 존재가 그곳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어차피 거짓을 말하면 다 들통난다니까?”
하긴.
우리도 권탐지 같은 애가 있는데.
마계라고 없을까.
“그래도 다행히 1사도 바알께서는 혹여 마신의 부활 가능성이 있으니, 열어주자고 하는데……. 2사도가 어차피 다 의미 없다고 한다. 특히나, 외부인에게 그 의미 있는 곳을 열어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서. 내가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흠, 틀린 말은 아니네.”
우리도 그럴 거다.
국보나 유물이 모여 있는 국고에 생판 모르는 해외인을 들이자면 거부감이 드는 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본인 역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잠이 안 오는 성격이다.
“……후후.”
주동훈이 나직이 웃었다.
“그럼 2사도를 쳐야 하나?“
외부인에게 열어주는 게 말이 안 되면?
외부인이 아니게 되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