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6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63화
솔직히 이젠 진짜 모르겠다.
믿었던 정수들도 현 사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보였으며.
마전 회의니 뭐니, 마계의 생태계도 꽤나 복잡해 보였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세상 어느 곳이든, 힘이 있으면 모든 문제가 제법 손쉽게 해결된다는 것.
특히나 이곳 마계는 지구보다 더 힘의 논리에 치중해 있는 것 같았다.
당장 지금만 봐도, 마르바스를 이겼다는 이유로 손님 대접을 받고 있지 않던가.
그와 어떠한 교감을 이루었다든가, 도움을 주고받았다든가 하는 것도 없다.
그저 싸워서 이겼다고 이런 대우다.
“여기가 광활지인데. 도대체 뭘 보여주겠다는 거냐?”
마르바스가 데려온 광활지는 말 그대로 광활했다.
나무 하나 없이 척박한 땅이 저 지평선 끝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딱 주동훈이 원하는 장소였다.
“기다려 봐.”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화르륵! 지팡이를 생성했다.
그러고는.
투웅!
가볍게 바닥에 내리꽂았다.
동시에.
쿠과가가가가가!
사방에 엄청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나하나가 다 성좌급 이상인 주동훈의 수하들.
뼈일이부터 뼈십, 어르신까지 단번에 이곳으로 소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쿠구구구……!
그뿐이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연결되어, 주동훈의 의사를 읽은 스켈레톤들이 각각 자신의 수하들을 복제하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드득!
광활지 밑에서부터 하얀 뼈가 솟구친다.
솟구친 뼈들이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생성된 무기를 쥐고 형형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스켈레톤 마스터 아래.
10구의 스켈레톤 엠페러가 있었고.
그 아래 100구의 스켈레톤 킹이 생성되었다.
스켈레톤 킹만 해도 벌써 SS급 존재였으며, 그 아래 있는 1,000구의 스켈레톤 로드(S급)들이 또 각자의 수하들을 불러낸다.
후두둑, 후두두둑!
증식되는 속도가 엄청나지자, 마르바스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히익, 이게 다 뭐냐.”
“뭐긴 내 군대지. 이것뿐만이 아냐. 부를 수 있는 병력이 더 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이 미친 인간아!”
마르바스가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쳤다.
“이거 웃긴 인간 아니야! 저 병력으로 날 치겠다고 해놓고, 그걸 왜 내 앞에서 보여주는 건데?”
“한번 보라는 거지. 우리가 싸우면 어떻게 될지.”
마르바스는 주동훈의 말의 요지를 파악했다.
일단, 보스끼리는 결판이 났으니 제쳐놓고.
수하들끼리 어떨지 비교를 해보라는 거다.
일종의 선전포고 비스름한 개념.
‘일단.’
침을 꼴깍 삼킨 마르바스가 섬뜩한 눈으로 병력들을 스캔했다.
이미 성운급에 다다른 마왕이기에, 저들의 능력을 보긴 쉬웠는데…….
‘아니, 무슨?’
다 좋았다.
가장 최측근에 있는 10구의 스켈레톤이 범상치 않은 성좌급인 것도 이해하겠다.
그런데.
‘무슨 놈의 무기가…….’
열 구의 스켈레톤들이 들고 있는 무기.
그 무기에서 상당히 초월적인 냄새가 났다.
자신의 경지보다 한참 위에 있는 존재가 건들고 간 느낌.
저런 무기를 들고 우리 마르바스령의 백성들을 향해 달려오면?
‘크응.’
마르바스가 코를 찡그렸다.
솔직히 군단장들의 힘으로 막아내기 버거울 것 같았다.
‘심지어.’
힐끗.
마르바스가 주동훈을 쳐다봤다.
‘저자들과 이어져 있는 기력의 끈.’
과연 최상급 마왕일까?
엄청난 통찰력으로 한 번에 파악했다.
‘저 뼈다귀들을 다 처치해 봐야 소용없겠네.’
왜냐.
저 본체를 죽이지 않는 한, 적은 기력으로 되살아날 터이니.
‘진짜 개 사기 아냐?’
본체를 죽이지 못하면, 무한히 생성되는 군대라.
이 정도면 정말 4사도나 3사도까지도 노려볼 만하지 않던가!
게다가 또 하나의 문제는 자신이 저 본체를 죽일 수 없다는 거다.
죽이려 하면 또 이상한 힘으로 자신을 옭아매려 하겠지.
“후.”
상황 파악을 끝낸 마르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놈이 혼자가 아니란 건 인정한다. 또한 충분히 우리 도시를 수복할 수 있단 것도 인정하지.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 게 없었다면 굳이 이런 걸 보여주기도 전에 전쟁을 시작했을 테고…….”
“응?”
주동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원하는 거라니. 말했잖아. 이거로 전쟁한다고.”
“……그러니까 누구. 설마 나?”
주동훈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마르바스가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그래도 내가 손님으로까지 대접했는데 면전에다 대고 날 친다고?”
“응. 난 원하는 게 있으면 꼭 얻어내야 하거든.”
“그걸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해? 이런 마족보다 더한 새끼!”
마르바스의 얼굴이 일순 무너져 내렸다.
세상에 이런 악마가 어디 있는가!
저놈을 보면 마족들이 더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그러지 말고, 일단 내가 최대한 협조해 볼 테니, 참아보는 건 어떠냐?”
결국, 마르바스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싸움?
좋다.
하지만 자신의 백성들이 자신의 투지로 인해 행복한 삶을 잃어야 하는 것은 끔찍했다.
그렇다.
마르바스는 성군이었다.
“협조?”
주동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래. 내가 다시 마전 회의 열어서 거기 한번 들어가 보면 되잖아! 대신전에서 네놈이 찾는 게 있나 한 번 더 살펴보지 뭐. 그러면 되는데, 우리끼리 싸워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고.”
“……만나자마자 싸움부터 걸었던 놈이 무슨?”
“그건 심심해서 그랬고, 어쨌든! 그리고 솔직히 저 병력으로 나는 몰라도 다른 사도들은 버거울 수 있다고! 그러다가 다른 사도들이 마전 회의에서 거절이라도 하면 어쩌려 그래?”
“그럼 그 사도랑도 전쟁을 치러야겠지.”
솔직히 난 아직 배고팠다.
더 많은 강자랑 싸우고 싶었고.
그것을 통해 정수의 힘을 익숙하게 다루고 싶었다.
“이런 미친! 그게 안 될 거라니까? 차라리 사도들이랑 친한 내 도움을 받는 게 더 편한 길이지!”
“후.”
주동훈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르바스를 치고 잭 스미스를 5사도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똑같다.
잭이 협조하나, 마르바스가 협조하나 결과는 같을 것이기 때문.
오히려 그의 말마따나 오랫동안 최상급 마왕들과 교류를 해왔던 마르바스가 더 도움이 되겠지.
‘게다가.’
정말 4사도 이상이 그만큼 강하다면, 본인이 움직여도 무모한 상황이 될 게 뻔하다.
굳이 지름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을 터.
‘일단은 훈련보다 월의 정수를 얻는 게 먼저야.’
오케이.
생각을 마친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나야 도와주면 굳이 너와 싸울 이유는 없지. 나도 사실 평화를 사랑하긴 해.”
“흥, 뼈다귀 같은 놈.”
뭐라 욕했지만, 대미지가 일도 없다.
스켈레톤 마스터에게 뼈다귀는 칭찬이니까.
마르바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마전 회의부터 소집하러 가 볼 테니, 빨리 저것들 다시 넣어둬.”
“저것들?”
“그래, 저놈들!”
마르바스가 형형한 눈빛으로 대기하고 있는 스켈레톤들을 가리켰다.
픽.
주동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기세를 무섭게 해달라고 생각했더니, 진짜 열심히 연기해 준 고마운 녀석들과 어르신.
‘감사합니다.’
퉁!
한 번 치자.
후드드득!
한꺼번에 바닥으로 흩어지며, 종국에는 사라져 버린다.
“그럼 부탁해, 마르바스.”
“알겠다, 이놈아!”
역시.
협상은 힘으로 하는 게 제일 잘 먹히고 편하다.
마르바스가 기다리라면서 어디론가 떠났다.
나와 배지민은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한 3일 차쯤 되었을까?
“잠깐 무릉도원에 좀 다녀올게.”
“혼자요?”
“금방 다녀올 거야.”
사실, 마계에만 계속 죽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정수를 빨리 얻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걸리면 무릉도원에도 들려줘야 한다.
왜냐.
창조룡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야 하거든.
파괴룡도 그렇고, 창조룡도 그렇고.
내 기운을 받아먹어야, 나중에 깨어났을 때 날 주인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 기력의 양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부화가 늦어진다.
“그러세요. 저 혼자 훈련하고 있을게요.”
“응.”
“스승님, 근데 혹시…….”
배지민이 눈을 흘기며 물었다.
“응?”
“무릉도원 간다고 하고 이상한 데로 새거나 하는 건 아니죠?”
“뭐래. 시끄럽다.”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쟤는 저번부터 저런다.
자꾸 서큐버스를 조심해야 한다느니…….
이곳의 마왕도 어쩌지 못하는 이 몸을 마족 따위가 건들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지구로 복귀하는 법은 간단하다.
결계를 나가 다시 잭 스미스령으로 이동하면 된다.
그곳에 마왕군 직원이 상주하고 있고, 그에게 전달하면 마왕이 직접 데리러 온다.
“후.”
우리 창조룡이.
사람 귀찮게 하는 만큼, 나중에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지?
‘딱 비나사만큼만 커라.’
그러면 이것보다 더 귀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을 테니.
쿠구궁!
제1 사도 바알의 성지.
“흐음.”
그가 옥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왼손으로 턱을 괸 채,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마르바스가 마전 회의를 신청했다고?”
“그렇습니다.”
바알의 부하, 발레포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임에도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는 마족.
그 역시 마르바스에 견줄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최상급 마왕이 딱 다섯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그 역시 6사도였으리라.
“안건은?”
“대신전에 입장하고 싶답니다.”
“대신전에?”
바알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신전은 마신이 봉인된 곳.
당연히 최상급 마왕 전원은 그곳에 들른 적이 있었다.
‘거길 왜 들어간다는 거지?’
그곳은 아무것도 없다.
옛 마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석상 하나만이 모셔져 있고, 그 외에는 텅 빈 공간이었다.
그저 상징적인 곳이었다.
이미 마신이란 존재는 오랜 세월에 거쳐 부식되듯 사라졌고, 대신전이라는 곳도 마계에선 잊힌 구역이었다.
“막내가 심심하긴 심심한가 보구나.”
끌끌.
바알이 조용히 혀를 찼다.
‘하긴.’
마계가 조용하고 심심하긴 하지.
원래 같았으면, 우주 온 세상을 오가며 약자들의 영혼을 갈취하고 깽판을 치는 재미로 살았을 텐데.
초월자들에게 점령당한 이후, 외곽에서 조용히 살 수밖에 없는 마왕들에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 이곳 마계였다.
특히나 바알은 더 그랬다.
1사도로서, 그의 성지에 들어오는 마족이 거의 없었으니까.
“재미있겠군. 어차피 우리 모두의 동의를 받으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할 터.”
바알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굳이 어려운 절차를 거쳐 기어들어 가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스윽.
바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전 회의를 열어라.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최상급 마왕들에게 이곳, 나의 성지로 집결토록 하여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수하, 발레포르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