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6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65화
“네가 2사도를 치고 싶다 하면 말리진 않겠다.”
마르바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 역시 네 녀석을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했었으니……. 네가 쓰는 그 힘에 또 다른 포텐이 있을 수도 있겠지. 다만 내가 진짜 조언해 준다면 3사도를 한번 찾아가 봐라.”
“3사도?”
“응, 2사도와 사이가 굉장히 나쁘거든.”
“호오?”
그 말인즉슨, 2사도를 칠 거면 3사도의 도움을 받아라?
그게 가능하다면야 나쁘지 않은 보험이긴 한데…….
“3사도가 외부인이고 마왕도 아닌 날 도울까?”
주동훈의 질문에 마르바스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이번 회의에서도 제일 이 갈았던 게 바사고야. 그 역시 무료함 속에서 마신의 부활만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흐음.”
“아마 아가레스를 죽이러 간다고 하면, 나처럼 극진한 손님 대접을 해줄걸?”
“그으래?”
“원한다면 내가 전서는 보내놓을 수 있어. 원해?”
“흐으으음.”
아무래도 2사도 아가레스는 인기가 없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3사도도 싫어하고, 여기 마르바스도 이렇게 죽이라고 등 떠미는 걸 보면.
“다만 걱정되는 게 있는데.”
“말해봐라.”
“혹여 내가 2사도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너희 사도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나?”
“우리?”
마르바스가 시원스레 씨익 웃었다.
“우리야 새로운 강자의 출현은 언제나 환영하지. 마계의 전력이 강해지는 건데.”
“마왕들끼리 우정 같은 건 없는 거야?”
“……우정은 무슨.”
피식, 마르바스가 웃었다.
“뒤에서 칼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아무리 사람과 비슷하게 살고 있다 해도 마족은 마족이었다.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
이런 것들이 기본 패시브로 장착된 존재들.
다만 하나.
사도들끼리 죽이 맞는 게 있다면, 모두가 마신을 기다리고 사랑한다는 거다.
아가레스는 그 표출 방식이 달랐을 뿐, 그 역시 마신이 나타난다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겠지.
“어쨌든, 네가 우리 지역을 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바사고의 도시로 가는 길은 알려줄 수 있다. 서비스로 서신도 보내 둘 수 있고.”
“허튼수작이면 알지?”
“네놈의 군대를 봤는데, 허튼수작을 부릴 리가 있나. 마왕들이 천성적으로 뒤통수를 잘 때린다고 해도 그게 멍청하다는 의미는 아니야.”
“그래, 그럼.”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 좀 할게.”
마르바스와는 인사를 마치고, 배지민과 출발 준비를 했다.
가는 길에 대한 위치 정보는 지도로 받아두었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르바스의 주민들이 일제히 나서 환호했다.
손님을 향한 열렬한 배웅.
‘쩝.’
주동훈이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여기는 치기 힘들 것 같았다.
호의로 다가오는 자들에겐 호의로 돌려주는 것이 그의 신조이니까.
[수(水) : 마르바스 저 녀석은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 참.] [수(水) : 줄을 잘 타.] [수(水) : 상황 파악도 빠르고.]‘마르바스를 아세요?’
[수(水) : 알지.] [수(水) : 월 녀석이 굉장히 아끼는 놈이었거든.] [수(水) : 그땐 참 어렸었는데.]‘그럼 아가레스는요?’
[수(水) : 그놈?] [수(水) : 보니까, 여전하네! 뭐.] [수(水) : 눈치도 없고, 싹수도 없고. 쯧.]흠.
사실 2사도를 공격함에 있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바로 월(月)의 존재다.
그가 사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없어서.
[수(水) : 끌끌.] [수(水) :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 계약자.] [수(水) : 그딴 곳에 꼭꼭 숨겨둔 월, 그 녀석 잘못 아니겠어?] [수(水) :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행해. 언제나처럼.]하긴.
수의 말이 맞다.
모든 것을 다 챙기면서 가기엔, 여정이 험하고 시간도 없었다.
“마르바스. 이만 가 본다.”
“고마웠어요!”
주동훈과 배지민이 손을 흔들며 마주 인사해 주었고.
“아.”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마르바스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아니다.”
“응?”
“바사고에 대한 건데……. 그 형님 성격이 좀 기괴해서. 아마 만나 보면 알 거야.”
그러면서 음흉한 표정을 짓는데…….
‘뭐지?’
살짝 불안한 주동훈이었다.
“으음.”
떠나가는 주동훈과 배지민의 뒷모습을 팔짱 낀 마르바스가 아련하게 쳐다봤다.
그런 그의 옆으로 다섯 군단장이 정렬을 갖추어 등장했다.
“마르바스 님. 명하신 대로 전서를 보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그래, 잘했다.”
대답하면서도 시선이 전방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1군단장이 물었다.
“도대체 누구일까요?”
“저자, 말이냐?”
“예,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어찌 마족도 아닌 자가……. 마계에서 저런 힘을.”
“나도 모르겠다.”
마르바스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다만 확실한 건, 조만간 이 심심하던 마계에 거친 피바람이 불겠다는 거지. 클클.”
그리고 아주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웃더니, 뒤를 돌아 군단장들을 응시했다.
“혹시 모르니, 전쟁 준비를 철저히 준비토록 하여라.”
“서, 설마. 저자를 역으로 치실 생각이십니까?”
“엥……? 미쳤냐?”
“예?”
“쯧쯧, 이렇게 시류를 읽지 못해서야. 아직도 멀었구나. 이번 마전 회의에서 동의 표가 4개나 나왔어. 그것만으로 저자의 정당성은 확보되었다. 그 상황에서 거절 표를 던진 2사도와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되겠어?”
“자,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그냥 전쟁 준비나 해, 이 자식아. 이상한 판단하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마르바스는 재미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자가 나타난 것도 재밌었고.
그런 그가 마신을 언급한 것도 좋았다.
옛날 옛적.
마신과 함께할 때 이후로, 이렇게 신났던 적이 있던가?
‘어쩌면 정말로.’
마신께서 부활할지도 모르겠구나.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마르바스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또한 만약 부활한다면?
그게 그 주동훈이란 자가 트리거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하니.’
일단은 최대한 잘 보이려 해봐야지.
암.
“읏차!”
“후욱, 후욱!”
주동훈과 배지민은 그림자를 밟으며 이동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기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육체의 힘만으로 달린다는 것?
그런데도 둘은 엄청난 속도를 냈다.
주변의 광경이 1초에 한 번씩 휙휙 바뀔 정도였다.
“우와 예전에는 이 정도 달렸으면 폐가 터질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제법 달릴 만한데요? 후욱.”
“지민아.”
“예, 스승님!”
달리는 배지민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주동훈이 빙그레 웃었다.
“말할 시간에 집중해서 달려라. 아무래도 속도가 좀 느린가 보다?”
“으헉, 자, 잠깐만요!”
쐐애애액!
스승님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
배지민이 기겁했다.
기력을 쓰면 당연히 스승님이 자신보다 더 빠르겠지만, 지금은 오직 육체만 쓰고 있다.
사람이 내는 근력과 관절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터인데…….
‘아.’
참, 까먹었네.
우리 스승놈은 사람이 아니지?
“같이 가요!”
배지민이 더욱더 빠르게 발을 내디뎠다.
허벅지가 폭발할 것 같은 느낌에 입술이 저렸다.
기력 한 톨만 쓰면 어떨까? 싶은 유혹이 순간마다 찾아왔지만 그럴 수 없다.
꼼수는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스승 때문이다.
‘그래도.’
후, 호흡을 뱉어내며 배지민은 생각했다.
이 체력단련은 제법 성과가 있는 훈련이었다.
스승님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
기초.
기력에만 의존하다 보면, 잘 느끼지 못하는 육체의 움직임을 이 체력단련에서는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계속 강해지는 게 느껴지니까.’
둘은 계속해서 달렸다.
쉬는 시간도 없었다.
배지민이 잘 따라오지 못할 때, 주동훈이 살짝 속도를 줄여주는 게 다였고.
덕분에 배지민은 온몸의 근력을 극한까지 끌어다 써야 했다.
헉헉이 헥헥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꺽꺽으로 바뀔 때까지.
“거 봐. 아직 멀었잖아. 고작 이거 달리고 지치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말은.”
“……꺼억, 꺼억!”
대답할 여력도 없다.
벌린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왔다.
체면?
차릴 수 있는 정신 자체가 없었다.
“커헉, 그만……. 스승님!”
솔직히 10시간은 넘게 달린 것 같은데.
기력 하나 안 썼는데, 그것 가지고 지친다고 뭐라 하는 건 너무 하잖아요!
불만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본인이 눈앞에서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는데, 어찌 반박할 수 있을까.
“제발 그만요!”
타앗!
배지민의 간절함이 먹혔을까.
주동훈이 그림자를 밟던 것을 멈추었다.
“허억?”
끼기기기긱!
달리던 관성을 멈추느라, 배지민이 발을 쭉 뻗었고.
쿠과가가가!
그 사이로 크레이터가 생기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기력 한 톨 없이 만들어낸 결과.
그냥 둘 다 초인들이 따로 없었다.
“잠깐만.”
스윽.
주동훈이 문득 자세를 낮추었다.
“왜, 왜요? 어?”
배지민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척?’
우우웅!
누군가 있음을 느낄 찰나, 곧바로 태청심법을 끌어올려 온몸을 정화했다.
기력이 대단한 게, 몸에 들어오자마자 피로함이 싹 사라지고 호흡이 안정되었다.
“지도로 보면 분명히 이 부근이 맞는데.”
주동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바사고의 도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왜 살기가 이렇게 진득하지?”
그 순간.
피이이잉!
저 멀리서 독을 한가득 품은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쇄도했다.
“뭐, 뭐예요?”
스릉!
배지민이 칼을 뽑아 올렸다.
올 마스터의 영령.
그녀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하는 은하군급의 무기였다.
“쯧.”
눈살을 찌푸린 주동훈이.
쿠웅!
금(金)의 힘을 이용한 방패를 만들어 그것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앙!
제법 강력하게 부딪히는 화살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좋은 의도를 담고 있다 보기엔 힘들었다.
“어떤 세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랑 한번 해보려는 거 같은데?”
“진짜 이놈의 마족들은.”
배지민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어딜 가든 보자마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래요?”
초반에 봤던 개미 사자도 그렇고, 마르바스도 그렇고.
또 이번에는 화살 세례?
핑, 피비비비빙!
“스, 스승님. 이번엔 좀 많은데요?”
“그래봤자야.”
투웅!
가볍게 뛰어오른 주동훈이 방패를 털었다.
콰가가가강!
거의 날아오는 화살들을 때려서 막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쐐액! 쐐애애애애액!
슈슈수수수수수!
이번엔 화살이 거의 비처럼 쏟아진다.
“어, 어어?”
주동훈이 멋쩍은 표정으로 살짝 당황했다.
“이건 좀 선 넘는데?”
“스, 스승님 빨리!”
“일단 이쪽으로!”
콰드득!
주동훈이 금(金)의 방패로 우산을 만들었고, 그것을 땅에 박았다.
그 안으로 일단 대피한 후, 기운을 끌어올렸다.
파스스스…….
중심부부터 원형으로 얇게 퍼져나가는 태청심법의 기운.
뭐야?
잠깐만.
어……?
그 기운이 커져 나갈수록 주동훈의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
“왜, 왜요.”
“이거 많아도 너무 많은데?”
어느덧 이곳 공간 자체가 활 든 악마들로 한가득 차 있었다.
아마 개미 군단도 이것보다는 적으리라.
심지어 저들이 약한가?
그것도 아니었다.
곳곳에는 성좌급 인물들도 보였으며.
간혹가다 거성(巨星)들도 보였다.
‘미친.’
정말 이놈의 마계는……. 바람 잘 날이 없구나.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