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6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66화
“어떡하죠?”
엄청난 수의 화살에 질린 배지민이 당황한 눈으로 주동훈을 바라봤다.
“어떡하긴, 싸워야지.”
“으아아, 진짜요?”
“그럼 이렇게 계속 맞고만 있을 거야?”
콰드드득!
방패 우산 아래 있던 주동훈이 바닥에 손을 집어넣었다.
토(土)의 힘.
그 엄청난 대지의 힘이 지형을 비틀기 시작했다.
주동훈을 중심으로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오히려 주변 마족들의 땅이 꺼지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드!
어스퀘이크를 능가하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후.”
주동훈이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응시했다.
높아진 고도 덕에 적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당연히 높은 곳으로 쏘아대니, 화살의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와…….”
배지민이 찐으로 감탄했다.
“요새 들어 스승님의 능력이 거의 전지전능에 근접해 가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응, 착각이야.”
전지전능은 개뿔.
벌써 기력의 절반이 날아갔다.
정수의 기운을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지만, 방금은 어쩔 수 없었다.
몇몇 화살들이 엘드린이 쏘는 것보다 더 정밀하고 강했기 때문.
“크하하핫! 제법 수를 쓰는 놈이렷다?!”
그때 머리에 뿔 달린 마족이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더니, 끼이익! 활의 시위를 당겼다.
“이것도 한 번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뭐야, 쟤는.
쟤가 이곳의 리더인가?
“받아주지.”
화르륵!
주동훈 역시 시뻘건 활을 소환해 시위를 당겼다.
화륵, 화르르륵!
화(火)의 정수가 담긴 불꽃 화살이 시위에 걸렸다.
“크하핫! 설마 이 몸을 보고도 반항하는 건가?”
쐐애애애액!!
녀석이 활을 쏘아대며 쩌렁쩌렁 외쳤다.
“내가 바로 바사고 제국의 3군단장! 마궁(魔弓) 로노베다!”
주동훈이 픽 웃었다.
“마궁이고 나발이고.”
제법 거성(巨星)급 힘을 가진 놈이었지만, 궁금하네.
이 정수의 힘을 담긴 화살을 받아낼 수 있을지.
티잉!
주동훈 역시 시위를 놓았다.
고무줄처럼 가볍게 튕기며, 쏘아지는 화살.
그 화살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으허엇?”
태풍 같은 기세로 날아오던 녀석의 화살이 단숨에 불탔으며, 이내 녀석의 옆구리 살을 단박에 태워 버렸다.
“끄아아앗!”
당황한 녀석이 옆구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도 대단한 게.
아직도 펄럭이며 비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주동훈이 입을 열었다.
“다짜고짜 우릴 공격한 이유가 뭐냐?”
분명 바사고 제국이라 했다.
바사고는 3사도의 이름.
분명 마르바스의 서신을 받았을 텐데, 이렇게 공격한다고?
“크으읏. 어리석은 놈. 싸우는 마당에 그걸 묻는다고 알려줄 것 같으냐?”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끼이익!
주동훈이 다시 시위를 당겼다.
“바사고 쪽이라 해서 일부러 안 맞히고 살려뒀더니, 뭐? 어리석은 놈? 진짜 죽고 싶어?”
“만용 부리지 말아라! 감히 바사고 님의 이름을 듣고도 겁도 없이 머리를 쳐들고 있다니! 제법 한 수 하는 놈인 것 같으나, 여기에 나 혼자 있는 줄 아는가?”
흠.
주동훈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네.”
2사도는 개뿔.
그냥 3사도를 치자.
전쟁은 여기랑 하는 거다.
화르륵!
활을 지팡이로 변경한 후, 수하들을 소환하기 위해 내려치려 할 찰나였다.
퍼어억!
“야이 병신 새끼야.”
으응?
누군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욕설하며, 마궁 로노베의 대가리를 내려쳤다.
웃긴 건, 그 내려치는 무기가 바로 부채라는 거다.
“끄악!”
비명을 지른 로노베가 기겁하여 외쳤다.
“채, 책사님?”
책사?
촤르륵!
웬 중국에서나 볼법한 도포 같은 것을 입고, 부채를 유려하게 펼치는 존재가 등장하자.
화살이 멈추었다.
살기 가득하던 바사고의 군대가 단박에 기세를 죽였다.
“뭐, 뭐죠?”
당황한 배지민이 책사란 존재를 바라봤다.
“시, 실눈?”
“응? 그게 뭔데.”
주동훈이 묻자, 배지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누, 눈을 봐요. 눈이 거의 없다시피 하잖아요.”
외형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게 왜?
“옛날 커뮤니티에서 본 적 있어요. 원래 실눈 캐가 엄청 세다고요. 저 존재. 뭔가 엄청난 존재임이 틀림없어요.”
“…….”
뭐래냐, 얘는.
근데,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강해.’
저 거성(巨星)인 로노베를 단숨에 휘어잡을 만큼.
태청심법으로 기력이 제대로 감지되지 않을 만큼.
책사라는 존재는 강했다.
“로노베.”
“예, 예?”
펄럭!
당황한 표정의 마궁이 날개를 뒤로 말아 올렸다.
단박에 쭈그리가 된 그의 표정은 분명 겁에 질려 있었다.
“내가 분명 바사고 님의 귀한 손님이라고. 제대로 모시라 했을 텐데?”
“……그래서 분부대로 했지 않습니까.”
“뭐?”
“제대로 모시라는 말이……. 제대로 조져서 데려오란 뜻 아니었습니까?”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라고는 말했지만, 책사가 큼큼 헛기침했다.
생각해 보니, 평소에 유희로 누군가를 조지고 싶을 때 제대로 모셔오란 표현을 자주 썼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진짜 제대로 모시려는 거였다. 이분은 5사도 마르바스 님의 귀한 손님이시거든.”
“허억! 저, 정말입니까? 제가 몰라뵈었습니다!”
펄럭!
로노베가 날개를 다시 펴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
이게 뭔 상황이지?
주동훈과 배지민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놈의 마계는.
그것도 최상급 이상부터는 제정신인 존재가 없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어디 하나 다 나사가 빠져있는 느낌?
“실례했습니다.”
스윽.
책사라는 존재가 부채를 접더니, 배꼽 아래로 내림과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이번 마전 회의를 열었던 주동훈 님 맞으십니까?”
“예……. 맞는데요?”
잠깐 동안 바사고를 칠까 고민했던 주동훈이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바사고 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모시겠습니다.”
흐음.
어떡할까?
이런 나사 빠진 애들과 함께 2사도를 치는 게 맞는 걸까?
라고는 하지만, 이번에 전력을 확실히 느꼈다.
수많은 군대의 화살 세례.
그리고 책사를 포함한 저 군단.
3군단장이라 했으니, 저런 군단이 또 무수히 많다는 거겠지?
‘왜 마르바스가 힘들 거라 했는지 알겠네.’
최상급 마왕령부터는 진짜 천외천(天外天)이었다.
지금 상태로 녀석들과 전쟁을 벌이면 백 중 백 패배할 터.
“후, 그러시죠.”
어깨를 으쓱인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데, 얘기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실눈 책사의 힘은 대단했다.
휘릿! 탁!
부채를 접으며 손바닥에 탁 치는 것만으로도.
쿠르르릉!
주동훈이 변형시켰던 지형을 단박에 평탄화했다.
“대단하시군요. 마계의 지형이 단단해 움직이기 힘드셨을 텐데, 이 정도의 변화를 이뤄내시다니.”
책사가 주동훈을 칭찬했다.
근데 칭찬 방식이 묘하다.
‘본인을 칭찬하는 건가?’
부채질 한 방에 원상태로 복구시켜 놔놓고는 뭐? 힘들어? 대단해?
“별말씀을요.”
“따라오시지요. 과연, 마르바스 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시군요.”
“마르바스의 서신을 봤나요?”
“아무렴요. 바사고 님께서는 모든 제국의 정사를 저와 의논하신답니다. 하핫, 사실 이곳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저라고도 볼 수 있죠.”
하긴.
그러니까 책사겠지?
병력들만 봐도 그렇다.
모두가 책사를 보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걸 보아, 그가 이곳 권력의 핵심임을 알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우리는 책사의 안내를 받아 도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수많은 병력들이 그 길을 모세의 기적처럼 터주었다.
주동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족들을 바라봤다.
특징이.
모두가 활을 들고 있다.
“그나저나 지금 이 병력들이 바사고의 3군단인 건가요?”
주동훈은 궁금한 것을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만약 정말 2사도를 함께 칠 계획이 있다면, 바사고의 전력도 파악하는 것이 중할 터.
“후후, 예. 그렇습니다. 쓸 만하던가요?”
“예, 좀 당황스럽던데요. 그럼 바사고는 군단이 몇 개나 있는 건가요? 5사도처럼 다섯 개?”
“궁금한 게 참 많으시군요. 조금만 참아주시죠. 곧 도착할 터이니. 아직 마왕님도 알현하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말에 뼈가 있다.
아직 협력하기로 한 것이 확정된 게 아니니, 알려줄 수 없다는 건가?
오케이, 인정.
걸음을 지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르바스의 도시보다 훨씬 큰 사막 도시.
튼튼한 모래로 이루어진 성벽이 웅장하게 치솟아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돔형으로 지어진 커다란 궁전이 솟구쳐 있었다.
“……와.”
배지민이 감탄했다.
“진짜 크네요. 마르바스 쪽보다 훨씬 화려해.”
병력들은 성벽 위에도 비치되어 있었다.
태청심법으로 판단해 보건대, 모두가 성좌급 이상이다.
‘미쳤네.’
성좌급 인사들이 고작 성벽 위를 지킨다고?
이런 곳에 지구의 병력을 데리고 칠 생각을 하니, 답이 안 나온다.
‘무서운 건.’
이게 3사도라는 거지.
2사도나 1사도는 어떨까?
‘흐흐.’
근데 왜.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걸까?
솔직히 기뻤다.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먹을 게 많다는 것.’
저것들을 쳐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흡수했을 때 얻을 그 보상에 벌써 입꼬리가 씰룩였다.
[수(水) : 똑똑하네.] [수(水) : 월(月) 녀석만 얻어봐라.] [수(水) : 저게 다 네 거다.]‘맞지.’
저들은 어차피 사도.
사도란 어떠한 신적 존재의 ‘사신’, ‘사절’, ‘차사’를 의미한다.
즉 마신의 힘만 보여줄 수 있다면, 저들 모두를 통솔할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수(水) : 게다가 원래 저놈들.] [수(水) : 우리가 봉인당하기 전엔 더 강했었어.] [수(水) : 네가 봤던 그 초월자들만큼 말이야.]초월자라면…….
은하급 이상의 존재들을 일컫는 말.
“스승님, 진짜 여기 들어가요?”
배지민이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 역시 심법으로 느낀 거다.
이곳이 보통이 아님을.
잘못 들어갔다간 뼈도 못 추릴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가야지.”
점점 더 확신이 들었다.
무조건 월(月)의 정수를 얻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3사도의 도움이 필요하다.
“들어가기 전에 당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처억!
책사가 부채로 손바닥을 치며, 싱긋 웃었다.
“아까 마르바스, 마르바스. 그러시던데. 바사고께는 그런 무례를 범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건 봐서요. 전 저한테 하는 행동 그대로 돌려주는 타입이라.”
지금의 책사도.
자신에게 예를 갖추기에, 똑같이 해주는 것뿐.
절대 그가 강해서가 아니었다.
“…….”
호오.
책사가 빙긋 웃었다.
이 정도 왔으면 쫄 법도 한데, 기세가 대단하다.
‘아직 더 판단해야 할 것은 많긴 하지만.’
3사도 측에서도 2사도를 치기 위해 큰 무리수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
100% 이기겠단 확신이 있을 때.
그때 그 균형을 깰 생각이지, 절대 마르바스의 말만 믿고 움직이진 않을 생각이다.
마계에서 마왕을 믿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으니까.
‘제법 깡은 있는 것 같은데.’
어디 들어가서 한번 볼까?
책사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