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6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69화
‘허어.’
풍(風)의 기운을 극도로 끌어올린 바사고가 놀랐다.
‘이걸 견딘다고?’
제국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1군단장도 이 풍(風)의 기운엔 찢겨 나갔었는데…….
어찌 마왕도 아닌 자가?
‘과연, 여유롭게 덤볐던 이유가 있었군.’
솔직히 바사고는 결투를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 했었다.
뭐, 주동훈이 자신을 계속 책사로 알았다면, 좀 더 데리고 놀았을 수도 있겠지만.
‘녀석이 내 정체를 파악했으니까.’
이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이곳 마계를 지배하는 최상급 마왕인지 알고 덤비는 자와 호각을 이룬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마계에서 사도란 그런 위치이니까.
콰득, 콰드드드득!
바사고의 기운과 주동훈의 기운이 부딪혔다.
“크흐흐흐.”
바사고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동훈이 예상보다 잘 버티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걸 버틸 수 있는 거지?’
풍(風)의 기운은 억겁의 세월 전 이 우주를 지배하던 때 주로 사용했던 기운이었다.
지금은 많이 약화되었다지만, 바사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기술일진대.
‘게다가……. 내가 살짝 밀린다?’
콰가가가가!
바닥이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덩굴이 집요하게 솟구쳤다.
바람으로 아무리 갈라내도, 자라나는 덩굴이 바사고를 옭아매려 했다.
‘뭔 기운이 이리 집요해……?’
바사고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쳤다.
이러다 지기라도 할까 봐 두려움을 느낀 그가, 기운을 더더욱 압축시켰다.
동시에 생각했다.
‘저 기운.’
무언가 익숙했다.
순수하면서도, 언제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느낌.
‘……그분들.’
어렸을 때 언뜻 봤던 마신(魔神)님의 친우들이 저런 느낌의 기술을 구사하긴 했었던 것 같은데.
물론,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제대로 된 기억이 없었다.
견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저 위에 있기도 했었고.
더군다나 그분들의 힘은 저것과 비교도 안 된다.
거의 마신과 동급이었으니.
그리고 그 순간.
‘음?’
바사고가 주동훈의 기세가 점차 약해지는 것을 파악했다.
고수인 그가 그러한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스슷!
기운을 풀어놓은 상태, 그대로 쇄도했고.
휘이이익!
반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부채를 휘둘렀다.
퍼억!
“커헉?”
주동훈이 복부를 부여잡았다.
빈틈을 노리는 것을 알았다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제기랄.’
끓어오르는 정수들의 기운을 통제하기에도 바빴으니까.
콰가가가가가!
사방에서 들리는 폭음 소리가 외부에서 들리는 게 아니었다.
내부로부터 울려 고막을 계속 두들기고 있었다.
바사고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정신 차리시죠! 설마 진심으로 싸우자마자 나가떨어지는 건 아니겠지요?”
바사고는 이 전투를 계속하고 싶은 듯, 흥이 나 있었다.
‘이놈 확실히 물건이야.’
자신의 예상보다 강한 주동훈의 모습에 바사고는 기뻤다.
솔직히 마르바스가 추천할 때만 해도 별 기대 안 했었는데.
정말 이 정도면, 그 빌어먹을 아가레스를 몰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쐐애애액!
하지만, 그렇다고 봐주진 않았다.
바사고는 정말 진심으로 싸운 후, 그 결과에 승복할 생각이었다.
“후, 후우.”
한편, 바사고의 부채를 막아낸 주동훈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폐가 터질 듯 부풀었고, 심장이 미친 듯 박동했다.
턱 끝까지, 아니 입천장까지 숨이 차올라 고통스러웠다.
기력이 거의 다 빠지니, 이제 육체의 능력까지 가져다 쓰는 거다.
“크으으…….”
그런데도 주동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의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차피 내 기력 따위 문제 되지 않아.’
현재는 오로지 신살(神殺)급 무기의 힘만 가져다 쓰는 중이다.
기력이 없어도?
정신력만 있으면 된다.
몸이 망가지더라도 계속해서 기운을 가져다 쓸 수 있는 거다.
[수(水) : 이봐, 계약자.] [수(水) : 무리하지 마라.] [수(水) : 너 그러다 진짜 죽어.] [수(水) : 육체만 파괴되는 게 아니라, 정신까지 망가질 수 있다고.]수가 말렸고.
[목(木) : 맞아요.] [목(木) : 아무리 솔매의 강화로 페널티가 적게 부여된다 해도, 아직 계약자는 우리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어요.]목 역시 거들었다.
‘시끄러워.’
주륵.
주동훈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여태껏 그 어떤 강자랑 싸워도 진 적이 없었다.
본인의 힘으로 해결할 때도 있었고, 꼼수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지만.
항상 결과는 같았다.
‘나의 승리.’
그리고 그만큼 발전했었지.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아는가?
바로 포기하지 않아서다.
물론, 여기서 포기하면 편하겠지.
바사고도 본인을 저 정도로 밀어붙일지 몰랐을 터이니, 더 잘해줄 테고.
‘하지만.’
포기하는 순간, 발전은 없다.
주동훈이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은 고작 이곳 마계가 아니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 현 우주의 지배자들에게 닿아있다.
그러한데, 고작 여기서 포기하라고?
지랄.
“흐아아아아앗!”
주동훈이 눈에 핏발이 선 채로 기합을 내질렀다.
목토(木土)의 기운이 가라앉고 화(火)의 기운이 들끓었다.
쐐애애애액!
다가오는 부채를 느끼는 즉시, 주동훈의 두 다리가 탄성 있게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몸을 틀어 스텝을 밟은 그가.
화르륵!
불의 창을 올려 그었다.
“흐억?”
바사고가 기겁해 피했지만, 옆 부분이 살짝 그슬렸다.
화(火)의 기운은 그 살짝의 접촉으로도 전신을 불태우며, 온몸에 작열통을 가한다.
“크으으읏!”
하지만, 바사고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고통 속에서도 정신을 집중한 채, 그대로 부채를 내질렀다.
목표는 주동훈의 목.
‘이런.’
잠깐이지만, 바사고의 눈에서 살기가 뻗쳤다.
전투에 진지하게 집중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였다.
이대로 내질러 목을 뚫어버리면, 그대로 절명하겠지만 이미 출수해 버렸다.
되돌릴 수 없었다.
‘제기랄.’
푸욱!
부채가 벼락처럼 날아 주동훈의 목을 뚫었다.
‘너무 흥분했나?’
당황한 바사고가 움찔했다.
손에 느껴지는 확실한 감각.
이건 무조건 절명이다.
‘허.’
낭패였다.
함께 아가레스를 공격할 소중한 전력을 흥분해서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리다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핏발 선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열기는 잠깐이나마 바사고에게 숨 막히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제국의 패왕, 3사도 바사고에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공포라는 감정을 느낀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신선했다.
그래서 조절이 안 되었나 보다.
바사고가 아쉬움의 감정에 물들 찰나.
“쯧, 정신 차려야지요. 전투 중에.”
주동훈의 싸늘한 음성이 그의 귓가를 울린 것은 그때였다.
‘어?’
바사고의 동공이 확대되었지만.
콰드드득!
목(木)의 기운으로 자라난 덩굴이 그의 온몸을 감아채는 게 먼저였다.
엄청난 압력으로 옭아맨 채, 부채까지 앗아가는 덩굴.
“어, 언제?”
분명 목을 뚫었고, 그 감각까지 느껴졌었다.
근데 뒤에 살아 있다는 것은…….
“만술(萬術) 중 하나 환술(幻術).”
주동훈이 힘들어 죽겠다는 목소리로 헥헥거리며 중얼거렸다.
“실망이네요. 기운은 잘 버텨놓고 이런 잡기술에 당하다니.”
“…….”
힘을 끌어올리려 해봤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미 온몸이 묶여 있을뿐더러.
화르륵!
이미 주동훈이 불의 창을 만들어 자신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그 화력이 얼마나 뜨거운지, 불에 면역인 바사고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이것은 명백한 패배…….
그의 눈빛이 억울함과 안도감으로 동시에 물들었다.
왜일까.
졌음에도 기뻤다.
그가 살아 있다는 것에.
“제가 이겼죠?”
푸확!
입가에 피를 솟구치면서도 확인하기 위해 승부를 되묻는 주동훈.
그 위태로우면서도 집요한 모습에.
픽.
바사고의 입가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래.
이건 네가 이겼다, 새끼야.
“예, 제가 졌습니다. 이거, 완전히 한 방 먹었네요.”
바사고가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털썩!
주동훈이 의식을 잃음과 동시에 기운이 풀려 버렸다.
책사 패(敗)!
승부가 결정 나는 순간이었다.
“세, 세상에.”
“저 책사님을…….”
경기장에 모인 마족들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조차 못 했다.
백전 무패였던 책사가 패배한다?
제국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반 마족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책사는 무적이라 알고 있었고, 그렇게 배워왔다.
동시에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기를 관람했고, 머릿속에 상식처럼 박혀 있었다.
– 책사는 무적이다.
심지어 바사고를 제외한 마계 최고의 선봉장, 1군단장마저 책사한테 졌다 하지 않던가.
그런 책사가.
방금 어떤 정체 모를 존재에게 패배를 고했다.
제국의 역사에 엄청난 변곡점이 온 것이다.
“…….”
마족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박탈감을 느꼈으며, 또 누군가는 호기심을 가졌다.
‘저 존재는 누구지?’
‘어떻게 책사를 이겨?’
‘그럼 앞으로 저자가 1군단장인가?’
‘새로운 책사로 발탁되는 거 아냐?’
모든 마족들이 감탄한 눈으로 쓰러진 주동훈을 바라보았다.
그가 내뿜던 기운들은 분명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었다.
“후.”
덩굴을 풀어헤친 책사가.
스윽.
기운을 출수해, 다시 부채를 잡았다.
휘리릭, 탁!
그리고는 빙긋 웃었다.
“내가 졌다. 이 책사가 인정하는 존재가 제국에 왔으니, 다들 환호하여라.”
그의 웅혼한 중얼거림에.
“와.”
누군가가 입을 벌려 소리를 냈고.
이내, 그것이 전염병처럼 번져 나갔다.
책사는 명실상부 제국의 이인자.
누가 그의 명을 어길까.
“와아아아아아아!”
“미쳤다! 책사님을 이겼다!”
“이겼지만, 거의 책사님과 비등비등하긴 했어!”
“저 존재를 잡아야 한다! 바사고 제국의 소중한 전력이 되어줄 거야!”
전투라면 미쳐 발광하는 마족들이라서 그럴까?
호들갑도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환호성을 내지르기 바쁜 그들.
“후후.”
바사고는 웃고 있었지만, 내부는 말이 아니었다.
그 역시 이번 전투에서 거의 전력을 다했기 때문.
“군단장들.”
그가 부르자.
“예.”
“예.”
스스스슷!
근처에서 지켜보던 군단장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실, 여기서 제일 놀란 존재들이 바로 군단장들이다.
그들은 책사가 바사고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
‘미친.’
‘어떻게 되먹은 존재이길래 사도랑 호적을 이루어?’
여기 있는 열 군단장이 힘을 다 합쳐도 바사고 하나를 당해낼 수 없다.
그러한 괴물을 저 빈약해 보였던 존재가 비등비등하게 싸웠고, 결국 이겨낸 것이다.
‘휴.’
구석에서 마궁 로노베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나 조질 뻔했구나.’
어쩐지 화살이 매섭더라니…….
그게 바사고 님에 필적한 힘이었을 줄이야.
어쨌든.
바사고가 씁쓸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명했다.
“주동훈을 귀빈실에 모셔라. 그리고 나 책사의 친우로서 극빈 대접을 하도록.”
“분부 받들겠습니다.”
군단장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주동훈을 데리고 궁전으로 떠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바사고가 고개를 젖혔다.
“후우.”
조금 쉬고 싶구나.
몸은 피로한데, 정신은 말짱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계획해 봐도 되겠어.’
눈엣가시였던 아가레스.
이제 그놈을 몰아낼 수 있는 확률이 극도로 증가했다.
저벅, 저벅.
부채를 쥔 상태로 뒷짐 진 그가 여유롭게 걸으며 청사진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