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0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02화
천신의 날개(1)
무신 네달람.
그의 외형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온몸에 뒤집어쓴 검은 두건과 각진 투구.
1년 전에 봤던 그대로였다.
“오랜만입니다.”
주동훈이 먼저 인사했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을 후원해 주려 하는 귀한 분이다.
“저번에 주셨던 알은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암, 잘 관리해야지 그게 어떤 분이 주신 건데.”
“…….”
어떤 분이 주신 건진 모르겠지만, 주동훈은 마음속으로 그분께도 감사를 드렸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하겠다. 지금 지구에 후원 목록이 도착했지?”
“……예.”
“그 목록에서 창조룡 일레오르를 뽑아라. 네게 보낸 수많은 지원자 중 가장 위대하신 분이라는 걸 내가 보증하지.”
어, 창조룡?
주동훈은 직감으로 알아챘다.
일레오르란 자가, 알을 내어준 장본인이라는 것을.
네달람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번에 네게 줄 선물이다. 다만…….”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물건의 가치가 너무도 소중해서……. 걱정이 되는구나. 네가 이 아이템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네달람의 분위기에서 일종의 아쉬운 감정이 느껴졌다.
도대체 얼마나 귀중한 물건이길래 저럴까?
“주시면 정말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그런 정도가 아니다!”
“……예?”
“딱 한마디만 더 하지. 아까 말한 일레오르를 제외하고 네게 후원을 보낸 존재들 모두가 힘을 합쳐도 이 물건을 하나 장만하기 어려울 거다.”
“헙, 그 정도입니까?”
그 수많은 초월자들이 힘을 합쳐도 못 구한다고?
그게 말이 돼?
“때문에 나 역시 그러고 싶지 않지만, 조건을 걸 수밖에 없겠구나. 다음 후원자도, 다다음 후원자도 내가 말해주는 존재를 뽑아라. 그리하면 이것을 네게 주겠다.”
“……흐음.”
주동훈이 턱을 잡았다.
사실, 창조룡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고개를 끄덕이며 뽑아야겠구나 싶었지만.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그러지?’
문득 그의 손에 쥐어진 날개가 궁금했다.
그 눈치를 알아챈 무신이 머뭇거리며 아이템을 내밀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게 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걱정된다고 말한 거긴 하지만…….”
주동훈이 쳐다보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고대 천신(天神)의 날개] [등급 : EX] [종류 : 액세서리] [설명1 : 고대 천신(天神)은 믿을 만한 존재에게 자신의 등을 맡겼습니다.] [설명2 : 모종의 이유로 등급이 약해졌지만, 한때는 전 우주를 호령했던 고대의 힘이 잠들어 있습니다.] [효과1 : 성장형 아이템입니다.] [효과2 : 믿을 만한 존재가 고대의 힘을 컨트롤합니다.]“어억!”
주동훈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세상에.
천신?
하필 이 타이밍에 천신이라고?
[수(水) : 엥? 저게 왜 저깄어?]지켜보던 정수들 역시 놀라움을 표했다.
[수(水) : 일, 걔가 맨날 쓰고 다니던 거잖아!] [목(木) : 확실히 아이템의 존재감이 없어요. 월의 말이 맞나 봐요. 일(日)도 힘을 숨긴 게 틀림없어.] [월(月) : 맞다. 일. 그놈은 나보다 더한 놈이라니까.] [수(水) : 닥쳐! 둘 다 똑같은 연놈들이!]수가 다시 발끈했다.
지금 저 발언에서도 그렇다.
일(日)은 항상 여성체의 모습으로 있고, 인간의 여성과 비슷한 취급을 받길 원하는데, 그걸 아는 월(月)은 항상 그녀보고 놈이라 부른다.
어떻게 신(神)이 남성, 여성을 구분하냐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확히 따지면 인간이 신을 따라 하는 거다.
우주에서 알려진 것도 신과 가장 비슷한 외형을 가진 게 인간족이라 하니까.
[월(月) : 하여간, 저 재수 없는 날개는 또 오랜만이군.]주동훈이 정수들이 떠드는 것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자.
“……왜 이렇게 놀라나?”
네달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동훈이 곧바로 답했다.
“느낌이……. 제게 너무나도 필요한, 너무도 간절하게 찾고 있었던 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신.”
“……정말이냐?”
네달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초월자도 잘 모르는 천신의 아이템을, 고작 인간이 찾고 있었다고?
하긴, 얘는 우주에서 최초로 파괴룡도 길들였던 인간이지?
아무리 그래도.
이 아이템의 가치를 어떻게 아는 거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자임은 틀림없었다.
‘이 부분은 일레오르께 따로 말씀드려봐야겠군.’
어쨌든.
그가 마음에 들어 한다니 다행이다.
“그럼 다음 후원자로 일레오르를 뽑겠느냐?”
“뽑다마다요!”
주동훈이 냉큼 날개를 잡았다.
일(日)의 정수만 모으면, 신살(神殺)급 무기의 진정한 힘이 드러나게 되는 상황에서.
그 단서가 될지도 모르는 아이템은 현재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마무리되지 못한 후원이 있다면 마무리 지어주세요.]“그럼 믿고 내어주겠다.”
네달람이 꽉 쥐고 있던 날개를 아쉬운 듯 놓았다.
무려 정수 10,100개짜리 아이템…….
“감사합니다, 무신.”
주동훈이 소중하게 그것을 받아 든 후,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동시에.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이 끝났습니다.] [각자 자리로 복귀합니다.]스슷!
시야가 이질적으로 변하면서, 지구로 복귀했다.
* * *
[띠링!] [두 번째 후원자를 선택합니다.] [당신의 후원자의 이름은 창조룡 일레오르.] [당신은 1년에 한 번, 그가 주는 보상과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주동훈은 무신이 원하는 바대로 일레오르를 선택했다.
오히려 좋았다.
너무 많아서 누굴 골라야 할지 몰랐거든.
일레오르는 네달람처럼 곧바로 나타나 따로 말을 건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창조룡의 알부터, 이 날개까지.
이미 받은 것은 충분하고 넘친다.
다시 무릉도원으로 복귀해, 집으로 이동한 주동훈이 날개를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펼쳐 놓았다.
‘대박이네.’
하필 천신이라니.
우주의 기운이 자신도 모르게 날 정수 쪽으로 인도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근데.’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우우웅!
주동훈은 일단 자신의 기력을 날개에 흘려 넣어보았다.
그러자.
[띠링!] [‘고대 천신(天神)의 날개’(EX급)이 활성화됩니다.] [주의!] [귀속 아이템입니다. 날개는 첫 착용자를 주인으로 인식합니다.]“……주인?”
[귀속하시겠습니까?]말해 뭐해.
주동훈이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걸 어디 갔다 팔 생각도 없었고, 쓴다면 내가 써야지.
고개를 끄덕이자.
스스스슷……!
날개가 스스로 움직여 그의 뒤로 스며들었다.
‘어……?’
감각이 이상해졌다.
뇌에서 신경을 보내면 손가락을 꿈틀거릴 수 있는 것처럼, 등에서 새로운 감각이 느껴진 것이다.
‘잭도 그런 기분이었을까?’
등에 살짝 힘을 주자.
파아앗!
광휘의 날개가 활짝 펴진다.
[월(月) : 기분 나쁘군. 암만 봐도 계약자가 사용할 급의 무기는 아닌 것 같은데.]월이 불만을 토했지만.
[목(木) : 헛소리니, 신경 쓰지 마세요.]목이 곧바로 반격했다.
[목(木) : 비록 지금은 별 볼 일 없지만, 계약자가 추후 우리의 힘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엄청난 힘이 되어줄 거예요.]그럴 것 같았다.
그래도 한때 신(神)이 사용했던 신기 아니던가.
[‘고대 천신(天神)의 날개’(EX급)가 스켈레톤 갓에게 귀속됩니다.] [해당 아이템을 온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존재를 설정하셔야 합니다.]믿을 만한 존재라…….
‘이게 뭐죠?’
주동훈이 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수들에게 물었다.
대답은 목(木)이 해줬다.
그나마 구신 중 성격이 가장 좋아 보이는 목(木)은 다른 정수들에 대한 정보를 제법 아는 것 같았다.
월에 대한 정보도 목(木)이 가장 잘 알지 않았던가.
[목(木) : 그 날개는 계약자가 컨트롤하는 게 아니에요.]……그럼요?
[목(木) : 그 날개 안에 잠깐 빙의할 존재가 컨트롤하는 거죠. 일(日)은 한때 월(月)과 싸우며 고심했었어요. 아무리 싸워도 서로 호적수라 비등비등한데, 싸우는 도중에 월을 더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 만들어낸 게 그 날개였어요. 우주를 노닐며 온갖 좋은 것들을 다 가져다 박은 후, 그것을 컨트롤할 천사들을 구해다 집어넣곤 했었죠.]…….
그것, 참.
신박한 방식일세?
[월(月) : 맞다, 그 야비한 놈. 결국은 본인 실력이 안 되니까 1:1이 아닌, 2:1로 협공한 셈이지.]월이 투덜거렸다.
목은 그것을 인정했다.
[목(木) : 맞아요. 중요한 점은 저 날개 하나가 신에게 유의미할 정도의 힘을 내주었다는 거예요.]신에게 유의미?
[목(木) : 예, 어차피 마계의 사도들이나 천계의 대천사들이나 아무리 모여봐야 일월간의 싸움에 큰 의미는 없었어요. 요컨대 다섯 사도가 다 모여도 일, 그녀에겐 흠집조차 나지 않았죠.]근데 저 날개 하나로 월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줬나 보네요?
[월(月) : 흥, 타격은 개뿔.] [목(木) : 저렇게 말해도 방금 ‘협공’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을 보면, 월이 그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지 느껴지시죠? 궁금하면 직접 보실래요?]직접?
뭘요?
[목(木) : 일월이 싸우는 거.] [월(月) : 그, 그걸 계약자에게 왜 보여주는가!] [목(木) : 당신은 아까부터 말이 너무 많아요. 계약자?]예?
[목(木) : 잠깐만 월 좀 눌러주세요. 수만 눌러놓지 말고.]아.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목을 제외한 모든 정수의 발언권을 차단했다.
아린를 통해 얻은 육체 덕분에 이런 게 참 쉽게 된다.
[목(木) : 잠깐만……. 눈을 감아봐요. 의지를 보낼 테니.]주동훈은 목의 말에 따라 슬쩍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뇌에 정보가 흘러들어 왔다.
* * *
억겁의 세월 전.
우주 중앙부를 차지한 채, 서로 세력전을 펼치는 마계와 천계.
쿠과가가가가!
항성이 터지고, 공간이 찢어지는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2차 천마대전.
각자 점유하고 있는 세계에 개입하지 말기로 했던 그 약속을 누군가가 어겨 벌어진 전쟁이었다.
월(月)의 모습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젊은 남성의 모습을 한 그가 손을 뻗자.
스스스스…….
검붉은 기운이 공간을 장악하며 일(日)을 압박한다.
일(日)의 모습은 아름다운 여성체였다.
새하얀 광휘의 날개를 펄럭이며, 월의 기술을 타파했다.
콰아아아앙!
두 존재의 싸움은 비등했다.
어쩌다 공격을 허용하면?
다음엔 본인이 공격을 허용시켰다.
빛과 어둠의 완벽한 균형.
두 존재의 부딪힘은 혼돈이 되었고.
어떤 세상은 무너져 내렸고, 또 어떤 세상은 새로운 생명으로 화했다.
그러던 순간.
일(日)의 날개가 펼쳐졌다.
슈슈슈슈슛……!
거기서 나오는 새하얀 빛의 에너지 덩어리.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기운이 월에게 쏟아진다.
두 존재가 비등한데, 날개의 힘까지 더해지니 월은 당황했다.
비록 다가오는 저 덩어리에 공격을 허용한다고 해도 크게 충격을 받진 않겠지만, 신경이 쓰일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즉,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일(日)의 공격 성공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2차 천마대전은 천계의 승리로 끝이 난다.
* * *
정보를 음미하던 주동훈이 다시 눈을 떴다.
“이런 식으로 활용하던 무기였군요.”
확실히 멋은 있었다.
자신이 싸우는 동안에 뒤에서 원거리 공격을 지원해 주는 날개라니.
지금은 딱히 필요 없어도, 아~ 주 나중을 생각하면 분명 큰 도움이 될 무기임이 분명했다.
[목(木) : 맞아요.]목이 인정했다.
[목(木) : 나중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연습하면서 아이템 활용법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예.
주동훈이 슬며시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움찔.
날개가 꿈틀거리며, 그를 보챘다.
[해당 아이템을 온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존재를 설정하셔야 합니다.]믿을 만한 존재.
그게 누구지?
아니, 정확히는…….
누구로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