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0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01화
스페이스 경매장(4)
고유 번호 32번.
이명 ‘아이템 콜렉터’는 상인이었다.
그것도 골동품을 주로 취급했으며, 굴리는 규모도 엄청났다.
이 ‘스페이스 경매장’이라 불리는 전함에도 그가 입점한 상점이 10개나 있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상가를 굴리며 정수를 불려 나갔기에, 이 우주에서도 알아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골동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고대 역사에 아주 능했고, 천신(天神)이라는 이름이 가진 바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구신(舊神).’
현 일곱 신 이전에 우주를 다스렸던 위대한 존재 중 일(日)을 뜻하는 존재.
물론, 억겁의 세월 전이라 그가 경험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파다 보면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지성체라면 누구나 태초의 시작을 궁금해하게 마련이니.’
콜렉터가 턱을 쓰다듬었다.
‘다만.’
확실히 위험한 물건이긴 했다.
현 일곱 신들이 구신에 대한 정보가 풀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
‘몇몇 놈들이 천신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 같긴 하다만.’
그게 아니고서야 저런 아이템에 몇천 개씩 걸 수는 없다.
‘한 번에 끝내줘야겠군.’
그가 생각하는 이 아이템의 최대 가치는 정수 10,000개.
사실 이 정도의 가치를 넘어서는 아이템은 극히 드물다.
[32번 10,000개!]콜렉터는 확신했다.
이 가격이면 전부 나가떨어진다.
이 정도의 정수를 모으기 위해서라면 약 반년 정도 순수익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희소성 있는 아이템이니까.’
말이 희소성이지, 이 우주에 단 한 개밖에 없는 아이템이었다.
혹여, 만에 하나.
현 일곱 신들의 패권이 바뀌는 날이 온다면?
이 아이템이 정수 10,000개를 아득히 뛰어넘는 가치를 해줄 수도 있었다.
우주의 빛, 일(日)이 진짜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10번 10,100개!]흠칫!
콜렉터가 몸을 떨어야 했다.
겨우 100개 찔끔 올린 것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컸다.
‘10번.’
아이템 콜렉터는 그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태초의 용, 창조룡 중에서도 가장 지고한 존재.
‘일레오르.’
하아.
콜렉터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더 부르고 싶었지만, 그건 의미가 없다.
일레오르가 던졌다는 것은 반드시 그것을 사겠다는 말과도 일치.
‘그래서 최소 단위인 100개만 딱 올려 부른 거겠지.’
괜히 우리끼리 싸워서, 경매장주의 수수료 값만 올릴 필요는 없으니까.
콜렉터는 일레오르와 면담을 하고 싶었다.
저 무기가 왜 필요하냐고.
필요하다면 얼마까지 보고 계시냐고.
하지만.
– 크르르르.
뇌리에서 울렸다.
웬 용의 울음소리가.
‘아이고.’
이것은 선전포고였다.
사볼 테면 사봐라, 어디.
‘그래.’
콜렉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번 경매장에서는 내가 많이 챙겼으니까.’
일레오르와 척져봐야 좋은 것 없었다.
베팅의 귀재인 그의 정수량은 초월자들 사이에서도 측정 불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
콜렉터가 우아하게 하얀 깃발을 들어 올렸다.
당연히 그 위에 참여하는 다른 초월자들도 없었다.
술렁술렁.
이미 가격대에 놀란 초월자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상태.
‘아쉽네.’
콜렉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이 우주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타이밍을 알았다는 것에 있었다.
지금은 빠져야 할 때.
쾅, 쾅, 쾅!
진행자가 시원하게 망치를 두들겼다.
[축하드립니다!] [10번 10,100개에 낙찰되셨습니다!]* * *
네달람은 당황스러웠다.
4,000개를 걸었을 때만 해도 진짜 좆됐구나 생각했었는데, 뭐?
10,000개?
그걸 너머 10,100개?
“그, 그걸 왜 사신 겁니까?”
“끌끌. 왜, 내가 사면 안 되는 거냐?”
스윽.
일레오르가 자동으로 아이템을 수령했다.
참고로 이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갈 염려는 없었다.
경매장주가 입장할 때 일종의 제약을 걸어두기 때문이다.
본인이 사지 않은 아이템의 정보를 외부에 발설할 시 다시는 입장이 불가능할뿐더러, 경매장주가 직접 찾아가 추궁한다.
이는 애초에 입장권을 지급할 때 서명한 약관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본인이 직접 구매한 물건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든 자유롭게 발설할 수 있다.
“당연히 사도 되지만, 그게……. 정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입니까?”
“아니, 사실 나도 잘 몰라.”
“……예?”
그건 또 뭔 소리래?
모르는 걸 그렇게 비싸게 산다고?
“다만, 희소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확실한 아이템이긴 하지. 전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이니까.”
“아니, 그래도 어찌 10,100개를…….”
“이놈아. 내가 말한 것 못 들었느냐?”
“…….”
“누구에게는 그게 껌값일 수도 있다고. 그게 나야, 인마.”
낄낄거린 일레오르가 아이템의 자태를 바라보며 음미했다.
광휘로 뒤덮인 아름다운 날개였다.
“사실 말이야.”
그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네가 사는 아이템의 절반 정도는 내가 지원해 주려고 했었다.”
어?
네달람의 동공이 커졌다.
“……정말이십니까?”
“내가 아무리 수전노라 한들, 네 사정을 뻔히 아는데 굳이 이런 곳에 데려왔겠느냐?”
일레오르가 바보도 아니고.
VIP 경매장이 네달람에게 큰 무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일레오르는 그의 각오를 보고 싶었다.
그가 얼마나 투자 대상에 진심인지.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더 뽑아먹을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만약 그가 정수 100개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면?
50개만 더 지원해 줬을 거다.
주동훈이란 자가 네달람에게 딱 그 정도의 가치일 뿐인 것이니.
“네 놈이 4,000이라는 숫자를 거는 순간 깨달았다.”
“…….”
“주동훈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할 만큼 확신을 하고 있더구나. 그런 놈에게 투자란 아깝지 않지.”
또한.
자신에게 찾아와 딜을 할 때도 감탄했다.
자신 외에 다른 후원자를 차단하는 방법을 제시하다니.
“……그렇다는 건.”
네달람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그걸 주동훈에게 주실 생각이십니까?”
무려 정수 10,100개짜리를?
“쯧쯧, 내가 언제 그냥 준대?”
“……예?”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딱 절반만큼 지원해 준다고. 네 녀석이 원래 불렀던 4,000 내고! 내가 2,000 지원해 주면! 그럼 차액은 4,100개지? 네가 그걸 추가로 지불하고 사가면 되는 거야.”
“……그럼 제가 총 8,100개를 내고 사야 하는 겁니까?”
“빙고.”
일레오르가 싱긋 웃었다.
네달람이 입을 뻐끔거렸다.
정수 8,100개가 뉘 집 개 이름인가?
심지어 전 재산을 아득히 넘어, 거진 두 배 정도가 필요하지 않던가!
“싫으면 굳이 안 사도 돼. 이 아이템은 당장은 쓸모없어도 분명한 소장 가치가 있거든. 정 안 되면 나중에 콜렉터 놈에게 프리미엄 붙여서 팔아도 되고~”
일레오르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네달람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수전노인 일레오르가 2,000 정수라도 지원해 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아니, 잠깐.
다행인 거 맞아……?
잠깐의 적막 후.
네달람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걸 사기엔 제 정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 참고로 나 고리대금도 해.”
“……예?”
잘못 들었나?
뭐?
고리대금?
높은 이율로 빌려주는 그거?
“말 안 했나? 그게 내 주 수입인데.”
“…….”
네달람이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사상 최강 노름꾼의 정체가 다름 아닌 고리대금업자였어?
“4,100만큼 빌리고 싶으면 말해라. 네 녀석은 특별히 이자 잘 쳐줄 테니까. 낄낄.”
네달람은 문득 일레오르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 * *
“후.”
네달람이 경매장 밖을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그런 그의 손에는 광휘로 빛나는 날개가 들려 있었다.
천신(天神)의 날개.
‘결국, 빌렸어.’
네달람이 눈을 질끈 감았다.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무려 2,000 정수나 지원해 준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으랴!
‘주동훈…….’
그가 멍하니 손아귀에 들린 날개를 지켜봤다.
‘그가 이걸 좋아할진 모르겠다만.’
아니.
좋아해야 한다!
무조건 좋아해야만 해!
이게 얼마짜린데!
네달람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욕망을 떨쳐내야 했다.
지금 당장 콜렉터를 찾아서 이걸 처분해도 엄청난 마진이 남는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겠지.’
일레오르가 2,000 정수를 내어준 이유는 자신이 이 아이템을 주동훈에게 줄 것이라는 가정에서였다.
만약, 그런 짓을 한다?
그와의 인연이 끊길 수도 있었다.
초월자가 된 지 비록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네달람은 알 수 있었다.
일레오르와의 친분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뭔지 몰라도 10,000 정수보다는 훨씬 위이지 않을까?
‘어쨌든, 주동훈.’
그가 날개를 힘주어 꾹 쥐었다.
‘나는 할 만큼 투자했다. 그러니, 절대 지지 말아라.’
지지 말고.
본인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어라.
그럼 되는 거야.
* * *
지구.
리그가 끝난 지 대략 일주일 정도 흘렀을까?
– 뿌우우우우우!
저 멀리서 고래가 분수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랭커들이 하나둘 지구로 복귀했다.
누군가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는 이도 있었다.
다들 예상한 것이다.
[‘에메랄드’ 티어 지구의 랭커들에게 초월자들의 후원이 내려옵니다.]“후원이다!”
“이번엔 어떤 후원이 내려올까?”
랭커들이 손을 싹싹 비비며 기다렸다.
지구 밖.
엄청난 존재들이 리그에 도움을 주기 위해 랭커들에게 내리는 포상.
[각 랭커들에게 후원이 도착합니다.] [랭커는 1년에 한 번씩, 총 세 초월자를 후원자를 둘 수 있습니다.] [신중히 선택하세요. 후원자는 바꿀 수 없습니다.]주동훈 역시 훈련을 접어두고 지구로 이동했다.
저번에 받았던 ‘창조룡의 알’은 아직 잘 관리하는 중.
이번에도 제법 많이 신청했으려나?
쮸르릅.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뽑아 마시며 대기하고 있자.
[띠링!] [지구 랭킹 1위, 스켈레톤 갓에게 후원 목록이 도착합니다.]기다렸던 메시지가 도착했다.
주동훈이 유려하게 목록을 펼쳤다.
[당신에게 도착한 총 67,355개의 후원 목록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들 중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어?”
몇 개라고?
주동훈은 황당했다.
저번 후원 때가 4,502개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늘었어?
이건 다 확인할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저번엔 권선지가 알려준 대로 해서 무신 네달람이라는 자를 만났었지.
이번에도 권선지한테 물어봐야 하나? 싶을 찰나였다.
[띠링!] [무신(武神) 네달람이 대화를 요청합니다.] [주의하세요.] [당신은 1년에 한 번, 그가 주는 보상과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오오!
이 초월자, 양반은 못 되나 보네.
어떻게 딱 생각하자마자 이렇게 등장하다니!
[수락하시겠습니까?]“수락한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스슷!
그렇게 주동훈의 신형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