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0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09화
천계(2)
“아아…….”
고윤진이 신음을 내지르며 털썩 쓰러졌다.
그런 그녀의 시야 위에는 천사들이 잔혹하게 태워지고 있었다.
“아린 님…….”
이제 지구의 랭커들은 공간을 지배하는 기운의 색이나 향만 봐도 그게 누군지 바로 알아맞힐 수 있다.
함께 훈련을 수없이 많이 해서 그렇다.
적에게는 한없이 냉혹하지만, 아군에게는 이렇게 편안한 따스함을 주는 불꽃.
‘엘로이즈의 불꽃.’
“허허.”
고영후도 환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어.”
역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었다.
두 남매는 싸우느라 지친 몸 상태임에도 일종의 뿌듯함을 느꼈다.
동시에.
“우리도 언제 저런 말도 안 되는 힘을 다룰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아린, 그리고 그 아린의 주인인 주동훈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그렇게 힘들게 상대했던 권천사들을 저렇게 손쉽게 제압하다니.
“우선 빨리 움직이자.”
“응.”
두 남녀가 힘을 내어 일어났다.
* * *
천계 곳곳에서 시원시원한 구조 현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록 들어왔던 인간 대다수가 살해당했다고는 하나, 분명 그 와중에도 잘 숨어들어 생존하고 있던 헌터들이 있었다.
서걱!
천계 어느 쪽에서는 백무흔이 권천사의 목을 가볍게 썰고 있었으며.
푸욱!
또 어느 쪽에서는 태양창이 창을 찔러 달려드는 천사들의 몸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 천사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마라.
스켈레톤들은 주동훈의 명에 따라 과감하게 천사들을 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월(月) : 저기 보이는 천사들이 권천사다.]저벅, 저벅.
등 뒤에 날개를 숨긴 채, 천계를 걷는 주동훈에게 월(月)이 신나서 설명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게, 앙숙이라고.
월(月)의 천계 지식은 다른 여타 정수들을 압도할 만큼 방대했다.
[월(月) : 본래는 저것보다 훨씬 강한데, 일(日)이 봉인되어서 그런지 예전의 1%의 힘도 못 내고 있구나.]마계와도 비슷했다.
사도들의 힘이 약해진 것처럼, 천계 역시 힘이 약해져 있다.
“저기! 인간이다!”
“죽여라!”
어느 정도 걷자, 자신을 발견한 천사 무리가 안광을 번뜩이며 날아왔다.
권천사라 불리는 우두머리와 일반 천사들이었다.
그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짐에도 주동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화르륵!
검을 뽑아 들며 계속 걸었다.
고작 저런 놈들 때문에 걸음을 방해받을 순 없지.
[월(月) : 천사들의 공격은 집요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다. 네가 얼마나 세든 그것은 저들의 관심사가 아니야.]그럼요?
[월(月) : 상급자의 명령. 저들은 명령을 따르다 순교하면 영혼이 영원한 극락을 받게 된다고 믿고 있지.]참…….
그야말로 허수아비나 인형 같은 삶이네요.
뻔한 힘의 격차가 있는데도, 저렇게 죽을 줄 알고 덤벼들다니.
[월(月) : 죽여달라고 덤벼드는데, 죽여야 옳지 않겠느냐?]월이 묘한 기대감을 보내왔고.
주동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응했다.
서거거거걱!
가벼운 몸놀림 하나로 달려드는 모든 천사의 목이 손쉽게 베어진다.
푸확!
피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쓰러지는 천사들.
주동훈은 그중 가장 말단으로 보이는 천사 하나를 일부러 살려줬다.
똑같이 하는 거다.
저들도 몇몇 헌터들을 살려준 다음, 날개 달린 사람 데려오라 했었지?
“네 상관 데려와. 더 센 놈으로.”
그 말에 기겁한 천사가 퍼드득! 날갯짓하며 달아났다.
깽판을 치려면 제대로 쳐야 한다.
그래야 이 천사들의 진짜 대가리가 나올 테고, 그자를 제압하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거다.
[월(月) : 크하하핫! 시원하니 좋구나!]월은 즐거워하며 계속해서 설명해 줬다.
그 덕에 주동훈은 이곳 천계의 위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우선.
천계에는 마계의 마족처럼 천족들이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다.
이들에게도 성(性)의 개념이 있었으며, 인간들처럼 농사를 짓고 장사도 하며 생활을 한다.
그런 천족들 중 전투에 두각을 나타내는 자들만이 천사로 차출되어 키워진다.
천족들은 그것을 엄청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월(月) : 네가 방금 베어 넘긴 일반 천사들을 앙겔루스라고 한다. 그야말로 천사들의 가장 밑단이라 볼 수 있지.]네.
일반 병졸들.
[월(月) : 다음은 그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자가 바로 권천사다. 이 역시 방금 네가 베어 넘겼지.]네.
소대장? 중대장?
뭐 이 정도로 봐야 하나?
[월(月) : 그다음 능천사나 역천사들이 있는데, 이들은 좀 특수한 놈들이니 나중에 말하도록 하고. 저 수많은 권천사들을 통제하는 진짜 우두머리들이 바로 주천사야.]주천사.
[월(月) : 나 때는 자드키엘(Zadkiel), 하쉬말(Hashmal), 야리엘(Yahriel), 무리엘(Muriel). 요 네 놈이 직위를 맡았었는데, 우리와 비교하면 딱 사도 아랫급. 상급 마왕보단 위라고 볼 수 있지.]월은 은근히 마계를 ‘우리’라 칭하며 천계를 완전한 적처럼 대했다.
물론, 지금은 그게 맞다.
나중에 일(日)을 얻을 땐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권천사 위에는 주천사가 있고.
그들 하나의 힘이 딱 상급 마왕 3~5명을 뭉쳐놓은 것과 비스름한 것 같았다.
대충 거성(巨星) 정도로 보면 될 듯했다.
[월(月) : 딱 거기까지가 일반 천족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직책이고, 그다음은 일(日) 그놈이 직접 직위를 부여하는 상품 천사의 계급이 남아 있다.]상품 천사요?
천족은 확실히 계급 체계가 마족에 비해 어려웠다.
[월(月) : 그래, 최고를 가리키는 치천사 세라핌(Seraphim). 한없이 숭고함을 가리키는 지천사 케루빔(Cherubim). 존엄과 정의를 의미하는 좌천사 오파님(Ophanim). 이게 그놈들의 세 가지 위(位)를 가리키고, 보통은 7대 천사라 불리는 놈들이 이 직위의 수장을 나눠 먹는 형태이지.]7대 천사는 또 뭐예요?
[월(月) : 우리의 사도와 같은 자들이다. 참고로 네가 죽였던 아가레스도 원래는 상품 천사 출신이었어. 좌천사 중 하나였지. 그 외에도 뭐…….]월(月)이 신나서 떠들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사탄, 루시퍼.
한때는 치천사 세라핌의 자리에 있었던 자들 역시 마계로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억겁의 세월 전.
전쟁 때 생을 마감한 자들이니, 굳이 말할 필요 없겠다고 느껴서였다.
[월(月) : 그냥 일(日) 그놈은 덕망이 부족한 놈이다. 생명이 삶을 살아가면서 욕망을 뿜어내는 것은 당연할진대, 온종일 자신을 흠숭하라, 깨끗이 하라, 고해하라, 억제하라. 이렇게 닦달하니 이탈하는 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또 그놈은 그런 자들을 타락했다고 칭하며 천사들한테 엄청난 주입식 교육을 해. 본인이 잘못된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말이야.]그렇군요.
뭐, 그건 월(月)의 입장일 뿐이니.
주동훈이 대충 흘려 넘기며, 계속 질문했다.
그래서 그 7대 천사가 누구냐니까요?
보아하니.
얘네가 딱 성운급이나 거대성운 급 애들인 것 같은데.
[월(月) :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우리엘……. 그 네놈은 거의 고정이라 보면 되고, 나머지 셋은 세월에 따라 매번 바뀐다. 나 때는 메타트론, 카마엘, 하니엘이었는데……. 지금은 또 모르는 일이지.]으음.
그럼, 여기 천계에서 누굴 찾아야 하는 걸까?
최고의 자리에 있는 치천사를 족치면 되는 건가?
[월(月) : 끌끌. 그러면 되지 않겠느냐? 세상만사 다 똑같다. 계속 족치다 보면, 점점 더 강한 놈들이 나올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끝에 도달하겠지.]오케이.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생존자들을 다 모이게끔 해서,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그다음 본격적으로 움직여 보자.
‘천계 이 건방진 놈들.’
감히 나를 불러?
그래, 내가 여기 왔다.
이제 어쩔 건데?
* * *
그 시각.
“천계를 찾았다……?”
마계에는 마전 회의가 열렸다.
잭 스미스가 안건을 발안했고, 바알이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천계가 먼저 지구를 공격했다. 그에 따라 주동훈은 천계에 일종의 응징을 가하고자 한다 했다.”
“흐음.”
잭의 말에 바알이 침음을 삼켰다.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 없던 천계가 갑자기 지구를 공격하다니?
너무 갑작스러운 건 그렇다 쳐도.
이건 좋아도 너무 좋은 상황 아니던가.
“형님, 그 천계 놈들. 예나 지금이나 멍청한 건 변함 없는데요?”
마르바스가 낄낄거렸다.
세상에.
하필 건드려도 주동훈 그 괴물 같은 놈을 건들다니.
간덩이가 부어도 제대로 부은 게 틀림없었다.
옆에 있던 가미긴의 경우, 이미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마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바알이 다시 잭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 일단은 내 병력만 보내볼 생각인데, 그래도 되겠는가?”
잭이 사도들을 불러 모은 이유.
그것은 허락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본인의 지원이 향후 마계에 커다란 짐이 될 수 있는 일이니……. 마계를 이끄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아니. 그게 무슨 서운한 소리야?”
가만히 있던 가미긴이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마신께서 내리는 첫 명령을 2사도 혼자 따르겠다고? 난 찬성 못 해!”
그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 4사도군도 참여할 거야. 딱 하루면 돼. 하루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쟁에 참여할 수 있어.”
“……그런가?”
잭이 눈을 반짝였다.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안건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것이다.
“가미긴의 말이 맞다.”
심지어, 그 바알마저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신께서 내리신 첫 명령이야. 우리 사도단은 그 지엄한 명을 성심껏 받들어 모셔야 한다.”
바알은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
“이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마계의 전 병력을 동원할 거야.”
그의 단순하지만 확실한 말에 잭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전율.
그 쳐다도 볼 수 없던 마계의 최상급 마왕들이 고작 주동훈의 한마디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사도들은 들어라.”
스윽.
바알이 일어섰다.
“각자 할당된 구역의 마왕들에게 전쟁을 멈추도록 해라. 이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선포해라. 진정한 우리의 주적. 천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러자.
나머지 네 사도가 함께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선임 사도의 명을 받들었다.
“준비하겠다.”
“명 받들게.”
“준비하지요.”
“예, 형님.”
* * *
랭커단도 마찬가지였다.
별천지 정예 멤버들도.
그 하부 조직인 천마신교와 마탑, 마왕군도.
세계 협회 안에 포함된 소형 길드들도.
“이번 훈련 장소가 천계라고?”
“거기도 작년에 갔던 마계랑 비슷한 느낌인가?”
김진아의 명에 따라 무기를 들었다.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타 세계에서 훈련하는 것은 델라일라를 통해 수없이 행해왔던 거니까.
“거기 있는 천사들만 잡아 죽이면 된다는 거지?”
“응, 그놈들이 헌터들을 죽이고 납치했대.”
“개념을 상실한 놈들이네?”
“건방진 놈들이지.”
각자 천사들의 만행을 들으며 투기를 끌어올렸다.
안다.
천계와의 전쟁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 될지.
과거, 사도 전쟁에서도 느끼지 않았던가.
그 끔찍했던 아가레스의 철퇴는 헌터들의 뇌리에 박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이번엔 좀 더 빡세긴 하겠네.”
“맞지, 천계랑 마계랑 비슷하다 치면……. 그때는 일부 사도와 싸운 거고 이번엔 천계 전체와 싸우는 걸 테니까.”
그런데 왜일까.
그들은 딱히 긴장되지 않았다.
“길마님은?”
“먼저 넘어가셨다는데?”
“그래?”
주동훈이라는 괴물이 우리 편이었기 때문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괴물 중 괴물.
“그럼 우리도 바로 가야지!”
랭커들이 하나둘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안광이 번뜩였다.
이제 지구의 헌터를 공격했던 천사들에게 대가를 요구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