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2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28화
인베이그(3)
한 자산운용사가 있다.
우주의 화폐, 「일곱 신의 정수」를 이용해 은행이나 보험 등의 돈놀이를 하기도하고, 사업을 벌이기도 하며, 심지어 리그에 베팅도 한다.
쉽게 말하면 그냥 정수를 불리는 회사.
당연히 이곳의 직원들은 초월자들이었다.
“……제길.”
한 초월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뜯고 있었다.
에메랄드 티어.
지구와 인베이그의 1세트 경기를 보고 불안에 차오른 탓이다.
“분명 지구 수준으로는 아직 힘들 거라 판단했는데…….”
뭐, 지구 측에서 나선 상대가 주동훈이었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였을 거다.
분석 결과 그는 고트(Goat)가 맞았으니까.
근데 왜!
도대체 어떻게!
저 잭이란 자가 벌써 주동훈의 경지에 올라 있단 말인가!
“갑자기 거대 성운이 말이냐고.”
으득.
그가 이를 갈았다.
이 경기에 투자한 5,000 정수는 그의 것이 아니다.
그가 다니는 회사, 「몬드」의 것이다.
「몬드」의 대표이자 주인 몬드라는 성격이 불같고 성정 역시 잔혹하기로 유명하다.
베팅에 성공해 많은 배당을 가져가면 그만큼의 포상을 받겠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부르르.
직원이 몸을 떨었다.
이는 자신이 몸담은 팀 자체가 해체될 수 있는 사안.
물론, 해체에 대한 대가도 끔찍하게 치러야 할 거다.
직원이 2세트의 주사위가 구르는 것을 뒤로하고 베팅장을 빠져나갔다.
“여기, 방금 이 장면입니다.”
직원이 녹화한 영상을 돌리며 팀장과 의견을 나누었다.
영상에는 잭이 인베이그의 수많은 벌레를 뚫은 후, 모체 ‘오버 로드’와 충돌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기서 폭발이 터졌는데……. 왕관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허어, 정말 그러네.”
차라리 간발의 차로 오버 로드의 왕관이 먼저 벗겨졌다고 하면 인정이다.
하지만?
분명 영상에서 걸어 나오는 잭의 왕관은 깨끗하다 못해 올곧았다.
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보 교란이 있었나 보다. 잭이 저 정도 실력일 줄 알았으면 인베이그에 그 큰 정수를 투자 안 했지.”
“어떤 개새끼가.”
“너무 열 내지 마라. 에메랄드급 이상에서 정보 교란은 당연한 거였어. 우리의 실책이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그러게.”
몬드의 제3 베팅 팀장.
크락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이번 투자에 실패하게 된다면, 다른 투자로 그것을 메꿔야 한다.
정수의 손실은 보스 몬드라가 가장 싫어하는 것.
“그래도 아직 남은 네 경기가 있잖아?”
“주동훈이 고트라는 걸 감안하면, 그 나머지 세 경기 전부를 가져와야 해요.”
“아니.”
제3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주동훈이 불 팀이지?”
“예.”
“지구의 불 팀과 인베이그의 쇠 팀이 만나면 승산 있어.”
“……그렇기도 하겠네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의 본체가 불(Fire) 팀이라면 인베이그의 본체는 쇠(Iron) 팀이다.
그곳에는 모든 ‘오버 로드’를 통솔하는 인베이그 그 자체, ‘오버 마인드’가 있으니까.
“확실히 오버 마인드라면 주동훈도 어쩔 수 없겠죠. 그놈은 간혹가다 초월자들도 잡아먹을 정도잖아요?”
“우선 이제 2경기 시작하지 않나?”
“예, 맞습니다.”
“그것부터 확인하고 와. 만약 2경기마저 지면 그때는 진짜 비상 대책 회의다.”
“예, 알겠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
– 제2세트가 시작됩니다! 운명의 주사위가 굴러갑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팀이 나설지!
데구르르.
주사위가 굴렀다.
먼저 지구의 것은 황토색이 나왔다.
“으, 으악!”
“또 황토색이야!”
“흙 팀? 세계 협회라고? 제기랄!”
세계인들이 낙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1년 전.
프랑과의 경기 때도 3세트로 흙(Earth)팀이 나왔었다.
그때는 몬스터 대전이었기에 이겼지, PVP나 전면전, 공성전 등의 싸움이었다면 무조건 졌을 거란 의견이 많았다.
근데 또 지구 최약체인 협회라니?
– 지구는 흙 팀! 인베이그 쪽은 파란 걸 보아하니, 물(Water)이겠네요!
– 인베이그 쪽의 사정은 저희가 모릅니다! 일단은 부딪쳐 봐야 해요!
[2세트가 정해졌습니다.] [지구 – 흙(Earth) vs 인베이그 – 물(Water)] [주제 : 언덕왕] [정해진 언덕 위에서 5분을 견디시오.] [승리 시 5점] [패배 시 –2점]게임 주제는 언덕왕.
– 가운데! 수많은 문양으로 그려져 있는 언덕이 보입니다! 저기 위를 점령한 채로 버텨내야 이기는 류의 게임인 것 같죠?
– 그렇습니다! 하필 세계 협회가 전쟁이라니요. 이번에도 그 벌레들이 나오면 답이 없습니다!
– 이러면 차라리 언덕을 내어주고 목숨을 보전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는데요?
지구의 해설자들은 모른다.
세계 협회에 있는 델라일라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그녀가 사실 잭의 군단장이며, 이미 초월자가 무색할 만큼 강해진 덕에 거대 성운급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다들 진형을 갖추고 대기하세요.”
델라일라가 명하자, 협회 랭커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후.”
짧게 호흡을 뱉어낸 그녀가 흐트러진 옷을 가다듬었다.
사실, 그녀는 전투 병과가 아니다.
던전 메이커.
그 이명답게 그녀만의 전투 방식이 있다.
“일단 언덕을 내어줄 거예요.”
“언덕을요?”
“예.”
델라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 벌레들이 중앙 언덕 위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 반면에 우리 쪽은 역시 그 자리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요! 해설자님의 판단대로 움직이는 걸까요?
–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어? 근데 델라일라 얼굴 좀 보세요!
고래의 화면이 하필 딱 웃고 있는 델라일라의 얼굴에 잡혔다.
– 미소 짓고 있어요!
– 신기루! 던전 메이커의 미소라니! 그나저나 왜 웃는 거죠?
– 글쎄요. 무슨 다른 방도가 있는 걸까요?
그 시각.
델라일라는 조금 전 채팅을 떠올리고 있었다.
1세트 경기를 보는 도중에, 길마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그곳에는 아린으로부터 얻어낸 적 인베이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살인을 즐기는 살인 기계이자, 우주의 바이러스 같은 놈들.’
정말 아린의 표현대로 녀석들이 살인을 즐긴다면……?
– 어, 어어?
– 잠시만요! 이게 무슨 일이죠?
해설진들이 놀란 것은 그때였다.
해설진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세계인이 놀랐다.
“저 미친 벌레 새끼들이?”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언덕을 가로지르는데?”
키에에에엑!
쿠구구구……!
벌레들이 소름 끼치는 괴성과 함께 바닥을 차며 달린다.
언덕을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 세계 협회가 있는 쪽으로 질주했다.
– 아아!
– 아무래도 인베이그 측이 언덕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세계 협회 랭커들을 몰살시킬 생각인가요?
– 굳이 왜? 언덕 위에 5분만 있으면 자동으로 승리하는 거 아닙니까?
– ……이전 세트 경기 결과에 열이라도 받았나 봅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붉은 안광을 줄줄 뿜어내는 인베이그의 모습은 흉포했다.
“미친.”
“벌레 새끼들이.”
“더럽게 플레이하려 하네?”
“우리 랭커들 어떡하지? 1세트 보니까 저 벌레들 장난 아니던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들이 발작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눈에는 실핏줄이 잔뜩 섰다.
열받는 거다.
경기 내용을 떠나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진득한 살기(殺氣)가 화면 바깥에도 느껴졌기에.
그리고 그 시각.
‘역시.’
델라일라의 미소는 더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예상대로네요.’
저들은 그럴 줄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 보여줘야겠지.
마계 2사도의 군단장으로서, 던전 메이킹의 무서움을 말이다.
***
쿠과가가가!
델라일라는 땅을 살포시 만지며 뛰어오는 벌레들의 진동을 느꼈다.
‘과연 빠르다.’
속도도 빠르고 힘도 세다.
심지어 눈빛까지 날카롭다.
과거였다면 저 벌레들을 상대하기는커녕, 바로 포탈을 열고 도주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선 안 되겠지.
‘침착하자.’
잭 스미스가 자신에게 준 힘만 잘 다루면, 뭐든 해낼 수 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다.
왜냐.
‘지금의 난 거대 성운의 힘을 낼 수 있으니까.’
벌레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랭커들의 전신을 찔러 들어왔다.
마치 바늘로 쑤시는 그 느낌에 랭커들이 기겁했다.
“데, 델라일라 님!”
“어떡합니까!”
“곧 부딪힙니다!”
“모두 준비해라아아아아!”
탱커와 근접 딜러들이 전방 배치하고, 원거리 공격수들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이 순간, 탱커들은 저 원거리 딜러들이 세상 누구보다 부러웠다.
저 징그러운 벌레들과 몸을 섞지 않아도 된다니!
우우웅!
델라일라가 준비했다는 듯 기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벌레들의 앞으로 수많은 포탈이 만들어졌다.
‘차원 이동문.’
기존에 쓰던 것과 비슷한 거다.
자신이 제작한 던전으로 보내는 월드 링크(World Link)의 술(術).
다만, 지금 그녀가 펼치는 문의 크기는 기존과 아예 달랐다.
“제 던전에 온 것을 환영해요.”
쿠과가가가가가!
마치 떨어지는 폭포수와도 같았다.
공간을 찢고 나타난 포탈 속으로 벌레들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함정을 인지한 ‘오버 로드’가 속도를 멈추려 해봤지만, 관성의 법칙은 벌레에게도 적용된다.
키에에에엑?
안 그래도 흥분해서 달린 터라, 속도가 빠르게 줄지 못한 것이다.
– 이, 이게 뭐죠?
– 함정입니다! 거대한 함정이에요! 이, 이런 게 가능한 겁니까?
– 역시 델라일라입니다! 신기루! 무전 무승 무패의 랭커! 싸움을 걸어오면? 그냥 회피해 버리면 된다! 과연! 경이롭네요!
해설진이 흥분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 이르다.
델라일라의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이걸로는 얼마 못 버텨.’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거대 성운급 에너지를 썼기에, 저 문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원래였다면 이미 찢긴 지 오래였을 터.
스슷!
델라일라 앞에 갑자기 생겨난 포탈이 그녀를 덥석 삼켰다.
이후.
– 어? 어디 갔죠?
– 여기! 화면에 잡혔습니다!
– 그, 그러네요! 델라일라가 오히려 적 본체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도대체 언제 이동했단 말입니까!
델라일라가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저 벌레들의 본체 ‘오버 로드’ 앞이었다.
오버 로드의 개수는 총 10개.
키, 키에에에에엑!
당황한 본체들이 경악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촉수를 꺼내 들었다.
저 멀리 진출시켰던 벌레들을 다시 복귀시키려고 애썼으며, 자신의 보호를 위해 남겨둔 최소한의 병력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고작 그것으로 거대 성운급 마기(魔氣)를 감당하기엔 턱도 없다.
“잘 가요.”
화르르륵!
던전 메이킹.
델라일라는 아예 이곳 자체를 자신만의 던전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주 좁은 공간을 분리해 그곳에서 기운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전지전능한 신(神)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다.
키에에에에엑!
열 오버 로드 전체에 불이 붙어버렸다.
천하의 인베이그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 당황하면서 온몸을 뒤틀었다.
“역시 벌레는 태우는 맛.”
여유를 부리며, 불줄기를 더욱 소환했지만.
‘크흡.’
속은 이미 들끓고 있었다.
위액이 식도를 타고 역류했지만, 억지로 삼켰다.
아직 마기에 대한 통제가 익숙지 못함에 따라 몸에 무리가 오는 것.
‘하지만.’
이 정도면 잘 해냈어.
저 벌레들만 죽일 수 있다면, 굳이 언덕에서 5분 뻐길 필요도 없다.
특수 상황으로 바로 승리할 수 있는 것.
다행이었다.
저들이 무리해서 아군 측 본진으로 달려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이기진 못했으리라.
‘운이 좋았지.’
만약 저 벌레들이 욕심내지 않고 언덕만 점령한 채, 시간을 뽀갰다면?
델라일라는 아마 승부를 포기했을 거다.
팀장들끼리 약속했기 때문이다.
경기 한 번 진다고 세계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랭커 다수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면 경기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자고.
어쨌든 본체들은 계속해서 타올랐고,
이 대결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고는 이내.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미친 듯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거.
최약체인 세계 협회 맞아?
델라일라가 이렇게 셌었단 말이야?
게다가 위기인 줄 알았던 것을 극적으로, 그것도 시원하게 해결해 버리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델라일라, 델라일라, 델라일라!”
“와아아아아아아아!”
거칠게 타오르던 불길이 가라앉고, 시커멓게 타오른 잿더미가 드러나자.
후두두둑!
본체가 통제하던 모든 벌레가 전원 버튼을 누른 기계처럼 무너져 내렸다.
[인베이그 측 전부가 몰살당합니다.] [지구 – 흙(Earth)팀의 승리!] [지구가 점수 5점을 획득합니다.] [인베이그가 점수 2점을 잃습니다.]2전 2승 0패.
지구는 어느덧 매치 포인트를 앞두고 있었다.
지구 랭킹 6위.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의 압도적인 활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