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3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38화
몬드라(1)
일단, 비서라는 자의 태도는 몬드라와 달리 친절했다.
“우선 따라오시지요.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주동훈을 아예 대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
– 승부 조작. 들어보게요?
김진아의 물음에 주동훈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협박으로 불러낸 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일단 듣자.
듣고 나서 생각하는 거다.
“우선 몬드라께서 혹여 기분 나쁘게 한 점이 있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말뿐인 사과는 됐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네, 그래야지요. 큼큼.”
비서가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우선 판을 한번 키워볼 생각입니다.”
“판을?”
“주동훈 씨는 아직 플레이어라 모르시겠지만, 베팅에 참여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초월자들이 모이면 이벤트 경기를 제안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벤트 매치?”
비서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현 우주 리그에 날고 긴다 하는 다이아몬드 티어의 행성 10개를 모아놓고 ‘땅따먹기’ 게임을 열 거란다.
참고로 ‘땅따먹기’는 배치 고사 3차 때 했었던 주제로, 24시간 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요새를 점령하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왜 이벤트를 여냐?
이벤트 매치가 열리면 베팅 최대한도가 10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다이아몬드 티어가 정수 500개에서 5,000개까지 걸 수 있었으니.
이벤트 매치에선 특별하게 50,000개까지 걸 수 있는 것.
게다가 정수를 걸 수 있는 행성도 많아지니, 배당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구가 경기 막바지에 승리를 가져가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지는 겁니다.”
“지구 보고 지라고?”
주동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기는 건 그 누구를 데려다 놔도 자산 있지만, 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우리 랭커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서로 피 보는 일은 없어야겠죠. 그저 연기하면 됩니다. 지구는 딱 요새 30개 정도만 먹고 치열하게 싸우는 척해주시면 되고, 우승은 우리가 섭외한 행성이 하도록 내버려 두시면 되는 거예요.”
말 그대로 진짜 승부 조작이다.
– 비서란 작자가 왜 길마님한테 예의 갖추는지 알겠네요.
가만히 듣고 있던 김진아가 픽 웃었다.
– 아는 거예요. 길마님이 다이아몬드 티어에서 놀 사람이 아니란 거. 아마 이곳 초월자들 대다수가 알고 있겠죠. 인베이그의 수장을 주머니에 손까지 넣어가면서 잡으셨으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지구에 돈이 많이 몰릴 테고, 그 모인 돈을 털어먹을 계획을 짜고 있는데, 그 계획의 핵심 키가 바로…….
‘나라는 거네.’
실력이 압도적이어야 경기 내용도 컨트롤할 수 있는 거니까.
픽.
주동훈이 싱겁게 웃었다.
이 새끼들이.
부탁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어딜 협박질이야?
“내가 굳이 승부 조작을 해줘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몬드라께서 리그의 공정성에 관련해 신(神)들께 보고를 올릴 테니까요.”
“보고?”
“몬드는 우주 최고의 자산운용사입니다. 굉장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지요. 주동훈 씨가 거주하는 무릉도원이란 세계에 적정 후원량 이상의 일레오르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도 이미 파악했고 증거도 수집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는 명백한 우주법 위반이에요.”
“…….”
우주법 위반이라.
그걸 어기면 어떻게 되지?
[목(木) : 아마 우주 찬탈자들이 나설 거예요. 그들이 나서면 인지 마법이고 뭐고 다 끝장이에요.]흠.
그건 확실히 별론데.
[수(水) : 놈들이 인지 마법의 기운을 느낀 것 같다. 계약자의 진짜 힘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대신 일레오르의 향을 느낀 거지.]확실히 골 아픈 상황이긴 했다.
– 길마님.
그때, 김진아가 말을 걸어왔다.
– 길마님은 일레오르 편이에요?
일레오르라…….
주동훈이 고개를 위로 젖혔다.
이전에 잠깐 봤었던 일레오르의 느낌은…….
‘계산적인 존재.’
본인이 득이 되면 움직일 것이요, 실이되면 가차 없이 돌아설 존재다.
‘일레오르는 완벽한 내 편은 아니야.’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 잠깐만요, 그럼. 어쩌면 둘을 잘 이용해서 털어먹을 수도 있겠는데요?
응?
그게 무슨 소리?
– 협박에 굴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몬드라랑 일레오르 사이에서 줄타기만 잘하면 쟤들은 절대 길마님을 건들 수 없을 거거든요. 상대를 조질 수 있는 핵심 키가 길마님인데, 어떻게 길마님을 신들한테 고자질하겠어요? 어떻게든 회유하려 하지.
음…….
일리가 있긴 하다.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하자는 거지?
특히 몬드라가 일레오르를 싫어하는 그 증오의 감정을 교묘하게 잘 이용해야 한다.
– 일단, 몬드 쪽부터 한번 잘 이용해 보죠! 우선 긍정적인 어투로 말해보세요.
긍적적인 어투?
주동훈은 김진아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럼 별수 없겠네.”
먼저 말을 꺼내며 툴툴거렸고.
“예?”
비서가 고개를 갸웃하자.
“일레오르를 배신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 협박하는데 어쩔 수 없잖아? 까라는 대로 까야지.”
“하하하, 그렇죠! 역시 괜히 무신 후보가 아니십니다. 상황 판단이 굉장히 빠르세요.”
“흥, 너희만 할까.”
김진아는 날개에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지시했다.
주동훈은 그저 그에 따랐다.
“근데 몬드가 우주 최고의 자산운용사라 했나?”
“후후, 그렇습니다.”
문득, 비서의 눈에 자부심이 서렸다.
“우주에 날고 긴다 하는 자산운용사들 다 데려와도 몬드의 절반 수준도 안 될 겁니다. 그만큼 볼륨이 크고 체계적으로 돌아가죠. 몬드에서 일하는 초월자만 2,000명이 넘습니다.”
“그래? 그럼 몬드라한테 가기 전에 구경 좀 해봐도 될까?”
“구경 말씀이십니까?”
“……그냥 신기하잖아. 내가 사는 곳 밖에 이런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니.”
“아,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주동훈 씨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비서가 다시 한번 고개를 푹 숙이더니 미소 지었다.
“안 될 거 없죠.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아마 몬드라께서도 이해하실 거예요. 우린 이제 한배를 탔으니까요. 후후.”
***
날개 속 김진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 대박!
이게 꿈이야 생시야?
지금껏 그리 많지 않은 우주여행을 해왔지만 단언컨대 지금이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 이왕 구경시켜 줄 거. 돈은 어떤 식으로 벌어들이는지, 제일 잘되는 장사가 무엇이며 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도 물어봐 주세요. 세세한 것까지 다요.
별천지(別天地)를 세계 최고의 집단으로 키워낸 후, 기쁘기도 기뻤지만, 살짝 허무하기도 했다.
인생의 꿈을 이뤄 버렸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새로운 꿈이 싹을 트고 있었다.
‘……우주 최고의 자산운용사.’
아아.
그 얼마나 멋진 말이던가.
김진아는 원래 엘리트 은행원 출신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천재 소리 들으며 경제와 경영을 공부해 왔다.
자산 운용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며, 능력에 대해서는 별천지를 키워내면서 충분히 입증했다.
– 길마님.
“네?”
– 저 다음 목표가 생겼어요.
“뭘요?”
– 우리 별천지. 몬드를 넘어서는 우주 최고의 자산운용사로 키워볼래요.
***
구경은 끝났다.
전략기획팀부터 대출팀, 베팅팀, 자산 배분팀, 운용 관제팀, 보험팀 등등.
「몬드」는 제법 체계적으로 운용되고 있었고, 김진아는 그것을 물고 씹고 뜯고 맛보면서 머릿속에 담았다.
그리고.
“크, 크하하핫!”
주동훈은 다시 호탕하게 웃고 있는 몬드라 앞에 서야만 했다.
“확실한가? 정말 승부 조작을 하겠단 거야?”
“예, 몬드라시여. 확답을 받아두었습니다. 그 보상 차원에서 몬드 구경도 좀 시켜주었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몬드라가 손을 까딱였다.
“그럼 가져와라. 계약서.”
“예.”
비서가 재빨리 서류를 건넸고, 그것을 받아 읽은 몬드라가 다시 그것을 주동훈에게 내밀었다.
“여기 서명해라.”
“…….”
종이를 받아 든 주동훈이 내용을 읽어보았다.
1. 주동훈은 몬드라의 승부 조작을 도와 다음 이벤트 매치에서 행성 ‘위르뱅’을 1등으로 만든다.
2. 이 정보에 관한 내용은 후원자 포함 그 누구에게도 비밀 유지를 엄수해야 한다.
3. ‘위르뱅’ 1등 시, 몬드라는 수익금의 10%를 주동훈이 초월자가 되었을 때 지급한다.
4. 주동훈과 몬드라는 계약 전후로 발생하는 서로의 부정을 절대 신(神)에게 알리지 않는다.
5. 앞선 1~4를 어길 시, 위반하는 자는 사망한다.
“서명은 네 피 한 방울을 종이 위에 떨어뜨리면 된다. 이는 신(神)의 금제가 담긴 계약서라 어기는 순간 초월자고 뭐고 다 끝이야.”
“…….”
진짜였다.
저번처럼 계약서에 담긴 힘만 빼먹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수(水) : 아카식 레코드의 나뭇가지로 만든 계약 아티팩트다. 제법 가치가 있는 건데, 그걸 여기에 써먹다니. 굳이 계약하지 마라. 잘못 꿰이면 큰일이다.]– 길마님. 서명하지 마세요. 계약 내용이 좀……. 아니, 많이 이상한데요?
수와 김진아가 쌍으로 경고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주동훈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랄하고 있다.”
욕을 내뱉었다.
“……뭐?”
한껏 여유를 부리던 몬드라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랄? 나한테 한 말이냐?”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냐?”
주동훈이 종이를 홱 던지며 말했다.
“수익금 10%? 그리고 뻔히 일레오르가 내 후원자인 걸 아는데 비밀 유지까지 해야 한다고? 이게 누굴 호구로 아나.”
이벤트 매칭이면 베팅도 많이 할 테고, 일레오르한테 앙갚음도 할 수 있는 기회인데 정말 날로 먹으려는 심보가 아닐 수 없다.
‘확 죽여 버려?’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살심(殺心)이 들까.
물론, 죽일 순 없다.
몬드라를 죽이려면 가진 힘을 다 꺼내야 하는데, 그럼 100% 신(神)에게 들킨다.
***
“허.”
몬드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눈앞의 존재는 무슨 간이 미스릴로 만들어져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계약서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죽고 싶어서 발악하는 건가?”
“죽여보든가.”
“이놈이, 정말……!”
쿠구구구……!
몬드라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눈앞의 주동훈을 죽이기 힘들긴 하다.
초월자는 리그에 참여 중인 행성이나 플레이어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게 우주법이니까.
녀석을 죽이려면 일레오르와 엮어서 신(神)에게 보고하는 게 최선이다.
“왜, 죽인다면서 못 죽이겠냐?”
주동훈이 코웃음을 치자.
– 길마님, 나이스.
김진아가 응원했다.
사실, 녀석을 자극하는 것도 다 김진아의 계획이었다.
김진아는 일레오르와 몬드라 사이에서 저들과 정당한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
눈탱이 당하는 게 아닌, 제값을 제대로 치르고 승부 조작의 주류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저들에게 본인의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그게 살짝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말이다.
“몬드라. 일레오르가 왜 날 돕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실로 오만방자한 놈이로다. 한낱 우물 안 개구리가 어딜 창조룡을 논할까.”
“오만방자라. 몬드라. 지금부터 내가 네게 오만방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겠다.”
“잘도 지껄이는군.”
몬드라는 더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털었다.
“비서. 준비한 공문서를 신(神)께 보내라. 더이상 저 꼴을 보고 참을 수가 없구나.”
“예, 몬드라시여.”
후다닥!
비서가 밖으로 튀어간 후였다.
우우웅!
주동훈의 몸에서 신묘한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또한 얼굴이 사라지고 독수리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거대 성운급 몸이 초월체로 변하는 과정.
“……무슨?”
리그 플레이어가 어떻게 초월체?
말도 안 되는 현상에 몬드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