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3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39화
몬드라(2)
‘주동훈이 벌써 초월체에 다다랐단 말인가……!’
그런데 어떻게?
자신이 모를 수가 있는 거지?
하긴, 좀 이상하긴 했다.
일반적인 거대 성운이 그 악명 높은 오버 마인드를 상대로 그런 여유를 부린다는 게 말이 안 됐던 거지.
그저 일레오르가 지원해 줘서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큰 오산이었다.
“이미 초월체였군. 우릴……. 아니, 리그 전체를 속였던 거냐?”
몬드라가 분노했다.
이러면 5,000 정수를 뜯겼던 그 판도 무효이지 않던가.
이는 따져야 한다.
공론화해서 경기 자체를 무효로 하고 잃었던 정수도 찾아와야 한다.
그다음 이 일을 주도했던 일레오르도 잡아 족쳐야 한다.
그래야 위대한 우주의 질서가 잡힌다.
“네가 왜 숨겼던 힘을 밝혔는진 모르겠지만, 각오해야 할 거다. 주동훈.”
쿠과가가가……!
몬드라가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 기세에 대전에 놓인 잡기들이 잘게 잘게 부스러져 솟구쳐 올랐다.
“각오는 무슨.”
주동훈이 픽 웃었다.
“아까부터 냉철한 척하더니, 은근 허당이네?”
그렇게 나올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왜 힘을 드러냈겠냐?
“몬드라. 흥분하지 말고 내 힘을 제대로 봐라. 고작 네놈이 상대할 힘인지 느껴보란 말이다.”
“……고작 네놈?”
감히.
우주 최대 자산운용사장인 자신을 두고 고작?
일레오르나 그 경매장주 마저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길 뿐 건들진 않는다.
피차 부딪혀 봐야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을 향해 고작이란 단어를 쓴단 말인가?
한데…….
뭔가 좀 요상하긴 했다.
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왜 공포감이 든단 말인가.
“네 힘을 제대로 보라 했나?”
어디 한번 봐보자.
쿠구구구구!
몬드라가 가지고 있는 거력이 주동훈의 몸을 탐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헉?’
몸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무언가가 보인다.
근원적인 힘.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것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순수한 힘이었다.
오직 신(神)만이 다룰 수 있는 힘.
‘게다가.’
특정 부분, 요컨대 어둠과 빛 쪽은 현재의 신(神)보다 더 막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얼마나 강한지 짐작조차 가지 않을 정도.
그렇기에 몰랐던 거다.
저 막강한 기운으로 ‘인지 마법’을 쓰고 있었을 테니.
‘그게 말이 되나?’
고작 일개 행성의 플레이어가.
알고 보니 초월체였고, 우주의 숨겨진 괴물이었다?
“…….”
할 말이 없어진 몬드라가 입을 다물었다.
눈살을 찌푸린 채 고심했다.
‘어쩌면.’
생각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레오르 그놈.’
애초에 그놈이 벌인 판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저 힘만 봐도 일레오르보다 훨씬 강하지 않던가.
“……너는 누구냐.”
“보고도 몰라? 쯧, 일레오르는 바로 알아보던데.”
몬드라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일레오르는 태초룡이고 무지막지한 세월을 살아온 존재라 사소한 부분까지 다 알 수 있어도 몬드라는 아니었다.
“당신 같은 존재가 왜 지구 같은 행성에서 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군.”
“왜 그러겠어?”
프스스스……!
주동훈이 살짝 열어두었던 힘을 다시 갈무리했다.
괜히 오래 개방하다 다른 초월자들에게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다. 전략기획팀이란 것도 버젓이 운영하는 집단이 사전 조사도 제대로 안 해보고 협박이나 하고 말이야.”
“…….”
“생각해 봐. 누군가 음지에서 신(神)들 몰래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그걸 알아낸 잡것이 계속 들쑤시고 있다면 그 잡것은 과연 어떻게 할까?”
몬드라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이해할 수 없을 땐 자신의 상황과 대입해 보면 된다.
만약 자신의 음모를 누군가 들쑤신다면?
근데 그게 자신보다 약하다면?
‘죽이겠지.’
우주는 강자존.
우주법이니 뭐니 아무리 떠들어도, 신(神)들이 개인 간 다툼까지 커버하진 못한다.
그제야 몬드라는 주동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역으로 협박하는 거다.
‘제기랄.’
잘못 건드렸나?
어쩐지.
그 약아빠진 용가리가 묻어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 나이스, 아주아주~ 잘하고 있어요! 길마님! 쟤 얼굴 봐요. 완전히 잔뜩 쫄았잖아요.
펄럭!
등 뒤의 날개가 신난 듯 펄럭였다.
“우선…….”
몬드라가 입을 열었다.
“신(神)들에게 가던 공문서는 철회하도록 하겠다.”
몬드라가 지금껏 이 우주에서 커다란 집단을 탈 없이 운영하는 것도 바로 눈치가 빨라서였다.
자존심이고 뭐고, 지금은 한 발짝 물러서는 게 맞았다.
“우주법을 위반한 건 맞지만, 내가 우주의 질서를 중요시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목숨이 소중하니까.”
투웅!
몬드라의 손에서 기운이 솟구치더니, 저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아마 비서라는 자에게 원격으로 전달하는 것일 테지.
“판단이 빠른 건 마음에 드네.”
“……우리 몬드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묻고 넘어가겠다.”
“그건 당연한 거고.”
“응?”
“이놈 봐라. 웃기네?”
주동훈이 픽 웃었다.
“생각해 봐. 힘이 있을 땐 말도 안 되는 눈탱이로 협박질 하더니, 힘 좀 보여주니까 입 싹 닫고 미안하니 물러가겠다? 사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전에 기분 나쁜 게 있었다면 사과하겠…….”
“아아, 됐어.”
주동훈이 몬드라의 말을 끊어버렸다.
“아까 들었겠지만, 말뿐인 사과는 별로라.”
“……그럼?”
“그럼은 뭘 그럼이야. 우리 세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어. 본인의 행동에 대해 진짜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 그대로 당할 줄도 알아야지.”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몬드라가 말을 흐리며 주동훈의 눈을 피했다.
계산적인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왜 모르랴.
“시끄럽고.”
저벅, 저벅.
걸어 나간 주동훈이 바닥에 놓인 계약서를 다시 들었다.
“이게 아카식 레코드의 가지로 만든 특수 계약서라며?”
확실히 튼튼하긴 했다.
아까 서로 힘겨루기하느라 잡기들이 다 부서진 와중에, 이 종이만큼은 멀쩡하다.
“……그걸 왜.”
“이거 다시 써. 내가 부르는 대로. 그럼 네 사과. 인정하고 받아줄 테니까.”
***
“…….”
몬드라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저 눈앞의 정체 모를 괴물이 말하는 대로 받아 적다 보니, 어느덧 계약서가 완성되어 있었다.
1. 주동훈은 몬드라의 승부 조작을 도와 다음 이벤트 매치에서 행성 ‘위르뱅’을 1등으로 만든다.
2. 이 정보에 관한 내용은 후원자 포함 그 누구에게도 비밀 유지를 엄수해야 한다.
3. ‘위르뱅’ 1등 시, 몬드라는 수익금의 90%를 주동훈의 초월체에게 즉시 지급한다.
4. 계약과 별개로 주동훈의 초월체에게 일곱 신의 정수 50,000개를 지급한다.
5. 주동훈과 몬드라는 계약 전후로 발생하는 서로의 부정을 절대 신(神)에게 알리지 않는다.
6. 앞선 1~5를 어길 시, 위반하는 자는 사망한다.
“네가 말했지? 서명은 피 한 방울이면 된다고. 신(神)의 금제가 담긴 계약서라 어기는 순간 초월자고 뭐고 다 끝이라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억지…….”
“그래, 억지지. 근데 그 억지. 네가 먼저 부렸잖아? 난 내가 받아야 할 10%를 네 몫으로 바꾼 것일 뿐이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 역시 힘으로 이점을 취하려 했었고, 상대 역시 똑같이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한데…….
“4번 항목은 뭐냐. 내가 왜 이유 없이 정수 50,000개를 내어줘야 하지?”
하필 50,000개.
딱 이번 이벤트 매치에 쓰일 수 있는 최대치다.
“이유? 그 이유는 네가 이제 알아봐야겠지.”
“…….”
“이 계약을 하는 게 네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말이야.”
“그게 무슨…….”
문득, 몬드라와 주동훈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 순간, 몬드라는 알 수 있었다.
눈.
그 눈에서 분명 상재(常材)를 보았다.
‘일레오르랑 최소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저 괴물의 내면에 창조룡보다 더 구불거리는 구렁이가 살고 있다.
‘비용을 내라는 거겠지.’
창조룡과 그 뜻을 함께하는 자.
쉽게 말하면, 너도 들어올래? 하고 묻는 거다.
일종의 참가비.
‘상대는 말도 안 되는 힘으로 리그의 모든 초월자들을 속일 만큼 강력한 ’인지 마법‘을 쓸 수 있는 자야.’
그런 자와 함께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아마 제대로만 낚을 수 있다면 이번 경기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만으로도 저 4번 항목에서 나간 정수를 다 변제할 수 있을 거다.
“…….”
몬드라가 머뭇거리자,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으면 관두자. 최고의 자산운용사를 운용하는 놈이라길래 제법 배포가 있는 놈일 줄 알았건만. 푼돈으로 간을 보는 놈이었군.”
푼돈.
맞다.
현 몬드라에게 50,000 정수는 푼돈이 맞았다.
다만, 그 푼돈조차 아끼고 소중히 대했기에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맞았다.
하지만, 왜일까.
그게 몬드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좋다, 계약하지.”
“이미 늦었어. 굳이 너 아니어도 조작할 초월자들은 널렸거든.”
“…….”
몬드라가 재빠르게 안색을 가다듬었다.
조급한 마음을 들키면 안 된다.
상대는 구렁이.
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계속 끌려만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런 자들이야 많긴 하겠지. 하지만 장담하겠다. 몬드만큼 승부 조작에 능통한 집단은 없을 거다. 우리 베팅팀은 주사위 조작부터 정보를 생성하거나 차단하기도 하고, 심지어 허공에 정수를 풀어 배당률까지 컨트롤하지.”
“잘났다, 잘났어. 아주 그냥 대놓고 범죄 집단이라고 어필하네.”
“네가 편안하게 승부 조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 여건을 다 갖출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
“……그렇다.”
“그럼 10만 개.”
“……뭐?”
“4번 항목, 10만 개로 고쳐. 그럼 생각해 볼게.”
“그게 무슨…….”
“잘 생각해. 다음은 15만 개야.”
“…….”
제기랄.
아무래도 독오른 구렁이한테 제대로 물린 듯싶었다.
***
“나이스! 잘했어요!”
무릉도원으로 복귀한 김진아가 신나서 방방 뛰었다.
“십만 개라니! 십만 개라니이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치의 정수였다.
주동훈 역시 진짜 그것을 받았을 땐 깜짝 놀랐다.
그냥 몸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부숴 버릴 법한 그 아득한 힘을 이리 쉽게 넘겨줄 수 있는 존재였다니.
[수(水) : 대단한……. 참으로 대단한 여자다.] [목(木) : 어쩌면 계약자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 힘을 찾아올 수도 있겠는데요?] [금(金) : 나는 보는 내내 감탄만 했다.]정수들 역시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어쨌든 그들의 숙원은 이 우주에 흩어진 힘을 하나로 규합하는 것.
당연히 김진아가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연기도 술(術)이라더니, 진짜 잘하시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딱딱 적합하게 말씀하실까. 후후후.”
“우선.”
이제는 훈련이 문제가 아니다.
우주의 거대한 힘 앞에 훈련은 큰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수를 모아야 한다.
“이벤트 매치 잡혔다는 소식부터 기다려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