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3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37화
우주 여행(4)
후원자로 본인을 선택한 후, 주동훈은 계속 정수 만들기에 집중했다.
“……정수.”
참.
이게 헷갈리긴 하다.
‘내 몸 안에 있는 것도 정수. 우주의 화폐도 정수.’
둘 다 정수이고 성질도 비슷한데, 뜻은 아예 다르다.
그걸 한번 다시 정리하고 넘어가 보자.
먼저.
주동훈의 몸 안에 있는 월화수목금토일(月火水木金土日)은 구신(舊神)이다.
그 구신 자체를 「정수」라 부른다.
요컨대 온 우주의 존재하는 화(火)의 순수한 기운을 100% 모았을 때의 온전한 신(神)의 힘, 그 자체를 「정수」라 부르는 거다.
그렇다면 델라일라의 시련 퀘스트를 깨고 받았던 그 정수는?
엄밀히 말하면 정수가 아니고, 「정수의 파편」이다.
구신들이 추후를 도모하기 위해 끝도 없이 분해해 우주 전체에 흩뿌린 그것.
화르르륵!
주동훈이 오른쪽 손아귀에 동그란 구신의 구슬을 피워올렸다.
[화(火)의 정수]자신 몸속에 담긴 화(火)의 힘, 전부를 끌어올려 담은 구슬.
이게 파편 하나다.
그다음.
[불(Fire)의 정수]화르륵!
반대편인 왼쪽 손에는 이번에 등록 보상으로 받은 우주의 화폐를 띄워 올렸다.
화(火)의 정수보다 작지만, 은하급 초월자가 500년 이상을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기운이 담겨 있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주동훈은 정수에 관해 관리자 오돌에게 물어보았고, 그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 정수요? 정수 발행은 우주 중앙은행에서 이루어집니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기운을 담아서 은행에 제출하면 원하는 속성의 정수를 하나 내어주게 되죠. 불(Fire)의 정수, 물(Water)의 정수, 나무(Tree)의 정수, 쇠(Iron)의 정수, 흙(Earth)의 정수, 빛(Light)의 정수, 어둠(Dark)의 정수. 현 우주는 이 일곱 신의 정수를 화폐로 사용합니다.
현신들은 구신들과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이름으로도 그렇고, 속성으로도 그렇고.
또한 현신들이 구신들의 힘을 대다수 흡수했다 하니.
구신의 정수 파편이나 현신의 정수나 그 속에 담긴 힘의 근원은 똑같을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렇다면.’
이제 무얼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현신들의 힘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빼앗아 오는 것.
그게 구신의 힘을 찾아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빡시겠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각오는 했다.
신을 상대하는 게 편할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스슷, 스스슷!
그렇게 한참 정수를 만들고 있을 찰나.
“음?”
외부에선 느껴지는 기척에, 재빨리 구슬을 몸 안으로 흡수시켰다.
‘누구지?’
절대 무릉도원에서 느낄 수 있는 류의 기운이 아니다.
‘최소 초월자.’
그것도 꽤 높은 등급의 초월자였다.
지금은 가진 힘을 들키면 안 되기에, 최대한 기운을 숨긴 채 인지 마법에 의존했다.
그렇게 짐짓 명상하는 척을 하고 있자.
투욱!
주동훈 앞에 서신 하나가 떨어졌다.
동시에 쏜살같이 멀어지는 초월자의 기척이 잡힌다.
“……이건 또 뭐지?”
눈살을 찌푸린 주동훈이 그것을 주워 들었다.
***
행성 「몬드」.
“……전하고 왔나?”
몬드라가 비서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몬드라시여.”
몬드 측은 전문 초월자를 써서 이미 주동훈의 뒷조사를 끝낸 상태였다.
그 결과,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릅니다.
– 이미 파괴룡을 길들이기로 유명한 그가 이번엔 창조룡도 길들였답니다.
– 지구 내에 거대 성운급 힘을 내는 존재가 제법 많습니다. 전력으로만 봤을 때는 챔스에서 뛰어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근데 이상한 점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이 사실에 대한 소문이 우주에 전혀 퍼지지 않고 있어요. 마치 모종의 세력이 정보를 틀어막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게다가 행성 전체에 창조룡 일레오르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몬드라는 그때 깨달았다.
‘일레오르. 그 노룡이 작업 치고 있는 행성이구나.’
정황상 모든 정보가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일개 생명체가 창조룡을 길들인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일레오르의 손이 묻었기에,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저들이 짧은 시간 안에 거대 성운급 힘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일레오르의 보조 덕분이리라.
‘이걸 어찌할까.’
때문에 몬드라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본래 초월자는 리그 참여 행성에 많은 것을 베풀면 안 된다.
공정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우주법 위반으로 신고해? 아니면 역으로 이용해 털어먹어?’
평소 일레오르에게 당한 게 많은지라, 그를 끔찍이도 싫어하던 몬드라다.
이런 기회가 달가웠지만, 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체급이 너무 큰 용가리니까.’
잘못 적대했다간 자산운용사 「몬드」 자체가 날아갈 각오도 해야 할 만큼 거대한 존재.
‘하지만, 제대로 먹기만 하면 그만큼 달콤한 존재도 없긴 하지.’
이 우주판이 그렇다.
모든 힘이 정수로 치환되기에, 상대를 먹으면 그 힘을 그대로 가져와 불릴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넘어갈 것인가!
도박을 해볼 것인가!
몬드라는 이 사실을 전략기획팀에 전달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수많은 방안이 나왔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
– 주동훈을 직접 포섭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포섭.
그를 포섭해 일레오르를 직접 배반하게 하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위험 부담 없이 일레오르의 뒤통수를 간접적으로 후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에게 서신을 전달했다.
온갖 협박을 덧붙여, 올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서 말이다.
***
우주 최고의 자산운용사 「몬드」의 수장, 몬드라께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몬드라는 이 우주를 지배하는 거물 중 하나.
당신 배후에 있는 일레오르조차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서신을 찢으세요.
서신을 받은 후, 10분 내 찢지 않으면 당신의 거처 「무릉도원」과 「지구」는 폭발합니다.
“……허?”
서신을 받아 든 주동훈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진 몰라도 참 막 나가는 양반이네.”
종이에 담긴 마력의 흐름을 보아하니, 공간 이동과 관련된 술(術)식이 있다.
또한 정말 폭발할 듯이 움직이는 거친 기류 역시 느껴진다.
진심이라는 건데.
수.
몬드라, 이놈 누군지 알아?
[수(水) : 모른다. 뭔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냐?]그치?
[수(水) : 근데 저 종이에 담긴 기운만 보면 대충 예상이 간다. 일레오르 그놈이랑 비슷한 성향이야. 제 이득 되는 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나쁜 새끼네.
[수(水) : 이 우주에 널려 있다. 저런 놈들은.]일단.
종이에 담긴 힘의 양이 거의 불(Fire)의 정수 하나였다.
‘이건 내가 먹어야지.’
먹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종이를 찢으면 그대로 공기 중에 흩어질 기운이었다.
츠스스스……!
종이를 컨트롤하자, 그 안에 담긴 힘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몬드라?
나쁜 새끼지만, 고마운 새끼다.
공짜 정수를 주다니.
‘아마 내가 거대 성운급인 줄 알고 걸어 놓은 거겠지만.’
이 정도 힘에 걸린 술식 따위 파괴하는 건 일도 아니다.
‘협박도 좀 협박답게 해야 먹히는 건데.’
[수(水) : 어쩔 생각이냐.]수가 물어왔다.
‘어쩌긴, 가긴 가 봐야지.’
그냥 날름 먹어버리면?
100% 의심 산다.
‘내가 고작 거대 성운이었다면, 절대 이 서신을 파훼할 수 없었을 테니까.’
현재 신(神)들에게 들킬 수 없기에, 어차피 답은 하나였다.
몬드라를 만나 보는 것.
[스켈레톤 갓(Skeleton GOD) : 부길마.]곧바로 채팅을 치자.
[김진아 : 네?]기다렸다는 듯 답이 온다.
[스켈레톤 갓(Skeleton GOD) : 시간 돼요?] [김진아 : 조금 바쁘긴 한데, 왜요?] [스켈레톤 갓(Skeleton GOD) : 우주여행, 고?] [김진아 : 오오오오오! 시간 돼죠! 무조건 돼요! 없어도 만들 거예요! 지금 가면 돼요?]채팅에 다급함이 묻어나온다.
저번 우주여행이 꽤나 인상 깊었나 보다.
[스켈레톤 갓(Skeleton GOD) : 부길마실에서 기다리세요. 10분 안에 가야 하니까.]***
종이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이미 그 안에 있는 술식은 복제를 따놨다.
우우웅!
그저 그만큼의 힘을 끌어올린 후, 발동하면 끝.
파앗!
엄청난 기류 폭풍과 함께 도착한 공간은 꽤 서늘한 곳이었다.
검붉은색으로 어둑하게 꾸며진 대전.
‘이곳은.’
초월체가 아닌 자신을 위해 몬드라가 만들어놓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왔구나.”
눈앞에는 어떤 존재가 있었다.
옥좌 위에 오만하게 앉아 있는 붉은빛의 괴생명체.
– 와, 쟤가 몬드란가 뭔가 하는 놈이에요? 되게 살벌하게 생겼네요.
김진아에게는 대충 상황 설명해 두었다.
감히 겁 없이 우릴 협박하는 놈이 있다고.
“……네가 주동훈이냐?”
쿠드드드……!
싸늘한 음성과 함께 엄청난 기운이 주동훈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부르자마자, 쫄게 만들겠다?
원하는 대로 당해줄 순 없지.
“알고 불러놓고 뭘 물어?”
주동훈이 싱긋 웃으며 답하자.
“…….”
몬드라의 표정이 슬쩍 일그러진다.
“과연, 대범한 놈이로군. 깡 하나는 확실해. 그래서 일레오르가 선택한 건가?”
“잡소리 그만하고. 왜 불렀는지나 말해.”
“크핫.”
몬드라가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핫!”
뭐가 그렇게 웃긴지, 아예 배를 잡고 폭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지 마법이 먹히고 있는지 내부에 담긴 구신의 힘을 아예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
한참 동안 어깨를 들썩이던 그가, 이내 웃음을 뚝 멈췄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네놈은 일레오르에게 한도 이상의 지원을 받아 리그 판의 물을 흐리고 있다. 알고 있느냐? 이 우주의 지배자께서 알게 되는 순간, 네놈은 물론이요 일레오르나 네놈의 행성도 갈기갈기 찢어지겠지.”
그래.
저 말로 대충은 짐작이 갔다.
– 길마님 때문에 정수 좀 꼴았나 본데요? 화가 많이 나 있어요.
“……몬드라라고 했나?”
“……?”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을 말해라. 나 때문에 얼마큼 피해를 입었고, 무얼 원하는지. 일레오르조차 무시할 수 없다는 무서운 양반이 그냥 이런저런 협박이나 하려고 부른 건 아닐 거 아냐?”
“……그래?”
몬드라가 픽 웃었다.
‘저놈.’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다.
세상 어느 성운급 존재가 자신을 앞에 두고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시선이 거대 성운급이 아니다.
마치 리그 밖 상황에 대해 제법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일레오르……. 놈.’
설마 그런 것까지 말해놓은 건가?
“네놈과 일레오르가 저지른 장난질 때문에 내 5,000 정수가 증발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잘못으로, 그것도 불법적인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무슨 대가?”
몬드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쫄지도 않고.
빨리 본론을 말하라고 보채는 저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아. 직접적으로 말하지.”
후, 호흡을 내뱉은 몬드라가 주동훈의 눈을 직시했다.
“우리도 승부 조작을 할 생각이다.”
“……승부 조작?”
“그래, 거기에 네 도움이 필요하다.”
따악!
몬드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저 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
몬드라의 비서였다.
“비서.”
“예, 몬드라시여.”
“저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라.”
“네,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비서가 허리를 펴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후.
이건 또 무슨 상황이다냐?